장막 속의 장학금

[2017/1학기] 5조 기말과제


서울대학교는 ‘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충분한 수준의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취재진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등록금과 생활비를 장학금 없이 자가 조달하고 있는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시간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길었고. 그 결과 자기 계발에 사용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부족했다.

대학의 등록금은 평균 연간 667만원. 4년 동안 대학에 다니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약 2668만원이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면 4년 등록금을 벌기 위해 4년 동안 하루 3시간 정도 일해야 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학금 제도는 그 어떠한 제도보다도 학생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때문에 취재진은 서울대학교 장학제도를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왜 학생들이 장학금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지, 서울대학교 장학금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지 살펴봤다.

52%의 성적장학금

서울대학교의 장학금은 크게 선한인재 장학금과 과별 지급 장학금 두 종류로 나눠진다. 선한인재 장학금은 소득 0에서 1분위의 학생들에게 매달 3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과별 지급 장학금은 다시 5개로 나누어지는데, 이 중 ‘성적 우수 장학금’과 ‘맞춤형 장학금의 성적 우수 항목’이 성적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서울대학교의 성적장학금 지급 비율은 서울의 10대 주요 대학 중 2위다. 전체 장학금의 52%으로 다른 국립대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장학금 가운데 소득을 기준으로 주어지던 장학금인 기초 생활 수급자 대상 장학금은 사실상 폐지된 상태다. 장학복지과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해서는 본인이 제때 신청만 했다면 국가장학금이 나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한정해서 지급하는 제도는 없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을 통해서 낮은 소득 분위의 학생들이 대부분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학복지과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한국장학재단 홍보팀 안대찬 팀장은 “한국장학재단에서 상정하는 저소득층의 경우는 하위 30%”라고 규정했다. 그것보다 소득이 높아지면 단계적으로 금액이 조금씩 줄어든다.

장학금 사각지대

취재진은 서울대학교 학생 중 장학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을 만나봤다. 강윤성(가명) 씨는 “다자녀가구에다가 아버지가 무소득층인데, 어머니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소득분위가 9분위가 나와서 국가장학금을 하나도 못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강윤성 씨는 공무원 연금공단에서 학자금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조달하고, 과외를 해 생활비를 벌고 있었다.

경영학과 조유한(가명) 씨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조유한 씨는 깡통부동산으로 인해 소득분위가 높게 나와 장학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현재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학원 강사를 하고 있었다. 경영학과 고우림(가명) 씨도 한국장학재단이나 서울대학교, 그 어느 곳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부모님께서 실이혼 상태인지가 꽤 됐는데, 법적으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소득을 함께 계산하기 때문에 소득분위가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학업 장려’가 아닌 ‘학생 운동 고립’이 목적

성적장학금을 고집하는 서울대학교의 입장은 성적장학금이 ‘학업을 장려’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적장학금이 학업을 장려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김진영 교수의 <대학생 학자금 지원의 성과 분석>을 보면 학자금 지원 제도가 학생의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 우명숙 교수는 <장학금 지원 정책이 대학생의 학업성취도와 학업몰입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서 장학금 수혜 여부가 학업 몰입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대학교 성적장학금은 실제로도 학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70년사 책자에 따르면 75년 종합화 이후 사라졌던 성적장학금이 1982년 다시 도입되었는데, 그 당시 학생 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다. 애초부터 학업 장려에 초점을 둔 장학금이 아닌 것이다.

고려대학교의 성적장학금 폐지

고려대학교는 2015년도부터 성적 장학금을 폐지하고 그 예산 전체를 진리, 자유, 정의 장학금에 배분했다. 특히 학생들의 경제적인 상황만을 고려해 지급하는 ‘정의 장학금’은 규모가 14억 증가했다. 정의 장학금의 경우, 국가장학재단의 소득분위 산정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학생들의 사유서를 바탕으로 개인 사정을 고려해 장학금을 지급한다. 그 결과 기존에 소득 1–2분위 학생들에게만 가던 ‘전액’ 장학금이 1–5분위 학생에게 까지 확대되었고, 이보다 높은 분위의 학생들도 장학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어, 생활 수준으로 장학금을 받는 학생의 수가 기존에 비해서 982명 증가했다. 고려대학교 학생지원부 박재인 차장은 “국가가 인정하는 소득분위자 외에 자기가 정말 곤란한다고 느끼는 학생은 따로 재심절차나 다른 릴레이 장학금이라든가 이런 제도로 흡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학교 학생들도 장학금 제도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14학번 최상희 씨는 장학금이 “학생들의 소득에 맞춰 분배가 된다고 하니깐 상대적 박탈감을 덜 느끼게 되고 오히려 공평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정경대학 12학번 박지훈(가명) 씨도 “통계적인 결과를 보면 저소득층 친구들의 성적이 많이 올랐다”며 실질적 평등을 추구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한양대학교도 ‘실용인재 장학금’을 통해 일반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에게로 지급 범위를 확대해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있다. 중앙대학교도 장학재단이 제공하는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선발하는 ‘중앙사랑장학금’ 제도를 운영한다.

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장학금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해주는 형태로 지급되고 있었고, 부모의 소득에 따라 학생마다 등록금이 다르게 산정된다.

불투명한 장학금 지급 기준

취재진은 조사 과정에서 성적장학금의 또 다른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교내장학금은 신청제도가 일원화 되어있다. 신청서를 한 번 내면 다섯 개의 장학금 중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을 각 학과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들 중에서는 이 절차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언론정보학과 11학번 황도증 씨는 “그게 한 번 신청을 하면 여러 장학금을 묶어서 한 번에 신청이 된다라는 사실도 최근에 알았거든요. 어디서 주워들어가지고”라고 말했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조차 자신이 왜 장학금을 받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국어국문학과 유소희 (가명)씨는 “부모님 회사에서 장학금이 나와서 한번도 장학금을 학교에 신청한 적이 없는데, 저도 장학금 받았는지 몰랐는데, 등록금 낼 때 보니까 성적 우수 장학금을 한번 받은 적이 있더라구요.”라고 밝혔다. 신청한 적이 없는데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장학금을 신청할 때 소득 관련 사항 기재가 필수가 아닌 경우도 있었다. 고고미술사학과 최유아 (가명)씨는 “보험 관련 내용을 안 적었는데 최근에 조교님께 여쭤봤는데 잘 고려를 안 해서 안 적어도 된다고 하셔가지고, 그래도 되는구나 라고 알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장학금 지급 기준이 무엇인지 ‘장학복지과’에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그런데 구체적인 수혜 대상은 학과 차원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장학복지과는 지급 기준을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취재팀은 학과 별 장학금 지급 기준을 확인하기 위해 개별 학과를 일일이 접촉했지만 각 학과에도 일원화된 규정은 없었다. 학과 조교로 일하는 강수민 (가명)씨는 “성적 장학금이랑 저소득층 장학금이 있으면 아무래도 성적 장학금으로 주는 것 같아요. 본부측에서는 과에서 자율적으로 주라고 하기도 했고, 그래도 또 성적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올라가는게 학생들에게도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런 이름으로 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장학복지과.. “소득기반 장학금의 비중을 늘려야”

현재 서울대학교의 장학금 지급 제도는 수월성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유성상 교수는 “만약에 모든 장학금이 성적에 기반해서 간다거나 성적에 기반한 장학금으로 인해서 경쟁이 조장되는 것은 대학 내에서 적절한 교육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학은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는 만큼 지식을 넓히고 개념을 확장하는 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학복지과 측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장학복지과 관계자는 “몇 개월전에 서울대 장학실무위원회 등에서 소득기반 장학금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긴 했다. 그런데 사실 장학제도의 기조 변경 등에 대해서는 학내 구성원들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도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시각디자인학과 최서진 (가명)씨는 “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느라고 공부를 하지 못해 성적이 안좋게 나오고 또 그로 인해 장학금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과연 이게 옳은 건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중어중문학과 김수현 (가명)씨도 “성적 장학금이 대부분인 것을 몰랐는데. 먼저 소득 분위에 따라서 지급되는 장학금이 우선시 되어야 되고 그 다음이 성적 장학금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의령(언론정보14) 김승현(언론정보14) 하한메(심리12) 이수민(고고미술사13)

One clap, two clap, three clap, forty?

By clapping more or less, you can signal to us which stories really stand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