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3.0 경제 시스템의 설계방법(3–1부) —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 단일 도메인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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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min readMar 8, 2024

— written by 장중혁

3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1부와 2부에서 사용했던 용어를 하나 정정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단일 규칙 강제 도메인’이라는 용어인데, 이를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를 위한 단일 도메인’으로 변경하려는 것이다. ‘사실 확정’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한 것은 ‘규칙 강제’ 만큼이나 ‘사실 확정’이 경제 시스템의 작동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블록체인 관점에서 본다면 ‘규칙 강제’가 스마트컨트랙에 의해 주로 이루어지지만 블록체인에 의한 ‘사실 확정’이 느슨해지면 ‘규칙 강제’가 이루어지더라도 경제시스템은 불확실성을 떠안게 된다는 점에서 ‘사실 확정’이 ‘규칙 강제’ 보다 더 근본적 원리임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3부.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 단일 도메인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

근대 국가는 ‘법치 국가’를 통해 ‘가치시스템’을 법률 관할권 안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구성하는 것을 경제시스템 구성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이는 가치시스템을 ‘법률행위’로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면 현대 국가들은 낙농업자가 우유를 생산하는 것을 표준화시키기 위한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규율하기 위해서 품질 기준을 법률체계가 검증하고 통제하도록 할 뿐아니라 유통 과정에서의 운반과 보관 절차를 소비 단계에 이를때까지 규율하며 최종 소비자를 위한 표기 방법까지 제시한다. 이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는 해당 법률관할권 내에서 작동하는 가치시스템이 일관성 있게 가치를 생산하도록 할 뿐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한 ‘기여’를 식별하고 검증 가능하게 하여 사회적 보상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더 다양하고 규모가 큰 가치시스템에 대해 가치 생산을 위한 자원이 일관된 보상 시스템에 의해 효율적으로 분배되는 것은 그 사회경제시스템의 확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인류 역사의 교훈이다.

이러한 가치시스템과 보상시스템 규율의 원형은 ‘거래 안정성’을 위한 규율이었는데, 이는 국가의 법률로 태어나기 전부터 상인 네트워크의 자율적 프로토콜로 작동하고 있었다. 가치시스템이나 보상시스템이 ‘거래’들로 완전히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을 매개로 가치시스템의 ‘기여들’(재료나 노동)을 조달하거나 보상을 분배하는 가치-보상시스템은 대개 ‘거래’들로 구성되며 이는 가치시스템이 기후나 입지, 정치적 요소, 관습적 요소를 포함하는 경우에도 법률이나 사회의 다른 인프라와 ‘거래 안정성’이 함께 가치-보상시스템에 대한 규율을 완성시킨다.

역사적으로 상인 네트워크가 가장 고도화되었던 한자동맹의 경우 근대 이후의 상법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규율들을 갖추고 있었는데, 이것이 중상주의 국가의 등장 이후에 국가들의 상법과 국제무역의 근간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즉 ‘거래’는 국가가 아니더라도 거래 안정성을 위한 일종의 ‘관할권’을 필요로 했고, 이는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을 확장하여 더 많은 거래가 더 넓은 지역에 걸쳐 이루어질 수 있게 만드는 인프라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것이 우리가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 도메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관할권’의 기능은 ‘거래 안정성’과 ‘거래 효율성’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였지만 이 글에서는 ‘관할권’의 기능 중 ‘거래 안정성’ 인프라에 한정하여 다루게 될 것이다.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도메인의 기능과 역사]

관할권의 ‘사실 확정’에 대해 : 사실 확정, 시간, 계약에 의한 ‘사적 관할권’ 내의 사실 확정

그렇다면 그 관할권이 ‘거래 안정성’을 위해 제공해야 하는 기능은 무엇일까? 그것은 ‘거래 안정성’을 위협하는 위험의 구성 요소를 추상화하면 도출될 수 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이 사실인가?’라는 점이 다툼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므로 거래 안정성을 위한 관할권은 ‘사실 확정’의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어떤 ‘사실 주장’에 담긴 ‘상태’나 ‘상태 갱신을 위한 사건’이 해당 관할권 내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실’로 인정되면 그 ‘사실’에 기초한 거래나 기타 행위를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관할권에 의해 확정된 ‘사실’을 근거로 이루어진 거래가 ‘사실’이 번복되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 거래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내포하게 되며 이는 거래를 활성화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관할권은 그런 이유에서 반드시 ‘최종적으로’ ‘사실’을 확정하는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당사자 간의 다툼이 없을 때는 관할권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지만 서로 사실에 대한 다툼이 있을 경우에는 근대 이후의 법률 체계에서는 대개 ‘대법원 확정 판결’이 제공하는 관할권의 기능이다.

그렇다면 ‘사실’의 구성 요소는 무엇이고 ‘사실을 확정’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법률적 차원에서 ‘사실’은 ‘행위나 대상의 존재여부’, ‘발생 시각과 장소’, ‘사실로 인한 효과의 지속 기간’, ‘인과 관계’ 등으로 구성되며 때로 ‘의도’가 사실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실 확정’이란 이런 요소들을 확정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계약’에 이런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계약’이 ‘사실’에 관련된 계약 당사자들을 구속(binding power)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때문이다. 관할권은 관할 대상이 되는 ‘거래’에 대해 이러한 ‘사실 확정’을 제공하는 최종적 권한을 갖고 있으며, 관할권에 속한 주체들의 권리나 의무는 모두 이렇게 ‘확정된 사실’에 의해 기속(force of law)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의 구성 요소 중 ‘사실’ 자체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 혹은 ‘시각’인데, 이는 ‘관할권’이 제공하는 요소다. 이 문제를 인식한 관할권들은 모두 표준화된 시간체계를 갖추려고 했고, 관할권이 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 경우 이는 관할권 내에서 발생한 거래의 ‘안정성’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였다. 특히 ‘사실의 인과성’ 문제에 있어서는 근대 철학에 기초한 관할권들은 ‘발생 시각의 선후 문제’를 인과성의 중요한 요소로 채택했기 때문에 관할권이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분쟁으로 인해 관할권이 ‘사실 확정’에 적극 개입하는 경우 더우 그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거래’의 계약에서는 해당 거래가 어떤 ‘사실’에 기초하는 계약인가를 명확히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거래의 당사자 신원이나 거래 대상이 되는 대상물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것이 거래 당사자의 유효한 지배 하에 있어서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proof)를 포함하기도 한다. 그리고 ‘계약’은 일반적으로 계약 이행의 결과를 ‘검증 가능한 사실’로 정의하는데, 이때 검증되는 ‘사실’은 ‘시간’과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거래의 이행은 대개 관할권의 개입 없이 계약이 만들어 낸 ‘사적 관할권’ 내에서 사실을 확정하면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되지만, 일단 사실 여부와 이행에 대한 다툼이 시작되면 관할권이 개입하게 되고 이는 긴 시간과 비효율적 과정을 필요로 한다.

‘계약’이 만들어 내는 ‘사적 관할권’은 ‘공적 관할권’에 비해 그것에 구속되는 당사자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매우 효율적이다. 신용카드 회사의 신용거래 승인은 초당 수천 건의 거래에 관련된 ‘사실’을 확정하여 거래를 처리한다. 이는 관할권의 기능을 사용하지 않기때문에 저렴하고 빠르게 처리될 수 있다. 만약 이를 매번 법원의 공증 절차에 의존하여 관련 ‘사실’들을 확정하는 절차를 수행한다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거래도 몇건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적 관할권’은 ‘사실’을 어떻게 확정하기 때문에 이런 거래가 가능한 것일까? ‘사적 관할권’은 당사자 간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사실 확정을 할 수 있다. 심지어 규모가 작은 거래는 거래의 일방이 사실을 통보하는 것만으로도 사실이 확정되고 이것에 문제가 생기면 ‘사적 관할권’ 내에서 ‘사실’ 자체를 롤백하여 그 사실에 기초하여 발생한 파생적 거래들도 롤백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그러나 대법원 확정 판결과 같이 공적 관할권의 사실 확정은 그 사실에 기초한 거래 자체를 롤백할 방법은 제공하지 않는다. 그로 인한 손해를 보전할 방법 정도를 제공할 뿐이다.

관할권의 ‘규칙 강제’ : 규범적 강제와 사후적 강제 그리고 법칙적 강제

그 다음으로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 도메인’이 제공하는 기능은 그 명칭에서도 나타나듯이 ‘규칙을 강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거래에 따라 발생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를 관할권이 가진 ‘기속력’을 이용하여 ‘상태 변경 이벤트’를 일으켜 의무를 이행한 상태와 같은 결과적 상태를 직접 강제한다는 뜻이다. 이것의 예는 소유권의 이전이나 불법적 점유의 해제와 같은 것이다. 국가의 상법체계 이전의 상인들의 네트워크 내 프로토콜에서는 ‘강제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는데, 상인들의 네트워크는 거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인에 대해 평판이나 거래 회피 등을 통한 제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때문이다. 따라서 ‘거래 안정성’을 위한 법체계가 갖춰진 중상주의 국가(아시아 지역에서는 송나라 이후의 국가들) 등장 이전의 강제력 행사 주체는 주로 거래의 당사자였는데, 당시에는 거래의 당사자인 상인들이 자체적인 무장을 하는 경우가 흔했다. 이러한 거래 이행을 위해 상인들이 가졌던 자체 무력은 한자동맹에 이르러서는 상인들의 군대와 국가의 군대가 전투를 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했다.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 도메인’이 역사적으로 근대 국가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대개의 정치적 권력은 이러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로마 제국 시기에는 계약법이나 물권법, 채권법 등의 법률 체계가 규칙을 강제하는 역할을 했고, 로마 제국의 붕괴 이후에는 각국이 각자의 전통에서 비롯된 법체계로 나뉘어서 교회법이 국제법적 지위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기도 했고, 12세기 상거래를 규율할 법체계를 필요로 했던 상업 중심지 도시국가들을 중심으로 로마법이 부활하여 유럽 각국이 로마법 체계를 받아들이면서 근대법 체계의 근간이 로마법의 이러한 거래 규칙을 강제하는 ‘국가 관할권’의 기능을 재정비하게 되었다. 유럽 외에도 역사적으로 상거래가 발달했던 지역과 시기에는 공통적으로 이러한 ‘관할권’이 등장했다. 중국에서는 당나라와 송나라 시기에 상업이 국가의 사회경제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진 지배 엘리트들에 의해 ‘거래 안정성’이나 ‘효율성’을 위한 관할권 기능이 법체계로 발전하여 계약이나 채권, 물권 등 로마법 체계와 유사한 규율로 발전했다. 특히 송나라에서는 시장을 감독하는 기관인 “시시(市司)”를 설립하여 운영하기도 했는데 이는 ‘시장’을 관할하는 국가 법체계의 중요한 사례였다.

그러나 관할권 내의 거래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관할권의 규칙 강제 기능이 직접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이는 관할권의 규범을 어기는 거래(계약에 의해 생성된 ‘사적 관할권’ 내의 거래)는 언제든 무효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당사자 간의 거래에서 벌어지는 것인데, 그래서 법체계를 이해하는 당사자들은 법률에 맞게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계약이 ‘합법’인 관할권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것의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안락사에 대한 환자와 의사의 거래다. 대부분의 관할권에서는 이것이 무효이고 의사는 처벌을 받지만 일부 관할권에서는 이것이 합법이고 의사와 환자의 ‘안락사 계약’에 의한 거래에 안정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규범적’으로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미 거래의 효과가 발생하여 되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서 관할권이 개입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거래의 결과가 ‘중대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인 경우 법률은 거래를 실행하기 전에 관할권에 자신들의 계약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것이 유효하다는 것을 검증받거나 최소한 그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만약 관할권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선 거래에 대해서는 실행된다 하더라도 그 거래에 ‘안정성’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 상거래에 대해서 이런 절차를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런 이유에서 현실에서는 ‘규칙을 벗어난’ 거래들이 흔하게 발생하며, 그런 거래들에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 피해자들이 발생한다. 이들은 대개 힘이 없는 거래 당사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유에서 거래 당사자들 간의 거래에 관할권이 규칙 강제의 ‘규범’을 제공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모든 ‘사적 관할권’ 내 거래의 실행 통제에 관할권이 개입할 수는 없다. 만약 그 비용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면 관할권이 ‘규범’으로서가 아니라 ‘실행’을 맡을 수 있는 거래의 범위를 넓힐 수 있지만, 현실은 관할권 기능을 점점 더 고비용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경우 힘이 있는 거래 당사자가 취할 수 있는 ‘탈규범’의 기대값은 점점 높아진다. 그리고 그들은 ‘규범’을 엄격하게 혹은 잘못 적용되는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힘이 있는 주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범을 만듦으로써 관할권에 개입할 뿐 아니라 힘이 없는 주체들을 보호하는 관할권의 기능을 고비용화함으로써도 관할권 내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거래’에 대한 관할권의 ‘기속력’, ‘단일 도메인’의 필요성

이런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의 기능을 제공하는 관할권이 있다 하더라도, 거래의 당사자나 거래의 대상이 모두 그 관할권 내에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관할권은 그 거래를 위한 ‘사실 확정’이나 ‘규칙 강제’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즉 어떤 거래의 ‘거래 안정성’을 보장하려면 거래의 구성요소인 ‘사실’들이 ‘단일 도메인’ 내에서 기속되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치시스템이 ‘사적 관할권’ 내의 거래로 구성될 수록 더 효율적일 뿐아니라, 더 넓은 범위에 걸쳐 구성되어 기속되는 거래 대상과 주체가 많을 수록 더 다양한 가치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게 된다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가치시스템의 효율성은 그 도메인의 크기가 커질 수록 더 높아지기때문에 역사적으로 ‘관할권’의 크기를 크게 하려는 ‘가치시스템적 동기’는 매우 중요한 ‘정복’과 ‘외교’의 동기가 되었다. 고대의 정복과 19세기 이후의 제국주의, 현대의 국제법과 국제기구(WTO와 같은) 체계는 모두 ‘더 큰 관할권’에 대한 동기를 내포한다. 심지어 전세계를 ‘단일 도메인’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을 지향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완벽한 단일 도메인은 구성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세계는 복수의 블록으로 나뉘어져 있었던 기간이 길었고 때로 그 블록들은 서로에게 적대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적대적이건 호혜적이건 하나의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도메인으로 작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 발전의 정도가 다른 국가들이 같은 정도로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를 하기는 어렵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국가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서 이를 ‘정치적으로’ 제한할 필요를 갖고 있기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국가의 경계를 넘는 거래의 관할권 문제는 현대 체제에서도 종종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문제의 밑바닥에는 ‘관할권’이 가진 ‘가치시스템’이 생산한 가치에 대한 ‘보상 분배 규칙’과 관련된 정치적 동기가 들어 있다. 어떤 국가는 특정한 집단(종교인 등)이 경제적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 종교적 기능만을 수행하지만 사회적으로 보상을 분배하는 종교적 프로토콜이 국가의 법률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국가에서는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구성원들에게도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분배를 법률로 강제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국가에서는 ‘이자’를 법적으로 인정하지만 어떤 국가에서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현대적 다국적 기업이나 초국가 기업들은 자신들이 ‘거래’를 생성하려는 대상 국가의 법률체계 상이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거래를 ‘합법적으로 보호’하는 ‘단일 도메인’으로 작동할 수 있는 ‘법률적 거래 프로토콜’을 구성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거래의 법률적 구조’를 만든다. 그리고 ‘단일 도메인’을 구성하는 관할권들은 이들의 이러한 ‘의무 회피’를 통제하기 위해 ‘단일 도메인’의 구성 요소들을 재정비한다.

그 사례를 들자면, 초국가기업들이 종종 법기술적으로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거래나 자산, 거래 당사자의 ‘관할권 구조’를 설계하는 경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구글과 같은 온라인 초국가기업에 대한 과세 문제인데, 이들은 법인세가 가장 낮은 국가의 법인들 간에 온라인 광고 계약을 맺고 전세계에 광고를 집행한다. 이러한 광고가 집행된 국가에서는 관할권 내에서 과세의 대상(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게 되는데, 과세 대상의 거래 당사자들도 관할권 밖에 있고 심지어 광고를 집행한 서버(자산)도 관할권 밖에 있고 당연히 소득도 관할권 밖에서 발생하기때문이다. 그것은 곧 ‘규칙 강제’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국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세금이 낮은 지역으로 거래 관할권을 설계하는 행위를 무력화하려는 국제법적 규칙을 도입했는데, 2013년에 OECD가 시작한 BEPS나 EU의 ATAD, 2021년 10월에 136개국이 합의에 참여한 ‘다국적 기업에 대한 최저한세’(global minimum tax)가 그것이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들이 세금 회피 등을 위해 거래 관할권을 설계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거래 위험이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세금을 줄이기는 했지만 사실 확정이나 규칙 강제의 기능을 이용하는데 문제가 생겨 거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때문이다. 사실상 ‘단일 도메인 내 거래’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다른 예로는 RE100과 같은 현대의 국제적 규율은 정치적 동기를 법체계에 반영하는 거대 관할권을 형성하여 ‘가치시스템’의 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는 여러 국가에 걸쳐있는 가치시스템에 대해 법률 관할권이 정치적 공감대를 기초로 ‘무역’과 같은 ‘거래’를 규율하는 법체계를 활용하여 ‘가치시스템’을 규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가 법률 관할권들로 구성된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단일 도메인’은 ‘규범적’으로 가치시스템을 규율하기때문에, 그와 같은 체계를 갖추더라도 그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을 완전하게 막을 수는 없다. 특히 이것을 ‘거래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거래가 ‘단일 도메인’ 내에 거래 당사자와 거래 대상, 거래 관련 자산들이 있는 경우에도 계약이 완전하게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의 거래에서 이러한 위험을 대응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회계적 대응’ 혹은 ‘금융적 대응’이다. 이는 발생주의 복식부기 회계시스템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발달해 온 방법으로 거래 당사자의 회계 내에서 충당금 등을 두어 이러한 거래 위험을 잠재적으로 ‘비용’으로 인식하는 기법이 ‘회계적 대응’이라면, 보험이나 위험 회피를 위한 금융 상품 거래를 통해 이를 대응하는 것이 ‘금융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관할권이 제공하는 기능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위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거래에 내재된 위험을 과소 평가하여 회계적 비용을 과소 계상하게 되면, 회계 장부에 표현된 가치는 과대 계상되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과대 계상된 가치를 회계장부 밖으로 끌어내서 금융 상품화하게 되면 이는 ‘수익성이 과대 평가된 금융상품’이 된다. 이것이 이른바 ‘금융 위기’의 가장 전형적 메카니즘이다. 게다가 이런 금융자산이 가치시스템에서 생산되는 가치 기여보상(증권 계열의 금융 자산) 총액에 비해 너무 커지게 되면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부실이 가치시스템 자체에도 큰 영향을 주어 단순히 개별 거래가 아니라 가치시스템 전체의 붕괴 혹은 데드락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공황’이라고 부른다.

법률 관할권과 가치시스템의 진화

가치시스템을 진화시키는 것은 인류 역사에 등장했던 사회시스템들의 공통적 과제다. 인류 역사 초기에 등장한 사회시스템은 이를 ‘정치적 분업’으로 달성하려고 했으나 ‘사회’의 규모와 지역적 범위가 커지자 한계에 봉착했다. 그러한 한계를 보완해 주면서 등장한 가치시스템 구성 요소가 ‘시장’이고, 시장은 ‘정치적 제약’ 내에서 가치시스템의 진화를 위한 사회적 동기를 끌어모으는 창구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정치적 분업을 주도한 정치권력이 가치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동기와 사회적 변화가 요구하는 가치시스템 혁신의 동기가 때로 서로 협업하고 때로는 충돌하는 양상으로 발전해 나갔다.

하지만 정치 권력이 구성한 관할권과 시장에게 공통적으로 필요로 되는 것은 ‘가치시스템’을 구성하는 ‘거래’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었다. 이는 ‘시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입장에서나 ‘시장’을 통해 권력을 구성하려는 입장에서나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미 동서양의 고대 국가인 로마나 한나라 등에서는 ‘시장’과 법률관할권이 결합하기 시작하여 법체계 내로 거래의 안정성을 위한 규율들이 정립되었다.

현대의 인터넷 기업들은 스스로 ‘거래 안정성’과 ‘가치시스템’을 사업 모델 안에 일체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 역시 관할권과 가치시스템을 통합하여 최적의 효율을 이루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종종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는 ‘공적 도메인’을 ‘사적 도메인’이 흡수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단일 도메인’은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까? 가치시스템의 효율성 동기와 확장 동기를 허용하면서도 ‘사적 관할권’ 내의 거래에서 규율을 어기는 거래에 피해를 입는 힘 없는 사람들을 최소화할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도메인’을 만들 방법은 무엇인가?

[비트코인의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도메인]

만약 어떤 ‘규칙 강제 도메인’이 사실상 전혀 ‘일탈’을 허용하지 않는 ‘법칙적 규율’을 해당 도메인 내의 모든 ‘거래’(상태 변경 이벤트)에 적용하여 통제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법칙적 규율’이란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는다’는 규범이 아니라 ‘어길 방법이 없다’는 법칙과 같이 작동하는 규율이라는 의미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도메인 내에서 작동하는 모든 사회기술 시스템은 언제나 정해진 규칙대로만 실행되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규칙을 적용하여 이를 우회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규칙’이 예외없이 작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좋은 규칙’을 보장하거나 그러한 규칙 강제 메커니즘을 가진 ‘규칙 강제 도메인’이 좋은 관할권을 형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그러한 관할권은 현재 국가들이 구축한 법률 관할권이 달성할 수 없는 신뢰성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관할권은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사람의 모든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가란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비효율성 때문에 존립할 수 없다. 공정한 법체계 내에서도 ‘사적 계약’에 의해 불공정한 거래를 기초로 만들어진 가치시스템이 엄청난 규모로 존재하는 이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의 복잡한 관할권과 가치시스템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고 작은 ‘실험실’을 구성해 볼 수 있다.

그 비효율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제한된 공간 내에서, 관할권 내의 관할 대상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현실의 관할권이 가진 문제를 해소할 방법을 설계하고, 그것을 확장하는 접근법이 그것이다. 물론 실험실에서 작동되는 원리가 ‘확장’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과학적 방법’이다.

예를 들어 회계 시스템 내에서 정의하여 회계 시스템 밖의 상태와 대조하여 검증할 필요가 없는 하나의 계정과목을 가진 회계 시스템에 대해, 회계정 상태를 기록하는 저장소와 회계적 이벤트들만이 관할권의 관할 대상이 되고, 그 회계적 이벤트는 정해진 규격의 ‘전표’에 검증 가능한 서명이 권한을 검증하고 모든 전표가 회계적으로 유효한 경우에만 실행되도록 회계 시스템을 규율하는 ‘관할권’을 구성하고 그 관할권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거래로만 구성된 가치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즉 모든 거래의 실행에 ‘공적 관할권’이 개입되도록 하여 거래의 당사자가 힘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사적 관할권’ 내의 불공정한 거래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장 단순한 가치시스템을 실험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관할권의 설계 원리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시켜 준 것이 ‘비트코인’이라는 온라인 프로젝트다. 비트코인이라는 ‘관할권’의 가장 큰 장점은 ‘온라인’이라는 것에서 비롯된다. 관할권의 크기가 무제한적으로 확장되고 ‘신뢰’를 확보하는 비용과 ‘거래 처리’ 비용이 낮아서 개인 간에도 전지구적 범위로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관할권 내의 모든 거래에 관할권이 개입하여 규칙을 강제하더라도 현실의 관할권과 같이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다. 물론 비트코인이 만들어낸 ‘관할권’은 ‘관할권’과 ‘회계적 규칙’이 한 덩어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관할권’ 요소와 ‘회계적 규칙’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는 약간의 임의성을 감수하고 이를 분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비트코인에서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를 맡는 ‘관할권’ 요소는 채굴 노드의 네트워크와 노드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다. 이는 비트코인이 구성하는 ‘관할권’이 노드 소프트웨어만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트코인 노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언제든 비트코인 관할권과는 별개의 관할권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크립토 분야에서는 ‘포크(Fork)’라고 부르며, 동일한 과거를 가진 다른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다. 만약 비트코인의 소프트웨어만을 사용하고 블록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Genesis 이전만을 공유하는 포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고, 특정한 시점까지의 블록데이터를 사용하고 그 다음 블록에서부터 새로운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이벤트들만을 수용한다면 이는 특정 시점 이전의 과거를 공유하는 포크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더이상 비트코인 관할권의 일부가 아니고, 비트코인 관할권이 제공하는 신뢰 기반을 제공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단일 도메인’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를 제공하는 것은 네트워크의 모든 노드가 같은 장부를 보유하는 방법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노드가 어떻게 ‘유효하고 합법적인’ 거래에 의해 발생한 장부 상태의 갱신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인가다. 만약 어떤 노드를 무조건 신뢰할 수 있다고 간주하면 이는 네트워크 통신의 속도 문제로 간단히 취급될 수 있지만, 어떤 노드도 신뢰하지 않고 이를 해내야 한다면 이는 매우 복잡한 문제가 된다. 여기서 비트코인을 ‘기술적 문제’로 가득한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기술들이 동원된다. 이 글은 그런 기술적 문제를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때문에 이를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결론적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만드는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를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모든 ‘거래’는 유효성과 권한을 노드가 보유한 데이터와 수학적 원리만으로 완결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한다
  • 모든 ‘거래’는 네트워크 내의 노드 중 하나를 선출하여 검증되고 위임 실행되며, 그 결과로 갱신된 장부는 선출 증거와 함께 배포되어 이를 받은 다른 노드들이 선출 증거를 검증하여 보유한 장부를 갱신한다
  • 사건의 실행을 강제할 네트워크 상의 ‘노드’가 누가 될지 모르게 만드는 ‘노드 선출’ 원리를 만든다
  • 유효하지 않거나 권한 없는 ‘사건’을 실행하도록 허락한 ‘선출된 노드’의 시도는 확률적으로 실패하게 만든다
  • 다수 노드가 보유한 장부와 다른 장부를 보유한 노드는 ‘선출’ 되더라도 사건 실행에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사건 실행을 맡음으로써 받을 수 있는 보상에서 배제된다

이러한 설계 원리에 따라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작동하게 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에 있는 모든 노드는 ‘확률적으로’ 같은 장부를 가지고 있다고 간주하여 개별 노드가 가진 장부의 ‘사실’에 기초한 ‘거래’를 생성해도 거래 안정성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된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트코인 백서나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의 “Mastering Bitcoin”과 같은 문헌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비트코인 관할권이 제공하는 안정성은 이렇듯 많은 노드들의 ‘합의’에 의해 구성된다고 설명된다. 이는 마치 법률 관할권이 사회적 합의를 법률로 정하고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은 법률과 선행 판례 등으로 이루어진 ‘법리(Jurisprudence)’에 따른 해석을 포함하는 추론의 절차를 거쳐 적용되는 것과 유사하게 ‘유효’하고 ‘합법’적인 사실을 확정하고 규칙을 강제하는 것과 유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관할권에는 법률 관할권에서 ‘법리 해석’이라고 불리는 추론의 공간이 없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은 관할할 수 있는 사건(상태 갱신 이벤트) 조차 법률로 정해서 제한하였기때문이다. 즉 비트코인 관할권 내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것이 관할 대상이 사건이라면 거래의 유효성과 상태 갱신의 자격을 검증하여 장부에 기록되고 관할 대상이 아니라면 검증 절차도 없이 폐기되어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비트코인 관할권에는 ‘법의 원천’이나 ‘해석’에 대한 법리는 없으며, 그것의 결과적 상태에 대한 ‘비판적 접근’만 허용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추론’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으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다양한’ 사건을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한 다양한 사건에 대한 ‘법률’을 모두 사전에 가지고 있어야 하기때문이다. 이는 관할권에 참여한 공동체가 처음부터 ‘다양한 사건’에 대해 미리 합의를 하거나, 새로운 ‘사건’에 대한 합의를 규칙에 추가하는 사회적 비용(입법 비용,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포크)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은 이 문제에 대해 한 가지 단서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비트코인 스크립트다. 비트코인이 관할하는 대상은 UTXO의 잔액뿐이지만 그것이 실행되는 ‘조건’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사건’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 스크립트의 명령어 중 상당수는 ‘비활성화’가 불가피했는데, 그 이유는 비트코인 노드를 실행하는 기기들의 차이에 의해 다른 결과를 내는 문제와 연산에 사용되는 메모리의 오버플로우(저장 가능 점위를 넘어서는 숫자의 저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연산 오류 문제) 문제가 ‘다양성’을 제대로 포괄할 수 없었기때문이다.(이는 향후 이더리움이 해결하고자 한 중요한 문제였던 튜링 완전한 조건 프로그래밍과 실행 문제의 핵심적 모티브였다.)

비트코인 관할권에서 사실의 확정

이 관할권에서 ‘사실’은 어떻게 정의될까? 이 관할권에서 ‘사실’이란 블록 내에 포함되어 ‘트랜잭션’이라 불리는 ‘사건’에 영향을 주거나 받는 특정한 UTXO와 그 안의 ‘잔액’ 뿐이다. 즉 관할권이 규율할 대상이 되는 거래의 거래 대상이 ‘UTXO의 잔액’ 외에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거래의 당사자들은 어디 있을까? 그것은 ‘주소’와 ‘전자서명’으로 존재하는 ‘전자서명’의 행위능력으로 존재하는 주체다. 그들은 물리적으로 관할권 내에 있는 것이 아니며 ‘논리적 주체’다. 관할권은 그들에게 어떻게 ‘법칙적 규율’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 ‘논리적 주체’들이 비트코인 관할권 내에서 가진 유일한 행위능력인 ‘트랜잭션을 생성할 능력’, 즉 거래 전표를 발행하는 능력을 행사한 결과인 ‘트랜잭션’을 블록 내에 포함시킬 것인지 포함시키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관할권의 기능으로 규율된다. 트랜잭션이 블록 내에 저장되면 그 트랜잭션에 의해 생성된 UTXO의 ‘잔액’은 ‘확률적 사실’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확률적 사실’은 그 UTXO를 포함한 블록에 후속으로 생성된 블록들의 체인이 ‘재구성’(re-org)에 의해 해당 ‘확률적 사실’을 포함한 블록을 제거하지 않고 이어붙으면 사실로서의 확률이 증가한다. 그러나 그 확률은 영원히 1이 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비트코인 관할권에서 ‘사실’을 확정하는 기능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비트코인 관할권에서 ‘사실’이 이렇게 정의된다면 특정 블록에 포함된 UTXO의 ‘잔액’이라는 사실을 기초로 발생한 후속 사건은 ‘확률적으로만 합법적’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을 기초로 안정적 거래를 만드는 것은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6개의 블록이 뒤이어 붙은 블록 내에 기록된 UTXO의 잔액은 사실상 확률이 1에 가깝고 이는 ‘감수할만한’ 위험이 된다. 또한 비트코인 관할권은 거래 당사자가 위험을 감수한 거래에 대한 ‘되돌림’(roll back)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법률 관할권이 최종적으로 ‘사실’을 확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되돌릴 수 없는 거래’는 거래 당사자에게 심리적으로 강한 긴장을 만들며, 이를 감당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법률 관할권에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의해 확정된 사실만을 기초로 거래를 생성하는 것이 ‘대중적이지 않다’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비트코인이 거래 주체로 가정한 ‘논리적 주체’는 ‘대중’이라고 볼 수는 없다.

비트코인 관할권은 ‘사실’의 구성요소 중 ‘시간’에 대한 요소를 ‘사건’에 제공하는데, 그것은 바로 블록의 번호(block height)다. 더 큰 블록번호를 가진 블록에 포함된 UTXO가 그보다 작은 블록번호를 가진 블록에 포함된 UTXO보다 나중에 발생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시각에 대한 이런 비트코인 관할권의 정의는 ‘동시성’에 대해 특별한 정의를 낳게 된다. 그것은 바로 같은 블록에 포함된 UTXO를 생성한 트랜잭션은 모두 ‘동시에’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누군가 1 BTC를 보내는 트랜잭션을 오후 3시 35분에 생성했고 다른 사람이 0.5 BTC를 보내는 트랜잭션을 오후 3시 44분에 생성했다 하더라도 그 두개의 트랜잭션에 담긴 UTXO가 같은 블록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두 사건은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 된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관할권 내에서 관할 대상이 되는 ‘사실’들을 참조하는 ‘거래’(사건)는 거래 당사자 쌍방이 서명하는 거래가 아니다. 거래의 일방이 자신이 통제권을 가진 ‘사실’을 변경하는 ‘이벤트’(송금 트랜잭션)를 만드는 ‘선언형’ 거래다. 이는 가치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 거래 중 가장 단순한 형태의 거래로, 이것에 의해 구성된 최소한의 가치시스템에 대해 ‘결함없는 관할권’을 작동시킬 수 있다면 ‘확장’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기때문에 비트코인이라는 ‘실험실’에게는 충분하다.

비트코인 관할권에서의 ‘규칙 강제’

‘되돌릴 수 없는 거래’라는 메카니즘은 비트코인 관할권에서 거래 안정성을 위해 ‘규칙 강제’ 기능을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명확한 가치를 지닌다. 특정한 UTXO의 ‘잔액’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은 변조 불가능하고 자기 유효성 검증을 위한 정보를 완결적으로 가지고 있는 UTXO 안에 포함된 ‘유효한 전자서명 권리 주체’에게만 있고, 그 주체가 서명한 트랜잭션에 의해 변경된 ‘잔액’은 UTXO를 블록 안에 포함하여 ‘확률적 사실’을 발생시켜 거래를 강제한다.

비트코인 관할권에서 이를 되돌리는 것을 막는 강제력은 관할권을 구성하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노드들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를 ‘합의 메카니즘’이라고 부르며 비트코인의 합의 메카니즘은 PoW(Proof of Work)이라고 불린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합의에 의해 ‘사실’이 확정되면 그것이 곧 ‘규칙’을 강제하는 효과를 낸다는 점이다. 다른 거래 관할권들은 ‘사실’이 법률의 ‘바깥에’ 있기때문에 실체적으로 관할하기 위한 별도의 물리력을 필요로 했지만 비트코인 관할권은 자신이 관할하려는 대상인 ‘잔액’을 포함하는 장부(사실의 공간)를 직접 통제하고 있기때문에 ‘사실 확정’ 자체가 ‘규칙 강제’의 효과를 갖는 것이다. 거래와 거래 대상이 모두 ‘단일 도메인’ 내에 있기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비트코인 관할권과 ‘단일 도메인 거래’

그렇다면 비트코인 관할권이 거래 안정성을 보장하는 거래는 ‘단일 도메인’ 내에 거래의 모든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것의 의미를 보여주는 가장 단순한 예는 ‘중앙화 거래소에서 이루어진 비트코인 거래’는 비트코인 관할권 내에서 발생한 거래가 아니므로 비트코인 관할권이 거래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래소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생성한 매도 주문에 대해 매수 주문을 냈다는 것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안의 ‘논리적 주체’가 아니라 ‘거래소 계정 시스템 내의 주체’가 ‘거래소의 거래 체결 시스템’ 내에서 발생시킨 ‘사건’이 일어났고 그 결과로 거래소 계좌 시스템의 잔액의 상태가 변경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비트코인 관할권 밖에서 일어난 일이고 비트코인 관할권이 사실을 확정해 줄 수도 규칙을 강제할 수도 없다. 누군가 7,000만원을 주고 거래 상대방에게 1 BTC를 받기로 한 거래를 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7,000만원을 주고받은 당사자들은 비트코인 관할권 내에 존재하는 규율 대상이 아니고, 7,000만원을 줬다는 것이 ‘사실’인지도 비트코인 관할권은 확정할 방법이 없다. 즉 이러한 거래의 거래 안정성은 비트코인 관할권이 아니라 그 거래소가 있는 국가의 법률 관할권이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이 만드는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단일 도메인’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주소로 식별 가능한 비대칭 암호 알고리즘의 퍼블릭키에 의해 검증 가능한 전자서명을 포함하는 트랜잭션을 생성하는 ‘논리적 주체’와 그 주체가 생성한 UTXO의 생성 또는 잔액 변경 사건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UTXO의 ‘잔액’을 포함하며, 거래의 요소가 이것들로만 구성된 거래에 대해 거래 안정성을 보장한다. 그리고 그것은 ‘법칙적’이어서 일탈이 불가능한 거래 안정성이다. 그러므로 이 관할권은 사후적으로 벌을 주는 규범적 기능을 포함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단일 도메인 거래만으로는 현실의 가치시스템과 같이 복잡한 여러개의 거래로 구성된 가치시스템을 온전하게 관할하기는 어렵다. 이 문제는 비트코인 프로젝트가 ‘상용’ 프로젝트로 고안되었다기 보다는 ‘개념증명’ 프로젝트 성격이 강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사토시는 조금 더 복합적 가치시스템을 다루기 위해서는 관할 대상을 확장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을 위한 개념을 비트코인 시스템 안에 제한적으로나마 구현했다. 그것이 거래의 실행 조건을 정의하고 실행할 수 있는 스택 기반 언어인 ‘비트코인 스크립트’다.

비트코인 관할권의 한계와 사적 관할권

그러나 비트코인 관할권은 그것이 ‘온라인 상에서 단일 도메인 내에 있는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개념적으로 증명하기는 했지만, 그 대상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에서 정의된 ‘회계시스템’의 ‘전표’이자 ‘장부’인 UTXO의 ‘잔액’ 뿐이다. 그리고 ‘사실확정’을 위해서는 6개의 블록생성 시간인 약 60분의 시간이 요구된다. 이 정도의 관할권이 현실의 가치시스템을 작동시키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까? 비트코인 관할권은 ‘개념검증’을 위한 것이기때문에 가치시스템을 완결적으로 관할권 내에서 구성하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제약으로 인해 비트코인 관할권 내의 거래를 기초로 한 가치시스템은 거래 안정성을 보장하는 ‘다른 관할권’을 활용한 가치시스템이 가장 전형적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중앙화 거래소에서 구성되는 가치시스템이지만, 그 가치시스템은 비트코인 관할권이 완결적으로 거래 안정성을 보장하는 가치시스템이 아니기때문에 이 글에서 주로 다루려는 주제의 범위 밖에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관할권을 확장하여 비트코인 관할권이 가진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관할권이 제공하는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기능을 이용하여 다양한 거래를 생성하고 이를 사용해 가치시스템을 구성하는 다른 방식도 있다. 이른바 비트코인 관할권 내의 ‘논리적 주체’들 간에 ‘사적 관할권’을 암호학적으로 생성하여 처리하는 거래인 ‘라이트닝 네트워크 거래’를 이용한 가치시스템 구성이 그것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생성에는 암호학적 원리 외에도 비트코인이 ‘다양한 조건에서 실행되는 거래’를 만들기 위해 제공하는 ‘비트코인 스크립트’가 사용된다. 이렇게 생성된 라이트닝 네트워크 내 거래는 일시적으로 비트코인 블록 안의 ‘사실 확정’ 기능을 이용하지 않고 거래를 처리하면서도 비트코인 관할권의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기능이 제공하는 거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의 거래다. 이를 이용하면 좀 더 다양한 유형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기때문에 가치시스템을 관할권 내에서 완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이는 현실의 가치시스템 구성에서 ‘계약’에 의해 ‘사적 관할권’을 생성하여 법률의 ‘추론 공간’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유형의 거래를 고안하여 거래 비용을 낮추고 속도를 높여 가치시스템을 진화시키는 것과 상당히 닮아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비트코인 스크립트로 생성된 ‘에스크로’(거래 종결 시까지 자금을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에게 위탁하는)와 유사한 ‘채널’ 기능을 사용하여 모든 거래 당사자가 보유하는 공동 예치 장부와 거래 참여자 간의 회계 결산 기능(커밋먼트 트랜잭션)을 이용하여 거래 안정성을 확보한다. 이는 거래 참여자들이 구성한 일종의 ‘사적 관할권’이라고 볼 수 있는데, 현실에서도 이러한 ‘사적 관할권’ 내 거래 방법은 거래효율성을 위해 흔하게 사용된다. 이를 사용하면 채널에 예치한 자금 중 라이트닝 네트워크 내의 거래에서 사용되고 남은 금액을 인출할 때만 비트코인 관할권의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기능을 사용하는 거래가 가능해진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블록체인의 진화 과정에서 ‘관할권 기능’의 활용 비용이 높고 처리 속도가 느린 상태에서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레이어2 메카니즘의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한다.

게다가 이러한 ‘사적 관할권’의 개념은 ‘스마트 컨트랙’에 의해 생성되는 ‘사실확정과 규칙강제를 위한 파생적 도메인’의 개념에도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스마트컨트랙으로 정의한 새로운 종류의 ‘사실’과 ‘규칙’에 대해 관할권과 같이 작동하면서 이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강제하는 상황에서만 관할권이 제공하는 기능을 부분적으로 활용한 새로운 관할권, 즉 ‘사적 관할권’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일 도메인’ 내의 거래로서의 거래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사적 관할권’을 활용하여 다양하고 빠른 거래 처리를 활용하는 가치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가가 비트코인 관할권의 중요한 과제다.

비트코인 관할권의 ‘시간’과 사적 관할권의 ‘시간’

‘사적 관할권’이 ‘빠른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이유는 비트코인 관할권이 제공하는 ‘시간’을 사용하지 않기때문인데, 사적 관할권은 한번의 ‘사실 확정’을 위해서 ‘사적 관할권’ 내에서 정의된 다른 종류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사적 관할권’ 내에서 시간이 다르게 정의된다는 것은 ‘사실 확정’을 위한 메카니즘이 다르게 작동된다는 의미다. 비트코인 관할권의 ‘시간’은 ‘확률적 사실 확정 주기’로서의 ‘시간’인데, 이는 다른 조건없이 블록이 한번 생성될 때마다 ‘사실’의 확률적 확정도가 증가한다. 그러나 ‘사적 관할권’ 내의 시간은 다른 조건으로 사실을 확정하기때문에 다르게 흐른다.

이는 비트코인 이후에 ‘빠른 거래’를 위해 블록체인 메인넷 즉 관할권 자체의 시간을 빠르게 하려는 시도(Avalanche나 Solana 같은)가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메인넷에서 블록 생성주기를 짧게 하려면 관할권의 비용을 전체적으로 상승시키게 되는데, 메인넷 위에서 작동하는 스마트컨트랙 중에서 메인넷의 ‘시간’ 개념을 사용하는 트랜잭션은 표준화된 토큰 이전 정도에 제한되며, 이는 대부분의 스마트컨트랙 내의 ‘사실확정’과 ‘규칙강제’가 메인넷의 시간 개념을 사용하지 않기때문에 스마트컨트랙으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의 속도를 높이는 것과 메인넷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에서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할권 비용을 전체적으로 높이는 ‘시간’ 개념을 가진 ‘빠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스마트컨트랙에 의해 생성된 ‘사적 관할권’인 애플리케이션(dapp)이 관할권의 시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오해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더리움이 채택한 스마트컨트랙의 개념을 원리적 검토없이 받아들인 메인넷들에서 그 오해는 복제된다.이는 ‘스마트컨트랙’이 만들어내는 것이 메인넷 자체와는 다른 ‘사실 확정’ 도메인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거래 처리속도가 비트코인 메인넷의 블록생성 주기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차이는 명백해진다. 비트코인 메인넷의 블록생성 주기가 현재의 10분에서 1분으로 줄어든다고 하면,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거래를 처리하는 속도에 영향을 줄까? 그렇지 않다.

이는 ‘사적 관할권’ 내의 거래처리 속도는 메인넷의 블록생성 주기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시간’만이 아니라 ‘사실 확정’이나 ‘규칙 강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적 관할권’은 그 기반이 되는 ‘공적 관할권’의 기능을 사용하여 생성되고 청산되지만 공적 관할권이 제공하는 거래안정성의 기반은 ‘사적 관할권’ 내에서 작동하는 거래에 직접 거래 안정성을 제공하지 않는다. ‘사적 관할권’ 내의 거래에 거래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은 ‘사적 관할권’에 의해 정의된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 메커니즘에 의존한다. 비트코인 라이트닝에서의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메커니즘은 ‘커밋먼트 트랜잭션’이다. 그리고 그것이 생성되는 주기가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시간’이며, 채널 참가자가 서명을 중단하면 라이트닝 네트워크 내의 시간은 멈추기도 한다.

3부를 2회로 나누는 것이 불가피하여 이번 회는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다음 회인 3–2부에서 다루려는 [이더리움의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도메인]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긴 분량으로 이루어질 것이기때문이다. 이더리움은 Web3.0 경제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한 관할권의 원형을 제공한 프로젝트이고 후속 프로젝트들은 이더리움의 블록체인 관할권 개념을 그대로 이어받거나 부분적으로 변형한 것이어서, 이더리움의 사실확정과 규칙강제에 대해 세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마트컨트랙’을 이용하여 구성되는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이나 마찬가지로 스마트컨트랙으로 앵커링된 레이어2 체인은 Web3.0 경제시스템 설계와 관련하여 매우 비중이 높은 논제이므로 이를 ‘사적 관할권’이라는 개념으로 어떻게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4부에서 다루어질 ‘블록체인 관할권 내 가치시스템 구성’에 대한 논의에 필요한 기초 개념들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장중혁 — 블록체인경제연구소장, 크립토워커스다오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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