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큰그림 1- 블록체인 입문

Jay Park
Grabity
Published in
10 min readNov 26, 2018

구석기 중개자들

박씨(30)는 내 집 마련의 꿈 하나로 30이 될 때까지 열심히 돈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 그래서 저금리의 주택자금대출을 알아봅니다.

정부지원 저금리 구입자금 대출 조건

인터넷에서 대충 이런 문구를 보고 룰루랄라 은행을 찾아갑니다. 은행에 방문해 대출 상담을 신청하고 신분증을 내밀었더니 은행원은 주택매매분양계약서, 건물(토지)등기사항전부 증명서(구.등기부등본), 주민등록등본 및 인감 증명서 외 기타 추가서류를 준비하라 합니다. 대출 대상과 금리만 확인하고 신분증만 챙겨간 박씨는 너무나 많은 서류에 정신을 못 차립니다.

실제 대출 준비 서류 / 출처-http://nhuf.molit.go.kr/FP/FP05/FP0503/FP05030102.jsp

회사 시간 쪼개며 어찌어찌 서류를 준비해 갔더니 서명하고 작성해야 할 종이 서류가 더 많습니다.

그래도 박씨는 자신의 통장에 찍힌 대출금을 보며 내심 자신이 기특합니다. 이제 박씨는 주택을 보러 갑니다. 집을 고르고 났더니 부동산에서 또 서류를 준비해 오라 합니다.

부동산 매매시 필요 서류 / 출처-http://nimo5858.tistory.com/12

하하. 박씨는 웃음부터 났습니다. 그래도 은행 대출시 중복되는 서류도 있어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류를 떼서 오라고 하네요? 서류에도 유통기한이 있단 사실에 박씨는 통곡합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우리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연결되어 있고 원한다면 지금 당장 서로의 얼굴을 보며 통화도 할 수 있죠. 그런데 왜? 은행의 신용 관련 업무와 부동산의 권리 관련 업무는 인터넷으로 하지 못하는 건가요.

이런 업무 뿐만이 아닙니다. 주식 거래는 버튼 한번으로 처리되지만 최종정산까지는 며칠이 걸립니다. 심지어 중간 단계에서 여러 수수료 마저 가져갑니다. 해외 송금이나 결제 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결제가 얼마나 많은 중개자를 거치며 수수료를 쏙쏙 빼가고 있는지 알면 놀라실 걸요?

원화 해외 결제시 구조출처-https://www.yna.co.kr/view/AKR20150323136800805

위에 결제 과정을 보면 수수료로 최대 10%가 나갑니다. 그런데 심지어 바로 결제 대금이 바로 청구 되는 것이 아닌 몇 주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 후에야 정확하게 얼마가 빠져나갔는지 알 수 있죠. 돈을 송금하는 것은 단지 내 계좌와 상대방 계좌의 숫자가 바뀌는 것인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요?

이렇게나 오래 걸리면서 적지 않은 수수료를 떼어 간다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가족들을 위해 먼나라에 가서 외롭게 고된 일을 하며 자기 쓸 돈 최대한 아껴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더더욱 불합리 한 일입니다.

은행의 신용 관련 업무, 부동산의 권리 관련 업무 그리고 해외 송금까지 정보화시대를 넘어 언제,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시대에 발 맞춰 따라오지 못했다는 생각에 공감하시나요?

신용과 권리 관련 업무가 이렇게 뒤처진 이유는 지금의 인터넷에서는 ‘정보의 이동’은 가능하지만 ‘가치의 이동’은 불가능 하기 때문입니다.

정보의 이동에서 가치의 이동으로

이메일로 제가 작성한 문서 하나를 보내려 합니다. 원본은 제 컴퓨터에 남아있지만 메일로 보낸 문서 또한 제가 가지고 있는 원본과 같은 파일입니다. 그 파일들을 한 폴더에 두려하면 무엇이 원본인지 몰라 덮어쓰겠냐고 컴퓨터가 물을 겁니다. 이 문제를 ‘이중지불의 문제(double spending problem)’이라고 부릅니다.

‘이중지불’은 제가 이메일로 문서를 전송할 때는 필요한 기능입니다만 우리가 앞서 본 신용이나 권리 혹은 송금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문서 파일처럼 내 계좌에 있는 돈 100만원을 Ctrl+C 해서 Ctrl+V하면 100만원이 떡하니 생기는 겁니다. 혹은 송금을 해도 해도 마르지 않는 계좌를 가지게 되는 겁니다. 상상해보니 좋은데요? 하지만 나 말고 남들도 하게 되면 좋지만은 않겠죠. 아마 금융시스템 자체가 사라지게 될 겁니다. 이러한 이중지불의 문제 때문에 가치의 이동은 온라인 상에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터넷 시대 이전부터 이용하던 은행이라는 중개자를 인터넷 시대에서도 필요로 합니다. 은행을 끼고 온라인 상에서 가치를 이동시키는 것이죠. 은행은 인터넷 시대에서도 여전히 사회적 신뢰를 담보해줍니다. 사람들이 화폐 이동의 정보를 제공하면 그것을 본인들의 서버를 통해 화폐 이동 경로와 발, 수신자를 검증하고 기록하여 ‘가치’로 바꿔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수수료를 지불합니다.

그렇다면 송금에 대한 검증을 해주고 내 신용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은행은 고맙기만 한 존재일까요? 내가 내는 수수료는 당연한 건가요?

항공사들이나 호텔들은 취소될 예약들에 대비하여 20%정도 오버 부킹합니다. 제가 실제로 호텔에 갔는데 내 방이 예약은 되어있으나, 이미 방이 다 찬 상태라 이용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했더니 초과 예약을 받았기 때문이라 합니다. 하하 웃어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분노한 저는 업그레이드 된 숙박권 두 장을 받아 들고 문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물론 그 숙박권 마저 다른 날 사용해야 하는 이용권들이었죠. 자. 그렇다면 은행은 어떤가요? 은행에 저금해 둔 돈을 우리 모두가 한날 한시에 찾으려 하면 은행은 주지 못합니다. 호텔처럼 죄송하니까 다음에 이용해달라고 이자를 높게 쳐서 예금을 돌려주지도 않습니다.

은행엔 모두에게 동시에 지급할 만한 돈이 없습니다. 이미 시중에 돌아다니는 통화량은 실제 화폐 발행량의 약 6~7배에 이릅니다. 오버 부킹 600%입니다.

은행에서 사람들은 대출을 받으면 그 사람은 그에 대한 이자를 지출하고 대출금은 사용을 합니다. 그 대출금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금고에 돈을 넣어두지 않는 한 대출금은 다시 은행으로 돌아갑니다. 은행은 계속 숫자만 바꿔가며 대출마진을 얻습니다. 은행이 계속해서 돈을 굴린 결과가 실제 화폐 발행량의 6~7배인 것입니다.

이 뻥튀기 장사는 기어이 2008년 미국에서 터지고야 맙니다. 9·11사태 이후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에 미국 금융회사들은 이를 이용하여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였습니다. 초저금리에 부동산은 불패라는 믿음이 주택 시장의 거품을 만들어내고, 신용과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도 주택 자금을 대출해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성황하게 됩니다.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가격이 하락하고 시장 금리가 상승하자 대출자가 결국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은행에 돈이 돌아오지 않으니 은행은 돈이 없어져 점점 부실화 되고 자산유동화증권들의 가치가 하락하다 결국은 파산을 하게 됩니다.

출처: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08102302011857729001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사태는 신뢰 장사의 붕괴입니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재앙에 가깝습니다. 결국 600만명이 집을 잃고 800만명이 직장을 잃었으며 5조가 증발하게 됩니다. 한 순간에 집을 잃고 직장을 잃은 것입니다.

월 스트리트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합니다. 엄청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만들어낸 금융시스템이 고작 이거냐? 라며 불신과 분노의 목소리를 냅니다. 이 목소리는 1%인 은행, 금융 대기업, 정부에 대한 99%의 목소리입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그 해 10월 31일 ‘Bitcoin :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비트코인 : P2P 전자화폐시스템) 논문이 사토시 나카모토의 이름으로 올라옵니다. 그 논문을 요약하면 ‘1% 너희 빼고 99% 우리끼리 P2P 환경에서 거래할게’ 입니다.

실제로 그는 2009년 2월 11일 비트코인 버전 0.1을 발표하며 개발 동기를 밝히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그는 “We have to trust them with our privacy, trust them not to let identity thieves drain our accounts.” 라며 이제는 그들이 우리의 계좌를 말라가게 하지 않고 우리가 직접 알아서 하겠다! 라고 말합니다.

사토시가 말한 P2P가 뭔데?

P2P 환경에서는 중앙 관리자도 중개자도 없습니다. 은행이 없는 예를 들어볼까요.

마을주민이 30명인 섬마을이 있습니다. 이 섬마을에는 은행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끼리 돈을 빌려 줄 때 한 명의 보증인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보증인과 짜고 사기를 치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30명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돈을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그 돈이 누가 누구한테 얼마를 줬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죠. 이때 사기를 치려면 마을 사람들 과반수 이상을 포섭하거나 마을 사람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기억을 조작해야 합니다.

이 섬마을처럼 모든 사람들이 이어져 있는 환경이 사토시가 말한 P2P환경입니다. 중앙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닌 모두의 합의하에 거래가 보장되고 이루어집니다. 즉, P2P환경은 집단지성입니다. 또한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는 것, 그리고 기억을 조작할 수 없다는 것 이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 입니다.

섬마을을 벗어나 수천 수만 수억 명이 존재하는 지금의 온라인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P2P 환경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 P2P 환경에 있는 수억 명이 마을 사람이 되어 섬마을과 마찬가지로 서로가 신뢰할 수 있고 모두가 한 데이터를 나누며 그 데이터는 조작이 불가능하다면 탈중앙화가 가능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중개자 없이도 ‘가치’의 전송도 가능해 지는 것입니다.

중개자 없는 ‘가치’의 전송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가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은 화폐시스템이며 동시에 그 시스템에서 활용되는 화폐 단위입니다. 그 화폐시스템을 구동할 수 있게 한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그런데 P2P환경 또한 온라인 환경입니다. P2P 만으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이중 지불’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악의적인 피어가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리려하는 것과 같은 경우의 익명 Peer들 사이에서의 신뢰문제도 있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논문 다섯 째 줄에 이렇게 썼습니다.

“We propose a solustion to the double spending problem using a peer-to-peer network. The network timestamps transactions by hashing them into an ongoing chain of hash-based proof-of-work.”

이중 지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P2P 네트워크에서 타임스탬프(timestamps), 해시(hash), 작업증명(proof-of-work) 이 3가지를 제시하였습니다. 이때 P2P 네트워크는 집단지성의 힘을 이용함을 알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장부를 분산하여 저장하고 공개하는 것이죠. 이 덕분에 데이터의 무결성과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분산 장부 기술(decentralized ledger)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무결성: 모든 사용자는 자신이 검색하고 있는 데이터가 기록된 이후로 변경 또는 손상되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음.

투명성: 모든 사용자는 과거로부터 블록체인이 어떻게 추가되어 왔는지 확인할 수 있음.

P2P 네트워크 위에서 이중 지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타임스탬프, 해시, 작업증명은 무엇일까요? 도대체 어떤 기술이기에 이중 지불의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에게 ‘가치’의 전송이 가능한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일까요? 다음 포스팅에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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