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인천콘텐츠 코리아 랩에서 그래픽디자이너 ‘신동혁’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늦게 일어난지라, 부랴부랴 씻고 인천콘텐츠 코리아 랩으로 향했습니다. 예전에 GDG Incheon 행사때 한번 가봤음에도 불구하고 좀 해맸습니다.
원래는 일찍 온 사람들로만 한해서 선물 증정한다고 했는데 10분정도 늦게 들어갔음에도 좋은 선물을 주셨습니다.
주제를 파악하라
실제 강연주제는 ‘개념의 무게’ 입니다만 원래는 ‘주제를 파악하라’였습니다. 주최측에서 너무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비추어서 이를 ‘개념의 무게’로 바꾸었구요, 금일 강연 오기전 갑자기 바뀌어서 최종은 ‘발상과 표현’이었습니다. (발상과 표현하니까 입시때의 슬픈 기억이…)
허나, 강연을 듣고나선 원 주제인 ‘주제를 파악하라’라 확실이 가장 잘 어울리는것 같았습니다.
즉,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 의해 배경지식이나 사고방식등이 좌지우지 된다는 뜻입니다. ‘각자 살아온 환경경에서 자라면서 쌓인 자신만의 이야기를 디자인에 잘 풀 수 있어야 한다’가 이 주제의 핵심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상당히 유사해서 놀랬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이 환경을 만든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환경이 사람을 만든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해하자면, 다음의 Article을 참고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환경, 즉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소재와 특성등을 가지고 디자인한 사례 입니다.
타이포 시간에 교수님이 하신 말씀도 있습니다.
외국 유명한 글꼴 디자이너가 한글디자인을 하면 어색하고 이상해진다.
반면 한국 글꼴 디자이너들은 둘다 잘한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영문 글꼴들은 모두 영문권에서 나온 글꼴들을 사용합니다. (섞어 쓰기)
당연한거지만, 아무래도 한글 글꼴 디자이너들은 한글을 쓰는 자국생활에서 자라왔고 그렇기에 무의식중에라도 한글을 가장 잘 이해하기 때문인거고, 영문 글꼴을 다룰 수 있는 것은, 한국 사회가 서구권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 어떻게 살아왔는가? 등을 곰곰이 곱씹어보고,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지표를 설정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신동혁의 작업들
곧이어서 본인이 작업한 작업물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항상 아쉬웠던 것은 미술관이나 어딜 가던간에 작업한 작가의 제작과정이나 의도등을 알 수가 없는데 이번 강연에서는 어떤 사고와 프로세스를 가지고 진행했는지 알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예를들어, 작년 장성은씨의 강연을 들 수 있겠네요.
제가 보기에 쿠데타라는 이미지도 센데, 거기다 빨간색으로 표현하라니 너무 세다는 느낌이었어요. 고민을 많이 했죠. 자극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건가. 그때 역발상으로 ‘피스(peace)’ 마크를 떠올렸어요. 쿠테타인데 웬 평화?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음악으로 정복하겠다는 게 결국 음악으로 하나가 되겠다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피스 마크를 넣었는데 그 안에 ‘GD’라는 알파벳이 있더라고요.
“YG 핫스타 앨범재킷 만드는 장성은…그림 배운 적 없는 빅뱅 싸이 디자이너”, 조선 Pub, 2016.10.21, 10월호
그냥 GD앨범보고 예쁘네~ 하고 지나갔었는데, 실제 강연에서 저 내용을 듣고 난 뒤로는 앨범 하나하나에 무슨 의미와 의도가 담겨있을까? 생각을 하고 보곤 합니다.
내 생각으로 유추하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이너가 실제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의도했었던 내용들을 아는 것도 놓쳐서는 안된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 랑켄 슈타인
- Best of Best
- 사물학
- 애서가 총서
- 이윤성 개인전
- 권오상 개인전
- 김경태 사진집
- 백남준 플럭서스
- SeMA 전시 아카이브
- 민메이 어택
위의 자세한 작업물 및 신동혁씨의 다른 작품을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강연에서 소개한 작업들입니다. 대부분 타이포와 관련된 작업들이 많았으며, 열화현상을 중점적으로 사용한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백남준 플럭서스’의 포스터 작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레이어가 쌓이는 모티프와 앞면과 뒷면을 만들어 반전시킨것이 재미있었습니다.
Google 번역기를 이용해서 재 번역한 ‘애서가 총서’도 처음 한글에서 각국의 번역을 거쳐 다시 한글로 왔지만 원문과 번형된 원문의 차이, 정보화 사회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함등이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지원이 상당히 열악해서 프린트 지원등이 없는지라 주로 무한잉크젯을 구매해서 집에서 작업하는데 일반 가정용 프린터기를 이용해 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지를 실험한 ‘사물학’ 도 있었습니다.
질의 응답
사실 이 강연의 꽃은 질의 응답시간에 산업디자인과 학부생이 질문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논리(과정) VS 콘텐츠(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신동혁은 시각적인 부분보다 사실 대상을 이해하고 재해석하는 논리적인 과정을 거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어느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신동혁은 우리나라에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해 자기객관화를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합니다. 딱히 정답은 없으며, 자기가 무엇을 잘하는지(강연주제 “주제를 파악하라”)를 파악해서 둘 중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택하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신의 학부시절 동아리 이야기, 자신의 강점을 파악해서 격동체로 유명해진 장수영 디자이너등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한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더 있는데, 녹음 중에 전화한 친구 때문에 녹음이 끊겨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이 포스팅 자체가 나중에 내 자신이다시 기억하기 쉽게 정리하는 목적이 큰지라…)
핵심은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디자인에 이를 녹여낼 수 있다.” 인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디자인학부생들은 소통을 꺼리며 혼자 작업하기를 좋아하는데 그 것보다는 스터디나 동아리 등을 통해 하나의 작은 사회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쟁과 자신들의 포지션등이 생겨나기 마련인에 이를 잘 파악하고 자신의 디자인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슬럼프에 빠진 상태인데, 오랜만에 바깥구경도 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강연이었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