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게임 아이템은 완전한 내 소유의 자산일까?

Kyuntae Ethan Kim
해시드 팀 블로그
12 min readMay 20, 2020

Disclosure: 해시드는 투자 포트폴리오 관련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엄밀한 내부 규제를 시행하고 있고, 시장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법률, 세무, 투자, 금융 등 어느 측면에서도 책임 있는 조언이 될 수 없습니다. 즉 해시드는 이 글을 통해 어떤 종류의 금융 상품이나 디지털 자산의 거래를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힙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인터넷과 게임을 비롯한 가상 세계에서 보내고 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이 가상 세계에서 크고 작은 경제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가치를 주고받고 있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한국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리니지’의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아이템들은 적게는 수 십만원부터 많게는 수 억원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 아이템들은 실제로는 게임회사에 종속되어 있고, 온전히 내 소유의 아이템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이템의 데이터가 모두 게임회사 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고, 이 서버가 롤백(roll-back)되거나 사라지면 내 아이템은 하루 아침에 사라질 위험에 언제든 노출되어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사용하는 게임 내 아이템은 사실 회사의 소유지만 우리가 일시적으로 빌려 쓰는데 가깝고, 이 아이템을 빌린 동안은 마치 내 소유인 것처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아이템 사용은 그 동안 문제를 겪었다 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게임회사의 법칙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아이템들의 활용 면에서 발생한다. 완전한 내 소유의 아이템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에서 강제하는 환경을 벗어나서는 아이템을 누군가와 거래할 수도, 활용(전당포 담보대출, 빌려 쓰기 등)할 수도 없게 되어 버린다. 즉, 게임 회사가 만들어 둔 세상에서, 게임 회사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활용이 가능하고, 게임 회사의 의도를 벗어나는 순간 애초에 그러한 방식으로 아이템을 활용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이 아이템은 정말 유저에 귀속된 아이템인가?

그간 많은 사용자들이 플레이 해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리니지와 같은 온라인 게임에서 유저가 획득한 아이템은 분명 가치가 있지만, 이 아이템들을 통해 현실 경제 세계에서 이뤄지는 담보대출, 이자 지급이나 거래 등을 게임 내에서 자유롭게 할 방법은 많지 않다. 사실 이는 게임 설계에서부터 게임 기획자들의 의도와 상충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전통적인 게임 개발자들은 게임 내에서의 법칙이나 확률, 경제, 생태계 등을 완벽히 본인들 손 위에서 갖고 놀고 싶어했고, 이 변수들을 컨트롤 하면서 유저의 리텐션이나 게임의 매출을 증가시키는데 사용해왔다. 전통적으로 성공해온 게임들의 DNA는 바로 이 중앙화된 컨트롤에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게임 트렌드를 살펴보면 중앙화된 게임기획자 한 명의 머리에서 나온 게임들보다도, 플랫폼처럼 가능성을 열어두고 누구나 게임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게임들이 훨씬 더 큰 성공을 얻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나 Roblox와 같은 샌드박스류 게임들은 게임 툴을 사용해서 한 회사가 만들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다양한 게임방식들이 구현되고 있고, 게이머들이 열광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의 기원은 워크래프트3의 맵에디터에서 출발했다. Fortnite나 PUBG와 같은 타입의 게임 또한 그 기원은 Arma3의 게임 모드(Mod)에서 출발했다. 게임 내 생태계와 환경을 서드파티 개발자들에게 더 많이 열어주고 개조하게 해주면 개발자들은 본인들의 창의성을 발휘해서 유저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AOS 타입 게임의 창시격인 Dota는 Warcraft3 Map Editor로 만들어졌다

앞서 이야기한 한국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인 리니지에서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리니지 게임 내에는 개 경주장이란 곳이 있었다. 개 또는 슬라임들이 출발 신호에 따라 경주를 하고 승자를 가리는 곳인데, 이곳에서는 유저가 원하는 개나 슬라임에 게임머니를 베팅하고 돈을 딸 수 있다. 이 개 경주장이 유행하고 있을 때, 경주장 근처에서 전당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다른 유저들의 값비싼 아이템을 잠시 맡아주고, 대신 게임머니인 아데나(Adena)를 빌려준 후, 빌려준 돈에 이자를 쳐서 갚으면 다시 아이템을 돌려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아주 원시적으로 전당포 역할을 하는 유저의 정직성에 기대는 시스템이었고, 여기서 사기가 발생하거나 유저가 잠수를 타더라도 이 리스크에 대한 감수는 온전히 유저들의 몫이었다. 게임회사가 전당포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게임사의 리소스 투입이 필요할 것이고, 이마저도 게임 기획자가 원치 않는다면 구현되지 못할 것이다. 만약 게임 내에 존재하는 아이템이 블록체인 위에 구현되어 있고, 이 게임 아이템을 활용하는 스마트컨트랙트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블록체인의 데이터는 누구에게나 오픈되어있고,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스마트컨트랙트 또한 누구나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당포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의 창의성이 폭발한다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재미있는 방식의 파생상품이나 거래 또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리니지의 개 경주장에는 항상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있었다

이처럼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 내에서의 자산이 블록체인을 통해 구현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분명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토큰의 소유권과 거래 자체가 게임회사의 그늘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완전한 소유권을 유저들이 가질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큰 효용이 있다. 단순히 게임에 종속되지 않고 소유권이 완전히 개인의 것으로 이전되기 때문에 거래에 큰 자유가 생기게 된다. 다시 말해, 게임에서 구현된 시스템을 따르지 않더라도 게임 바깥 세상에서 내 아이템을 누군가와 적절한 가치로 거래할 방법이 생긴다. 본인 소유의 디지털 아이템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하는데 게임회사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또한, 앞서 설명한 예제처럼, 블록체인을 통해 구현된 NFT와 토큰을 이용한 게임들은 ‘가능성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존재한다. 앞서 이야기한 ‘리니지’의 전당포 시스템도 그 중 하나이지만, 블록체인으로 구현된 디지털 아이템과 자산으로 게임 내 여러 사건들에 대한 예측을 토대로 다양한 파생상품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게임에서 PK(Player Killer)로 유명한 특정한 인물에 대해 현상수배를 스마트 컨트랙트로 만들고, 이 인물이 일정 기간 이내에 잡힐지 안잡힐지에 대해 베팅을 하는 파생상품같은 개념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UGC(User Generated Contents)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토큰이나 NFT와 결합한다면 정말 재미있는 가상세계가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게임 내에서 현상수배를 스마트컨트랙트로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번에 해시드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 중 하나인 노드게임즈/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NOD Games/NPLUS Entertainment)는 완전한 디지털 소유권과 게임 내의 거버넌스를 블록체인을 통해 구현한 후,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기 위해서 큰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6월 내에 출시 예정인 ‘League of Kingdoms’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서로 전쟁을 벌이는 MMO 전략 게임인데, 앞서 설명한 블록체인 게임의 기능들을 구현해두었을 뿐 아니라 유저들에게 게임이 가진 고유한 재미 또한 선사할 예정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기 이전에 게임은 그 자체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League of Kingdoms는 블록체인의 다양한 기능과 가능성을 기획으로 잘 융화시켜서 전통적인 게이머들까지 만족시킬만한 재미를 선사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미디움 블로그 글에 잘 나와있지만, 이 글에서는 앞서 설명한 블록체인 게임의 컨셉들이 어떤 형태로 League of Kingdoms에 녹아들어있고, 어떤 재미를 주는지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League of Kingdoms 게임에서 가장 기본적인 컨셉인 NFT로 구현된 땅에 대해 알아보자. 게임 내에 존재하는 땅(Land)은 그 소유권을 이더리움을 활용하여 NFT(ERC-721)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땅을 진정한 디지털 자산으로 구현하여, 땅의 소유주가 게임에서 일어나는 매출을 포함한 여러 가지 경제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물론, 블록체인에 소유권이 기록되므로 이 자산은 완벽한 개인의 소유라고 할 수 있으며, 거래, 처분, 활용 또한 완전한 자유다. League of Kingdoms에 존재하는 땅은 단순히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유일성(Uniqueness)만을 내세우는 개념이 아니다. 땅의 소유주와 땅위에 존재하는 킹덤을 운영하는 주체를 분리하여 땅 위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많아질수록 땅의 개발도(D-level)가 올라가고, 해당 땅의 주인은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게끔 게임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또한, 번화가에 가까울수록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가듯이 개발도가 높은 땅에서 나오는 보상은 주변의 땅으로도 조금씩 전파가 되게끔 설계하여 땅 주인이 어느 위치의 땅을 사고 팔아야할지에 대해 전략적인 고민을 하게끔 기획해두었다. 그리고 이 모든 데이터는 블록체인 위에 땅의 히스토리로 기록되기 때문에, 게임 론칭 때 같은 조건의 땅도 이후 어떤 역사를 거쳤느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 질 수 있다. 게다가 땅은 NFT이므로 게임개발사가 아닌 서드파티 개발사들이 이 데이터와 스마트컨트랙트를 결합해서 파생상품을 만들거나 전당포를 만드는 것 또한 완전한 자유가 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갖추어진다면, 땅의 소유주들은 게임에서 발생할 미래의 매출 현금흐름을 활용해서 다른 유용한 곳에 쓰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고, 본인들이 가진 땅의 가치를 더 상승시키기 위해 땅을 잘 개발해줄 유저나 연맹과 연합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상 세계의 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League of Kingdoms는 게임 상에 존재하는 땅의 선판매를 5월 25일부터 시작한다. ‘League of Kingdoms’가 앞서 이야기한 여러 중앙화된 게임 모델의 단점을 탈피하고, 개방성의 장점을 잘 살려 유저들의 창의성을 폭발시킬 수 있는 새로운 터전이 될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리그오브킹덤스에서 건물을 세우고 자원을 획득하는 땅은 모두 한정된 디지털 자산(NFT)이다

League of Kingdoms가 갖고 있는 두 번째 큰 특징은 게임 내 거버넌스를 블록체인으로 구현할 예정(게임 오픈 시에는 거버넌스와 투표시스템은 있지만 모두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할 예정이고,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모든 거버넌스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League of Kingdoms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하여 땅을 구현했고, 이 땅위에는 각각의 유저들이 운영하는 킹덤이 존재한다. 그리고 킹덤들이 모여 연맹을 이루며, 연맹들이 모여 의회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연맹과 의회의 운영에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한다. 게임의 기획상 땅과 왕국을 더욱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연맹활동과 의회활동이 필수적이고, 주요한 의사결정(예를 들어 의회/연맹의 세율, 보상의 지급비율, 다음 게임 업데이트에서 추가되었으면 하는 사항 등)들을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투표로 결정한다. 처음에는 몇 가지 단순한 파라미터 값들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겠지만, 게임이 더욱 발전됨에 따라 더 복잡한 주제에 대해서도 투표를 진행하도록 하여 게이머들이 함께 게임을 만들어가도록 할 예정이다. 개방형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게임 기획자와 게이머들 사이의 궁합을 통해 게임이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재미를 주는 점인데, 이러한 기능을 블록체인을 통해 극단적으로 탈중앙화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 매우 기대된다. 땅의 개발도를 올리고 킹덤을 부강하게 하기 위해 땅의 소유주, 연맹, 의회가 각자 어떤 식의 활동을 하고 어떤 의견을 내면서 서로 협력하고 견제할지 예측 불가능한 점이 이 게임의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모두 블록체인에 역사로 기록되어 특정 연맹이나 땅 소유주들의 특징, 성격, 패턴 등을 파악하고 전략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League of Kingdoms가 갖는 큰 재미 중 하나다.

League of Kingdoms의 거버넌스는 직접적인 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League of Kingdoms는 지금까지 설명한 여러 블록체인 게임의 특징들을 잘 구현하고, 이를 재미로 승화시킨 높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게임 아이템을 블록체인으로 구현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요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Z세대 뿐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들 또한 이미 게임이나 가상 세계에서의 활동에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는 가면 갈수록 더 많은 시간을 모니터 앞에서, 그리고 가상 세계 안에서 보내고 있다. 우리 인생에서 절대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지고 있는 가상 세계에서의 경제 규모는 더 이상 무시하기 힘들어졌다. 마인크래프트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맵이나 게임 로직들을 고려해봤을 때, 가상 세계에서 일어나는 생산이 의미있는 수준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자산들의 가치는 저평가되고, 믿을 수 없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치부되고 있다. 나는 블록체인이 게임이나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경제 시스템을 지탱하는 척추(backbone)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것이 자산의 디지털 전환을 일으키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게임은 언제나 그래왔듯, 새로운 기술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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