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규제 글로벌 사례 조사

Sofia Jung
해시드 팀 블로그
16 min readNov 21, 2019

한국이 참고하면 좋을 암호화폐 규제

2017년 9월, 금융감독원이 ICO 전면 금지를 발표한 후, 한국에서는 암호화폐 규제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습니다. 규제 공백의 상태임에도 우리나라는 월별 암호화폐 거래소 방문자 기준, 인구 대비 가장 많은 국민이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방문자 수로는 3위이지만 총 인구 대비 비율을 따져봤을 때, 다른 국가(6% 이하)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11%)를 보여줍니다. 그 어느 국가에서 보다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가장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입니다.

기업 수준에서도 우리나라 기반의 비즈니스들이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올해 5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클레이튼은 약 1000억원($90M) 규모의 펀드 레이징을 프라이빗 코인 세일 방식으로 성황리에 마무리했습니다. 이는 카카오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한 싱가포르 현지 법인을 통해 이루어졌고, 여러 해외 유명 투자사들이 펀드 레이징 라운드에 참여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인 테라도 해외 유명 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메디블록, 아이콘과 같은 국내 프로젝트들도 해외 법인을 통한 ICO로 각각 약 300억원, 230억원을 투자받아 현재까지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도 그 어느 국가보다 높고 국내 프로젝트들도 전세계적으로 산업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적절한 규제가 없어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기업들은 해외 법인 설립을 모색하는 추세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암호화폐 규제 체계가 정리되면서 다양한 암호화폐 시장 활동들이 제도화되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올해 9월 최초로 SEC의 승인을 받은 토큰 퍼블릭 세일(YouNow, BlockStack)이 마무리되었고, Bakkt 라는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은 뉴욕금융서비스국 (NYDFS)의 승인을 받아 최근에 출시됐습니다. 프랑스는 올해 4월 비트코인 거래로 인한 소득에 대한 세금을 기존 45%에서 19%로 인하하였고, 싱가포르도 교환 수단으로 사용되는 암호화폐를 상품 및 서비스 세금으로부터 면제하고자 함을 지난 7월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규제 마련의 시작점을 찍지 못한 우리나라는 어디서부터 어떤 방식으로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해당 글에서는 1) 전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규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2) 우리나라가 추후 법률을 마련할 때, 구체적으로 참고할 만한 규제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제시하면서 한국의 암호화폐 규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특히, 암호화폐 규제를 잘 마련하고 있는 국가를 살펴본다면, 암호화폐에 대한 잠재 리스크 관리와 시장 개방이 어떻게 양립 가능한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1. 암호화폐의 분류, 관할 기관, 그리고 규제 범위

암호화폐 규제의 시작은 아마 이 새로운 유형의 화폐를 어떻게 정의하고 분류하는지 부터 일 것입니다. 규제를 제정하는 모든 국가가 일단 암호화폐란 무엇인가, 가상화폐란 무엇인가 등으로 의미 정의를 먼저 하고 규제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높거나 조금 더 체계적인 규제를 마련하고자 하는 국가들이라면 암호화폐의 종류를 세부적으로 분류합니다. 대개 우선 증권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증권형과 비증권형 토큰)으로 나눕니다. 조사 대상이 된 국가들 중 약 32%의 국가는 더 구체적으로 토큰의 목적과 용도에 따라서 증권형 토큰, 지불형 토큰, 유틸리티형 토큰 세 가지로 구분해서 암호화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암호화폐를 정의하고 분류한 후에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시장 행위들에 대해서 정의하고, 그 중에서 규제 대상인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명확히 합니다. 예를 들면, 조사 대상 중 45%의 사법권은 채굴 행위를 규제 범위 밖에 있는 행위로 명시했습니다. 규제 대상 행위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해당 영역에 대한 관할 기관이 정해집니다.

관할 기관이 규제를 마련할 때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암호화폐 혹은 암호화폐를 포함한 핀테크 분야만을 위한 새로운 규제 체제를 만들기도 하고 (“bespoke”), 기존에 존재하던 규제 체제를 확장 및 개정하여 암호화폐에 적용하기도 하고 (“retrofitted”), 기존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합니다 (“existing”). 암호화폐 시장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나라 (e.g. 미국, 홍콩, 영국 등)일 수록, 기존 규제를 개정하여 적용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증권성을 가지는 암호화폐에 대해서 기존의 증권법을 확장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약 70%의 사법권이 증권성을 띠는 암호화폐의 배급과 거래를 증권법에 따라 규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과 같은 많은 금융 선진국은 기존의 증권법이 증권성을 가지는 암호화페에 적용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증권위원회 혹은 관련 기관이 관할하게 했습니다.

규제의 뼈대가 마련되면서, 규제 대상 범위가 확장되고 그 내용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사법권의 주요 관심사는 토큰 배급과 거래소였지만 이미 미국이나 싱가폴 등지 여러 사법권에서 암호화폐 결제와 보관에 대한 규제도 발빠르게 마련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FinCEN이 기존 MSB(Money Services Businesses) 라이센스가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Dapp)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발표했습니다. 싱가폴에서는 지불 서비스법(Payment Services Act)을 개정하여 암호화폐 결제 및 보관 서비스에 확장 적용해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체는 당국의 인증을 받고 라이센스를 취득해야 합니다. 즉, 규제의 뼈대를 마련한 국가들은 규제의 대상 범위를 확장하면서 구체화 시키고 있습니다.

위 내용은 Cambridge Center for Alternative Finance에서 발표한 “Global Cryptoasset Regulatory Landscape Study”를 요약한 것임을 밝힙니다.

2. 암호화폐 규제 사례 조사 : 싱가폴, 홍콩, 미국, 태국

각 국가들이 점차 규제 체계를 구체화하면서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사례들도 다양해졌습니다. 각 국가별로 규제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어느정도 비슷하여 위와 같이 전반적인 트렌드를 간략히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구체적인 규제의 내용 측면에서는 각 국가마다 구체성의 정도는 물론, 세부사항 또한 다양합니다. 따라서, 추후 우리나라가 규제를 마련할 때 참고할 만한 몇몇 국가들의 규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암호화폐 규제를 마련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싱가폴, 홍콩을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미국과 태국도 부분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싱가폴과 홍콩은 아시아의 글로벌 금융 허브 국가인 동시에 STO, 거래소, 크립토 펀드 등의 규제 체계가 잘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많은 펀드나 스타트업이 이 두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여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미국의 경우, 큰 틀에서 연방법이 존재하긴 하지만 각 주별로 각기 다른 암호화폐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명확하게 하나의 프레임으로 정리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암호화폐 움직임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국가이고, 각 주 별로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분주하게 마련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태국은, 시장 규모의 측면에서 암호화폐 산업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여타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구체적이면서도 특이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네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암호화폐 규제들 중 벤치마킹 해볼 만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각 국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시장과 국민을 보호 하면서도 신시장에 문을 열어주고 있는지 큰 그림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우선, 싱가폴에서는 싱가폴 금융 당국(MAS)의 지휘 하에 ICO, STO가 제도화 돼있고, 암호화폐 거래소에 친화적으로 취득 조건이 완화된 거래소 운영 라이센스 유형이 생겼습니다. 암호화폐 보관 및 결제를 위한 지불 서비스법이 올해 초 개정 통과됐습니다. MAS가 제시하는 여러 가이드라인 중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1) 어떻게 신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제도권 내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지, 그리고 2) 어떻게 일반 국민을 무분별한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나 관련 사기로부터 보호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으로의 자본 유입은 가능하게 하는지 입니다.

싱가폴에서 금융 상품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RMO(Recognized Market Operators)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원래는 단일 RMO 체제로 취득 가능한 라이센스 종류가 한 가지였는데 금융 당국은 더 다양한 거래소를 제도화시키기 위해 기존 체제에 두 가지 라이센스 종류를 추가하여 총 세 종류의 라이센스 체계로 확장시켰습니다. 기존의 RMO는 그대로 Tier 2가 되었고 Tier 1과 Tier 3이 추가됐습니다. 기존에는 RMO 체제 하에서 소매 투자자를 타겟할 수 없었지만 Tier 1을 추가되어 제한적으로 소매 투자자를 타겟할 수 있게 됐습니다. Tier 2와 Tier 3는 모두 공인 투자자만 타겟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Tier 3에 Tier 2보다 더 낮은 기반 자본 요건을 적용해서, 기존 단일 체제는 제도화시키지 못했던 더 작은 규모의 신규 거래소도 제도권 내에 포함시켰습니다. 당국은 Tier 1에 소매 투자자 타겟을 허용했고, Tier 3에 더 적은 기반 자본 요건을 적용한 만큼 각각 추가적인 투자자 제한 조건을 적용함으로써 잠재 위험요소를 관리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Tier 1 거래소들은 한 증권 (토큰 포함) 발행 당 최대 200명의 소매 투자자만 받을 수 있고, 한 거래소 내에서 소매 투자자 당 최대 S$20,000 까지만 투자할 수 있으며, 한 거래소 당 최대 10,000개의 소매 투자자 계좌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Tier 3 거래소에서는 1년에 최대 S$10B의 증권 거래, 10M 개의 파생상품 계약 거래만 할 수 있고, 개인은 공인 혹은 전문 투자자더라도 자본시장 서비스 라이센스(CMSL)를 소지한 제3자를 거쳐서 거래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더 눈여겨볼 만한 점은, Tier 1 거래소에 적용되는 소매 투자자 투자 제한 조건이 싱가폴 거주 투자자들에 한하여 적용되며 해외 소매 투자자에 대한 명확한 제한은 없다는 내용이 조항에 명시돼있다는 점입니다. 즉, 국내 소매 투자자는 적절히 제한하고 보호하면서 해외 투자자와 자본은 마음껏 유치하면서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를 보면 자국 시장과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그들에게 시장 기회를 주고, 해외 자본은 망설임 없이 받아들이면서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홍콩도 싱가폴과 비슷하게 크립토 관련 라이센스 체계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크립토 투자 행위, ICO, STO 모두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SFC)의 관할 아래 제도화 되어 있습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는 증권형 토큰이 전통 금융상품에 비해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했고, STO는 전문 투자자에게만 제공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성이 없는 토큰에는 이와 같은 제한이 없습니다. 잠재 위험요소에 예의주시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신규 시장의 성장을 막고 있지는 않습니다. 홍콩은 특히 토큰 배급과 크립토 펀드에 대한 체계가 명확히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홍콩에서는 펀드를 설립하거나 금융 상품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Type 1부터 Type 9까지로 이루어진 라이센스를 취득해야 합니다. 만약 증권 혹은 선물의 특성을 가지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암호화폐에만 투자하고자 하는 경우, Type 1 라이센스만 소지해도 됩니다. 하지만 fund of fund를 출자하고자 하거나 증권 및 선물 특성을 가지는 암호화폐에도 투자하고자 한다면 Type 9 라이센스를 소지해야 합니다. 각 라이센스별로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고 적절한 라이센스를 취득한다면 홍콩에서는 합법적으로 크립토 펀드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 개인은 암호화폐 펀드에 투자할 수 없고, 오직 전문 투자자들만이 해당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제한 항목은 있습니다. 암호화폐나 금융 분야에 해박하지 않은 일반인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이면서, 전문 투자자들의 자본이 시장으로 충분히 유입될 기회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대표적인 아시아 금융 허브 국가인 홍콩과 싱가폴 외에, 태국도 암호화폐 규제를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토큰을 발급하려면 태국 SEC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여 승인을 받아야 하고, 토큰 배급은 오직 SEC가 따로 허용한 태국 국내 ICO 포털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태국도 일반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한을 제시합니다. 토큰이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제한 없이 제공이 가능하지만 소매 투자자들에게는 인당 한 ICO당 최대 THB 300,000(약 USD $9,800)를 한도로 제공 가능합니다. 액수를 따져봤을 때, 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보수적인 수치는 아닌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국가는 아니지만 세계 금융 최대강국인 미국의 규제도 참고해야 합니다. 주 별로 각자 상이한 정책을 펴긴 하지만 일단 연방법 상 ICO와 STO, 암호화폐 사업 모두가 합법입니다. SEC, CFTC, FinCEN과 같은 여러 관할 당국들도 암호화폐 산업 규제에서 각각의 세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기본적인 암호화폐 사업은 물론, 기술의 응용 단계인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 (Dapp) 에 대한 라이센스도 마련했습니다. 얼마 전에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인 Bakkt도 뉴욕에서 비트라이센스를 취득하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최근, 2019년 10월 11일에는 암호화폐 규제 당국인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 FinCEN(금융 범죄 단속 네트워크), SEC(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가 함께 공동 성명을 발표하여, 디지털 자산이라고 통칭되는 자산과 관련 행위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그 기저에 있는 자산의 특성에 따라서 관할 기관이 결정된다는 바를 명확히 했습니다. 즉, 관련 당국들이 협력하여 암호화폐 관련 행위들을 명확히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과 비슷합니다.

3. 그래서 우리나라는?

위의 네 국가는 모두 조심스럽지만 점진적으로 규제의 틀을 만들어나가는 중입니다. 이미 2019년이 되기도 전에 대부분 규제의 틀을 만들어 놓았고, 그 이후에 새로운 시장 움직임이 발견될 때마다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트렌드가 ICO에서 IEO, STO 등으로 옮겨갈 때마다 각 관할 당국은 이에 대한 성명을 내놓거나 대응책을 마련합니다.

일찍이 규제 체계를 다듬고 구체화시키는 국가들인 만큼, 우리나라가 규제를 정비할 때 이들로부터 벤치마킹할 만한 요소가 여럿 있습니다. 우선, 라이센스 혹은 인증 체계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티어를 두어 체계를 세분화 시킨다는 점에 주목할 만합니다.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싱가폴은 거래소 인증 체계의 티어를 새롭게 다변화 시켰고, 홍콩은 이전부터 갖고 있었던 다양한 종류의 금융 상품 취급 라이센스를 확장하여 암호화폐에 적용했습니다. 인증 체계를 다층화 시킬 수록 다양한 조건의 사업체들을 제도화시켜 관리하고 양성할 수 있다는 긍적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사업 혹은 투자에 참여하는 주체의 규모 및 전문성에 따라서 사업 운영 및 투자에 대한 개별적인 맞춤 제한 조건 및 허용 범위를 책정할 수도 있습니다.

인증 체계를 만든 후, 각 인증 단계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조건들도 참고할 만합니다. 사업체의 티어를 나누는 기준과 투자자 측면에서 투자 행위의 제한을 두는 기준으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사업체의 티어를 나누는 기준은 기반 자본 혹은 취급하고자 하는 암호화폐의 성격이 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홍콩은 증권성이 없는 암호화폐에만 투자하는 펀드에는 더 낮은 요건의 라이센스를 소지하는 것을 허용해 줍니다. 싱가폴은 거래소의 규모에 따라서 다른 티어의 라이센스를 발급해줌으로써 규모가 적은 사업체도 규제를 받도록 하는 동시에, 이들에는 사업 행위 반경에 제한을 두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거래 참여에 제한을 두는 기준은 해당 투자자가 소매 투자자인지 기관 혹은 공인 투자자인지가 주로 기준이 되고, 국내 거주민인지 해외 거주민인지가 기준이 됩니다. 홍콩에서는 개인 투자자는 암호화폐 투자 범위에 제한을 받는 반면, 공인 투자자라면 증권성을 가진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펀드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싱가폴이 개인별 투자자에게 거는 제한 항목은 조금 더 자세합니다. 한 소매 투자자가 한 거래소에서 한 토큰에 얼마까지 투자할 수 있는지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반면, 싱가폴 당국은 해외의 소매 투자자에게는 해당 제한이 없음을 추가적으로 명시합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암호화폐 행위를 위한 인증제도를 만든다면, 사업의 규모 및 범위별로 기준을 나누고, 투자자의 성격마다 투자 제한을 다르게 걸어야 합니다. 다양한 유형의 암호화폐가 있는 만큼, 각 유형별로 성격을 정의한 후 정부가 판단한 잠재 리스크 정도에 따라서 제한 정도를 완화시켜줘야 합니다. 이에 더해, 만약 정부가 무분별한 투기성 암호화폐 투자를 제한하고 싶다면, 싱가폴처럼 각 소매 투자자별로 투자 가능한 액수를 정해놓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글로벌 자본은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싶다면, 싱가폴 당국처럼 해외 소매 투자자는 큰 제한 없이 국내 암호화폐 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수도 있습니다.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는 작년 말, 암호화폐 거래소를 위한 라이센스를 제정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라는 것을 공지한 바 있습니다. 이의 목적은 정식 규제를 확정짓기 전에 암호화폐 거래 행위 및 서비스 제공 사업에 대한 더 심도 있는 이해를 하기 위함임을 밝혔습니다. 샌드박스 방식을 활용할 시, 정식 규제 확립 시기는 다소 늦어질 수 있지만, 규제 당국이 사업체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도 합니다. 이에 더해, 태동하는 산업이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틈을 열어주고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주는 혜택을 주면서 적당한 관리 감독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판단하기에, 암호화폐 산업에 단번에 규제를 적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든다면, 이와 같이 처음에 제한적으로 공간을 열어주고, 추후에 경과를 확인하면서 제한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도 접근이 가능합니다.

위의 사례 조사와 같이, 정부는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마련할 때 규제 선진국들의 사례를 면밀히 조사하고, 글로벌 트렌드를 익힌 후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방향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암호화폐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으면서도 개념 정의 및 유형 분류는 일찌감치 하였고, 이제는 잠재 리스크 방지 요소와 산업 육성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여 규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들의 사례를 더 참고하면서 규제의 구체적인 뼈대를 마련하면서, 암호화폐에 투자하고자 하는 국민 혹은 기관들에게는 물론이고 블록체인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사업체들에게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어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주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By Sofia Jung, Research Analyst/Intern at Ha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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