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개정안 시행령 쟁점과 개선방향 제언

Jin Kang
해시드 팀 블로그
27 min readJan 19, 2021

공동저자: Hashed 강병진 Legal Officer & Hexlant 최지혜 HASC PO

서론

금융위원회(“금융위”)가 가상자산과 관련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블록체인 업계가 떠들썩한 모양새다.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상자산사업자의 유형을 1) 가상자산 거래업자 2)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3)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 등 세가지로 제시했다. 이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업태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규제대상으로 지정하는 특금법 개정안의 종속 법령인 시행령이 상위 법령의 해석을 주요 가상자산사업자로 제한하는 상충된 내용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객관적인 접근 기준을 언급하지 않고 보도자료를 통해 제외되는 비즈니스에 대한 예시를 제공함으로써 명확한 취지를 재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유발했다. 해외에서는 법정화폐 지위를 가진 디지털 자산으로 분류되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도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기대와는 달리 가상자산에 대한 불인정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헥슬란트는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와 함께 해외 가상자산 규제 환경과의 비교를 바탕으로 이번 특금법 개정안 시행령이 주요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조성되는 불확실한 환경을 조명하고 향후 방향을 제언하기 위해 공동으로 보고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단, 보고서는 2020 년 11월 입법예고된 특금법 시행령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를 전제로 기술한 것이며, 추후 업계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시행령이 변경될 경우에는 그에 맞추어 보고서 내용도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I. 가상자산 규제 환경

(1) 가상자산 대응 규제 분류

2018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저지 비즈니스 스쿨(Cambridge Judge Business School)은 암호자산 업계에 대한 108개 국가의 규제 대응을 조사해 글로벌 암호자산 규제 환경 연구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세 가지 주요 추세를 제시했는데, 국가별로 1) 암호자산 업계에 기존 법률 및 규정을 적용시키는 방법(“기존형”); 2) 암호자산 업계가 포함되도록 기존 법률 및 규정을 수정하는 방법(“개조형”); 3) 암호자산 및 핀테크와 같은 일련의 업계를 규율하는 새로운 법률 또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하는 현상(“맞춤형”)이 있다고 분석한다.

케임브리지 논문에서는 각국의 암호자산 활성화 정도를 비교하였을 때 “암호자산 활성화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새로운 시장 활동에 더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기존 법률 및 규정을 개정하는 개조형 규제를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다.

출처: 케임브리지 저지 비즈니스 스쿨 글로벌 암호자산 규제 환경 연구 논문

암호자산 활동이 높은 국가 중 47%는 개조형 규제를 통해 단기간에 암호자산 관련 규정 원칙을 명확히 밝혔다. 이 중 일본은 2017년 유틸리티 토큰, 거래형 토큰 및 증권형 토큰을 구분하는 지불서비스법을 개정하고 금융상품 및 교환법에 따라 증권형 토큰을 규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해, 싱가포르 통화청은 ICO 가이드라인(A Guide to Digital Token Offerings)을 공개하면서 토큰이 금융상품(capital markets products)으로 구분되면 토큰의 발행은 증권 및 선물법으로 규제될 것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또한 영국은 2019년 암호자산 지침(Guidance on Cryptoassets)을 통해 거래형 토큰과 유틸리티 토큰 둘 다 규제대상에 해당되지 않고 영국 금융서비스 및 시장법상 특정투자(specified investments)와 유럽연합 금융상품시장지침II(MiFID II)의 금융상품(financial instruments)과 유사한 증권형 토큰만이 규제대상이라고 발표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 세 국가는 증권과 같은 성향을 보여주는 암호자산이 기존 법률과 규정하에 규제될 것이라는 점을 적시에 설명하고 있다.

암호자산에 대해 개조형 규제를 택한 국가들의 빠르고 시의 적절한 대응은 경제적인 이득으로도 돌아왔다. PWC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ICO 중심지 싱가포르는 18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이 진행되었고, 2017년과 2018년 모두 글로벌 ICO 시장에서 영국과 함께 상위 랭킹을 차지했다.

출처: PwC Strategy & Analysis

(2) 한국 - 개조형 규제

케임브리지 논문은 한국을 기존형 규제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는 실제 사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이 분류가 왜 오해소지가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기에 앞서 한국 법률 시스템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의 법령체계는 최고 규범인 헌법과 헌법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법률, 그리고 법률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한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의 행정입법으로 체계화 되어 있다. 원칙적으로 입법부인 국회에서 법안이 비준되면 종속 법령은 법적 명확성을 제공하는 책임과 해당 법령과 상충하는 내용을 피할 의무가 있다.

출처: 한국법제연구원

이처럼, 논문이 발표된 당시 한국이 기존형 규제 국가로 분류되려면 당시 규제당국이 기존의 법률 체계를 근거로 하여 암호자산을 규제 대상으로 적용시켰어야 한다. 그러나 2020년 국회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상자산(Virtual Asset)과 가상자산사업자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에 대한 위험 기반 접근원칙(Guidance for a Risk-Based Approach)을 도입하기 위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암호자산을 법률적 근거에 의해 규제하려는 시도가 없었다.

오히려 한국은 위 언급된 일본, 싱가포르 그리고 영국과 동일하게 증권발행 형식으로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조달 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을 적용하여 개조형 규제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ICO에 대한 전면 금지조치를 시행하면서 한국은 개조형 규제를 택한 국가들처럼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수용하는 장점을 누리지도 못했으며, 위헌 요소가 있는 규제만 시행되었다. 위 논문에서는 비록 한국의 케이스를 제시한 항목에 맞지 않게 분류하였지만, 한국이 2017년도부터 암호자산에 제재를 했다는 실질적인 현실은 반영되었다.

그렇다면 2017년 이후 무엇이 암호자산 및 관련 활동에 대해 한국의 암호자산 제재 입장을 확고히 했을까? 이 모든 것은 ICO 버블속에서 2017년 9월 29일 금융위가 암호자산을 평가하기 위한 정부 간 TF의 출범을 알리고, 아래 내용을 강조하는 짧은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금융감독원은 세가지 주요 우려사항을 인용해 두 가지 대응조치 방침을 발표했다.

  1. 정부의 입법조치는 암호자산 거래를 제도화 하는 것이 결코 아님
  2. 암호자산 거래업을 유사수신의 영역에 포함하되, 철저히 통제하면서 살펴보고 대응조치를 시행할 것임
  3. 시중 자금이 비생산적이고 투기적인 방향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함

대응조치

  1. 기술・용어 등과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
  2. 암호자산 취급업자의 신용공여행위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

첫 번째 잠재적인 금지 사항을 보면 이 보고서가 다른 주요국의 ICO 규제 사례를 고려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조형 규제를 택한 영국의 금융감독원은 2019년 암호자산 지침을 통해 사업자의 “업태”가 아닌 관련 “행위”에 규제 의무를 적용하는 기술 중립적(technology neutral) 원칙을 유지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기반 금융 서비스의 특색을 고려하고 미래 시장의 가능성을 불균형적으로(disproportionately) 배제하지 않기 위함이라고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앞선 주요국들이 영국과 같은 기술 중립적 접근 방식을 유지한 것과 달리 오로지 중국과 한국만이 모든 잠재적인 형태의 ICO 금지를 강요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을 장려하고 발전하려는 다른 국가들의 행보와는 괴리가 있다.

또한, ICO 금지 조치가 기존 법률에 근거하거나 새로운 법률안의 개정 작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한 유명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금융감독원의 발표가 법적 근거 없이 직업의 자유, 평등권, 재산에 대한 권리와 같은 기본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해 헌법 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하였으며, 많은 전문가들도 금융위의 포괄적인 금지 방침은 권력적 처분행위임을 질타하기도 했다.

II. 특금법 개정안 시행령 쟁점

이러한 법규명령을 형식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던 한국에서도 지난 2020년 3월 가상자산을 최초로 언급하는 법률인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ICO를 포함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합법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기 보다는 FATF의 권고로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조달방지(CFT) 등의 의무만을 부과하는데 그쳤다. 물론 한국 또한 FATF의 회원국으로서 권고사항을 수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다른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제시한 의무 수준이 아래 조항에서 예외적으로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 규제 대상의 범위(특금법 개정안 제1조)
  • 신고 수리 요건(특금법 개정안 제7조)
  • 추가 의무 사항(특금법 제 8조)
  • 자동이동규칙의 의무부과 기준(특금법 제 11조)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주요 내용을 다루고 있다.

  1. 가상자산을 정의하고 가상자산과 관련한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가상자산사업자로 정의
  2. 금융회사 등은 가상자산사업자와 금융거래를 할 때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의무 이행 여부 등을 추가적으로 확인하도록 하고, 가상자산사업자가 신고의무를 미이행한 것이 확인되는 등의 경우에는 금융거래를 거절하도록 함
  3. 가상자산사업자의 경우 금융정보분석원의 장에게 상호 및 대표자의 성명 등을 신고하도록 하고, 미신고 영업 시 처벌 규정을 신설함
  4. 가상자산사업자가 불법재산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의 보고 및 고액 현금거래 보고 등의 이행을 위하여 고객별 거래내역을 분리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해야 할 사항을 규정함

(1) 특금법 개정안 제 1조

먼저 특금법 개정안에서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1.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하는 행위
  2.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
  3.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행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4. 가상자산을 보관 또는 관리하는 행위
  5. 1) 및 2)의 행위를 중개, 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
  6. 그 밖에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 조달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대통령령(이하 “시행령”)으로 정하는 행위

특금법 개정안은 FATF 지침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지만, FATF 지침과는 상이한 한국식 가상자산 규제가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FATF는 규제 대상의 범위를 “규제되고 있지 않고 다른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을 위해 다음 활동 또는 운영 중 하나 이상을 수행하는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으로 제한하는 반면, 개정안은 규제 대상의 범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로 확대하여 규제대상을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개정안은 이론적으로 두 개인간의 P2P 거래가 포함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러한 FATF 지침과 특금법 개정안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차이는 개정안을 시행하는 실용성을 저해하며, 새로운 시도를 억누르는 요소로도 작용할 수도 있다.

두번째로, FATF는 위 4항에 관련해 규제를 “가상자산에 대한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가상자산의 보관 또는 관리”에 적용하는 것을 주장하는 반면, 특금법 개정안은 단순히 “가상자산의 보관 또는 관리”에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무엇이 “가상자산을 제어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국제적 법적 기준은 아직 없지만, 다른 국가들은 규제 적용 범위를 정의하기 위해 블록체인 핵심 기술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영국의 2019년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 규제의 14A항에 따르면, 수탁 지갑 제공사를 포함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된 규제대상에게 특금법과 유사한 AML/CFT 의무를 적용한다:

  1. 고객을 대신하여 암호자산을 보호하거나
  2. 암호자산을 보유, 저장 및 전송하기 위해 고객을 대신하여 개인 암호화 키를 보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또는 단독 실무자

영국의 규제방안이 규제대상을 최소한의 필요 대상으로 국한하고 FATF의 지침을 밀접하게 준수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근본적인 성격을 이해하고 이에 상응하는 개인 암호화 키라는 요소를 포함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쉽게도 영국과 같이 기술을 이해하고 직접적으로 기술적 요소를 법률에 명시한 사례는 특금법 개정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개정안의 불명확한 객관적인 기준의 부재가 업계 발전을 위한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블록체인협회로부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청취한 금융위는 최근 특금법 개정안을 보완할 시행령을 통해 규제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2020년 11월 2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특금법 개정안의 적용 범위를 “주요 가상자산사업자”로 제한하겠다고 밝혔고 이들을 다음과 같은 세가지 유형으로 제시했다.

  1. 가상자산 거래업자
  2.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3.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

하지만 위와 같은 시행령 개정안의 접근은 아직도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광범위한 가상자산사업자의 업태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규제대상으로 지정하는 특금법 개정안의 종속 법령인 시행령이 상위 법령의 해석을 주요 가상자산사업자로 제한하는 상충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며, 두 번째로는 영국 규제 안에 포함되어 있는 과학적인 규제 시도가 없어 여전히 법적 불확실성을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업자들이 금융위의 명확한 취지를 재확인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유발할 뿐 아니라 (보도자료에서 “단순히 P2P 거래플랫폼이나 지갑서비스 플랫폼만 제공하거나 하드웨어지갑을 제공할 경우에는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음”이라고 밝히는 등) 객관적인 기준에 대한 언급을 피함으로써 업계 당사자들이 더 명확한 규제를 제시하는 국가로 이전하는 현실을 초래했다. 한국은 스스로 관할권 차익거래 구조에 이바지하고 업계의 새로운 수요가 국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자초하게 되었다.

(2) 특금법 개정안 제7조

특금법 개정안 7조에 의하면, 모든 가상자산사업자는 신고의무 이외에 크게 두 가지 의무를 가지고 있다.

  1. 가상자산 거래 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통해 금융거래를 진행해야 하고
  2.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먼저 업계 관계자들에게 있어 가장 문제시 되는 부분인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의 연동은 두 가지 제한적인 가정을 근거로 하고 있다.

  1. 가상자산사업자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은행 계좌가 필요
  2. 모든 가상자산사업자의 사업은 법정화폐와 가상자산간의 교환을 포함

블록체인으로 구현 가능한 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하고 있다면, 모든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사업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 필요하거나 법정화폐와의 교환이 필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의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가 2019년 4월에 제시한 미래 시장 도표에 따르면, 미래 시장은 좌측의 “현실 세계”와 우측의 “가상 세계”로 구분될 것이며, 이들은 상위 “유동적이고 접근 가능한” 시장과 하위 “비유동적이고 접근이 제한적인” 시장으로 한 단계 더 분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해시드

위 도표에서 실명확인 계좌가 필요한 구간은 “현실 세계”인 2사분면에 속하는 법정화폐가 거래소를 통해 “가상 세계”인 1사분면의 가상자산으로 전환되는 과정뿐 이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중요한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는 거래소는 FATF 지침상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방지 의무를 지기에 적합한 대상이다. 하지만 거래소라는 게이트웨이를 지난 가상자산은 “유동적이고 접근 가능한” 1사분면에서 디파이와 같은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유스 케이스를 창출해내고 있으며 “비유동적이고 접근이 제한적인” 4사분면에서는 증권형 토큰(STO) 그리고 NFT를 통한 새로운 시장들이 열리고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거래소에 적합한 의무와 가정들이 “가상 세계”에 균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규제당국의 생각은 제한적이다.

출처: CoinGecko

물론 ICO 버블이 터지면서 소비자 보호라는 이유를 앞장세워 거래소를 겨냥한 규제당국의 접근이 무조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2017년 1월부터 2018년 1년 사이에 암호화폐 시가 총액이 18억 달러에서 800억 달러까지 약 45배 증가한 그 당시의 접근과, 4년이 지난 2021년 1월 기준 총액이 1조억 달러까지 약 550배 치솟은 현실을 고려한다면, 규제당국은 FATF 지침에 따른 거래소의 의무조항을 유지하되 다양한 비거래소 사업모델에 대한 글로벌 시장 수요를 국내에서도 합법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시도는 규제당국인 금융위가 아닌 민간단체인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주선하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과 시행령 입법예고를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검토하고 개선안을 제시했으며 이러한 의견을 수렴한 금융위는 위에 언급된 11월자 보도자료를 통해 시행령에서는 법화와 가상자산간 교환이 없는 경우 예외 대상으로 규정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두번째 의무사항인 ISMS 인증은 대다수의 스타트업과 초기 단계의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고 큰 비용이 소모된다. 즉, 하나의 문턱은 없앴으나 실질적으로 더 큰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헥슬란트와 법무법인 태평양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ISMS 최종 인증서 발급까지 12~13개월의 시간과 약 2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참고로 유사한 신고를 요구하는 영국은 가상산업사업자에게 ISMS과 같은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기 보다는 각 회사의 비지니스 모델을 고려하여 이에 적합하고 비례하는 위험 관리 정책을 수렴하도록 장려하며,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정책들이 타당한가를 관리하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요 가상자산사업자만을 고려한 특금법 개정안은 업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시행령 개정안의 보조에도 불구하고, ISMS 인증의 행정적 부담과 재정상의 부담 때문에 한국에서 창업하거나 한국으로 사업을 이전하려는 기업들에게 필연적으로 큰 장애물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특금법과 시행령 개정안의 방향성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육성하는 기초적인 상업적 요소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이 경쟁력을 잃게 하는 관할권의 분산을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5월 프랑스는 PACTE 법안으로 불리는 비즈니스 성장 및 혁신을 위한 실행 계획(Plan d’Action pour la Croissance et la Transformation des Entreprises)을 제정했다. 새로운 법안에 따라, 토큰 발행자가 합당한 조건을 만족하고 취업 비자를 발급받으면, 프랑스 신용 기관의 은행 계좌를 합법적으로 열 수 있다. PACTE 법안의 명확성과 실용성을 고려하면 기업들은 불명확한 규제 속에서 사업을 영위하다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한국보다는 사업 환경이 명확하게 보장된 프랑스를 선택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울 것이다.

(3) 특금법 개정안 제8조

특금법 개정안 8조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등의 범죄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행할 조치들을 명시하고 있으며 고객별 거래내역 분리 의무 이외에 추가 의무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로 시행령에 위임했다. 최근 발표된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1. 고객별로 거래내역을 분리하여 관리
  2.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구분하여 관리
  3. 확인 조치를 하지 아니한 고객에 대하여 가상자산거래를 금지
  4.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이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과 가상자산을 거래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
  5. 가상자산이 하나의 가상자산 주소에서 다른 가상자산 주소로 이전될 때 전송기록이 식별될 수 없도록 하는 기술이 내재된 가상자산을 취급하지 않도록 관리
  6. 그 밖에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조치

가상자산사업자의 의견을 반영해 자금세탁방지 달성 뿐 아니라 합의된 룰이 구현되도록 세팅하는게 산업이 가진 숙제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시행령에서 가상자산사업자들이 뚜렷한 가이드가 부재하다고 느낄 수 있을 부분은 4, 5호에 있다.

4호 —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이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과 가상자산을 거래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

4호의 목적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흔히 해왔던 ‘오더북(거래 장부) 공유’를 금지함으로써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의 국내 간접영업을 금하고 자금이동규칙(Travel Rule) 허점을 통제하는 데에 있다. 이전에 거래소들은 유동성을 확보 차원에서 다른 거래소들과 오더북 공유를 해왔다. 국내 거래소도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한 바 있으며, 해외에 본사를 둔 자회사(한국 법인)도 본사와 오더북을 공유 했다.

오더북 공유의 영향력은 17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A 암호화폐 거래소 케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와 제휴를 통해 비트코인(BTC), 테더(USDT) 거래를 지원했다. 당시 경쟁사인 국내 대형거래소가 8종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했던 것과는 달리 후발주자임에도 제휴를 통해 100여개가 넘는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면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 하루거래액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대표 거래소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FATF 권고 이행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외 제휴사의 불투명한 고객신원확인(KYC)제도가 논란이 되면서 양 사는 오더북 공유를 종료했다.

이 조항은 가상자산사업자를 암호화폐거래소로 한정하지 않은 점 그리고 제휴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함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열린 규제가 가능하다.

사례 1. 모자회사간 오더북 연동

국내 거래소 한 곳은 같은 운영사를 둔 해외 계열사와 코인 마켓 오더북을 공유하고 있다. KYC가 완비되더라도 현재 특금법 시행령 안에 따르면 계열사나 모자회사간 이라도 오더북 연동을 통한 거래는 금지된다. 지금이동규칙 준수가 가능한 구조의 비즈니스 사업자들조차도 취지를 넘어선 광범위한 규제 범위에 혼란스러움을 표하고 있다.

사례 2. 랜딩/스테이킹 서비스

C 가상자산사업자 회원 대상으로 D 가상자산사업자가 랜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보자. D 사업자 고객이 스테이킹 풀에 자금을 예치하고 그 예치금을 A 사업자 고객이 대출 서비스로 이용하는 형태다. 이때 풀에 예치한 가상자산이 대출되어 이전될 때 고객 간 거래로 해석할 것인지, 이자수익의 원천은 어디서 오는지 등에 따라 가이드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이처럼 제휴나 고객 간 거래에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한 바 시행령은 금지의 적용범위가 넓은 반면 서비스 영위에 있어서 뚜렷한 가이드를 줄 수 없어 보인다.

5호 — 가상자산이 하나의 가상자산 주소에서 다른 가상자산 주소로 이전될 때 전송기록이 식별될 수 없도록 하는 기술이 내재된 가상자산을 취급하지 않도록 관리

5호는 일명 ‘다크코인’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다크코인은 송금인과 수취인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프라이빗 코인을 말한다. 자금세탁에 가장 잘 활용될 수 있는 성질을 가져 2019년 6월 FATF가 가상자산 규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 되어있던 모네로, 대시, 지캐시 등이 상장 퇴출되기 시작했다.

FATF 가이드라인을 따르더라도 각국의 상황과 세부법령이 다를 수 있어 다크코인을 해석하는 논조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 코인베이스는 사용자 등록 절차를 밟는 형식으로 다크코인 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코인베이스는 금융감독원(FCA)이 암호화폐를 이용한 특정 행위는 그 종류와 관계없이 규제할 수 있다고 가이드하자 제트캐시를 상장폐지했다.

특금법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한국은 거래소 운영 허가와 실명인증계좌 취득에 논란이 될 수 있는 다크코인을 자율적, 선제적으로 상장 폐지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지난 3월 성착취 및 인권유린 영상이 유포된 텔레그램 ‘n번방’의 입장료로 다크코인이 쓰였다는 것이 수사과정에서 밝혀지며 기술 재심사 중이던 일부 다크코인도 모두 상장폐지 됐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이러한 행보는 향후 기술적 해석에 있어 재심사를 요청받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일부 프라이버시 코인은 익명성 기능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FATF 트래블 룰을 완전히 준수할 수 있으며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가 대부분의 거래내역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트코인과 동일한 기술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세심한 가이드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가상자산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다크코인을 취급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거래소에서 상장 전 메인넷 네트워크에 기록되는 정보가 제대로 모니터링되는지를 확인하는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이때 전송기록이 식별될 수 없도록 하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면 테스트 중에 확인 된다.

다만, 가상자산사업자가 코인 상장 시 보안감사와 입출금 테스트를 통해 최선의 확인 과정을 거치더라도 블록체인도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다크코인 기술 구현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다크코인이 익명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작업 하려면 컨트랙트 업데이트가 필요하고 이 경우 이중지불 등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소에 입출금 중단 요청이 들어갈 확률이 크다. 따라서 주의를 기울인다면 다크코인에 대한 관리는 가능해 보인다.

더하여 가상자산사업자의 주기적인 점검과 관리를 위해 KISA에서는 ISMS 가상자산사업자 특화 점검 항목을 통해 신규 가상자산 상장 시 코인 관련 보안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적용해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메인넷 업데이트 사항을 확인해야 하는 의무도 ISMS 검사 항목에 포함되어 있어 가상자산 사업자가 다크코인을 취급하지 않기 위한 ‘관리’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출처: 가상자산사업자용 ISMS 세부점검항목

(4) 특금법 개정안 제11조

자금이동규칙은 가상자산사업자가 거래 송수신인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다. 계좌나 지갑을 드나드는 자산의 출처, 용도, 거래 당사자의 신원 등을 금융 기관이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규제 당국이 요청하면 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3월 공개된 개정 특금법은 시행령에서 자금이동규칙 적용 범위를 축소하지 않으면, 금융기관에게 적용되는 규정이 그대로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적용되게 돼 산업에 많은 부담을 예고했다. 자금이동규칙 시행에는 1) 블록체인 특성상 개인 지갑 주소 생성이 무한에 가까워 통제가 어렵고 2) 탈중앙화 플랫폼과 디파이 서비스 증가로 수취인 신원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며 3) 국제 은행 간 통신 협정(SWIFT) 같은 메시징 기준이 없는 실정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자금이동규칙 시행은 특금법 시행 1년 후로 유보되었지만 시행령 내용은 송금 보고 대상 금액과 식별되지 않는 주소로의 자산 이전 시 수집해야 하는 정보 범위 측면에서 미국의 규제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1. 가상자산사업자간 고객을 위해 100만원 이상 거래 시 송신인  수취인 성명 및 가상자산 주소를 수취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함
  2. 가상자산사업자가 고객을 위하여 비사업자에게 가상자산 이전을 하는 경우 수취인의 성명과 가상자산 주소를 확인하고 기록해야 함

지난 12월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국(이하 “핀센”)이 입법 예고한 비수탁형 암호화폐 지갑 거래와 관련한 자금이동규칙에 따르면 화폐서비스사업자(Money Service Businesses, “MSB”)의 고객이 하루 3,000달러(15일 기준 약 330만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개인지갑으로 출금할 경우 사업자는 고객 이름과 주소를 기록해야 한다. 고객의 24시간 내 거래액 합계가 1만달러(약 1,100만원) 이상일 경우 핀센에 거래내역과 거래자 개인정보를 보고해야 한다. 이때 화폐서비스사업자는 송금인의 정보를 확인한다면 식별되지 않는 개인지갑으로 암호화폐를 전송 할 수 있다.

그 외에 핀센은 가상자산 이전에도 고액현금거래보고와 동일한 의무를 적용해 가상자산을 이전할 경우 현금거래보고 의무가 발생한다고 했다. 가상 자산 소유권의 이동에 따른 보고 의무를 모든 비즈니스 유형의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균일하게 적용했다.

반면 한국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송금인의 정보(성함, 지갑주소)를 확인해야 하는 기준을 100만원으로 정하고 있으며, 가상자산사업자가 고객인 송금인 주소를 확보했더라도 수신하는 상대방 정보를 식별할 수 없을 경우 개인지갑으로 전송이 금지된다.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이 비사업자에게로 송신을 할 경우에는 가상자산 사업자는 수취인 성명 및 가상자산 주소를 확인 및 기록하도록 했다. 이때 외부지갑이나 탈중앙화 플랫폼으로 출금될 경우 수신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더하여 이 조치에는 세금 이슈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취득원가 관련해서 비사업자 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를 경유할 경우 당국에 원가 입증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원화와 가상자산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가상자산거래소가 규제 주요 대상처럼 보이나 서드 파티로 자산보관업자나 지갑사업자 그리고 장외거래업자를 활용할 경우 이들도 송수신의 상대방이 된다.

특히, 체이널리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불법 비트코인 거래 계정 중 상당수가 장외거래(Over the Counter, “OTC”) 계정일 것으로 추측된다. 2019년 총 28억달러 불법 비트코인 전송 중 과반수 이상(52.2%)을 글로벌 거래량 상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후오비가 수신했다. KYC 규정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세탁에 활용되는 큰 채널인 셈이다. 30만개가 넘는 개인계정에서 불법 비트코인을 수신했는데 그 중 1%도 안되는 810개 계정에서 8억 8,100만달러이상을 수신해 전체 불법 비트코인의 75%를 수신했다.

OTC는 보통 거래가 드러나는 걸 원하지 않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거래를 주선하거나, 협상된 가격으로 대량의 암호화폐를 청산할 때 사용한다. 블록체인 특성상 거래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장외거래업자들은 여러 거래를 합쳐 대규모 거래를 시도 한다.

출처: Chainalysis

즉 주요 가상자산사업자가 고객에게 KYC 정보를 수집한다고 하더라도 수탁업체나, OTC 브로커를 통한 자금세탁목적의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며 이 업자들에게도 균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게 가상자산 자금세탁에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또 KYC 체제에 의지하기 보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한 추적 기술과 과학적 접근이 권장된다.

개인지갑의 경우 특정하기 어려움으로 가상자산거래소, 지갑업자, 자산보관업자 간 고객의 이름과 지갑주소를 분별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축해야 규제에서 요구하는 조치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때 국내 사업자 뿐 아니라 글로벌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며 법정화폐로의 교환 후 추적을 위해 은행이 이 가상자산사업자 간 정보공유 시스템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추후 제도가 정착된 후에는 1)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되지 않았더라도 외국의 공식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사업자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간의 송수신 2) 가상자산사업자는 아니지만 사용자 신원을 확인 할 수 있는 KYC 시스템을 구비한 사업자와의 송수신 등에 있어 완화 여부를 추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론

올 3월 개정 특금법 시행에 맞춰 발표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가상자산사업자의 규제 대상의 범위, 신고 수리 요건, 그리고 추가 의무 사항에 관련하여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거나 다른 주요 국가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 그리고 테러자금조달방지 문제들을 최우선시한 특금범 개정안과 이를 뒷받침할 시행령 개정안은 FATF의 권고 사항을 수렴하고 규제당국 고유의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한국의 규제 방침이 국제적인 기준과 비교했을 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까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국내에서 불명확한 이러한 공백들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입장보다는 규제당국 또는 산하 조직의 입장을 우선시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입출금 계정 개시 기준으로 은행이 가상자산사업자의 금융거래에 내재된 자금세탁행위의 위험을 식별하고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규제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은행의 주관적 판단을 통해 책임을 위임하고 있다. 해당 AML 그리고 CFT 법규상 은행이 모든 책임을 짊어지기 때문에 규제당국의 입장으로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주요 가상자산사업자외의 업계자들에게는 불확실한 환경을 조성하고 그들의 시도를 저해하는 부작용으로 흘러갈 것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 평등 그리고 재산에 관한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가질 수 있는 국익과 수요를 빼앗아가는 현상까지도 가능케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 단순히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을 지향하는 특금법을 토대로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필수 의무를 부과하되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업태에 대한 부정적인 색채를 버리고 해외에 뒤쳐지지 않는 국내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한 업권법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을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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