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웹 3.0 서밋 (part 1)

블록체인과 인터넷의 미래, 그 중심에 베를린이 있었다

Kevin Sohn
해시드 팀 블로그
7 min readNov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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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맥주와 소시지의 나라 독일 베를린에서 ‘웹 3.0 서밋(Web3 Summit)’이 개최되었다. 이 뜬금없는 ‘웹 3.0’은 또 무슨 용어란 말인가? 그사이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아이템이라도 나타난 것일까? 아니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웹 3.0은 미약하게나마 우리의 인식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는 이미 익숙해져 버린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바로 그것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이다.

‘블록체인’에서 ‘웹 3.0’으로

작년 말 광기의 시장을 지나 올해 초부터 이어진 길고 긴 하락장에 사람들은 뒤늦게나마 블록체인의 효용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알다시피 우리나라 블록체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많은 논의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는 아직 다소 막연히 탈중앙화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는 경우도 있고, 검열 저항성이나 범국가성 등 상대적으로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를 찾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대개 블록체인이 갖고있는 각각의 단편적인 특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는 달리 웹 3.0이라는 표현은 더욱 거시적인 측면에서 블록체인이 웹 생태계 전반에 가져올 수 있는 패러다임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 웹 3.0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웹 환경이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가치와 그것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 및 인프라 등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여담이지만, 베를린 웹 3.0 서밋에서는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https://www.business.it/privacy-migliaia-app-android-ios-perdono-dati-sensibili/?cn-reloaded=1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스마트폰이 약 10년 전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순간을 기억해 보자. 넓은 터치스크린에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발명품이지만, 스마트폰의 가장 큰 의의는 그것이 대중이 인터넷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혁신했다는 점에 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모두가 시공간의 제약 없이 항상 온라인 세상에 연결된 상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서로와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카카오톡,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우버 등 현재 우리 일상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수많은 서비스와 그들의 기반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들은 현재와 같은 파급력을 갖지 못했거나 어쩌면 애초에 태어나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https://medium.com/@matteozago/why-the-web-3-0-matters-and-you-should-know-about-it-a5851d63c949

블록체인과 웹 3.0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다. 탈중앙화된 화폐 시스템인 비트코인이 탄생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기는 하지만, 블록체인의 가장 큰 의의는 (마치 스마트폰이 그러했듯) 그것이 웹 생태계 전반을 혁신할 가능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블록체인이 스마트폰이라면 웹 3.0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촉발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인터넷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웹 3.0이 지향하는 미래

웹 3.0은 거시적으로 ‘더 나은’ 인터넷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일련의 사회 운동으로도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웹 3.0이 정확히 무엇인지 칼로 자르듯 정의하기는 힘들겠지만 다소 추상적인 수준에서 정의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미지 출처: https://www.kaspersky.com/blog/scary-big-data/9626/

먼저, 이것은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웹이다. 모바일 웹과 SNS 서비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정보는 그 자체로 재화이자 권력이 되었고 그것의 원료인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가 되었다. 정보와 데이터의 독점과 통제는 사회적으로 점점 더 큰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근현대 인류문명이 수백 년 간 지키려고 노력해온 개인의 자유가 가까운 미래에 매우 직접적으로 위협받게 될 것이다. 웹 3.0은 이러한 관점에서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웹을 지향한다. 즉, 비트코인의 ‘Be your own bank(스스로의 은행이 되어라)’라는 구호가 ‘Be your own data bank(스스로의 데이터 은행이 되어라)’로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slideshare.net/qwsny/internet-censorship

웹 3.0은 또한 검열 저항적인 웹 환경을 지향한다. 검열 저항성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특정 웹서비스 혹은 유저의 활동이 외부로부터 감시당하거나 제제당하지 않을 자유에 대한 측면이다. 두 번째는 무허가성으로, 웹에 접근하기 위해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으며 외부 권력에 의해 접근이 제한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비중단성으로, 네트워크상의 특정 웹서비스 혹은 네트워크 그 자체가 어느 한순간도 중단되지 않고 영구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는 측면이다. 이러한 가치들은 인터넷이 처음 태동했을 때부터 추구되어왔지만 기존의 중앙화 된 웹 환경의 한계로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웹 3.0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인터넷이 초창기 시절부터 추구해왔던 가치를 되찾고자 한다.

이미지 출처: https://codecanyon.net/item/woocommerce-social-login-wordpress-plugin/8495883

마지막으로, 웹 3.0은 신뢰 가능하고 상호운용성이 높은 웹을 제시한다. 현재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상호운용성의 대표적인 예시로 소셜 로그인을 들 수 있는데, 자신의 신원을 한 번만 증명하면 여러 서비스에서 반복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의 웹 환경은 각각의 웹서비스들이 각자의 서비스 내의 정보를 중앙 서버에서 폐쇄적으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데이터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 따라서 서비스의 경계를 넘어 여러 소스의 데이터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진정한 상호운용성을 충분히 제공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반면 웹 3.0 위의 서비스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데이터가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검증되므로 서로의 데이터를 더 긴밀하게 활용할 수 있고, 따라서 사용자에게 보다 더 연속적이고 일관된 유저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다.

이번 베를린 웹 3.0 서밋 행사에서는 Web3 재단을 중심으로 웹 3.0의 미래를 꿈꾸며 동시에 그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순수한 열망을 가진 개발자들과 몽상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기술과 아이디어, 철학을 열정적으로 교류했다.

앞으로 이어질 글을 통해 현재 웹 3.0 생태계에서 어떤 이슈들이 대두되고 있으며 그러한 이슈들에 대해 이곳에서 어떠한 논의가 이루어졌는지 키워드별로 간단히 다루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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