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웹 3.0 서밋 (part 3)

거버넌스와 데이터 소유권

첫 번째 글 — 베를린 웹 3.0 서밋 (part 1)

두 번째 글 — 베를린 웹 3.0 서밋 (part 2)

앞선 글에 이어 이번 포스팅에서는 블록체인의 단골 주제 중 하나인 ‘거버넌스’와 ‘데이터 소유권’을 중심으로 베를린 웹 3.0 서밋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전자인 거버넌스는 이오스(EOS)나 테조스(Tezos)에서와 같이 비교적 명시적인 온 체인 거버넌스와 비트코인, 이더리움에서와 같이 포크(fork)를 활용하는 오프 체인 거버넌스를 모두 포괄한다. 후자인 데이터 소유권은 이전 글의 프라이버시 섹션과도 관련이 깊다. 이전 글에서는 블록체인의 맥락에서 영지식증명을 중심으로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인프라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 글에서는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웹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중점을 두었다.

거버넌스

온 체인(On-Chain) 거버넌스란, 어떤 블록체인의 전반적인 운영에 대한 거버넌스 절차가 해당 블록체인에 내재되어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내에서 미리 정해진 일정한 절차 — 가령, 투표 — 를 통해 프로토콜을 업데이트하거나 특정 계좌를 동결하는 등의 결정을 내리면 해당 결정이 자체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오프 체인(Off-Chain) 거버넌스는 체인 위에 명시적인 거버넌스 절차 대신 프로토콜 업데이트 등 중요한 결정사항이 있을 때 그것을 지지하는 참여자들이 포크(체인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탈중앙화된 프로토콜의 경우 ‘관리자 권한’을 가진 중앙 관리 주체가 없기 때문에, 모든 참여자에게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이 항상 이슈가 되어왔다.

이번 서밋의 온체인 거버넌스 세션에서는 이더리움 재단의 블라드 잠피르(Vlad Zamfir), 패리티 기술(Parity Technology)의 개빈 우드(Gavin Wood), 그리고 테조스(Tezos)의 아서 브라이트먼(Arthur Breitman)이 한자리에 모여 이 문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나누었다.

세 패널은 각각 블록체인에서 거버넌스의 정의를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그것이 왜 필요한지, 그것이 가지는 권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 소수의 의견 혹은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유저들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였다. 특히 온체인 거버넌스로 유명한 프로젝트인 테조스의 아서는 블록체인에서는 명시적이든 그렇지 않든 거버넌스는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을 잘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블라드 잠피르는 어떠한 온 체인 거버넌스도 정당화(legitimize) 될 수 없다는 반대의 의견을 피력했다.

일련의 주제들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핵심은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가치를 형성하는 원리는 주식회사가 가치를 형성하는 원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개개인의 토큰 보유 여부와 별개로 보편적인 신뢰가 전제되어야 유의미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만약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지불받는 것도 원치 않을 것이고, 그만큼 그것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거버넌스가 신뢰받지 못한다면 어플리케이션들이 이더리움 플랫폼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블라드 잠피르는 블록체인 상에서 미리 정해진 일정한 거버넌스에 따라 합의에 이르렀다고 해도 그것의 정당성이 보편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정해진 절차를 따랐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우리는 웹 3.0의 뼈대가 될 블록체인 프로토콜의 거버넌스는 단지 그것의 토큰 보유자 중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것에 반대하는 소수, 혹은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물론 토큰을 보유하지 않은 네트워크 유저(이를테면 플랫폼 위의 어플리케이션 및 그 유저 등)의 이해관계까지 모두 고려하여 보편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마켓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네이버에 ‘일본 여행’을 검색하고 나면 일주일 내내 거의 모든 웹사이트에서 호텔과 항공권에 대한 광고를 보여주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개인의 정보와 온라인 활동이 제삼자에 의해 광범위하게 추적되고 수익화되는 상황은 분명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을 포기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브레이브(Brave)와 오션 프로토콜(Ocean Protocol)은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고자 한다.

베이직 어텐션 토큰(Basic Attention Token)으로 잘알려진 브레이브의 밴 리브시츠(Ben Livshits)는 불필요한 광고 및 원치 않는 컨텐츠로부터 유저를 보호하고 트래커를 차단하여 개인정보를 보호해주는 웹 브라우저 ‘브레이브’를 소개했다. 브레이브 브라우저는 유저들이 광고를 보기 원하는 경우 광고주가 그들에게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기존의 시스템에서의 무분별한 광고는 유저들에게 피로감을 줄 뿐만 아니라 수많은 트래커로 인해 브라우징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있고, 결과적으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을 해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이미 다양한 광고 차단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브레이브는 정보를 유저 사이드에서 관리하고 브라우징에 적절한 조언을 제공해줌으로써 더 효율적이면서 동시에 데이터 소유권을 유저에게 돌려주는 안전한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했다.

오션 프로토콜(Ocean Protocol)의 트렌트 맥코나히(Trent McConaghy)는 구글이 유저들의 이메일 데이터를 팔아왔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를 인용하며 프라이버시가 무분별하게 침해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트렌트는 데이터의 가치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에 비해, 방대한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모두 가진 곳은 구글, 페이스북 등 소수의 기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것을 연방 준비위원회와 소수의 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화폐 시스템에 비유했다. 비트코인이 투명하고 누구에게나 열린 화폐를 제공한 것처럼 오션 프로토콜은 웹 3.0 생태계에서 투명하고 열린 데이터 경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데이터가 많으며 좋은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그런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오션 프로토콜은 데이터가 —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방식으로 — 자유롭게 공유되고 거래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를 제공하려 한다. 다시 말해,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일부 기업에서만 활용 가능했던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에 누구나 접근 가능해지는 동시에 데이터 공유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가 모두 갖춰진 플랫폼인 것이다.

특히 의료정보와 같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는 민감한 개인정보나 GDPR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데이터를 위해 오션 프로토콜은 ‘알고리즘을 데이터가 있는 곳으로 가져가는’ 방식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엑스레이 영상으로부터 암을 진단하는 딥러닝 모델을 학습시키고 싶다면, 의료정보를 외부로 반출하여 학습에 사용하는 것 대신 모델을 의료정보가 있는 서버로 가져가서 학습시킨 뒤 학습이 끝난 모델을 다시 외부로 가져오는 방식이다.

앞서 웹 3.0은 데이터가 독점되기보다 공유되면서 동시에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웹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 측면에서 오션 프로토콜은 웹 3.0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다만 여전히 알고리즘 보안 — 위 예시에서 (기업의 기밀일 수 있는) 학습 모델이 데이터 소유 주체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문제 — 이나 계산의 정합성 — 데이터 소유자가 알고리즘을 올바르게 적용했다는 것을 검증할 수 있는가 — 등의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이런 점에서 앞서 설명한 영지식증명이나 동형암호(Homomorphic Encryption) 등과 같은 암호화 기술의 중요성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을 마치며

흔히 블록체인에서 프로토콜이 ‘두텁다’는 표현을 사용할 때, 일반적으로 프로토콜 위에 많은 어플리케이션이 올라옴으로 인해 네트워크의 사용량이 늘어나고 그것이 토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느낀 프로토콜의 두터움은 그것과는 달랐다. 프로토콜의 두터움이란 블록체인의 오픈 소스, 오픈 데이터를 바탕으로 완전히 상호운용 가능한 웹 3.0의 특성으로 인하여, 한 프로토콜 위의 여러 어플리케이션들이 서로의 사용성을 높여주는 것에 있었다.

예를 들어 웹 3.0 SNS를 지향하는 ‘스테이터스’는 이더리움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암호화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위스퍼(Whisper)’와 모바일 환경을 지원하는 이더리움 라이트 노드를 개발한다. 카카오톡은 카카오만 사용할 수 있고 페이스북 메신저는 페이스북만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위스퍼는 이더리움 프로토콜 위의 다른 서비스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즉,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스테이터스라는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됨으로 인하여 이더리움 위의 다른 모든 어플리케이션들도 메시징 기능과 모바일 노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예로, 카이버 네트워크(Kyber Network)는 이더리움 위의 토큰 환전소이다. 카이버가 제공하는 환전 플랫폼과 그 플랫폼에 공급되는 유동성을 다른 어플리케이션이 활용한다면 ‘포모3D(Fomo3D)’와 같은 게임에서 이더리움 토큰 대신 오미세고 토큰으로 게임에 참여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즉, 프로토콜 레이어만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토콜 위의 모든 어플리케이션이 서로의 인프라가 되어 하나의 긴밀한 ‘어플리케이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셈이다.

이번 서밋의 현장에서 여러 개발자들과 대화하면서 이더리움이나 코스모스, 폴카닷 등의 프로토콜은 특정 집단 혹은 회사 소유의 프로젝트 혹은 제품이라기보다 리눅스파이어폭스와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가까운 커뮤니티를 형성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것은 웹 3.0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인데, 모두가 사용해야 하는 웹 프로토콜이 특정 집단에 의해 소유되어서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긴밀한 어플리케이션 네트워크’는 프로토콜의 중립성이 엄밀히 지켜질 때, 그 위에서만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누군가가 프로토콜을 지배하고 그것으로 수익을 얻으려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그것에 기여하기보다는 자신도 그런 ‘비싼’ 프로토콜을 만들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개발자들이 서밋에 모여서 서로 소통하고, 웹 3.0이라는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생태계에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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