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콘4(Devcon4), 이더리움 축제의 현장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개발 현황과 전망

Daniel Dongyeon Woo
해시드 팀 블로그
11 min readNov 20, 2018

--

올해로 4회를 맞은 데브콘(Devcon)은 명실상부한 블록체인 커뮤니티 최대의 축제입니다. 이더리움 재단은 매년 이더리움 컨퍼런스인 데브콘을 개최하여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 이더리움 프로토콜, 블록체인 연구 결과 등 블록체인 커뮤니티 구성원들 각자가 쌓아온 일들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지난 3년간 런던, 상하이, 칸쿤에서 열린 데브콘은 올해는 프라하에서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4일간 진행되었으며, 지난 8월의 일반참가자 티켓 판매에서는 티켓 판매가 시작된 지 불과 3분이 채 되지 않아 모든 티켓이 판매될 정도로 많은 사람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데브콘은 단순히 블록체인 코어 개발자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사용자 경험(UX) 연구자,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자, 블록체인 연구자, 클라이언트 구현 개발자, 기반 시스템 운영자, 커뮤니티 운영자, 심지어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탈중앙화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행사 기간 동안은 컨퍼런스 현장뿐만 아니라 프라하 도시 전체에게 크고 작은 모임들이 동시에 열리며, 다루는 주제도 탈중앙화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나 소식, 깊이 있는 기술이나 연구 결과에 대한 강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겪었던 경험과 이로부터 얻은 교훈, 새로운 알고리즘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데모나 튜토리얼 등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축제의 현장에 해시드의 일원으로 참가하여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워낙 많은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졌기에 모든 주제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개인의 입장에서 체감하기에는 현장에서 어떤 기술들이 주요 화두였는지를 위주로 이번 기회에 정리해보고 간단히 소개해보려 합니다. 이 글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아쉽게 함께 하지 못한 BUIDLER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데브콘4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Welcome to devcon4

이더리움 세레니티(Ethereum Serenity)

데브콘이 이더리움 컨퍼런스를 표방하는 만큼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다음 행보에 대한 발표였습니다. 이더리움은 올 초만 해도 캐스퍼(Casper) 알고리즘과 샤딩(Sharding)을 EVM(Ethereum Virtual Machine) 위에서 동작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형태로 적용하기 위한 작업을 병렬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지난 6월 이들을 프로토콜 레이어에서 통합하여 구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더리움의 역사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발표한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6월 이후에 임시로 이더리움 2.0 혹은 샤스퍼(Shasper)라고 불리던 이 프로토콜 업데이트를 세레니티(Serenity)라는 이름으로 정식으로 명명하고 세부 로드맵을 공개하였습니다. 세레니티는 완전한 지분증명(PoS) 기반의 캐스퍼, 샤딩, EWASM으로의 전환, 그리고 기타 과거에 논의된 크고 작은 개선안들을 반영할 계획입니다. 세레니티가 성공적으로 구현될 경우 8–16초 이내에 블록 승인을 받을 수 있고, 더 빠른 가상머신이 동작하며, 현재 성능의 수백 배를 넘는 확장성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뿐만 아니라 세레니티 이후에는 프라이버시 등을 보완할 레이어2 솔루션을 추가하고, 캐스퍼 CBC(Correct-By-Construction)를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확장성(Scalability)

데브콘4에서 다루어진 6개의 주제 트랙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부분은 역시 확장성 트랙이었습니다. 이더리움의 확장성에 대한 접근을 크게 프로토콜 업데이트를 통한 온체인(on-chain) 솔루션과 이더리움 플렛폼 위에 추가되는 레이어2(Layer 2) 솔루션으로 구분해봤을 때, 온체인 솔루션에 대해서는 세레니티 업데이트 계획을 통해 다루었고 레이어2 솔루션들이 확장성 트랙의 주를 이뤘습니다.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특히 권력의 탈중앙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재단이 최소한의 역할을 가져가려 하는 만큼, 레이어2 확장성 솔루션에 대해서도 재단에서 적극적으로 솔루션 개발에 개입하기보다는 각각의 개별 프로젝트들이 자신만의 구현체를 만들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직접 구현체를 만드는 몇 가지 프로젝트를 짚어보면 결제 채널(Payment Channel)을 구현한 Raiden Network와 SpankChain, 스테이트 채널(State Channel)을 구현한 L4, Celer 그리고 Perun, 플라즈마(Plasma)를 구현한 OmiseGO, 플라즈마 캐시(Plasma Cash)를 구현한 Loom Network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가 벌써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주목할 만큼 범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솔루션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지만, 이더리움 온체인 업데이트가 장기간 늦어지고 있는 와중에 각각의 프로젝트들이 자신만의 레이어2 솔루션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과정은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능동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보입니다.

보안성(Security)

보안성 트랙에서는 코드 작성에서의 보안성과 연산 과정에 대한 보안성을 함께 다루고 있었습니다. 코드 작성에 대한 논의에서는 안전한 코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이슈들을 주의 깊게 고려해서 개발해야 하는지, 개발 과정에서 보안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실수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지, 완성된 코드를 검사(Audit)할 때는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등 보안성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론적인 접근이 주를 이뤘습니다. 또한 OpenZeppelin 프레임워크와 같이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을 돕는 도구에 대한 설명과 튜토리얼 세션도 함께 구성되었습니다. 하드웨어를 이용한 보안 솔루션은 앞으로 암호화폐 지갑이나 커스터디 서비스 보안을 위해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활용 방안이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연산 과정에 대한 보안성을 위해 가장 직관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전용 하드웨어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정해진 연산만 정해진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종의 고립된 하드웨어(TEE, Trusted Execution Environment)를 만들고 이를 전용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한다면, 보안성 측면은 안전하게 보장이 되지만 하드웨어 제조사에 크게 의존적으로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프라이버시(Privacy)

프라이버시 문제는 이더리움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생태계 전체에서 주목받고 있는 주제입니다. 블록에 기록된 모든 데이터가 공개되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각각의 트랜잭션에서 보이는 정보를 감출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으며, 다른 측면으로는 민감한 정보를 어떻게 믿을만한 방식으로 대신 처리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으로는 암호학 기술을 사용한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 동형암호화(Homomorphic Encryption) 등이 주로 제시됩니다. 이 기술들은 암호학적으로 신뢰성을 보장하는 반면, 현재까지는 저장 용량 또는 계산 속도 측면에서 개선할 여지가 남아있기에 효율을 향상시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별도의 글을 통해 소개하겠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으로는 ZCash의 핵심개념인 ZeroCash를 개발하고, StarkWare를 공동창업한 Eli Ben-Sasson 교수의 STARKs 세션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몰려, 의자와 빈 통로를 가득 채우고도 부족해서 서서 세션을 듣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수학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영지식증명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STARKs session @ devcon4
Prof. Eli Ben-Sasson — State of STARK

디자인, 사용자경험(UX), 개발자경험(Developer Experience)

디자인과 사용자경험에 대한 이해는 데브콘4에 와서 얻은 뜻밖의 수확 중 하나입니다. 공학에서도 기술 집약적인 분야를 주로 다뤄왔던 제 입장에서 디자인이라는 주제는 확실한 방법론과 정답이 없는 모호한 실체로만 느껴졌기에 그동안은 어느 정도 외면하고 있던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상용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핵심 가치 중 하나로 디자인과 사용자경험을 꼽고 있습니다. 실제로 Mist, MetaMask, MyCrypto 등 프로젝트들은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각각의 방법론을 가지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공유하며 커뮤니티 전체가 함께 발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개인적 견해로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상대적으로 긴 시간 서비스를 운영하고, 디자인 개선을 이어온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들이, 앞으로 한동안은 타 서비스에 비해 디자인/사용자경험 측면에서의 우위를 가져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디자인 측면 이외에도 사용자경험과 개발자경험 향상을 추구하는 프로젝트들도 이번 행사를 통해 근황을 알려왔습니다. ENS(Ethereum Name Service), 이더리움 개발 라이브러리(Library), Web3.0 개발 라이브러리 등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데모 그리고 튜토리얼에 이르기까지 이더리움 기반 개발자들을 위한 장치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거버넌스(Governance)

이더리움의 거버넌스 구조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매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더리움이야말로 진정한 탈중앙화된 거버넌스를 가진 블록체인이라고 주장하는 의견이 있는 한편, 이더리움은 재단에 의해 지나치게 중앙화되어있다는 의견도 있으며, 이더리움은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데브콘에서도 많은 사람이 거버넌스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아직도 거버넌스라는 주제가 정리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션 중 들었던, 제가 깊이 공감한 문장을 하나 공유합니다. “Ethereum is too disorganized to be centralized”

데브콘4에서 발표된 거버넌스 모델 중, 0x 프로젝트의 거버넌스 접근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0x에서는 마치 간접민주주의같이 토큰 보유자들의 투표로 위원회를 선출하고, 이 위원회가 커뮤니티 보조금 프로그램(Grant Program)을 운영합니다. 이 방식은 발상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누가 보조금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권리를 가져야 하는지, 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필요한지, 권리에 대한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 등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들을 통해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한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decompression room

나는 이더리안이다(I’m Etherean)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큰 인상을 받은 한 가지를 손꼽아보면, 이더리움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철학 그 자체입니다. 이들은 탈중앙화를 외치고, 개개인의 정체성과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표현합니다. 커뮤니티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낸 사람들에게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스스로를 이더리안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현장을 보니, 앞으로 다가올 이더리움의 미래가 한층 더 기대됩니다.

Stop the BS, What are you BUILDING???

마지막으로 데브콘4에서 공개된 B-U-I-D-L 노래를 공유하며 마치겠습니다.

[Hashed Community]

Hashed Website: hashed.com

Facebook: facebook.com/hashedfund

Medium: medium.com/hashed-official

twitter: twitter.com/hashed_official

Telegram: t.me/hashedchanne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