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인터넷(Internet of Reality)

Kevin Sohn
해시드 팀 블로그
10 min readFeb 7, 2019

웹 3.0의 의미에 대하여

“현실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품어본 적 있는가?” -웨스트월드

다들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나아가 데이터의 민주화나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블록체인 산업이라는 것을 거칠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겠다.

프라이버시!

거대 자본(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온갖 멋지고 혁신적인 테크 회사들)이 당신의 데이터를 훔쳐서 돈을 벌고 있다!

우리가 (가짜 돈을 만들어서 당신의 진짜 돈과 바꾸는) 변화를 가져오겠다! 인터넷의 혁명이 시작되었다!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이 맥락에서 말하는 ‘혁명’이란 ‘다음 세대의 인터넷’을 뜻한다. 흔히들 ‘신뢰의 인터넷’이나 ‘가치의 인터넷’, 혹은 ‘탈중앙화된 인터넷’이라고도 불리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이런 와중에 사람들은 ‘가짜 인터넷 돈’을 찍어내서 잠자는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코털을 건드리고 있다.

한번 부모님에게 가서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소유권 따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해보자. 아마 지금까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해 왔던 부분과 그들이 실제로 관심을 갖는 부분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만 해도 ‘글쎄, 데이터 프라이버시? 딱히 신경 안 쓰는데.’ 라고 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나.

하지만 사실 모두가 신경을 쓰고 있다. 단지 당신이 걸고 넘어지는 특정한 ‘그 부분’에 딱히 관심이 없을 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만, 그렇다고 그런 플랫폼에 시간을 조금이라도 덜 쓰지는 않는다.

이데올로기는 세일즈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같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정의롭거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일이어서가 아니다. 그저 그게 편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일 뿐이다.

고객에게 이데올로기를 팔 수는 없다.

— 나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쓸 줄은 알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 기술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웹 3.0도 이와 마찬가지여야 한다.

미리 변명 하자면, 나는 블록체인 기술이 인터넷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사이퍼펑크들은 분명히 하나의 중요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단지 그것이 우리 미래에 정확히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할 뿐이다(심지어 그들 스스로조차도).

웹 3.0이 온다

웹 3.0이 온다.

웹 1.0 : 빙하기

인터넷의 첫번째 버전이다. 상호 커뮤니케이션 작용을 찾기 힘든, 그저 일방통행 플랫폼이었던 시절이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려면 삼촌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지만, 오늘 하려는 이야기에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닌 듯 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2, 1995년. 나보다 일주일 쯤 형(누나? 아무튼)이다.

웹 2.0: 오늘날의 인터넷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그 인터넷이다. 상호작용과 P2P. 교과서에서는 ‘정보의 시대’, ‘정보의 바다’라고 불린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원래 의도는 그런 것이었다.

사실 우리 현실에서의 ‘정보의 시대’란 사실상 중세시대에 가깝다. 그곳에는 무너지지 않는 성벽과 자신이 소유한 왕국과 땅에 대한 모든 부분을 통제하는 영주들이 존재한다.

앞서 말한 ‘정보의 바다’ 역시 사실은 바다보다는 수많은 댐이 모여있는 것에 더 가깝다.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접하고 상호작용하는 정보는 사실 그곳에 있는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데이터와 그 데이터의 주관적인 표현형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것이야 말로 인터넷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P2P네트워크의 근본적인 한계점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P2P란 무엇인가

이것은 중요하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네 사람, 앨리스, 밥, 캐롤, 데이빗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오프라인상에서는 그저 원탁 주위를 둘러앉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된다.

여기서는 서로가 실시간으로 완전히 소통할 수 있다. 밥이 배고프다고 하면, 그가 실제로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다. 모두가 밥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함께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소통하는 방법이다. 본질적으로, 이런 형태의 소통은 n-to-n 이다(P2P가 아니라).

그러나 온라인 상에서는 모든 대화가 마치 전화통화처럼 1:1, 즉 P2P로만 진행된다.

밥이 배고프다고 하는 얘기는 오로지 한 사람에게만 전달된다. 그게 앨리스라면, 밥이 배고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앨리스와 밥 뿐이다.

캐롤과 데이빗은 앨리스와 밥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앨리스가 밥이 이야기 한 것과 다른 사실을 말하면, 캐롤과 데이빗은 누가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알 방도가 없다.

이 상황의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온라인상에서는 모두가 함께 둘러앉아 실시간으로 대화할 원탁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섯 번째 참석자, 이브가 등장한다. 바로 ‘중간자’이다.

흔히들 사용하는 ‘단체 채팅방’에서는 마치 참여자들이 원탁 주위로 함께 둘러앉아 자유롭게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거기에 원탁은 없고, 중간자인 이브가 원탁의 역할을 대신한다. 사실 그는 채팅방을 돌아다니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화를 대신 듣고, 그 메시지들을 다른 네 명의 참여자들에게 각각 전달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그곳에 있지 않은 척 하면서.

오늘날 인터넷의 모습은 바로 테크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이런 ‘원탁’을 제공하는 형태이다. 그들은 원탁을 제공하는 대신 그 위로 오가는 대화와 상호작용들을 수익화 한다(딱히 부당할 것도 없는 셈이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심지어 이 글이 올라와 있는 미디엄 블로그까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의 구조가 원래 그런 것일 뿐이다. 사실 뭐, 기껏해야 약간의 메시지가 오가는 것 뿐인데, 무언가 잘못된다고 한들 얼마나 크게 잘못될 수 있을까?

그러던 중 비트코인이 등장했고, 이것이 바로 그것이 궁극적으로 해결해낸 문제이다. 그 유명한 ‘비잔틴 장군 문제’가 바로 정확히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이다. 앨리스와 밥, 캐를과 데이빗이 필요로 했던 중립적인 원탁이다. 아무도 소유하거나 조종할 수 없는 원탁. 그것이 바로 비트코인인 것이다.

웹 3.0

이제 그것을 웹으로 가져와보자. 그것이 바로 웹 3.0이다. 이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걸까? 우리의 인터넷을 어떻게 바꿔낼 수 있을까?

다들 한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불변성, 검열저항성, 프라이버시, 무신뢰성, 상호운용성, 데이터 소유권, 가치의 인터넷, 두터운 프로토콜…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투자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단어라면 그 무엇이든.

이런 아이디어가 무의미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단어들은 웹 3.0의 몇몇 단편적인 특징을 나타낼 뿐, 근본적인 가치는 아니다. 딥러닝이나 사물인터넷처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매력적인 기술들처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기능들을 바탕으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인가이다.

현실의 인터넷

신뢰의 인터넷

가치의 인터넷

현실의…인터넷?

“[당신의] 현실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품어본 적 있는가?” -웨스트월드

정의

정의: 절대적이고, 스스로 완전하고, 객관적이며 인간의 선택이나 관습에 영향받지 않는 존재성

사이버세상은 그동안 가상의 공간으로만 존재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현실:

절대적이고, 스스로 완전하고, 객관적이며 인간의 선택이나 관습에 영향받지 않는 존재성

먼저 절대적이고 스스로 완전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자.

로마 제국의 멸망은 그 후에 수십만 개의 유물들을 남겼다. 수집가들이 이들을 찾아냈고, 박물관이 이를 전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물건들에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어떤 물건이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일단 먼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한 번 존재한 것은, 어느날 갑자기 존재를 중단할 수는 없다.

이와는 반대로, 어떤 게임 플랫폼 위에 존재하던 제국이 (어떤 이유에서든) 삭제 되거나, 혹은 전체 플랫폼이 중단되거나 종료된다면, 그곳에 존재하던 모든 디지털 자산과 역사(무기, 캐릭터, 기록 등)는 그와 동시에 존재를 중단할 것이다.

모나리자의 복제품은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결국 복제품일 수 밖에 없다. 분자 단위까지 내려가서 100% 완벽하게 원본과 일치한다고한들, 그것이 가진 역사까지 복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원칙을 그림이나 음악 파일 같은 데이터에게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 고유의 역사 자체가 없기 때문에 ‘원본’이 무엇인지 구별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서는 애초에 ‘원본’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랬다.

존재한다는 것은 유일하고 절대적인 역사를 갖는 것이다

물질세계에서, 모든 것은 물리학의 법칙을 따른다.

웹 3.0 스택에 있는 데이터는 (아직) 물리적인 성질을 갖지는 못했지만 ‘존재성’을 구성하는 다른 모든 성질은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현실 세계에선 어떤 물건을 파괴할 수는 있지만 ‘삭제’할 수는 없다.

물질의 존재성은 인간의 선택이나 관습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웹 3.0에서의 데이터를 ‘물질’과 비슷하게 보려고 한다. 현실 세계의 물질과 이 데이터의 차이점은 그저 뉴턴의 물리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 밖에 없다. 웹 3.0는 자체적인 물리의 법칙이 있는 일종의 평행 우주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법칙을 우리는 ‘프로토콜’이라 부르고 있다.

우리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물리 법칙을 중립적이라 여기는 이유는, 그 누구도 법칙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테이블’의 예시로 돌아가면, 나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을 꽤 신뢰하는 편이다. 하지만 물리 법칙을 신뢰하는 것 만큼은 아니다.

웹 3.0 위의 프로토콜은 기본적으로 무신뢰성을 갖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중립적일 수 밖에 없다. 다시말해, 그것은 웹 3.0이라는 새로운 우주의 물리 법칙처럼 생각될 수 있다.

— 그것은 절대적이고, 스스로 완전하고, 객관적이며 인간의 선택이나 관습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웹 3.0 이라는 우주에서는, 모든 데이터가 상호운용 가능하다.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 모든 물질들이 (그것이 존재하는 맥락과 무관하게) 상호작용 할 수 있는 것 처럼 말이다.

결론

이것이 내가 웹 3.0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사이퍼펑크 괴짜들은 프라이버시, 상호운용성, 검열저항성 등으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인터넷의 근간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내가 생각하기에, 결과적으로 그들은 그간 (사이버 세상에) 새로운 층위의 현실을 건설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나가고 있었던 셈이다. 그것이 가져올 변화는 모든 것에 적용될 것이다.

사이버 공간은 물리적 공간만큼이나 현실이 될 것이다. 가상(virtual)현실은 실질적인(virtual) 현실이 될 것이다. 증강현실은 ‘한 겹 더해진’ 현실이 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인공적 현실과 실재 현실 간의 차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평행우주를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것을 만들었다(비록 아직 원시적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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