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엑스(bZx): 마진거래와 예금/대출의 양면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결합시킨 프로토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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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드 팀 블로그
10 min readAug 31, 2020

Disclosure: 해시드는 투자 포트폴리오 관련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엄밀한 내부 규제를 시행하고 있고, 시장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관련된 해시드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해시드는 이 글의 발행 이후 최소 3일간 bzrx 및 vbzrx 토큰의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 되었으며, 법률, 세무, 투자, 금융 등 어느 측면에서도 책임 있는 조언이 될 수 없습니다. 즉 해시드는 이 글을 통해 어떤 종류의 금융 상품이나 디지털 자산의 거래를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힙니다.

해시드는 2019년에 카이버 네트워크(Kyber Network)의 창업자 로이(Loi Luu)를 통해 비지엑스(bZx) 팀을 소개받은 후 투자를 검토하며 오랜 기간 두 창업자인 톰(Tom), 카일(Kyle)과 교류해왔습니다. 첫 만남 당시 비지엑스는 다른 메이저 디파이 프로토콜에 비해서 현저히 작은 예치금액(TVL)을 가지고 있었지만, 끊임없이 디파이 생태계 특유의 개방성과 결합성에 기반한 다양한 유동성 활용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빠르게 결과물로 구현해내는 능력이 무척 탁월한 팀이었습니다. 2020년 들어 비지엑스는 본격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크게 받기 시작했고, 프로토콜의 예치금액은 불과 50여일 만에 $5M에서 $19M로 빠르게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다 갑작스레 지난 2월 이쓰덴버(ETH Denver) 행사기간 중에 발생한 치명적인 사고로 인해 비지엑스 플랫폼은 장기간의 휴면기간에 돌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시드는 비지엑스 팀이 직면한 극도로 곤란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조언해주며,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디파이 시장에서의 사고를 해결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비지엑스 팀은 희망과 의지를 잃지 않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주었고, 어느새 개선된 프로토콜과 강화된 보안성과 함께 돌아와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으며 재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7월 토큰공개 전에 진행된 라운드를 통해 해시드가 비지엑스에 투자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마진트레이딩과 결합되어 수요를 가장 잘 일으킬 수 있는 예금대출 프로토콜

비지엑스 프로토콜은 탈중앙화된 예금대출 프로토콜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컴파운드(Compound)나 아아베(Aave)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수요창출’입니다. 암호자산 담보대출시장에서 예금자는 유동성의 공급자, 대출자는 유동성의 수요자로 참여하게 됩니다. 예금자는 매력적인 이율이 존재하는 한 프로토콜에 참여할 유인이 있습니다. 대출자의 경우에는 이자를 지불해야하는 입장이므로, 이자를 상회하는 부가가치가 있을 때만 대출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출자가 대출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아래와 같이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담보자산에 대한 1배 롱 포지션을 유지하며 다른 토큰 (예를들어 DAI)에 대한 유동성 추가확보
  2. 담보자산에 대한 레버리지 포지션 확보
  3. 대출자산에 대한 (레버리지) 숏 포지션 확보 = 공매도

현재 메이커와 컴파운드는 그 사용경험 설계상 1번 수요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량의 유동성 수요가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는 2번과 3번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마진거래가 예금대출 프로토콜을 크게 활성화시키는 핵심 컴포넌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인치(1inch) 팀 또한 이러한 속성에 주목하여 컴파운드와 플래시론을 활용한 마진거래 플랫폼인 1x.ag을 출시하기도 했고, 아아베 또한 V2 출시를 통해 마진거래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결국 시장은 가장 많은 수요처와 연결된 유동성 프로토콜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지엑스는 2019년에 프로토콜을 출시할때부터 마진거래 기능과 예금대출 기능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대출 수요가 자연스럽게 창출되며 경쟁하는 예금대출 플랫폼들 대비 더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기 용이했습니다. 이처럼 예금대출 시장이 발전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역량과 빠른 실행력은 비지엑스가 앞으로도 디파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실제 유저를 끌어들이면서도 지속가능한 토큰 분배 모델

컴파운드의 컴프(COMP) 토큰을 시작으로 촉발된 일드파밍(Yield Farming) 컨셉은 네트워크에 기여하는 초기 생태계 구성원들에게 주식을 배분한다는 강력한 모델을 통해, 디파이 시장, 나아가 이더리움 생태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디파이에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창업자들을 응원해왔던 해시드 입장에서는 디파이가 큰 관심을 받는 것이 반가운 일입니다. 원래 일드파밍 모델은 진정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용사례를 증대하고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락인(lock-in)시키며 거버넌스를 탈중앙화 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하지만 현재 많은 프로토콜들은 소위 말하는 수익농부(Yield Farmer)들에게 본래 의도한 목적과 다른 방식으로 시스템을 유용할 기회를 열어주고 네트워크의 소중한 자산인 거버넌스 토큰을 분별없이 분배하며, 나아가서는 실수요자들을 네트워크에서 쫓아내는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일드파밍의 시조격인 컴파운드는 예금자와 대출자 양쪽에 채굴보상을 부여하였기 때문에 수익농부들로 하여금 마치 자전거래(Wash Trading)처럼 동일 자산에 대해서 예치와 대출을 하도록 장려한 꼴이 되었습니다. 또한 일간 보상량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대출자들이 네트워크에 지불하는 비용보다 오히려 큰 채굴보상을 받아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 수요공급에 의해서 이자율이 결정되는 컴파운드의 특성상 허수요가 작용하여 이자율이 본래의 균형이자율 보다 크게 높아질 수 있으며,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컴프 토큰 채굴이 시작되고 여러 토큰 풀이 자전거래에 의해서 급격한 수요공급 변동과 이자율 변동을 겪어야 했으며, 컴파운드 거버넌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채굴보상 정책과 이자율 정책을 변경하고 있습니다.

비지엑스 팀은 일드파밍의 이러한 효용과 위험성을 동시에 인지하고 있으며, 프로토콜의 기여자들에게 발행하는 플랫폼 토큰인 bzrx 토큰을 모델을 사려깊게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비지엑스는 마진 트레이딩을 이용하는 주체, 즉 유동성 수요자들이 시스템에 비용을 지불하면 그 비용의 50%가 환급되는 방식으로 토큰보상을 부여합니다. 이렇게 되면 컴파운드에서와 같은 자전거래를 막을 수 있으며, 마진거래를 통해서 환급받지 못한 나머지 50%의 비용을 상회할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용자들만을 끌어들이게 됩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네트워크 런칭 초기에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런칭 후 첫달에는 전체 토큰 발행량의 2%를 분배합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기존에 비지엑스나 디와이디엑스(dydx) 등을 통해 온체인 마진트레이딩을 하던 고객들을 끌어오기에 굉장히 매력적인 조건일 것입니다.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디어: 보험 채굴과 개방형 상장

현재 디파이 일드파밍 유행은 수많은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자체 토큰을 발행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 수십 종의 디파이 토큰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예치/거래/마진거래 수요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편, 여러 자산에 대한 예치와 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시스템의 위험도를 증가시킵니다. 개별 유동성 풀의 리스크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는 유니스왑의 경우에는 이미 자유 상장을 하고 있지만, 예금대출 플랫폼에서는 위험한 담보 하나가 전체 시스템의 파산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지엑스팀은 보험 채굴(Security Mining)이라는 개념을 구상중입니다. 이는 비지엑스의 비지알엑스(BZRX) 토큰홀더들이 직접 지원하고 싶은 토큰을 골라 그 토큰 풀(Pool)에 스테이킹을 하고, 이렇게 스테이킹된 토큰이 해당 풀의 비상 보험금으로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이 때, 이 보험금의 일정 수준만큼 자산이 예치되고 마진거래와 대출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스테이커들은 보험 제공에 대한 댓가로서 해당 풀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의 일부를 나눠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됩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든 해당 풀이 지불능력을 잃어버리게 되면 시스템의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스테이커들의 보험금이 사용되게 됩니다. 언뜻보면 이는 메이커에 초과부채가 발생하였을 때 메이커 토큰(MKR)을 추가 발행하여 경매(Debt Auction)하는 것과 유사해보입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토큰 풀 중에 자신이 지원할 토큰 풀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확장성이 있고 시장논리에 따라 효율성이 확보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보험 채굴의 또 다른 장점은 개방형 상장(Permissionless Listing)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방형 상장에서는 비지엑스 토큰홀더들이 선택한 어떤 토큰이든 자유롭게 상장될 수 있습니다. 예를들면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컴프(COMP), 와이파이(YFI), 커브(CRV) 등이 탈중앙화 거버넌스에 의해 상장될 수 있습니다. 또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토큰홀더는 자신의 비지엑스 토큰을 담보로 스테이킹해야하고 유사시에는 이 토큰이 보험금으로 소모될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결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 비지엑스의 공동창업자인 카일가 개방형 상장을 언급했을 때는 너무 앞서나간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듣고 나서는 이 개념이 개방형 금융을 추구하는 디파이의 방향성에도 부합하며 나아가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만한 요소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테스트 주도 개발(TDD), 품질검사(QA), 보안(Security)

VC 업계에서는 “처절하게 실패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에게 투자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지엑스는 2019년에 혜성처럼 화려하게 등장했고 업계 최초의 아이디어를 누구보다 빨리 구현해냈으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보안 헛점을 이용한 공격에 피해를 입어 6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플랫폼을 멈추어야 했습니다. 이 시간동안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프로토콜을 처음부터 다시 디자인하고, 시니어급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여 테스트 주도 개발 프로세스와 품질검사를 도입했으며, 주기적인 제 3자 보안감사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현재 비지엑스 프로토콜은 업계 최고수준의 보안감사를 제공하는 팩실드(Peckshield)와 설티케이(CertiK)으로부터 감사를 받았으며, 제품 출시 이후에도 업데이트가 있을 때 마다 추가적인 보안감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델파이 디지털(Delphi Digital)을 통해 토큰경제에 대해서도 경제 감사를 받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지속적인 보안감사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해시드로부터 전략적인 투자금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뼈아픈 실패를 딛고 이겨낸 창업자들은 그 경험을 통해 더욱 압축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비지엑스를 지원한 사례처럼, 앞으로도 해시드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창업자들을 지원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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