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루(Voithru) — 프로토콜 이코노미를 통한 뉴미디어 번역 산업의 혁신

Jinwoo Park
해시드 팀 블로그
6 min readMay 28, 2020

보이스루가 꿈꾸는 언어 장벽 없는 뉴미디어 컨텐츠의 미래

2010년대 후반은 바야흐로 뉴미디어의 성장이 두드러진 시기였습니다. 한국의 경우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던 유튜브의 월간 활성유저 숫자(MAU)가 2019년 기준 전체 인구의 60%인 2,900만명을 기록하였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크리에이터(유투버)는 초등학생의 희망직업 순위에서 ‘의사’를 제치고 당당히 3위에 오르는 위엄을 과시하였습니다. 이러한 성장과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화, 둘의 만남은 유튜버들의 해외진출을 가속화 시켰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유튜버만이 성공적으로 해외 시청자를 모을 수 있었던 반면, 나머지 다수의 유튜버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이러한 수혜를 입지 못한게 사실입니다. 번역된 자막을 만드는 것은, 단지 자막의 싱크를 맞추고 뉴미디어에 적합하게 만들어내는 것 뿐만 아니라 외국어에 대한 지식까지 포함한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통 번역시장은 뉴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자막 번역 수요를 성공적으로 흡수하지 못했습니다. 기존 번역시장의 경우 뉴미디어 자막에 최적화되어있지 않을 뿐더러 번역 자체에 3일 이상이 소요되는 구조입니다. 반면에 뉴미디어 시장은 콘텐츠가 처음 노출되고 약 3일 이내에 90% 이상의 소비가 이루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자막이 최대한 빠르게 제작되어야한다는 불일치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시드가 이번에 투자한 보이스루(Voithru)는 네이버 주최 음성인식 대회에서 1위를 한 자체 Speech To Text(STT) 기술력으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자막을 만들어주는 솔루션을 시작한 회사입니다. 작년 중순 뉴미디어 크리에이터를 위한 자막 번역 및 제작 서비스 자메이크(Jamake)를 내놓아 샌드박스에 독점적으로 자막을 공급하고 다이아 티비, 레페리, 트레져헌터 등과도 파트너쉽을 맺는 등 짧은 시간에 컨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업계 80% 점유율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이스루는 기존 번역 시장보다 낮은 단가를 제공하면서도 12시간 이내에 대부분의 자막을 제공할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여주는 서비스입니다. 현재 누적으로 1,200여명의 번역가가 활동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대기 인원만 2,400여명이 넘습니다.

보이스루의 파트너 수와 고객수

보이스루의 낮은 단가와 빠른 속도 혁신은 흔히 말하는 ‘긱 이코노미’의 도입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번역회사에서는 소수의 내부 인력이 번역을 담당하였다면, 보이스루의 서비스 자메이크에서는 영상을 짧은 길이로 나눈 뒤 여러 명의 프리랜서 번역가가 병렬적으로 일을 담당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짧은 영상을 대상으로 일하게 되어 번역가는 적은 부담을 가지고 보통 30분 이내에 일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뒤 검수를 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명의 검수 번역가들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배정됩니다. 이러한 형태의 병렬화는 영상의 길이에 관계없이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된 자막을 정해진 시간 내에 크리에이터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합니다.

보이스루가 성장하는 원동력이었던 ‘긱 이코노미’를 극단적으로 더 효율적이게 만드는 ‘프로토콜 이코노미’로의 발전 그리고 블록체인

긱 이코노미가 사람과 사람간의 계약, 또는 회사와 사람간의 계약에 기반하고 있다면 프로토콜 이코노미는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는 곧 프로토콜 자체가 계약을 관리하게 되어 효과적이고 높은 신뢰성을 보장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이스루는 올해 초 일본 진출에 이어, 올해 중에 동남아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글로벌화는 컨텐츠가 소비되는 시장에서 번역 인력을 직접 수급함으로써 번역 단가를 더 낮추고, 트렌드에 가까워지고 나아가서는 파편화되어있는 시간대(타임존)에서 자유로워지는 효과를 낳게 됩니다. 현재는 많은 숫자의 번역가들이 한국에서 일을 하며 원화로 돈을 벌어가지만, 점차적으로 해외 번역가의 비율이 높아질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글로벌 서비스들이 봉착한 다국가간 송금을 위한 높은 수수료 및 운영 비용의 증가가 예상됩니다. 특히나 SWIFT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해외송금 시스템은 수수료가 아주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양의 돈이 빈번하게 송금되는 보이스루의 상황에 맞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통화에 페깅되어있는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한다면 수수료를 상당부분 낮출 수 있고 기존 플랫폼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합하여 이용한다면 높은 수준의 자동화 및 효율화로 운영 비용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플랫폼 자체의 신뢰도 증가와 분쟁을 감소시키는 데에도 프로토콜 이코노미가 활용될 수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른 고품질 노동자의 저품질화를 막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적절한 피드백과 평가 그리고 보상을 지속적으로 주는 기작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회사 자체에서 이 평가를 하기 시작하면 번역가 숫자의 증가에 따라서 더 많은 평가인력이 필요하여 확장성이 결여되고, 번역가도 중앙화된 주체의 평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국은 번역가 커뮤니티 내부의 상호 평가가 중요하고, 이를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즉 블록체인이 필요합니다. 커뮤니티 내에서 적당한 인센티브를 이용하여 서로를 평가하게 만들면 회사 내부에는 번역관련한 인력이 없더라도 커뮤니티를 이용하여 평가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신뢰성을 증가하게 만들면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산업의 비즈니스 주체가 회사에서 커뮤니티로 옮겨가면서 해당 네트워크가 성장하는 사례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 산업이 그러하며 익히 이름을 알고 있는 우버, 에어비앤비도 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회사는 플랫폼으로서, 참여하는 유저의 숫자를 늘려서 전통적인 택시업계, 호텔업계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비지니스 모델을 증명하였습니다. 해시드는 이러한 플랫폼들의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네트워크가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전히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지만, 해시드와 같은 비전을 공유하며 극단적으로 해당 산업을 효율화시켜 형평성있는 부의 분배 가치를 추구하는 창업자들을 계속하여 지원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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