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드 X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프레스데이

Sienna Park
해시드 팀 블로그
10 min readDec 7, 2018

Recap: Press day for blockchain startup with Startup Alliance and Hashed

한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Startup Alliance)’는 2016년부터 정기적으로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출입 기자 간의 네트워킹 자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올해는 분기별로 하나의 컨셉을 가지고 해당 바운더리 안에 있는 스타트업을 모아 프레스데이를 열었습니다. 2018년 마지막 프레스데이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위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블록체인은 ‘스타트업’ 보다는 ‘프로젝트’로 불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산업 초기에 이더리움 재단처럼 비영리 재단 성격의 조직이 개발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들을 ‘회사’로 지칭하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간에, 블록체인 개발 조직이 운영되고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일반 스타트업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하고, 투자자 관계도 신경 써야 하고, 정부의 규제 또는 전통 산업의 플레이어들과의 마찰도 고려하며 사업을 해나가야 합니다.

지난 2018년 초에 정점을 찍은 크립토 버블 이후,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급속히 식었습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일반 스타트업들이 받는 기관 차원의 지원이나 대중의 호의를 기대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해시드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스타트업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원인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결과, ‘블록체인’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 외부세계와 분리되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단절이 일어났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한마디로, 두 세계 사이에 ‘넘사벽’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자체가 컴퓨터 공학을 기반으로 한 하이테크 기술입니다. 초기부터 공학자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블로그 포스팅 하나를 읽기도 버거운 것이 현실입니다. 여기에 대부분 정보가 영어로 공유되고 있다는 점도 두 세계를 갈라놓는데 한몫을 합니다. 또한,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 심리와 미비한 규제 및 정책 때문에 블록체인 생태계는 ‘미지의 세계’ 혹은 ‘투기판’로만 인식이 되어왔습니다.

두 세계는 영원히 분리될 수밖에 없을까요? 아닙니다. 미디어가 이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디어의 주요 역할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미디어는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이해하기 쉽게 기사로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대개 한 매체 안에는 ‘정보통신’, ‘산업’, ‘정부’, ‘국회’ 등 다양한 출입처(전문 분야)를 둔 기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블록체인 관련 이슈가 터졌을 때 여러 각도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현상을 분석하는 것도 언론이라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무리 정보력이 뛰어난 개인이라고 해도, 미디어의 정보 수집 능력을 따라잡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미디어가 오랫동안 대중과 쌓아온 신뢰가 기사의 설득력을 높이는 요소가 됩니다. 물론, 각자 가장 신뢰하는 채널이 다르고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는 시기에 대중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에는 미디어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채널은 찾기도 어렵습니다.

산업 태동기 미디어의 역할은?

산업 초기에 미디어의 역할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핀테크(FinTech) 산업의 경우입니다. 2014년, 국내에 핀테크의 개념이 처음 소개되던 시절의 기사를 살펴보면 재밌는 부분이 많습니다. ‘핀테크란 무엇인가’ 소개를 하는 기사부터, ‘IT 공룡이 금융사의 밥줄을 끊는다’ 또는 ‘글로벌 IT 기업, 금융업 진출로 전통 은행과 한판 대결을 예고한다’는 제목의 기사도 있습니다. 미디어 입장에서는 일반 O2O 스타트업처럼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넘어, ‘돈’ 또는 ‘자산 정보’를 다루는 산업이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산업의 성장에 따라 미디어의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전통 금융 산업과 핀테크 산업은 때로는 경쟁 관계로, 때로는 협력 관계로 소비자의 금융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미디어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Toss)’는 한국의 넥스트 유니콘으로 꼽힐 정도로 미디어의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는 핀테크 스타트업과 기존 금융 산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핀테크 기업이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보도해준 미디어의 상호 노력이 컸습니다. 이제 블록체인 산업이 다른 산업의 성공적인 초기 미디어 관계 수립 과정을 벤치마킹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성에서 온 블록체인, 금성에서 온 미디어

문제는, 필요성은 인지했지만 ‘도대체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단 프로젝트 측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디어(기자)도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은 있을지언정, 어떤 프로젝트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기사를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기 부지기수였습니다. 특히, 기자 입장에서는 암호화폐 폭등락 사태를 겪으며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기자에게는 믿을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찾는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양쪽의 니즈를 파악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해시드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움으로써 본격적으로 프레스데이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하나의 ‘스타트업’으로 봐줄 ‘스타트업 출입 기자’를 우선적으로 초대하자
  • 참여 신청 시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고, 성실히 답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선정하자
  • 대중에게 알릴만한 성과를 내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자

12일간의 신청 기간 동안 40여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신청을 완료했습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담당자에 따르면, 프레스데이 역사상 페이스북 광고를 하지 않고 이정도 참여 신청을 이끌어 낸것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여러분께는 1분 50초의 발표 시간이 주어집니다. 시간 안에 자유롭게 여러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시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발표가 마무리되지 않아도 단에서 내려오셔야 하니, 시간을 잘 안배해주세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해시드의 선정 과정을 거쳐 총 16개 팀이 15명 기자 앞에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데모데이 형식 발표에 익숙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다소 당혹스러운 주문을 받았습니다. 바로, 2분 (정확히는 1분 50초) 동안 프로젝트를 소개할 장표 1장을 준비하는 미션이었습니다. 피칭 시간 이후에 이어지는 네트워킹 자리에서 기자들이 담당자를 만나기 전에 기본적으로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매우 짧은 시간이니만큼, 청중(기자)이 관심을 가질 만한 화두를 던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사실, 프레스데이가 아니더라도 전통 산업(미디어)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1~2분 내외의 메시지를 준비해 둔다면 중요한 순간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프레스데이에서 공유한 간략한 메시지 가이드 사항입니다.

  • 블록체인을 통해 기존 산업의 어떤 한계를 극복할 것인가 제시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
  • 블록체인 생태계 밖의 공신력 있는 기업 및 기관과 협업 사례
  • (제품을 출시했다면) 지금까지 성과 및 구체적인 수치 공개

실전 커뮤니케이션 노하우

블록체인 프로젝트 대표와 기자 서른 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다 같이 모인 김에 양측에 ‘서로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 제안하는 세션을 가졌습니다. 당부에 가까웠던 발표 내용을 다시 한번 공유합니다.

미디어 → 블록체인 스타트업

  • 관심(과 사랑) :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대게 설립과 동시에 국내와 해외 사업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국내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일반 스타트업과 가장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설립 1년 내외의 신생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실제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국내 블록체인 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국내 미디어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편입니다. 한국에 기반을 둔(혹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눈여겨봐 주시기 바랍니다.
  • 이해하려는 노력: 이번 프레스데이는 ‘화성에서 온 블록체인, 금성에서 온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개최될 뻔했습니다. 그만큼 소통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커뮤니케이션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술을 이해하려는 미디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대표나 홍보 담당자를 개인과외 선생으로 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 피드백: 블록체인 산업에 종사하다 보면, 빠르게 변하는 테크 트랜드를 따라잡으려다 보니 오히려 여기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 세계에서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신경 쓸 겨를도 없게 되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우물안에 가두는 격입니다. 미디어의 적절한 피드백과 냉정한 평가가 이들을 우물 밖으로 나오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 산업 및 정부, 국회 등 일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만나기 어려운 기관들의 피드백을 전달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 미디어

  • 데이터 & 팩트 기반 정보: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국내 최초’, ‘세계 최초’, ‘업계 최고’ 등의 미사여구를 남발한다는 점입니다. 기자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통의 보도자료 메일을 받습니다. 최고, 최초라고 주장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입니다. 이와 같은 보도자료의 홍수 속에서 사용자 수, 투자 유치 금액, 시장 데이터 등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자료를 만난다면, 기자 입장에서는 더는 반가울 수 없겠죠. 스캠이 난무하는 시장에서는 특히 객관적인 지표가 기사화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구체적인 성과: 언제까지 백서만 가지고 홍보할 수는 없습니다. 엔지니어 출신 대표가 이끄는 팀일수록 완성도 높은 프로덕트가 나오기 전에는 홍보 활동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소기의 성과라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기사화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보도자료는 ‘생존 신고’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테스트넷, 메인넷 런칭 소식 및 파트너십 등 프로젝트가 노력해서 얻은 성과라면 적극적으로 기자에게 소개하시기 바랍니다. 단, 너무 잦은 보도자료 배포는 ‘수신 거부’를 불러올 수 있으니, 분기별 2~3회 정도로 빈도를 조정하기 바랍니다.
  • 친절한 설명: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빈번히 사용하는 용어가 기자와 대중에게는 외계어로 들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살짝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설명하고, 반복적으로 언급해야 상대방의 이해를 도울 수 있습니다. 미디어는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입니다. 지나가는 사람 100명을 붙잡고 설명할 것을 기자 1명에게 정성껏 소개한다고 생각하면 매우 효율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PR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호기심으로 시작해 상호 배려가 곁들여져야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대중과 블록체인의 신뢰 구축을 위해 함께 힘쓰는 스타트업, 미디어가 되길 바랍니다.

프레스데이에 참여한 프로젝트와 후속 기사가 궁금하다면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브런치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startupalliance/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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