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자산의 J 커브

HASHED
해시드 팀 블로그
9 min readAug 27, 2018

해시드 한국어 블로그에서는 탈중앙화와 관련된 세계의 좋은 글들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소개합니다.

이 글은 크리스 버니스크(Chris Burniske)가 2017년 8월에 쓴 The Crypto J-Curve의 번역본입니다. 비록 정확한 수치적인 분석까지는 제공하지 않지만, 암호화폐의 급격한 가격 변동을 패턴화 시키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 최초의 이론들 중 하나로서 큰 의미를 가지는 글입니다. 크리스 버니스크는 책 ‘크립토에셋, 암호자산 시대가 온다’ (원저명: Cryptoassets)의 저자이자 현재 미국 뉴욕에 위치한 크립토 벤처캐피탈 플레이스홀더(Placeholder) 사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번역: Dhoick Ahn

감수: Brian Choi

암호자산(cryptoasset) 시장이 성숙할수록 대중의 광기와 실망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더 많은 버블의 형성과 붕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궁극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여정에서 반드시 겪을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요소이다.

비트코인은 이미 버블 형성과 붕괴의 과정을 여러번 경험해 왔는데, 2013년에 가격이 1,000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2015년 1월까지 지속된 하락장에서 175달러까지 폭락했던 예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제 비트코인이 올해만 4배 넘게 상승하여 4,000달러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2017년 9월), 우리는 또 다시 열광의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효용이 존재하는 암호자산들은 대부분 우리가 ‘J-커브’라고 불러왔던 익숙한 가격 패턴을 보이게 될 것이다.

사모펀드(Private Equity)에서의 J-커브는 포트폴리오사의 미래 현금 흐름을 나타내는 것이고, 경제학에서의 J-커브는 국가의 경상수지가 적자상태일때 화폐가치의 평가절하 조치로 나타날 수 있는 수지 개선 효과를 표현하는데 쓰인다. 이제 암호자산 시장에서의 새로운 J-커브를 규정하고자 한다.

암호자산 J-커브는 기본적으로 시장이 평가하는 암호자산의 가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기반을 둔다. 지난 토큰 서밋(Token Summit)에서 설명했듯이, 암호화폐의 가치는 ‘현재 효용가치’(Current Utility Value, 이하 CUV)와 ‘할인된 기대 효용가치’(Discounted Expected Utility Value, 이하 DEUV)라는 두 가지로 나뉘어 형성된다. DEUV는 누군가에게는 종종 ‘투기성 가치’라고 불리기도 한다. (저자 주: 하지만 ‘투기’라는 단어를 비난적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먼저 대부분의 고성장 주식들의 가치들 또한 이미 ‘투기적인’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기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암호자산에 대한 거래가 시작되면, 초반에 열기가 확 높아졌다가 금새 가라앉는 것이 보통이다. 이 때의 CUV는 매우 낮고, 심지어 실제 프로토콜이 없는 경우에는 아예 0으로 볼 수도 있다. 즉 이 시점에서의 가격은 대부분 미래의 가치인 DEUV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의 변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의 첫 번째 열광의 시기가 아래 그래프에서 보여지는 J-커브에 나타난 첫 번째 정점이다.

위 그래프에서의 첫 번째 정점에 표시된 ‘높은 DEUV’와 ‘낮은 CUV’는 가격을 구성하는 ‘비율’을 나타낸 것이며, 해당 암호자산이 실제로 갖고 있는 절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시장 초기 암호자산의 가격은 대부분 아래 그림과 같이 부풀려진 DEUV 비율 하에 필요 이상으로 높게 형성된다.

<출시 직후의 암호자산 가치 구성>

하지만 해당 암호자산 프로젝트의 실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프로젝트의 개발팀과 네트워크는 예측하지 못했던 장애물들을 경험하게 된다. 탈중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참여자들을 관리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열광적이었던 분위기가 점차 사그라들고, DEUV는 점점 낮아진다. DEUV의 하락을 수학적으로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변수들을 유추해낼 수 있다.

  •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 하락과 자산의 위험도 상승으로 인한, ‘할인율’(discount rate) 대폭 상승
  • 기대했던 만큼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시장점유율 목표치’ 하락
  • 처음 계획했던 로드맵이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총 기대시장 규모’(total addressable market) 축소

어떤 이유에서든 상황이 어려워지면 투기자들은 재빨리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DEUV는 급격히 감소한다. 이 때는 CUV 역시 매우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토큰의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비트코인 투자자에게 2014년이 어땠는지 물어본다면 아마 모두가 좋지 않은 시기였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 끈기있는 프로젝트들은 시장의 변덕과 관계없이 꾸준히 개발을 진행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의 질적 수준이 점차 개선되고, 투기자들이 아닌 실제 사용자들을 더 많이 확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실제 사용량이 늘면서, 암호자산의 CUV는 조용히 성장한다.

CUV의 성장은 DEUV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만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라면, 미래의 기대가치가 0에 수렴하는 상황에서 CUV만으로 암호자산의 가격이 형성될 수도 있다. 심지어 해당 자산의 시장가가 CUV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수도 있다. (이는 마치 주식시장에서 특정 주식의 주가가 장부가액보다 더 낮게 형성될 수 있는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몇몇의 투자자들은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매우 얇은 DEUV막을 형성하면서 끈질기게 버티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했던 내용이 바로 2015년의 첫 3분기동안 200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을 설명하는 현상이며, 바로 암호자산 J-커브에서의 최저점을 설명한 것이다.

<시장 최저점에서의 암호자산의 가치 구성>

최저점을 찍고 다시 가격이 상승하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보통 첫 번째로 나타나는 성장의 기울기는 매우 완만하다. 이 기울기는 시장이 해당 암호자산의 실질적인 성장을 발견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가파르게 변화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위에서 언급한 미래가치 하락에 대한 3가지 변수와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다. 할인율은 떨어지고, 시장점유율 목표치가 올라가고, 총 기대시장 규모가 다시 확대되는 것이다. 결국 CUV의 성장에 근거하여 미래 효용가치에 대한 대중의 기대 또한 함께 높아지고, DEUV가 다시 팽창한다. 아래의 차트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비트코인의 가격 변화에 지금 설명한 현상이 어떻게 반영되어 왔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부터 일어나게 될 일의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이상적으로는 CUV와 DEUV가 같이 조화롭게 성장하면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강한 상승장에서는 또 다시 DEUV가 CUV의 상승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하게 된다. 투기자들도 다시 시장에 진입하고, DEUV는 실제 수치들과 전혀 상관 없이 다시 한번 급격히 팽창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간이 흐른 후 암호자산의 J커브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이유이다.

이렇게 되면 완전한 하나의 사이클이 지나간 것이다. 특정 암호자산이 출시된 이후 가격의 대부분이 DEUV로만 구성되어 있던 시점에서부터, 하락장을 경험하면서 CUV 수준에 머무르는 최소 가격으로 유지되다가, 다시 DEUV가 회복하면서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시점까지가 하나의 순환 주기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친 암호자산 가격의 구성 비율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요약하면, 암호자산의 J-커브는 현재의 효용가치와 함께 미래의 기대가치를 포함하는 시장 분위기의 변화가 가격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초창기에 기대가치가 높을 때 형성된 높은 가격은 대부분이 DEUV로 이루어져 있다. 점차 기대가 하락하면서, CUV가 상승하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하락한다. 결과적으로 다시 DEUV가 상승하면서 이미 높아져 있는 CUV와 함께 암호자산의 가격이 이전 고점을 뛰어넘게 된다.

다시 말해, 현재 CUV가 충분히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면 DEUV의 증가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 몇 년간 엄청난 상승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이클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미시적인 관점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거시적인 관점이란 약 10년 정도의 기간을 뜻한다. 지금 수준의 DEUV로 형성된, 우리가 ‘고점’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은 다음번에 나타날 고점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일 것이다. 전체 J-커브는 수 많은 작은 J-커브들의 반복으로 구성되고, 그 주기가 얼마일지는 아직도 시장에서 결정되는 중이다.

궁극적으로 평형 상태에 이른 암호자산의 경우, 가격의 대부분이 CUV로 구성되고 거기에 약간의 기대가치가 더해진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로소 수십년에 걸친 J-커브의 반복이 끝나고, 실제 효용이 중요시되는 S-커브 형태로 진화하게 된다. 미래 효용에 대한 기대치는 프로젝트의 목표 시장이 얼마나 점유되었는지, 프로토콜의 발전이 얼마나 정체되고 있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이고,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한가지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진리는, 장기적으로 효용이 증가하기만 한다면 가격은 결국 올라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암호자산 J-커브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Joel Monegro, Cathie Wood, Brett Winton, 그리고 Stephen McKeon에게 특별히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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