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설계된 가상자산은 강력한 내재가치를 지닌다

Simon Seojoon Kim
해시드 팀 블로그
7 min readJul 6, 2021

정말 가상자산은 내재가치가 없을까?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가장 잘못된 편견은 ‘모든 가상자산은 내재가치가 없기 때문에 가격이 0원으로 수렴할 것이다’는 주장이다. 가상자산 회의론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만든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동작하며 글로벌한 유동성과 금융 에너지가 응축되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다양한 외부 요인에 기반하여 거친 가격변동을 보여왔고, 실제로 내재가치 없이 설계된 토큰을 다단계로 판매하고 마켓메이킹한 집단들의 행태가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다. 또한 가상자산이 전통 자산 대비 전혀 새로운 기술기반과 경제모델을 가지고 있음에도 개별 프로젝트들의 작동 원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상자산은 사기’라는 확증편향에 빠진 이들도 많다.

비트코인의 내재가치

비트코인은 정부와 금융 카르텔로부터 자유롭게 설계된 인류 최초의 화폐이자 전 세계 어느 곳으로도 은행과 금융기관의 비싼 수수료를 거치지 않고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전통 금융 네트워크보다도 강력한 보안성을 가지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들의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부터도 헤지가 가능한 하드 에셋이기도 하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이러한 장점 하나하나가 강력한 내재가치를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이러한 철학과 가치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파월 미국 연준의장마저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투자자산’이라고 인정했을 정도로 ‘디지털 금’에 대응되는 자산으로서 가치를 가진다는 논지가 제도권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금의 약 6% 정도인데, 금보다 투명성과 거래 효율성, 보관 용이성 등에 장점이 많아서 장기적으로 금의 시가총액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거나 심지어 추월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도 크게 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많은 미국 기관 투자자들이 채택하고 있다.

2021년에 접어들며 기관 뿐 아니라 국가까지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2월 케냐의 중앙은행 총재는 ‘IMF에 의해 촉발된 통화 평가 절하 문제를 비트코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을 준비통화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엘살바도르는 지난달 전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통해 막대한 송금 수수료를 절약하고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자국내 금융서비스의 접근성을 크게 높이는 등 다양한 혁신을 기대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에 이어 불안정한 법정화폐를 사용하던 중남미 국가들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추가적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비트코인의 교환 및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내재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엘살바도르에 이어 많은 중남미 국가들이 암호화폐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더리움의 내재가치

비트코인은 인정하지만 나머지 토큰들은 모두 가치가 없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은데, 사실 탈중앙화된 월드 컴퓨터를 지향하는 이더리움의 내재가치는 더욱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어느새 이더리움에는 앱스토어처럼 수많은 디파이와 메타버스 게임, 그리고 NFT 서비스들이 개발되어 점점 더 많은 트랜잭션(데이터 전송 및 송금)이 발생하고 있다. 2021년 5월 이더리움에는 역대 최고치인 4,500만 건의 트랜잭션이 전송되었고, 월간 활성 사용자 계정도 2천만 개 이상을 기록했다. 이렇게 번창 중인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마치 아마존 AWS처럼 큰 수수료 매출을 만들고 있다.

이더리움 채굴자들의 월간 매출: 블록 리워드 및 트랜잭션 수수료 (source: Coin Metrics, The Block)

2021년 5월 이더리움은 역대 최고 수준인 $2.35B (약 2조 6천 5백억 원)의 채굴자 매출을 만들었는데, 그중 소위 채굴이라 말하는 블록 리워드로 지급된 $1.32B를 제외하더라도, 네트워크 수수료로만 $1.03B (약 1조 1천 4백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서비스 이용료에서 서버 운영비를 제외한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채굴자들도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돈을 벌고 있다. 이더리움 2.0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네트워크가 업그레이드되면 채굴자들끼리 경쟁적으로 컴퓨팅을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서버의 운영 비용은 더욱 낮아지고 네트워크의 효율성도 더욱 개선될 것이다.

디파이(DeFi) 토큰의 내재가치

디파이 토큰들의 내재가치 추정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도 더욱 명확하다. 비슷한 목적사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들의 밸류에이션과 비슷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탈중앙화 거래소인 유니스왑(Uniswap)의 경우 2021년 5월 기준 $373M (약 4,200억 원), 6월 기준 $132M (약 1,500억 원)의 거래수수료 매출이 발생했다. 거버넌스 토큰인 UNI는 약 20조 원에 시가총액이 형성되어 있는데 6월 매출을 기반으로 주당 매출액 비율(P/S)을 계산하면 약 11배 정도가 산출된다. 흥미로운 것은 유니스왑은 단 10명의 개발자가 웬만한 대형 거래소를 상회하는 규모의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대한 비즈니스 조직의 역량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상장 심사를 하고 마케팅을 하는 중앙화된 거래소 대비, 유니스왑에서는 커뮤니티의 수많은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 및 개방형 상장을 주도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나눠 가지며 프로토콜을 함께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전통 비즈니스 모델 대비 더욱 잠재성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의견도 많다.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월간 매출 (source: The Graph, The Block)

탈중앙화 예금대출 프로토콜인 아베(AAVE)는 2021년 6월 기준 약 300억원의 매출을 발생시켰고, 거버넌스 토큰인 AAVE는 약 4조원에 시가총액이 형성되어 있어 마찬가지로 주당 매출액 비율은 약 11배 정도이다. AAVE 역시 예금대출 프로토콜의 성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동성 공급자와 대출자들에게 각각의 마켓에 기여한 비율대로 거버넌스 토큰인 AAVE를 배분하며 커뮤니티의 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출 시장에서 경쟁 프로토콜인 메이커(Maker) 및 컴파운드(Compound) 등의 시가총액, 주요 지표 및 성장세, 제품 마일스톤 등을 비교해보면서 어떤 대출 프로토콜이 시장에서 적절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각자의 기준으로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온체인(on-chain) 분석을 통한 가치평가 기회

가상자산의 내재가치 평가는 다양한 온체인 데이터 분석 도구의 성장과 함께 블록체인 산업의 뜨거운 주제가 되어가고 있다. 주요 활동이 블록체인 위에 구현된 탈중앙화 프로젝트의 데이터는 블록체인상에서 누구나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통의 금융회사보다도 쉽고 신뢰성 있게 실사할 수 있다. 크립토퀀트(Crypto Quant)나 글라스노드(Glassnode)에서는 비트코인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듄 애널리틱스(Dune Analytics)나 난센(Nansen) 등은 알트코인들의 온체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듄 애널리틱스에 생성된 DEX 마켓 온체인 데이터 (source: Dune Analytics)

지난주 미국 최고의 벤처투자사 중 하나인 a16z가 무려 2조 5천억 원에 달하는 3번째 크립토 펀드를 출범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시장의 구조적 성숙에 기반한다. 닷컴 버블의 한복판에서 아마존과 구글 등 IT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성장해온 것처럼, 여전히 초기 시장인 블록체인 산업에서도 데이터가 뒷받침되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단단하게 성장중인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다수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의 가치평가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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