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시장(Virtual Market) 톺아보기

차트 너머에 있는 탈중앙화의 가치

HASHED
해시드 팀 블로그
17 min readApr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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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상 시장을 만들어 내는 ‘프로토콜 경제’

투자자들은 종종 탈중앙화의 상업적인 잠재력을 알아보기 위해 코인의 시가총액(코인의 전체 개수 * 시장 거래가격) 만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그 계산 방법이 틀렸다거나 탈중앙화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이에 따른 새로운 자산이 등장했을 때 단순히 시가총액으로 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방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탈중앙화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생겨난 코인 시장의 가치를 판단할 때는 엔지니어링(기술), 게임이론, 경제학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합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프로토콜 경제(Protocol Economy)’가 무엇인지, 그 가치는 어떻게 측정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은 가치 판단의 훌륭한 출발점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먼저 프로토콜 경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프로토콜 경제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정의를 내려볼 것입니다. 이와 함께 무엇이 프로토콜 경제를 구성하고 지배하는지도 알아볼 것입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가상의 금융 시장을 더욱 세분화하여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 a)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b) 그 새로운 경제 시스템 하에 투자 기회를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 인사이트: 프로토콜 경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탈중앙화 기술

프로토콜 경제를 하나의 생태계에 빗대어 표현하면 끊임 없이 진화하는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세 가지 상호 의존적인 종(種)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프라, 어플리케이션, 그리고 금융 플랫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먼저 ‘인프라’는 컴퓨팅 플랫폼 또는 OS 역할을 하는 이더리움(Ethereum), 이오스(EOS), 클레이튼(Klaytn), 링크(LINK)와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어플리케이션’은 이 인프라 위에 구축되고, 디지털 재화와 사용자들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금융 플랫폼’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면 이 생태계의 금전적 조력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CeFi(Centralized Finance)’라고 부르는 중앙화된 금융 기관과 함께 ‘DeFi(Decentralized Finance)’, 즉 탈중앙화 거래 프로토콜, 스테이블 코인, 신원증명 등이 포함되는 탈중앙화된 금융기관이 포함됩니다. (금융 플랫폼은 사용 사례에 따라 인프라나 어플리케이션으로 분류될 수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금융 플랫폼은 명목화폐교환(fiat on-ramps)이나 월렛을 통해 현실 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연결하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프로토콜 경제는 현실 경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구조가 존재한다면, 프로토콜 경제는 디지털 재화와 서비스를 가상의 공간에서 생산하고 판매, 유통하는 것입니다.”

다만 중간자들이 독점과 수수료 부과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현실 경제와 달리, 프로토콜 경제에서는 수익이 조금 더 효율적이고 공평한 방식으로 모든 참여 주체에게 돌아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2017년에 우리가 겪은 암호화폐 대란은, 블록체인 기술이 생활에 전면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희망이 모여 시장에서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표출된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널리 쓰이는 ‘킬러 댑(Killer Dapp)’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 대다수 코인의 실제 가치가 시장 가격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만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거품은 가라앉았습니다. 당국의 규제와 맞물려 가격이 최고점 기준으로 약 85%수준까지 붕괴되며 전체 시가총액에 엄청난 손실이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필연적인 현상이며 무엇보다 프로토콜 경제의 발전에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블록체인 어플리케이션의 끊임 없는 발전을 지켜보았고, 각국 정부의 규제 정책 또한 미미하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보스턴의 캠브리지 어소시에이츠(Cambridge Associates)가 최근 발표한 자료인 암호화폐자산: 미지의 세계로에 따르면, 투자 활동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구조적인 발전도 동반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들은 기관 투자자들에게도 이 새로운 영역을 눈여겨볼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적 관점에서 볼 때, 블록체인 산업은 흔들림 없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세계에 희소가치를 더하고, 혁신을 선도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 줌으로써 더 많은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기관 투자자들은 이 새로운 형태의 자산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보아야 할까요? 먼저 새로운 기술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특징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 우리는 암호화폐 거래 시장을 전 세계의 유저들이 탈중앙화된 무엇인가를 24시간 내내 교환할 수 있는 가상 시장(virtual market)의 일부분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제 더 나아가서,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통해 프로토콜 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가상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고자 합니다.

“프로토콜 경제는 다양한 가상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프로토콜 경제의 복잡한 패러다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새롭고 독특한 시장의 다이나믹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유효성이 증명된 주식, 신용, 상품 등 전통적인 자산의 근본적인 법칙을 아예 무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탈중앙화 고유의 인사이트를 활용해서 기존의 개념을 더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인사이트: ‘비유동적이고 제한적인’ 가상 시장의 가치에 주목하라

시장을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로 각각 구분할 수 있듯,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을 ‘유동적이고 접근 가능한’ 시장‘비유동적이고 접근이 제한적인’ 시장으로 분류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세계의 시장(Non-Virtual Markets, NVM)이란 주식이나 증권 같은 전통적인 형태의 금융상품을 사고 파는 안정적인 시장입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경제적 활동이 이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가상세계의 시장(Virtual World Markets, VMs)은 탈중앙화 기술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자산과 서비스 사이의 트랜잭션과 상호작용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시장을 의미합니다.

한편, 우리는 대부분의 거래가 ‘유동적이고 접근 가능한’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며, ‘비유동적이고 접근이 제한적인’ 시장은 그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나 거래되는 재화가 제한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시장들은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서로간에 가치의 흐름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음 도표는 앞서 언급한 시장의 구조와 함께 각 영역에 해당되는 금융 상품들간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실과 가상 세계에서 ‘유동적이고 접근 가능한’ 시장과 ‘비유동적이고 제한적인’ 시장에 있는 금융 상품들

*IIO : 신규 아이템 상장(Initial Item Offering), IAO: 신규 자산 상장(Initial Asset Offering), IEO: 신규 거래 상장(Initial Exchange Offering)

현실세계의 시장이 이자율, 환율, 자산평가 등을 통해 금융 경제의 지배를 받는다면, 가상세계의 시장은 프로토콜 경제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동적이고 접근 가능한’ 가상 시장의 디지털 자산

2017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불과 1년 사이에, 암호화폐의 시가 총액은 18억 달러에서 800억 달러까지 약 45배나 치솟았습니다. 이 시기의 블록체인은 세간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들였습니다. 이 가상 시장은 전 세계의 누구나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으며, 거의 규제가 없다는 포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현상은 특정 지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벌어졌던 현상이었습니다.

한편 모두의 예상대로 해커들은 생태계의 키 역할을 하는 ‘거래소’를 노렸고, 2018년 한 해 동안 약 1억 달러어치의 암호화폐를 훔쳤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시장에 패닉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거물급 투자자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해결되어야 하는 커스터디 서비스, 보험, 규제 등의 보호 방안에 대한 필요성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규제 당국들이 조금 더 명확한 정책과 법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으며 꾸준히 상황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자들이 맞춤 솔루션을 잇달아 내놓으며 이 새로운 형태의 자산에 합법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많은 블록체인 투자자들은 토큰에서 실질적 가치(fundamental value)를 찾고자 합니다. 토큰 이코노미와 토큰의 실사용 사례는 이 기술의 이면에 있는 가치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즉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고 실제 사용 범위가 넓다면 비로소 ‘실질적 가치’를 갖는 토큰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토큰 소각과 같이 주식 시장의 자사주 재매입이나 배당금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여러가지 설계 메커니즘이 토큰의 가치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차익 거래의 기회도 점차 소멸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에서 파생된 금융 상품과 투자 전문 기관의 등장은 이러한 성숙을 더욱 가속화 할 것입니다.

물론 토큰 가격의 변동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중단기적으로 가격 예측은 단지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좌지우지 될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결국 모멘텀에 의해 지배받는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예일대 경제학과 유콘 리우(Yukun Liu) 교수와 알레 차이빈스키(Aleh Tsyvinski) 교수가 발표한 논문 ‘암호화폐의 리스크와 수익(Risks and Returns of Cryptocurrency)’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과 같은 코인의 일간/주간 시계열 모멘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비트코인 수익률의 표준편차가 한단계 증가하면 다음 날 하루 수익이 0.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간 수익을 5분위로 나누면, 상위 5분위가 하위 5분위를 약 1주에서 4주까지는 앞서는 것을 볼 수 있다.” — ‘암호화폐의 리스크와 수익’ 중

또한 규모가 큰 코인일수록 수익 프로필이 조금 더 양의 방향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였으며, 그 기울기 또한 더 가팔랐습니다. 이는 곧 자산 가격의 전망이 좋다고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11년 1월 1일부터 2018년 5월 31일까지의 일간, 주간, 월간 비트코인 수익 분포

또한 우리는 비트코인과 나머지 알트코인 시장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개별 코인의 가격 변동을 예측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비트코인과의 상관관계가 적으면서도 본인들만의 아이디어로 무장한 프로젝트에 집중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비트코인과 다른 대부분 알트코인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이런 비트코인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0일 동안 일간 수익률의 스피어만 상관계수(Spearman correlations)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의 대표적인 진입 통로입니다. 암호화폐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다 보면 결국 비트코인을 비롯한 몇 개의 주요 코인들이 사실상 가상 시장의 유입점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4시간동안의 재화의 흐름 (2019년 3월 15일)

중단기적으로 봤을 때, 현재 상황에서 초과이익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계적/기술적 분석과 함께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나타내는 데이터들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비트코인과 다른 알트코인들이 서로 분리되는 시기가 올 것이고, 좋은 포지셔닝을 해온 투자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찾아오리라 생각합니다.

“비유동적이고 제한적인” 가상 시장들

1) 크립토 벤처: 사모펀드, 전통 VC와 탈중앙화 스타트업

최근 암호화폐의 약세장이 장기화되면서 주목 받고 있는 또 다른 가상 시장은 바로 전통적인 벤처캐피탈(VC)들이 진입하고 있는 크립토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 시장입니다. 이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이 시장의 가치가 증명되고 있습니다. 연구 기관 Diar에 따르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은 2018년 3분기 동안 VC를 통해 3.9억 달러(한화 약 4천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고, 이는 2017년 전체 투자액과 비교했을 때 280%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회사 VC 투자 및 계약 수치

만약 탈중앙화 관련 프로젝트의 지분에 투자하는 경우, 프로젝트가 현재 개발 진행중인 탈중앙화 프로토콜이나 어플리케이션의 안정화에 들이는 노력에서 그 가치를 뽑아 낼 수 있습니다. 보통 개발 초기 단계에 해당되는 이 시점에서는 오히려 토큰 투자보다 지분 투자가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탈중앙화 관련 제품을 처음 디자인할 때는 아직 어떤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지 모르기에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사업의 초창기에는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가장 잘 맞는 시스템을 찾기 위해 언제든지 사업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분 투자 과정도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먼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팀이 어떠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합니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 아이디어의 퀄리티와 타이밍, 실제 실현 가능성 등이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할때 확신을 얻기 위한 주요한 평가 지표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투자가 집행된 후에도 창업자와의 관계를 지속하는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회사가 점점 커질수록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액셀러레이팅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분 투자와 토큰 투자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상황이라면 양쪽에 모두 투자하는 것 또한 좋은 판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비유동적인 디지털 자산들: 새로운 기회가 있는 새로운 시장 (ICO , STO, NFT)

또 다른 비유동적이고 제한적인 가상 시장에 대해 생각하면, 역시나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작년 한해동안 ICO 시장은 막대한 성공과 실패를 함께 낳았고, 자유로운 자금 유치 덕분에 사기꾼들과 형편없는 비즈니스 모델이 팽배하며 결국 각국에서 무거운 규제를 받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ICO 자금유치와 이더리움 시가총액

하지만 이제 ICO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그 결과 많은 프로젝트들이 더 이상 ICO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이 성숙되면서 생태계 참여자들이 규제에 순응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으로 투자자들이 관심있게 본 트렌드가 바로 STO(Securitized Token Offering)입니다. 굳이 규제나 운영상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유틸리티 코인에 비해 시큐리티 코인에는 직접적으로 가격이 부여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STO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인프라 프로토콜의 네트워크 가치를 측정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더 직관적으로 다가옵니다. 결과적으로 이 시장에서 가치 평가의 방법론이 오랜 시간을 거쳐 제대로 입증된다면, 그 파생효과가 위험-수익 관계식 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의 효율성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시장이 바로 NFT(Non Fungible Tokens; 대체 불가능 토큰) 입니다. NFT는 그 특성상 하나 하나가 유니크한 존재이고, 특정한 사용 사례나 수집성을 가질 수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비트코인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는 것입니다. 즉, NFT는 디지털 희소성을 가지는 자산으로서 여러가지 독특한 특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NFT를 기술적으로 깊게 파헤치지는 않겠지만, NFT가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는지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려 합니다.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이곳의 마켓플레이스에서는 참여자들이 디지털화된 땅을 사고 팔 수 있습니다. 가상현실에서 접근 가능한 이 땅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이미 그 곳의 땅을 사기 위해 경매에 입찰을 하거나, 가상 세계에서의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을 수도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달 디센트럴랜드의 땅은 단위(parcel)당 평균 1,000달러에 팔렸고, 지난 한 달 동안 거래된 토지 가격의 총합은 4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땅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땅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이전 거래를 투명하게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적의 가격을 정량적 기법으로 모델링 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까지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의미있는 가상현실 콘텐츠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고 그러한 콘텐츠를 수익화 할 수 있게 된다면, 토지의 가격을 획정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효율화될 것입니다.

디센트럴랜드의 도로, 플라자, 판매중인 토지, 특별 구역을 나타내는 지도
토지와 각종 부동산을 사고 팔 수 있는 디센트럴랜드의 마켓플레이스

비유동적이고 제한적인 가상 시장이 많은 가상 공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분명한 사실입니다. NFT는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상용화될 수 있는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NFT는 그 어느곳보다 ‘게임’에서 이상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먼저 게이머들은 토큰이나 아이템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아이템은 게임을 하는데 사용되기 때문에 그 효용이 명확합니다. 마지막으로, 게이머들은 이러한 아이템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마이 크립토 히어로즈(MyCryptoHeroes)라는 게임을 예로 들면, 게임 내에서 희소성을 갖는 갑옷, 무기, 악세서리 등의 아이템에 NFT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만 무려 4억 달러 어치의 게임 내 아이템이 거래되었습니다. 그 이전에 나왔던, 이더리움 플랫폼에서 디지털 고양이를 수집하는 게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의 경우에도 지난 달에만 약 3억 5천만 달러 어치의 거래량을 달성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NFT 프로젝트들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러한 아이템들의 본질적인 가치가 얼마일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예시들이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혜택을 잘 활용한 게임들이 곧 개발되어 널리 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이 크립토 히어로즈의 아이템
크립토키티

우리는 초기의 가상 시장을 관찰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오면서 많은 원칙과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장기 투자자들이 가상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디지털 자산의 컨텍스트를 올바르게 분석하려고 노력한다면 앞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상 세계의 경제 시스템인 프로토콜 경제는 디지털 상품이나 서비스가 생산되어 유통되고 소비되는 곳이며, 현실 경제와 마찬가지로 참여자들의 행동에 의해 많은 것들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가지게 될 주요한 관심사는 바로 이러한 프로토콜 경제 속에서 발전해 나갈 가치를 어떻게 포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며, 앞으로도 가상 시장에서 발생하는 피드백에 따라 끊임없이 우리의 휴리스틱을 수정해 나가면서 투자 철학과 프로세스를 다듬어 나가고자 합니다.

Disclaimer: 이 글은 투자 관련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교육 자료로만 쓰일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필자가 글에서 언급되는 증권 등의 일부에 재정 지분을 가지고 있음을 참고해 주십시오.

Written by Julian Gro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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