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워치(Apple Watch)와 애플 페이(Apple Pay)를 통해 보는 진정한 One more thing: 애플의 차세대 사용자 경험(UX)

#HCI/UX4 — 애플의 UX가 다른 기업과 다른 이유


애플이 간밤에 아이폰6(iPhone 6), 아이폰6 플러스(iPhone 6 Plus), 애플 페이(Apple Pay), 그리고 One more thing, 애플 워치(Apple Watch)를 발표했다. 여러 가지 제품들과 앱,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시간 순서에 따른 단편적인 키노트 소개는 다른 유명 블로그들에서 잘 정리해줄 것이다. 제품 선택을 위한 글을 읽을 의도라면 이 글은 피하시는 편이 좋다. 재미 없고 지루할 수 있으니까. 나는 실시간으로 live streaming을 보며 메모해 둔 것들을 바탕으로 HCI/UX의 관점에서 키노트를 요약, 설명해보고자 한다.


The source of image: http://www.apple.com/live/2014-sept-event

*먼저 아이폰부터 살펴보자.

키노트의 상당수 시간은 아이폰6보다는 소위 애플 시리즈, 애플 페이와 애플 워치에 집중됐다. 특히 그간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보여준 친절한 키노트에 비하면, 아이폰6에 대한 이번 키노트는 굉장히 단순하고, 불친절 했다. 이는 애플이 아이폰에 거는 기대나 그간 쏟았던 역량의 수준이 더이상 예전에 미치지 못함을 방증한다. 사용자 경험(UX) 역시 혁신보다는 안정 속 작은 변화를 추구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사용해보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함부로 UX를 논하는 것을 꺼려하지만, 몇 가지 큰 변화를 중심으로 예상되는 UX를 논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커진 디스플레이, 커진 UI가 필요했다(The bigger size, the bigger UI) — Simplicity

The source of image: http://www.apple.com/live/2014-sept-event

디스플레이가 커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몇몇 모드에서 UI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변화는 live streaming을 보면서 경악의 awesome을 연발하기에 충분했다. 갤럭시 노트에서 보았던 UI를 형태만 약간 다를 뿐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한손 조작 모드, 가로 보기 등은 모두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서 제공해주었던 UI와 다르지 않다. 특히 한손 조작 모드가 주는 비주얼적인 우스꽝스러움은 애플이 아이폰 UX에 대한 고민을 크게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최소한 애플이라면” 이라는 기대를 꺾어버린 평범함 이었다.). 한편으론 정해진 폼팩터 하에서 UI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UX를 제공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만든 UI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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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UX는 기존의 것들과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예전부터 극도로 싫어하는 ‘설정하는 UX’를 피하기 위해, 추가된 기능들이 최대한 간결하게 작동되도록 단순화 했다. 한손 조작 모드는 별도의 설정이 필요 없이 홈버튼을 두번 터치하는 것 만으로도 작동되도록 했고, 가로 보기는 그들의 집착스러운 비율 디자인으로 굉장히 간결하게 보인다. HCI 분야에서는 이러한 architecture 요소(HCI의 3요소에 대한 설명은 이 링크에서 설명하였다.)를 simplicity라고 부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정의한 simplicity는 complexity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상태를 말한다. 애플은 경험 디자인에서 이 철학을 고수하고 있고, 비록 아이폰6를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한손 조작 모드나 가로 보기와 같은 UI들이 이러한 UX를 제공하고 있을거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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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커진 만큼, 잘 보이고 잘 찍혀야 한다(The bigger size, the better visibility) — Task-Technology Fit

커졌다. 커진 만큼 더 선명하고 잘 보여야 한다. 아이폰이 고수하던 4인치를 마침내 탈피했는데, 여기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하드웨어 스펙 차이로 인한 반응의 차이가 대다수인지라, 그 부분은 빼고 이야기 하겠다.

디스플레이가 커지면서 예상되는 발생 가능한 UX의 문제는 한손으로 파지하여 뭔가를 작동시킬때의 불안정성이다. 위의 한손 조작 모드도 그래서 나온 것인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아이폰의 장점이자, 아이폰만의 감성인 사진과 비디오 촬영에서의 UX이다. 드러난 스펙으로만 보면, 올해 들어 사실상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 OIS(Optical Image Stabilizer, 광학식 영상 흔들림 방지)를 채용한 가운데, 유독 하드웨어적으로의 카메라 기술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아이폰이 전격적으로 OIS를 채용했다. 또한 더 나은 센서 기술(매번 강조되는!), 더 향상된 소프트웨어, 더 다양한 기능(slo-mo 240fps, advanced panorama shot 등)을 부가했다.

카메라와 관련된 다양한 UX는 사용해봐야 알겠지만, 그들의 말을 빌리면 더 정교하고, 더 정확하고, 더 감성적이고, 더 안정적이며, 더 자동화 된 카메라 기술을 채용했다. 이 기술들은 모두 UX와 연결되어 있고, 이것은 Task-Technology Fit Theory에서 주요 개념으로 꼽는 quality, compatibility, ease of use, systems reliability 과 연결지어 설명할 수 있다. 이 이론은 IS(Information System)분야에서 주로 쓰이는 이론으로, 개인적으로 키노트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이론이었다. 여기서 쓰인 주요 개념들을 기반으로 쉽게 풀어보면 애플은 다음과 같은 철학으로 아이폰6의 개발에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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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용자 입장에서 8MP iSight camera, 1.5µ pixels, ƒ/2.2 aperture와 같은 스펙은 얼리어답터가 아니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스마트폰은 이미 상향 평준화 되어 있고, 아이폰은 여전히 사진 성능에 있어서 타사 대비 훌륭하다. 애플은 매킨토시 시절부터 그래픽에 있어선 일가견이 있는 집단이기에, 하드웨어 논쟁은 본 글에서 할 필요가 없다. 매번 더 나은 센서로, 사용자에게 quality를 보장하는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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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시리즈를 쓰다 보면 기능이 추가되면서 UI가 자주 바뀌는 것에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훌륭한 UX를 제공할 수 있는 functionality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UI로 인해 UX가 저해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아이폰은 지겨우리만큼 안정적이다. 이러한 compatibility는 기존의 사용자들을 여전히 잘 흡수할 수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slo-mo나 panorama shot과 같이 더 나은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기능들 역시 UX는 변함이 없다. 사용자는 같은 행위를 하면 더 나은 결과를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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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e of use는 아이폰이 원래 잘 하던 것이다. 이번에는 특별히 더 나은 UX를 제공하기 위한 UI의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내실을 다졌다. 더 나은 face recognition으로 초점을 보다 정확히 잡을 수 있고, OIS로 인해 흔들림이 있어도 훌륭한 사진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몇몇 추가된 기능들이 카메라를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systems reliability은 매번 애플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특히 굳이 본인들의 카메라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처리를 키노트마다 소개하는 것은 이것이 UX와 직결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왜 아이폰을 사용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소개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는 설명으로써 충분히 어필될 것이다. 써 보지 않고도 UX를 간접적으로 가늠하게 해주는 이 설명들은 차세대 아이폰이 크기가 커짐으로써 발생될 수 있는 다양한 우려점들을 해소해주고 있다.

총평하자면, 더 크고 넓은 디스플레이와 이로 인해 발생되는 UX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술적 진보로써 더 나은 카메라와 소프트웨어 개선을 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차별점을 두었는데, 보다 넓은 아이폰6 플러스만 OIS 기술을 채용했다는 점은 그들의 철학을 충분히 담은 결정이라 보여진다. 4.7인치의 제품에서는 OIS 없이도 사진이나 비디오 기능에 대한 UX를 일정 수준 이상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사용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개똥철학으로 받아들여질 지는 몰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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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로운 서비스와 개인화의 시작(New service, new customizability)

그들의 평소 행보로 볼 때, 아이폰6에 대한 키노트는 는 이전에 비해 추가된 기능이나 서비스에 대한 설명 비중을 줄였다. 헬스케어에 대한 기능이 대폭 추가되었지만 크게 강조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변화를 위한 단초들을 제공해주었다. 결론적으로 애플은 헬스, 피트니스와 같은 비슷한 용어들을 썼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UX의 목표는 Lifecare Experience라는 걸 알 수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와 모션 센서의 진보, 그리고 개인화에서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헬스케어 서비스는 사용자의 activity context를 기본으로 한다. 어떻게 움직이고, 얼마나 움직였고,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지를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형태로 제공해주는 것이 HCI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인데, 아직 애플도 이 부분에 있어서 충분한 연구를 기울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애플은 일단 데이터의 기본적인 형태를 visual graphic으로 보여주고, 사용자에게 신체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을 맡겼다. 아직 제대로 작동되는 서비스의 형태를 보지 못했기에 UX에 대해 논하기 어렵지만, 세계적인 의료 단체인 Mayo Clinic과 제휴해 협력하고 있고 그 외에도 수 많은 업체들이 함께 하고 있어 이는 곧 굉장한 폭발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의료 서비스와의 연계를 위한 정보들이 얼핏 보이는 것만 봐도, 애플은 확실히 백그라운드에서 움직이고 있고 단지 이번 키노트에서는 이를 준비하며 지켜보고 있다는 싸인(sign)을 보냈다는 인상이다.

Notification의 개인화와 Touch ID의 확장은 애플 워치에 가려졌지만 매우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다. Touch ID의 경우 처음 나왔을 당시에만 해도, 사용자의 개인정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사의 앱스토어와 아이폰 제어에만 한정적으로 작동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타 앱에서 활용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아주 강력한 이 보안 시스템을 짧게 스치듯 언급하며 슬그머니 써드파티에 확장 적용했다. 물론 API공개를 통해 WWDC 2014에서 이미 확장한 사안이지만, mint.com의 예시를 통해 이를 스치듯 강조하고 나선 것은 모든 서비스 보안체계의 중심을 Touch ID로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앞서 언급한 mint.com은 개인화된 금융 관리 서비스이다. 새로운 Notification 역시 개인화 된 알림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키노트에서 mint.com을 Touch ID의 예시로 들고, Notification의 개인화 UI를 선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개인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은 사용자에게 이러한 개인화 서비스나 UI를 강조한 적이 없다. 결국 개인화를 위해 옵션을 부여할 부분은 부여하되, 보다 높은 레벨에서의 UX 관점에서 Notification이나 Touch ID와 같은 기능을 정비하고 사용자가 어느 서비스나 기능을 활용하건 동일한 수준의 UX를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총평하자면,

  •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의 핵심 변화는 디스플레이 크기.
  • 애플은 디스플레이로 인해 발생될 UX의 변화,
    이에 대응하고자 몇 가지 UI 제반 기술 진보 및 적용에 초점.
  • 아이폰에는 새롭지만 이미 진부한 UI,
    그러나 특유의 심플함에 초점을 맞춘 UX.
  • 아이폰의 강점(카메라)큰 화면에서 더 살릴 수 있는 기술소프트웨어.
  • 콘텐츠 메이커, 서비스 보안 허브로의 새로운 아이폰 포지셔닝(카메라 성능과 기능의 진보, 헬스케어, Touch ID), 그리고 지갑(추후 설명).

*이제 애플 워치를 살펴보자.

키노트는 순서상 애플 페이를 먼저 설명하였지만, 본 글에서는 애플 워치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UX에 있어서 이 글의 핵심이 될만한 철학들을 엄청나게 담아낸, 말그대로 앞으로 애플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키노트의 많은 부분을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할애했다. 절대 외관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UX에 대한 이야기다.

애플은 HCI/UX의 기본에서 스마트 워치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애플은 서두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제품군에서 HCI적으로 어떤 Interaction 기술을 도입해 UX를 만들어냈는지 설명하였다. 클릭휠이나 터치 등 애플이 선구적으로 대중화시킨 이 UX는 모두 21세기 최고의 UX라 칭할만큼 혁신적이었다. UX라는 용어의 대중화 역시 그들이 만들어낸 제품에 녹아 있는 이 UX 철학들이 일반 사람들에게도 와닿으면서 이루어졌다. 그만큼, HCI/UX 분야에 애플의 공헌도는 높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철학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굳이 키노트 장소를 바꿔가면서 애플이라는 집단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걸 강조한 것은, 그들이 이야기한 대로 혁신의 출발을 그들이 가장 잘하는 UX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스마트 워치는 아예 새로운 제품이고, 폼팩터의 변화에 따라 HCI의 3요소에 있어서 변화는 필수적이다(참고 링크). 그들은 Interface, Interaction, Architecture에서 완벽한 변화를 추구했다.

나는 이번 애플 워치에 녹여낸 애플의 철학을 HCI/UX 분야의 관점에서 키워드로 분류해 조망해보고자 한다.

1. Interface — Traditionality, Borderless, Inherent Depth를 추구하는 Interface

나는 크게 Traditionality(전통성), Borderless(경계없음), Inherent Depth(내재된 깊이감)을 애플 워치에서 볼 수 있는 Interface의 큰 키워드로 본다.

첫 번째로, 소위 ‘디지털 용두(Digital Crown)’를 적용한 것이다. 애플은 전통적으로 one button, multi interactions를 추구해왔다. 아이팟에 적용된 클릭휠은 클릭 버튼의 고유 기능을 유지한 채 터치 방향에 따라 작동 방식을 달리하여 다양한 interaction을 이끌어냈다. 아이폰에 적용된 홈버튼은 스마트폰의 핵심을 ‘홈’ 화면에서 찾아 무조건 push하면 홈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double push로 기능을 더하고 Touch ID 채용으로 보안 기능까지 부여했다.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는 애플의 기존 제품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담았다. 키노트에서도 팀쿡이 잠깐 언급했다. 스마트폰의 Interface를 그대로 옮겨 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지만 대부분의 제품들이 버튼과 터치에 의존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를 바라보는 사용자들의 UX에 대한 인식을 계속해서 ‘스마트폰’의 UX에 맞추게 만드는 이유이다.

그래서 그들은 Traditionality에서 해답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용두는 원래 전통적으로 시계에 하나씩은 꼭 있는 매우 기능적인 Interface이다. 시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1단, 2단 정도의 뽑힘으로 다이얼러를 돌려 조작할 기능을 선택하고, 시계/반시계로 돌려 기능의 세부를 조절하는, 사용자들에겐 매우 익숙한 방식이다. 애플은 이를 Digital Crown으로 정의하고 아날로그 방식의 Interface가 아닌 디지털 방식의 Interface를 어떻게 아날로그 Interface와 접목시킬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을 엄청나게 한 것으로 보인다. 터치 방식의 핀치줌이 제공하는 UX를 기계적으로 돌리는 UX로 치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다.

두 번째로, 스마트 워치에 걸맞는 애플의 새로운 GUI를 적용했다. 타사에 비해 애플의 아이콘은 그 역사와 전통이 남다르다. 애플의 아이콘이 곧 스마트폰의 아이콘 스타일을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스마트 워치에 맞는 GUI를 경계를 없애는 것에서 찾았다. Borderless Interface라고도 불리는 이 디자인은 과거에도 많은 디자인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더라도 전체 형태와 컬러요소를 잡고, 화면에서 벗어나 있는 디자인 요소가 언제라도 화면 앞으로 들어와 사용자의 시선에 띄어도 일체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디자인 하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예쁜 디자인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UX가 고려되지 않은 예쁜 디자인의 Interface를 두고 사용자들이 흔히 “예쁜 쓰레기” 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의 Border는 사각이다. 사각 프레임 내에서 적합한 GUI 프레임은 당연히 사각이다. 그러나 애플은 애플 워치가 거의 사각에 가까운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사각 프레임을 버리고 철저히 곡선적이고 경계 없는 GUI를 제공한다. 이는 세 번째로 소개할 깊이감과도 관련성이 있다.

세 번째로, 스티브 잡스 작고 이 후 애플은 아이브 체재로 돌입하면서 디자인의 변화를 크게 가져온다. 미니멀리즘과 집착증적인 circle 디자인이 그것인데, 그들은 경계를 없애는 대신 Inherent Depth Interface를 도입했다. 3D 형태의 Interface는 혼란스럽고, 스마트 워치에는 과분하다. 경계가 없는 GUI를 도입하면서 크게 이득볼 수 있는 것은 제한된 디스플레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있는데, invisible 영역에서도 Interface가 존재한다는 것을 사용자에게 제공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깊이감을 활용해 실재감을 높이는 것이다. 그들이 제공한 GUI는 스마트 워치에서 터치를 활용한 Interaction시 최선의 방안이며, 앞으로 새로운 Interface로써 Siri가 완벽해진다면 이러한 GUI는 점차 사라질 수도 있다.

2. Interaction — Analog, Sensor-Oriented, Affordable Interaction의 출발

내가 HCI/UX분야에서 연구하는 주된 영역인 Interaction 측면에서 보면, Interface에서 설명한 Traditionality와 연결되는 Analog, Inherent Depth와 연결되는 Affordance의 측면과, 아직은 판단하기 어려운 Sensor-Oriented Interaction을 큰 키워드로 삼을 수 있겠다.

The source of image: http://www.apple.com/live/2014-sept-event

첫 번째로, Interface의 핵심으로 Digital Crown이 등장하면서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아날로그 감성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GUI가 digital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대로 얼마나 아날로그적 특성을 디지털 특성과 잘 연결지을 것인지가 관건이지만, 애플이 그간 보여온 행보와 그들이 여기 담는 철학적 고민을 비춰볼 때 Analog Interaction의 UX는 매우 잘 제공될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로, Sensor-Oriented Interaction이다. 사실 이 부분은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 과연 애플 워치의 센서가 어디까지 사용자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Interaction을 제공할 것인가는 현재까지의 키노트로는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애플이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 워치라는 특성을 놓치지 않고 있음은 몇 가지 센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눈에 띄는 핵심은 시계의 뒷면에 있는데, 애플은 가시광선 LED와 적외선 LED가 탑재되어 있다고 밝혔다. 4개의 LED 가운데 2개는 심박수를 측정하는 Green LED이고, 나머지 2개 가운데 하나는 적외선(IR) LED이다. 나머지는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적색 LED의 투과율 변화를 받아들일 Photodiode이다(이 설명은 직접 현장에 다녀온 모 기업 관계자분께 들은 설명이다.). 물론 애플 워치의 출시가 내년 초인 만큼 탑재되는 센서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지만, 키노트에서 가장 많이 강조했던 “애플 역사상 가장 개인화 된 디바이스” 라는 것은 personal da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증인 만큼 이 센서들은 Bio-signal Detection에 활용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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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러한 센서를 비롯해 음성 인식 등 다양한 센서들을 활용한 Interaction이 특히 부각되었다. 건강 정보를 활용해 진동 feedback으로 적재적소에 정보나 알림 사항을 전달할 수도 있고, GUI를 활용해 사용자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Interaction을 시도할 수 있다. 음성 인식을 활용해 Interaction하는 것은 Siri의 성능에 달렸는데, 그들은 이것 역시 내년 초까지 최대한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세 번째로, 개인화 된 애플 워치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자, 데이터가 쌓여갈수록 이를 활용한 Interaction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설계했다. 키노트를 본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애플 워치를 두고 ‘다른 스마트 워치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그런데 그들이 키노트를 진행하면서 설명한 내용들을 잘 들어보면, 그 어떤 기기보다 사용자와의 Interaction에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내가 연구/개발 중인 Companion Technology의 개념과 유사한 설명과 함께 ‘companion’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감히 자신하건데)그만큼 사용자와의 유대성을 높이는 Interaction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Affordable Interaction에 있다. 혹은 개인적으로 Companion Interaction이라 할 수 있겠다. 먼저 기존의 수 많은 Interaction은 텍스트나 사진, 비디오를 통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스마트 워치에 적용했을 때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를 해결하고자 애플이 적용한 방식은 사용자의 contextual한 메시징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이모티콘 feedback을 제공하고, 아울러 피부로 느끼는 feedback interaction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tactile 방식의 Interaction 기술이 본격적으로 실용성을 갖춘 형태로 제공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용자의 생체리듬과 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Interaction을 시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적절한 소리, 진동, 그 외에도 그래피컬한 GUI 메시징은 애플 워치의 지향점이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것에 있지 않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사용자는 사람-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역할로의 기계가 아닌, 주체하는 역할로의 동반자에 대한 경험을 애플 워치를 통해 할 수 있다.

3. Architecture — Concreteness, Symbolicalness, Connotation이 강조된 Architecture

애플이 어도비사의 Kevin Lynch를 영입해 웨어러블 분야의 CTO로 앉히면서 특히 Architecture에 있어서 큰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도비에서도 드림위버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이끌던 인물로 멀티스크린, 클라우드, 소셜컴퓨팅 전략 등을 수립했던 인물이다. 복잡한 그래픽 소프트웨어 툴에 관여한 경력과 멀티스크린, 클라우드 등 Architecture가 핵심인 분야에서의 경험은 분명 새로운 제품군의 전략에 녹아들었을 것이다. 애플 워치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Concreteness, Symbolicalness, Connotation의 키워드는 Architecture의 새로운 변화를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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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애플은 애플 워치를 통해 보다 명료하고 직관적인 Architecture를 구축하기 위해 폰트페이스와 같은 디테일에 굉장히 집중한 모습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시계에서 보이는 기계적 디자인을 디지털 디자인으로 변환하고, 여기에 스마트 워치만의 정보들을 구조적으로 잘 보이게 하는 것이 Concreteness를 갖춘 Architecture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Watchface(Watch + Interface의 줄임말)는 이러한 측면에서, 전통적인 시계의 모습을 해치지 않으면서 다른 디지털 정보들(날씨, 위치 정보에 기반한 풍경들, 알람, 일출 일몰 시간 등)을 제공하는데 현재까지의 스마트 워치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Architecture를 보여준다.

두 번째로, 애플은 이전에 비해 훨씬 상징적인 요소들을 많이 부여했다. 위 시계 Architecture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Symbolic한 특성을 가진 구조이다. 사용자가 눈여겨 볼 정보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배치하느냐를 뜯어보면 Symbolicalness의 속성을 매우 많이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지털 시게는 일정한 위치에 일정하게 배치하고, 표현될 정보의 형태에 따라 구조적으로 특유의 Symbol을 가져와 안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다른 화면에서도 동일하다. 기본적으로 곡선의 Interface를 가진 애플 워치가 Architecture의 안정감을 가져오기 위해서 자연물의 모양을 그대로 가져왔다. 네모와 원으로 구성된 UI의 기본 컨셉은 Architecture를 안정적으로 설계하는데 도움이 됐다. 기본적으로 애플 워치가 기록하고 보여주는 정보는 대부분 한 화면에서 보여질 때 효율적이어야 하는 context나 status 정보들이기 때문에, Symbolicalness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세 번째로, 제한된 환경에서 Architecture를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높은 수준의 connotation을 보인다. 즉, 정보적 요소들을 제외한 감성적인 요소들은 철저히 추상화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Watchface의 백그라운드가 추상적이거나 contextualization되어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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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케치, 워키토키, 탭, 심박 의 4가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요소들은 사용자들의 social interaction 방식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connotative architecture이다. 종례의 문자 메시지가 주던 딱딱하고 함축적이지 못한 메시징 요소들을 social media에서 사진과 비디오로 대체해가고 있다면, 한편으로 스마트 워치와 같은 간단한 도구에서는 오히려 감성적이고 추상적 구조로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총평하자면,

  • 애플 워치의 핵심은 HCI의 기본 원리에 있음.
  •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제품을 성급히 만들기 보다 철학환경을 만들어가는 단계.
  • 애플의 혁신은 기존의 것을 재창조(re-creation), 재조합(re-construction), 재생산(re-production)하는 것.
  • 출시도 훨씬 이전의 선공개는 애플이 HCI/UX 혁신의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기술적 한계극복서비스 안착화를 위한 전략적 공개였다고 보여짐(새로운 HCI 요소들을 정리하면서 더더욱 이 전략에 대한 확신이 생김.).
  • HCI 분야를 넓은 차원으로 해석해 애플 워치를 바라보면, 애플은 다음의 3가지 핵심 요소를 자사만의 스마트 워치 UX로 구축함(아이폰 대비).
    Digital Crown — Interface — 아이폰의 홈버튼
    Communication System — Interaction — 아이폰의 아이메시지
    Apple Pay — Architecture — 아이폰의 앱스토어

*번외적으로 애플 워치가 갖는 ‘패션’ 아이템의 측면을 논해보면...

나는 이미 기업들이 스마트 워치에 대한 접근을 패션으로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여러번 언급하였다. 스마트 워치를 패션으로 생각해 구매할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HCI/UX 관점에서 새로운 철학으로의 접근이 필요함을 이야기 한 적이 있다(“HCI 관점에서 바라본 웨어러블 디바이스, 그리고 패션”편 참고). 내가 지금 연구를 위해 실제로 매일 같이 쓰고 있는 갤럭시 기어나 Pebble, 그리고 스마트 워치는 아니지만 Fitbit까지 모든 기기들은 전자시계라는 느낌, 그리고 너드(nerd)나 긱(geek)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덕분에 손목이 남아나질 않는다…). 패션을 얼마나 고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패션 아이템으로는 애초에 부적절한 디자인 이었다는 의미이다.

애플 워치는 이러한 측면에서 참 절묘한 절충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시계는 역사전통, 명품 반열에 오른 확고한 브랜드가 있는 분야이다. 나 같이 시계를 매일 차는 사람들은 시계가 나의 패션이기도 하고, 이미지를 구축하는 하나의 아이덴티티 표현 도구이기도 하다. 애플은 최소한 손목 시계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를 연구하고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애플은 패션의 핵심을 ‘취향’이라는 키워드로 정의했다. 가장 ‘개인적’인 디바이스, 이것도 강조했다. 동시에 취향개인성을 강조하면서, 유니버셜 디자인을 놓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HCI/UX 요소의 일관성에 대한 고집을 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시계가 아닌 ‘스마트 워치’ 이기 때문에로 설명했다. 이것은 작지만 큰 철학적 메시지를 준다.

일단 용두를 달았다. 시계를 최소한 알고 설계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제대로 된 시계의 기본은 용두이다. 또한 용두를 돌리는 방식을 시계 사용자들은 이미 이해하고 있다. 시계 사용자들이 갖는 시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미지를 읽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그들은 기존의 업체들과 collaboration을 통해 타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오지 않았다. 이미지에 편승한다는 것은 그들만의 철학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그러기 보다는 애플 브랜드가 어필하는 고유의 이미지를 고수하고자 노력했다. 애플 제품 사용자 특유의 취향을 자극해보고자 했다. 달이나 행성과 같은 GUI와 다양한 Watchface는 스마트 워치가 가질 수 있는 fancy한 속성은 살리되 시계에 대한 사람들의 기본 취향에 충실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The source of image: http://www.apple.com/live/2014-sept-event

한편 기본적인 UX 요소들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크기에 있어 2가지의 애플 워치 플랫폼에 3가지 타겟 variation과 수십가지 소재차이를 두었다. 개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나는 애플이 단일 버전의 제품에 이렇게 많은 옵션을 둔걸 본적이 없다. 그들의 라인업은 맥프로, 아이맥, 맥미니, 맥북프로, 맥북에어, 아이폰, 아이패드 시리즈를 거의 1년에서 1년반에 한번씩 커다란 리뉴얼을 하며 성능 차이에 따른 2~3가지 옵션 이외에 그 어떠한 구색도 추가적으로 제공하지 않았었다. 사파이어 글래스는 고급 시계 카테고리의 취향을 반영하겠다는 것이고, 18k 시계를 만든다는 건 기존 시계들의 흐름도 튀지 않고 편승하겠다는 것이다. 나만 해도 고급 시계 뿐만 아니라 스포츠 시계, 악세서리 시계 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계 사용자 타겟에 따른 개인화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애플이 시계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은 애플의 과거 행보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전략이다. 그들은 고집스러게도 어려운 제조 공법을 활용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한 때 ‘유니바디’ 맥북이 유행할 만큼, 소재 특성상 만들기 어려운 소위 ‘통짜’ 디자인도 해 냈던 것을 기억하지 않는가?

더구나 시계에서 단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조이다. 삼성이나 LG등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좌우에 버튼이 달렸거나 터치 스크린을 휘거나 원으로 만드는 것에 승부수를 거는 것은 틀린 전략이 아니다. 다만, 이것이 제조를 위한 제조로 느껴지는 것이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사용자를 위한 제조를 고민했고, 시계가 갖는 고유의 특징적인 외관 디자인을 대부분 그대로 가져오는 전략을 택했다. 스마트 워치 시장에서 UX에 대한 철학 없이 헤매는 수 많은 제품들을 뒤로 하고, 애플의 그것을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그들의 UX에 대한 깊은 사고 때문이다.


애플 페이, 어떻게 봐야 할까?

사실 수 많은 회사들이 NFC를 기반으로 결제 시장에 진출했지만, 뾰족한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용자들은 화폐가 아닌 신용카드를 온전히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역사적 흐름을 보더라도 기존의 수단을 ‘디지털화’의 물결 속에서 대체하는 시도는 수백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다.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들의 “굳이 기존의 것을 대체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강력한 해답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The source of image: http://www.apple.com/live/2014-sept-event/

그런데 애플이 드디어 아이폰에 결제 기능을 넣었다. 애플 워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더 이상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어 타인에게 전달해 긁는 것은 할 필요가 없다. 결제 과정에서의 기술로는 항간에 ‘애플에게선 버려졌다’던 NFC가 전격 도입되었다. 그들은 패스북(Passbook)을 만들어 카드 지갑으로써의 역할을 부여한 아이폰에 대한 사용자의 인지도를 높이고, 터치 ID로 보안의 편의성을 높인 다음, NFC 기술을 채용하고 애플 페이라는 결제 서비스로 마침내 새로운 UX를 설계했다.

The source of image: http://www.apple.com/live/2014-sept-event/

기본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용카드는 패스북에 있고, 사용자는 지갑 대신 패스북을 쓴다. 신용카드 정보는 패스북에 없고, 아이튠즈를 통해 등록된 정보를 패스북이 가져온다. 결제 과정에서 신용카드 정보의 노출은 아예 없다. 기기마다 부여된 고유 계정 번호(Device Account Number)가 암호화 되어 아이폰과 애플와치의 보안 엘리먼트(Secure Element)에 저장된다. 이 번호는 결제 과정에서 일회성 고유번호로써 승인되며, 카드 뒷면의 CVC 코드 대신 동적 보안 코드(dynamic security code)를 생성해 확인한다.

The source of image: http://www.apple.com/live/2014-sept-event/

여기까지가 기술적으로 작동되는 모든 것이다.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UX는 어떨까? NFC기능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단말기에 아이폰을 대고 Touch ID로 지문인식을 하면 끝난다. 모든 결제의 주도권은 사용자에게 주어지며, 그 과정은 간단하다. 보안성과 편의성을 중시했다는 애플의 설명은 허언이 아닌 셈이다.

The source of image: http://www.apple.com/live/2014-sept-event/

은행과 통신사의 다툼 속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NFC와 결제 시스템의 조화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애플이 애플 페이를 공개하면서 드러난 협력사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이 가진 플랫폼이 협상력을 발휘하는데 얼마나 위대한가를 새삼 확인하게 해주었다. 애플은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캐피탈원뱅크(Capital One Bank), 체이스(Chase), 시티(Citi), 웰스 파고(Wells Fargo) 등 주요 은행이 발행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마스터카드(MasterCard), 비자(Visa) 등 미국 3대 결제 네트워크가 모두 참여하도록 했다. 또한 가맹점 역시 자사의 애플 스토어를 비롯해, 블루밍데일, 디즈니 스토어, 디즈니 월드, 메이시스, 맥도널드, 세포라, 스테이플스, 서브웨이, 월그린 등 미 전역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정도의 영역을 커버한다.

더 놀라운 것은 애플 워치에 있다. Touch ID가 구조적으로 탑재되기 어려운 디바이스인데, 대안의 하나로 다른 의미의 Touch ID를 탑재할 것으로 예고됐다. 앞서 언급한 워치 후면의 센서들은 다양한 정보를 detect할 수 있기 때문에, 피부 인증을 통해 보안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실제 마스터카드의 모바일 결제 담당인 에드 맥러플린은 최근 인터뷰에서 “애플은 접촉 없는 결제에 대한 위험을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언급해 애플 워치가 애플의 새로운 결제 서비스에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총평하자면,

  • 애플 페이는 결제 과정에서의 UX를 플랫폼으로 완전히 녹여냄.
  • 편의성은 극대화, 보안성은 주도성을 사용자에게 제공,
    실제 HCI분야에서 autonomy는 사용자의 trustworthy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연구된 바가 있음.
  • 강력한 제품 사용자층과 완벽한 플랫폼 간의 조화 > 보수적인 금융 산업의 협력을 이끌어 내었음.
  • 기존 수단에서 불편한 UX를 플랫폼의 문제로 접근해 풀어낸 애플의 전략은 전 세계 어느 기업도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 즉, 그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둘다 되는 괴물.
  • 구글의 오픈 플랫폼이 타 산업과 융합하는데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보의 다변화와 시공간을 초월한 네트워크망에서 중요한 ‘보안’ UX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
  • 요즘 뜨는 아이비콘도, 이번 NFC도 결국 서비스 시나리오의 문제. 이에 관해서는 이 글을 참고하셔도 좋다.

끝으로, 꼭 보아야 할 메시지.

The source of video: http://www.youtube.com/watch?v=TJ1SDXbij8Y

오늘 키노트의 처음에 등장했던 그들의 메시지는 ‘Perspective’ 였다. 관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과도 같다. object를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메시지는 애플 워치나 애플 페이와 같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고민했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러한 철학이 잘 녹여 실제 사용자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연구 분야가 바로 HCI/UX이다. 그래서 애플이 근본적으로 HCI/UX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UX를 ‘기획’, ‘개발’, ‘디자인’의 단편적인 관점에서 용어를 무턱대고 남발한다. “사용자 조사를 해서 UX를 디자인 해야 한다.” 라고 하면서, 경험(experience)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그러니 사용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어낼리 만무하다.

서두에서 밝혔듯, 이 글은 철저히 HCI/UX관점에서 이번 키노트를 분석한 것이다. 거의 live로 작성해서 서두른 감이 없지 않지만, 가감 없이 분석했고 본질을 보려 노력했다. 제품의 장단점이나 소위 ‘뽐뿌’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다른 블로그나 뉴스 기사를 보시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는 애플빠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도 키노트를 이렇게까지 본방 사수해가며 본 적이 없었다. 내가 굳이 이렇게 한 그 이유는 그들의 키노트 준비 행보와 관련이 있었다.

애플은 이번에 공개한 아이폰6 시리즈와 애플 워치, 애플 페이의 성공 여부와는 관계 없이, 스티브 잡스의 흔적을 없애고 완전히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키노트 장소까지 유서 깊은 곳으로 바꿨다. 발표 방식이나 형태도 스티브 잡스 작고 이 후 가장 달랐다. 통상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는데 2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티브 잡스의 숨결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첫 제품과 서비스였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의미로만 놓고 봐도, 이번 키노트에서 공개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완성도나 겉모습과는 별개로 반드시 눈여겨 봐야 할 이유가 있었다.

따라서 키노트의 내용을 단편적인 소개로 보지 않고, 내가 HCI/UX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것처럼 다른 렌즈(눈)를 가진 타 분야 분들께서 좀 더 세세히 분석해 주셨으면 한다. 그렇다면 다른 연구자들이나 기업 관계자들이 차세대 연구 방향성이나 제품, 서비스 전략 수립에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insight를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이다.


written by Alan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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