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네트워크, 가치의 토큰화


모두를 위한 디지털 주소 what3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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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는 거대한 공간을 9m²(3m x 3m)의 박스로 나누면 57조 개의 그리드가 형성된다. 영국의 스타트업 what3words는 이러한 박스에 무작위의 단어 세 개를 조합한 새로운 주소를 적용하였다. what3wards는 그것이 어느 나라, 어느 행정 구역에 속하는지, 어떠한 지형, 어떠한 기후에 속하는지에 관계 없이 일관적인 알고리즘에 의해 주소를 생성한다. 의미적으로 이것은 지금껏 어떠한 영역에서도 이루지 못했던 완벽한 평등이다. 공간을 소유함에도 불구하고 주소라는 것을 소유해보지 못한 전 세계 40억 명의 사람들에게 이것은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자 기회이다.

9㎡의 정사각형으로 정의되는 what3words의 주소 체계
기존의 숫자나 문자 조합의 정보와 what3words의 유용성 비교

비로소 주소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그것을 활용할 수 없다면 진정한 소유로서의 의미가 될 수 없다. 세 개의 단어로 조합된 주소는 사람이 인지하고 기억할 수 있는 정보라는 점에서 기존의 위도와 경도, GPS 좌표와 비교할만하다. 특히나 문화나 언어에 관계 없이 소통(1)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 내 구호와 같은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2)될 수 있다. 실제 연구에 의하면 세 개의 단어는 사용성의 측면에서 단순 문자나 숫자의 조합보다 기억하고 전달하기에 유용하다.

또한 what3wards는 사람과 기계 모두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소라는 점에서 앞서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what3wards의 그리드는 철저하게 디지털적인 속성을 기반으로 한다. 그 덕분에 개발도상국의 환경 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환경 내에서도 드론이나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첨단의 운송수단과의 연동하여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DXC 테크놀로지는 아마존의 음성 인식 인터페이스인 알렉사에 what3words를 접목하여 누구나 손쉽게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현실세계의 가치로서의 디지털 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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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3words의 그리드가 현실세계 위에 일대일로 중첩된다는 것은 그것이 가지는 9㎡ 크기의 박스의 수가 한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지구라는 현실세계의 공간이 절대적으로 한정된 재화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디지털 재화(Digital Asset)의 가치를 인정함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디지털이 가지는 무한 복제 문제, 이중 지불의 문제 등으로 인함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 현실세계의 고유한 가치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가상현실, 블록체인 등과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님이 증명되고 있다.

100% 디지털로 구현된 디지털 재화가 한정된 재화로서의 가치를 갖는다는 것은 몇 가지 전재를 필요로 한다. 하나의 예로 구글이 만들어낸 미러월드(Mirror World)(3) 개념의 구글어스 VR(Google Earth VR)은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 있는 공간이다. 시간의 측면에서 재화의 중복은 가능한 일이지만 공간의 측면에서 이것은 현실의 재현이기 때문에 결코 인위적으로 확장될 수 없다. 물론 디지털 속성 상 마든지 가능한 일이지만 그러한 확장은 구글어스 VR이라는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를 손상시키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새로운 경제 시스템 기반의 가상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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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위에 메타버스(Metaverse)(4) 개념의 공간을 구축하고 있는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는 디지털로 구현된 100m²(10m x 10m) 박스 공간을 사용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디센트럴랜드는 블록체인을 통해 가상공간 내에서의 한정된 소유권을 확립한다. 이를 통해 ‘LAND’라는 단위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공간에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용자들은 ‘MANA’라는 토큰을 통해 계속적으로 그 가치를 주고 받으며 자신들만의 자율적 경제를 구축하게 된다. 공간을 소유한 사용자는 원하는대로 무언가를 창조하고 운영함으로써 계속적으로 그 가치를 높여갈 수 있다.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의 가상현실은 과거 ‘가상’이 부각되었던 것과 달리 ‘현실’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다.


가치의 네트워크, 가치의 토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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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치들을 디지털화하는 동시에 한정된 재화로서의 가치를 보장하는 ‘가치의 네트워크(Networks of Value)’(5)의 역할을 담당한다. 가치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간의 균형에 안에서 평가된다. 수요가 많은 반면 그것에 대한 공급이 적으면 가치는 상승하기 마련이고 반대로 공급이 수요보다 넘칠 때에는 그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디센트럴랜드의 토큰과 디지털 재화의 관계성
ICO 당시 제시된 디센트럴랜드 투자금과 토큰의 운용 비율

최근 블록체인 생태계 내 비즈니스들은 암호화폐 형태의 토큰을 대중들에게 판매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s)’ 모델을 통해 성공적으로 개발 자금의 유치하고 있다. ICO의 규모가 커지고 그 방법 또한 정교해져감 따라 일부 성공한 프로젝트는 불과 몇 초 내에 수천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하는 상식 이상의 성과(6)를 거두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이 마치 세상에 없던 가치가 갑작스래 생겨나는 것 같아 보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가치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의 가치에 대한 수요가 현시점에서 선반영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웹브라우저 브래이브(Brave)가 만들어내는 광고 생태계의 새로운 연결 구조

이러한 변화 가운데 우리는 ‘가치의 토큰화(Tokenizing)’를 통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기존에 존재하던 다양한 가치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다. 하나의 예로 브래이브(Brave)는 ‘BAT(Basic Attention Token)’라는 이름의 토큰을 기반으로 인터넷이라는 웹브라우저 속 가상세계의 광고 생태계에 새로운 ‘가치의 네트워크’를 제시한다.

토큰은 고정적인 가치를 보다 유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과도하게 큰 단위로 묶여있는 가치를 보다 작은 단위로 나누어 교환과 소유를 용이하게 할 수도 있다. 더불어 토큰 내에 스마트 계약의 형태로 프로그래밍된 계약의 조건들은 블록체인이 가지는 신뢰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방식의 가치 교환을 성사시킬 수 있다. 가치 상승에 의한 이윤은 더 이상 어느 한 주체에게 독점되지 않는다. 가치의 상승과 감소는 보다 투명한 근거를 가지게되며 그와 관련된 모든 주체들에게 적절한 동기와 보상이 주어진다.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가능해진다. 이것이 머지않아 당연한 일상이 될 토큰의 경제, 바로 ‘토크노믹스(Tokenomics)’(7)인 것이다.


국가의 토큰화, 에스토니아의 Es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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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디지털 국가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에스토니아(관련 포스팅 참고)는 ‘E-레지던시(E-Residency)’와 같은 실험을 넘어 이제는 국가 차원의 ICO(8)를 준비하고 있다. 최초 제시된 토큰의 이름은 ‘Estcoin’이었지만 이후 에스토니아를 넘어 유럽, 혹은 전 세계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감안하면 아직은 변경의 여지가 남아있다. 국가 주도의 토큰은 국가의 영토는 물론, 그 안에 담겨 있는 다양한 소유의 개념들이 가치의 네트워크를 타고 활발하게 교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시도이기에 어떤 모습으로 그것이 구현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에스토니아가 가진 디지털 기반의 경제와 Estcoin의 토크노믹스가 만들어낼 파급력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전해줄 것임에 확실하다.


미주

(1) what3words는 무작위의 단어 세 개를 조합하는 동일한 방식에 전 세계 14개국 언어를 적용하여 서비스되고 있다.
(2) what3wards는 접근성의 측면에서 적정기술의 요건을 일부 충족한다. 모바일 네트워크 상황이 좋지 않은 개발도상국 환경에서도 what3wards는 매우 적은 크기의 데이터 소모 만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또한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는 상태에서도 활용 가능한 오프라인 모드가 지원된다.
(3) Mirror World는 가상세계 안에 정보적으로 재현된 현실세계를 의미한다.
(4) Metaverse는 3차원 세계로서의 World Wide Web를 의미한다.
(5) 블록체인 기반 음악 서비스 Ujo Music의 공동 창업자 Simon de la Rouviere는 자신의 블로그의 ‘Exploring Continuous Token Models - Towards a Million Networks of Value’ 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통해 ‘가치의 네트워크(Networks of Value)’라는 개념을 언급한다.
(6) 2017년 8월에 진행된 디센트럴랜드의 ICO는 불과 35초 만에 전 세계 10,000명의 투자자로부터 목표 금액인 $24,000,000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심지어 단 몇 초의 차이로 약 7,000명의 투자자에게는 투자의 기회 조차 주어지지 못했다.
(7) 토크노믹스는 많은 부분 게임이론과 암호경제학이라는 영역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비즈니스 블록체인’의 저자 William Mougayar는 자신의 블로그의 ‘Tokenomics - a business guide to token Usage, utility and value’ 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통해 토큰의 개념을 ‘조직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관리하고 사용자에게는 제품과 상호 작용할 수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보상 및 혜택을 분배 및 공유 할 수있게 해주는 가치의 단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8) 에스토니아 내에서 E-레지던시를 주도하고 있는 Kaspar Korjus는 자신의 블로그의 ‘Estonia could offer Estcoins to E-Residents’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통해 향후 발행될 국가 차원의 토큰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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