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을 위한 영감은 지적인 영역인가, 영적인 영역인가

Kiheon Shin
Heavenly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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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와 라스 폰 트리에의 사례로부터

만약에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면 나의 개인적인 답변은 ‘두가지 모두’ 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지식과 논리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통해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확장해나가곤 한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천재들’ 가운데서 그러한 창작 세계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을 우리는 종종 발견하게 된다.

1. 레이디 가가 (Lady Gaga)

가장 대표적인 예로 최근 내한공연을 앞두고 화제를 모으고 있는 레이디 가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소 거리감이 있는 정서의 음악과 퍼포먼스로 인해 전세계적인 인기에 비해 국내에서는 실제로 레이디 가가가 만들어내는 창작물들을 깊이있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번 내한공연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내한 공연에 대해 언급한 레이디 가가의 트윗 내용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트위터 팔로워를 가진 사람이 바로 레이디 가가이다. 그런 레이디 가가는 트위터 등을 통해 이후 진행될 월드투어, 그리고 그것의 첫번째 무대가 될 한국투어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한다. (해쉬태그는 #BornThisWayBall#CountdownToKorea)레이디 가가의 트위터페이스북 계정을 살펴보다 보면 레이디 가가와 팬들의 관계는 Super Monster와 Little Monster로 표현되고 있다. 나아가서 팬들은 그런 레이디 가가를 Mo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1. Super Monster / Little Monsters

이번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는 블로그를 통해 슈퍼콘서트의 아티스트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포스팅하고 있는데 그 중 ‘몬스터가 되어버린 레이디 가가’라는 제목의 포스팅의 내용을 보면 ‘레이디 가가가 몬스터(Monster)를 메타포(Metaphor, 은유)로 사용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단순한 메타포에 그치는 것일까. 사실 이미 많은 매체들을 통해 알려진대로 레이디 가가는 자신의 창작 세계를 통해 지극히 영적인 영역을 언급하고 이러한 일들과 관련되는 일련의 행동들을 있는 그대로 노출시켜 왔다. 이것이 그녀가 영감을 받는 통로의 일부분이 이러한 영적인 영역일지 모른다고 짐작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않을까.

레이디 가가가 팬들을 위해 이미지 공유 중심의 커뮤니티 Little Monsters https://littlemonsters.com

그러한 그녀의 영감은 여과 없이 그녀의 팬들에게로 전달되어진다. 레이디 가가의 팬들에 대한 관심은 매우 대단한 편이다. 어쩌면 자유분방하면서도 팬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그녀의 태도가 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모으고 있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적극적인 관심의 결과로 그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이어 Little Monsters라는 이름의 SNS 플랫폼을 직접 서비스하기에 이른다. 현재는 초대로만 가입을 할 수 있어서 직접 내용을 살펴보기는 어렵지만, 알려진 바로는 현재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핀터레스트라는 서비스와 유사한 이미지 큐레이션 형태의 서비스로 레이디 가가는 이 플랫폼을 토대로 팬들과 함께 자신만의 문화를 좀 더 확고히 다지려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단순히 마케팅적인 측면으로만 본다면 레이디 가가의 이러한 행보는 그 자체로 매우 뛰어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1–2. The Monster Pit

그리고 그녀가 고안해낸 또 하나의 아이디어 ‘The Monster Pit’

Monster Pit에 대해 언급한 레이디 가가의 트윗

레이디 가가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언급한 The Monster Pit은 공연장 무대의 가장 가까운 곳의 스탠딩 석을 의미하는데 그 좌석을 차지하기 위한 팬들의 관심과 노력은 벌써부터 대단한 상황이다. The Monster Pit을 차지하기 위한 조건은 레이디 가가의 컨셉과 어울릴만한 의상이나 분장을 갖추는 것. 이러한 조건을 갖추면 그 중에서 2000명을 레이디 가가가 직접 선택해서 The Monster Pit 좌석을 부여한다고 한다. 이 역시도 단순히 마케팅적인 측면으로만 본다면 매우 창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이 모든 것들이 레이디 가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팬들은 열심히 받아들이고 그 일부가 되도록하는 만드는 강력한 장치들가 되는 것이다.

1–3. The Haus of Gaga

The Haus of Gaga의 웹사이트 메인 화면 http://www.haus-of-gaga.com

그렇다면 이러한 레이디 가가의 스타일과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물론 작곡에서부터 전체적인 컨셉들을 이끄는 것은 레이디 가가 본인이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게 열심으로 그녀의 컨셉들을 뒷받침하는 크리에이티브 팀이 있다. 그들이 다루는 영역은 무대에서부터 의상, 영상 그리고 파격적인 소품들까지 거의 전방향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니콜라 포르미체티(Nicola Fomichetii). 후세인 살라얀(Hussein Chalayan) 등 그 개개인으로도 대단한 명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으며, 얼마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알렉산더 맥퀸(Lee Alexander McQueen) 그리고 앞서의 포스팅을 통해 소개했던 Bart Hess 또한 레이디 가가의 컨셉을 표현해내는 아티스트 중 일부이다. 재밌는 사실은 그들의 개인적인 결과물들 또한 레이디 가가가 보여주는 기괴함의 컨셉과 아주 멀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들 중 누군가 또한 레이디 가가와 같이 어두운 영적인 영역으로부터 창작에 대한 영감을 가져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바로 그 어두운 영적인 영역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볼까 한다.

2. 어두운 측면에서의 영감

아래 내용은 국내의 한 기사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가수 레이디 가가가 밤마다 악몽을 꾼다고 고백했다. 최근 레이디 가가가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밤마다 악마 꿈을 꾼다’며 이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고 털어놨다. 레이디가가는 ‘악마가 나를 금발의 소녀에게 데리고가는데 그때마다 놀라서 잠에서 깬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그는 최근 유명 심리치료 전문가 디팩 초프라에 도움을 요청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으로 초프라는 그에게 ‘당신의 내면 깊은 곳에 숨겨진 광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bntnews.hankyung.com)

이 이야기를 이어가기에 앞서 전제되어야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영적인 세계를 인정하느냐 그렇지 않냐에 대한 질문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나는 영적인 세계를 믿고 인정하는 사람이기에 이것이 내가 인지하고 있는 그대로 영적인 영역에서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전제가 다소 꺼려진다면 쉽게는 하나의 무의식의 영역으로 생각하며 (실재로 우리가 받는 많은 영향력들은 무의식의 영역으로 이어짐) 이 글을 계속해서 읽어나가도 좋을 듯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서 이야기하는 영적인 영역은 레이디 가가 본인 또한 직접적으로, 그것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것을 전제로 삼아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레이디 가가의 Judas 뮤직 비디오

평소 레이디 가가는 기독교에 대해 매우 강한 부정적 표현들을 쏟아내곤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장 구체화 되어 표현되는 것은 그녀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들이라고 할 수 있다. 위 뮤직 비디오의 노래 제목은 예수의 12제자 중 한명인 ‘가롯유다(Judas)’이다. 그리고 영상 전체에 걸쳐 레이디 가가는 유다가 예수를 팔아 넘길때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Jesus is my virtue. And Judas is the demon I cling to. I’m just a Holy Fool, oh baby he’s so cruel. But I’m still in love with Judas, baby. Oh oh oh oh I’m in love with Judas, Judas / 예수 그리스도는 나의 미덕이야. 그리고 유다는 내가 집착하는 악마이지. 나는 성스러운 바보이지, 그는 너무 잔인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유다와 사랑에 빠져있어. 나는 유다와 사랑에 빠졌어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예수가 유다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소수 인권을 지지한다는 명목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레이디 가가의 활동들이 주로 기독교에 대한 반감의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지 하나의 예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녀의 조금 더 많은 창작물과 표현들이 그런 맥락 가운데 있다고 보여진다. 때때로 그녀가 가진 이러한 생각들은 자신의 콘서트에서 자신이 지옥의 문을 열고 모든 팬들을 그리로 데려갈 것이라고 선포하는 등의 극단적인 표현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와 관련으로 다수의 영상이 있으나 글의 맥락상 링크는 생략. 직접 검색해보길…) 이처럼 레이디 가가는 자신이 영적인 영향력 안에 있어왔고 자신의 팬들을 그 영향력 안에 두고자 하는 생각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이것을 그저 하나의 표현 방식이나 다소 자극적인 메타포 정도로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아무래도 그 이상이라는 판단이다.

3. 대중 문화의 영향력

그렇다면 창작자가 끌고온 영감이 그 창작자의 창작물을 접하는 대중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질문하다면 절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사실 조금 좁혀서 그것을 무의식의 영역으로만 본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959년 뤼르네(Ryrne)와 1970년 하킨스(Hawkins)의 극장 간접 광고 실험 (영화 속에 사람이 인지할 수 없도록 코카 콜라를 마셔라, 팝콘을 먹어라라는 메시지를 삽입) 을 통해서 그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뉴스 가운데 게임 중독으로 인한 범죄가 심심치 않게 보여지고 있는데 (물론 그와 무관하다는 주장 또한 여전히 존재하지만) 대중문화의 여러 영역을 볼때 영화, 드라마, 게임, 음악 등 모든 영역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것은 음악이 아닐까 싶다. 음악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 이유는 우리가 다른 일을 하는 중에도 동시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카페나 의류 매장 등에서도) 접하게 되는 매체라는 점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통해 어두운 측면에서의 영감이 전달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4. 라스 폰 트리에 (Lars von Trier)

천재적인 실력으로 어둠속의 댄서, 도그빌 같은 수많은 수작들을 선보여왔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 2009년 그는 안티크라이스트(Antichrist) 라는 제목의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영화 한편을 들고 우리에게 다시 나타난다. 국내에서도 어렵게 심의를 통과하기까지 이 영화가 과연 국내에서 개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돌아보면 라스 폰 트리에의 다수의 영화들이 여러가지 논란에 휩싸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가 최고의 감독임을 인정 받는 것은 그 영화들이 보여주는 실험성과 예술성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안티크라이스트 또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샬롯 갱스부르)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수상할 만큼 어느 측면에서는 인정을 받게 된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도 이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감독이 고안해낸 수많은 메타포(은유)적 장치들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이다. 사실 영화라는 것에 대한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잘쓰여진 여러 리뷰들을 참고하지 않고서는 다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이기도 하다.

4–1. 안티크라이스트(Antichirst)

안티크라이스트의 트레일러 영상

다른 예들도 많을텐데 왜 하필 이 영화를 예로 들었을까 하는 질문이 있다면 그저 앞서의 레이디 가가와 맥락을 같이 하는 예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동시에 가장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창작물과 그와 정반대 성향의 창작물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대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 한번에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영화이다. 하지만 그 기법은 단편적인 표현이 아닌 매우 복잡한 메타포를 활용하는 고차원적인 표현들이다. 누군가는 그러한 숨겨진 메시지를 전혀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크게 보면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자신의 기존 작품들과의 연결점이 살짝 엿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가 다루는 가장 큰 메타포적 요소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메타포1. 탄생 (쾌락) 과 죽음의 대치 관계
메타포2. 소멸의 공간으로서의 에덴
메타포3. 반복되는 추락의 이미지
메타포4. 죽음을 부르는 세 거지
메타포5. 산딸기와 영화의 마지막 장면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또한 어두운 면이 적지 않아 보이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 속에는 십자가 상징의 원형 쇠판이 다리에 채워진 한 남자가 여자로부터 도망다니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런 남자에게 여자는 ‘Where are you? You promised you help me’라고 반복적으로 외치게 되는데 이것이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자신이 ‘우울증으로 힘들었을 때 신은 어디 있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와 동일하게 영화 속 소재 중 하나인 과거 마녀 사냥과 같은 여성들의 박해 과정에서 ‘신은 어디 있었냐’라는 질문이 던져졌던 것과도 그 맥락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영화의 내용은 감독 자신의 영적인 세계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 역할을 맡았던 히스 레져(Heath Ledger)의 죽음이 극중 배역에 대한 몰입으로 인한 우울증과 약물 과다 복용이라는 의견들이 있는데 이처럼 배우들이 극중 역할을 통해 받게 되는 영향 또한 그것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는 짐작도 한번쯤 가져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안티크라이스트라는 영화에 대해서는 자신있다면 한번 감상해보라는 정도로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혹시라도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자신이 어느 정도의 영향에 휩싸일 수 있는지 직접 테스트 해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5. 영적인 영향력

이 글에서는 어두운 측면에서의 영적인 영향력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만약에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한 영향력에 대해 증명하라고 한다면 오히려 그 반대의 증거를 제시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사실 그 반대가 되는 증거들은 사랑, 평화, 기쁨, 즐거움, 평안함 등 무수히 많다. 우리가 어떤 음악이나 영화 등을 경험함으로써 받게 되는 기쁨과 즐거움, 평안함을 생각해보면 그 반대가 되는 것의 영향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이나 창작에 대한 영감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이며 어디로 흘러가고자 하는 것인가를 분별하는 것은 결과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창작물을 받아들이게되는 대중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영감을 빌어 자신의 창작 세계를 확장해나가고자 하는 창작자들 또한 자신이 어느 편에 서있건 간에 그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계속해서 인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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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heon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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