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크리에이터들의 새로운 플레이그라운드


뉴미디어 아티스트 신기헌 (http://heavenlydesigner.com)


1.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문화의 등장

1–1. 바바리안 그룹의 신더(Cinder)와 오픈소스 문화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주목하게 되는 행사 중 하나로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을 꼽을 수 있다. 국제 메이저 광고제로 60년간 사용되던 그 이름에서 ‘애드버타이징’이라는 용어를 제외하고 ‘크리에이티비티’를 포함시킨 것은 상징적인 변화인 한편, 앞으로 광고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2013년도에는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하게 해주는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가리는 ‘이노베이션’ 부문이 신설되었다. 이노베이션 부문은 크리에이티비티 구현을 위해 사용된 애플리케이션이나 툴, 프로그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프리젠테이션과 심사를 통해 그랑프리를 선정하는데 그 첫 해의 수상은 2009년 제일기획이 인수한 디지털 에이전시인 바바리안 그룹신더(Cinder)가 차지하게 된다. 신더는 그래픽, 오디오, 비디오, 인터랙션의 프로세싱을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해주는 강력한 도구로 그 형식 자체만 놓고 본다면 C++ 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하나의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이다. 이전부터 Flight 404 이름을 사용하는 Robert Hodgin이 신더를 통해 높은 퀄리티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웹을 통해 공개해왔는데 이후 그것이 인터랙티브 디지털 광고 제작을 위한 만든 사내 라이브러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바바리안 그룹의 다양한 인터랙티브 디지털 광고들과 신더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생각할 있게 되었고 마침내 그 결과 신더는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 수상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에 이른다.

그림 1.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신더를 활용한 프로젝트
(출처. http://libcinder.org)

바바리안 그룹의 신더는 내부의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협업하기 쉽게 라이브러리 형태로 다양한 소스들을 공유하던 것을 더 나아가 대중에게 개방함으로써 인터랙티브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활용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게 되는 오픈소스 문화로 발전된 사례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바바리안 그룹과 같은 광고대행사가 자사의 노하우를 대가 없이 오픈소스로 공개하게 된 것일까? 사실 오픈소스는 이미 IT 분야에서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발전적인 문화이다. 타 광고대행사들이 이러한 오픈소스의 문화에 대해 당혹감을 느낀다면 반면 바바리안 그룹은 그 구성원의 비중 가운데 개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예상해볼 수 있다. 이미 디지털 광고 분야에서는 크리에이티브와 더불어 테크놀로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이 두 가지가 긴밀하게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저 최신의 테크놀로지들을 빠르게 탐색하여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바바리안 그룹이 오픈소스라는 테크놀로지 분야의 대세적인 문화를 따른 것과 같이 그 근본에 있는 DNA부터 동화되지 않고서 그 안에서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1–2.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Kinect)와 해킹 문화

신더가 크리에이티브를 구현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도구의 사례였다면 하드웨어적인 도구의 측면에서는 최근 인터랙티브 디지털 광고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키넥트(Kinect)를 예로 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가정용 콘솔 게임기인 Xbox를 위해 처음 개발된 키넥트는 사용자의 제스처 인식을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게임 컨트롤러로 2010년 첫 판매를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키넥트는 3차원의 깊이를 가진 좌표의 데이터를 전달해주는 적외선 카메라 기반의 센서로 여기에 다양한 소프트웨어적인 기능이 더해져 제스처 인식, 위치 인식, 깊이 인식, 얼굴 인식, 음성 인식 등의 다양한 기능을 Xbox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고안되었다. 그러나 정작 혁신적인 변화의 시작은 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들로부터 시작된다. 이전까지 많은 비용과 매우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 사용할 수 있었던 기능을 키넥트를 사용함으로써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필요에 의해 키넥트는 PC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킹되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부가적인 하드웨어를, 또 누군가는 얻어지는 데이터를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기 시작하였다.

그림 2. 키넥트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들
(출처. http://www.microsoft.com/en-us/kinectforwindows)

흥미롭게도 제조사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사용자들의 문화를 가로막는 대신 함께 그 흐름을 이끌어가기로 결정하였고 2012년에는 키넥트 윈도우용 버전(Kinect for Windows)의 출시와 함께 키넥트를 활용하여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킷(Software Development Kit, SDK)을 함께 선보이게 된다. 이를 통해 세상에는 키넥트를 활용한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고 현재에는 미디어아트 전시나 공연, 인터랙티브 디지털 광고는 물론 의료, 군사, 교육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방식의 인터랙션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3. 크리에이터와 메이커 무브먼트

그림 3.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는 메이커 페어
(출처. http://makerfaire.com)

테크놀로지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한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과거 터치스크린의 표면을 처음손가락으로 만져보며 놀라워하던 대중들은 어느덧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 위에서 보내고 있다. 프로슈머(1)라는 용어는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되었고, 이제는 모두가 자유롭게 테크놀로지를 통해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표현하는 메이커 무브먼트(2)의 강렬한 흐름 앞에 누군가는 기대감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두려움으로 등을 맞대고 서있는 상황이다. 크리에이티브와 테크놀로지 사이에서 이 두 가지를 자유롭게 연결해가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은 보다 넓은 의미로 통칭하여 ‘크리에이터’라고 부를 수 있다. 어떤 크리에이터들은 테크놀로지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하는 한편, 그것을 활용해 예술적인 경험을 전달하거나, 비즈니스적인 성공을 거두는 등의 구제적인 목표를 가지기도 한다. 이와는 반대로 그 어느 것도 목적이 아닌, 그저 호기심과 즐거움을 위해 깊이 몰입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우리가 분명히 인식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크리에이터들과 대중들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메이커 페어(3)해커톤(4)에서는 주말마다 다양한 분야의 대중들이 모여서 크리에이터로서의 일탈을 경험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보다 더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혹은 우리보다 더 크리에이티브에 익숙한 그들에게 놀라움과 감동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1–4. R/GA가 가진 빠른 실행과 결정의 문화

그림 4. R/GA의 Make day와 Accelerator Demo Day
(출처. http://rgaaccelerator.com)

나이키 플러스(Nike+)와 나이키 퓨얼밴드(Fuelband)의 성공을 통해 우리에게 큰 인상을 남겼던 미국의 디지털 광고 에이전시 R/GAMake Day(5)Accelerator Demo Day(6)와 같은 제조업 혹은 IT 관련 분야의 문화를 자신들의 문화 속에 적극적으로 녹여내고 있다. 같은 문화 안에서 빠르게 실행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테크놀로지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앞으로의 크리에이티브에 있어서 강력한 무기가 아닐 수 없다. R/GA가 보여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이러한 변화의 노력과 무관하지 않음은 누가 봐도 명확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2. 프로토타이핑의 강력함

2–1.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을 활용한 프로토타이핑

과거에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빠르게 손에 쥐는 것이 효과적인 접근 방법일 수 있었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최근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 유효한 방법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단기적인 접근을 넘어 앞서의 신더와 키넥트의 사례와 같이 크리에이터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함께 뛰어 노는 것이야말로 본질적인 접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접근 방법으로 신속한 프로토타입 제작을 통한 실행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가장 생동감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은 제조업의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평가되는 크라우드 소싱(7) 플랫폼이다. 킥스타터(Kick Starter)인디고고(Indiegogo), 퀄키(Quirky) 등으로 대표되는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에는 오늘도 기발하고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프로젝트를 개설하고 대중들의 평가와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과거에는 본격적인 충분한 자본이나 제조 시설 등을 필요로 하던 제조업 분야에서 이제 누구나 손쉽게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피칭할 수 있게 되었다. 살아 숨쉬는 플랫폼에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저절로 모여들기 마련이다. 이러한 플랫폼에 개설되는 프로젝트들의 흐름만 살피더라도 IoT(Internet of Things), O2O(Online to Offline), Wearable 등의 최신의 트랜드들이 역동적으로 반영되어 흘러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은 기존의 제조업 강자들에게도 위협이 되기 시작한다.

그림 5. 소니 MESH의 인디고고 펀딩 페이지
(출처. http://www.indiegogo.com)

이러한 변화 가운데 소니는 내부의 실험적인 몇몇 프로젝트들을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고 대중들의 반응을 살피기에 이른다. 소니에서 인디고고를 통해 선보인 DIY IoT 키트인 ‘MESH’ 는 프로토타입 단계의 컨셉적인 제품인데 인디고고를 통한 펀딩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그 과정에서 소니는 대중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컨셉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GE(General Electric)는 소비자의 아이디어 제품을 발전시켜서 상품화 해주는 퀄키라는 플랫폼에 공격적으로 투자함으로써 거대 기업이 가지기 어려운 벤처 기업의 DNA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가고 있다.

2–2. 프로토타입 제작을 위한 다양한 하드웨어

최근 IT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프로토타이핑 관련 용어들이 몇 가지 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인 아두이노(Arduino)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 인텔에서 만든 초소형 컴퓨터 에디슨(Edison)과 쿼크(Quark), 그리고 60종 이상의 블럭을 손쉽게 결합하여 전자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리틀비츠(littleBits)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 중에서도 아두이노는 전문가의 영역에서부터 어린이 창의 교육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하드웨어로 빠르고 손쉽게 프로그래밍하여 다양한 센서나 모터, LED 등을 제어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만약 화면 송출이나 카메라 제어 등을 원한다면 라즈베리 파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에디슨이나 쿼크는 동전 크기, 혹은 그보다 더 작은 크기에 저전력으로 구동되는 강점을 통해 최근의 IoT나 Wearalble을 위한 프로토타입 제작에 유용하다.

그림 6. CES 2015를 통해 선보인 Nixie의 프로토타입 시연
(출처. 인텔의 공식 유투브 채널)

2014년 인텔은 자사의 제품인 에디슨을 크리에이터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Make It Wearable Challenge라는 이름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공모전을 개최하게 되는데 이 공모전의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에디슨이나 쿼크와 같은 하드웨어가 가져오게 될 파급효과들을 미리 상상해볼 수 있다. 최종 우승을 차지한 제품은 하늘을 날으는 드론(8)에 웨어러블 카메라를 결합한 닉시(Nixie) 였는데 평소 손목밴드의 형태에서 허공으로 날아가 사진을 촬영한 후 사용자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상상 속 시나리오가 실제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우리는 지난 CES 2015에서의 시연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2–3. 키트 구성을 통한 목적의 다양화

프로그래밍이라는 과정을 물리적인 연결로 대체한 리틀비츠는 다양한 하드웨어 모듈을 직관적으로 조합하여 논리적인 전자회로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모든 모듈들은 크게 Power, Input, Wire, Output 네 종류로 각기 다른 색상이 입혀져 있고 연결부 자석의 자성을 통해 올바른 연결은 끌어당기고 잘못된 연결은 밀어내도록 함으로써 실수에 대한 우려를 애초에 방지해준다.

그림 7. 다양한 모듈과 키트로 구성된 리틀비츠
(출처. http://littlebits.cc)
그림 8. 리틀비츠를 활용한 뉴욕현대미술관 MoMa 디자인 스토어 아트웍
(출처. http://www.moma.org)

리틀비츠와 크리에이티브의 직접적인 연결은 목적과 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 키트에 있다. 아두이노와의 연결을 통해 보다 복잡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Arduino Coding Kit, 웹과의 연결을 통해 손쉽게 IoT 제품을 구현할 수 있는 Cloud Bits Kit, 미국항공우주국 NASA와 협력한 Space Kit 등 다양한 구성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보다 명료한 목적과 동기를 부여해준다. 유명 전자악기 제조사 KORG와 협력한 Synth Kit은 언제나 신선한 아이디어와 극단적인 실험의 뮤직비디오를 선보이고 있는 OK Go를 통해 Toaster Synths라는 새로운 전자악기로 재탄생된다. 최고의 권위를 가진 뉴욕현대미술관 MoMA의 디자인 스토어에서 리틀비츠를 활용한 아트웍(참고 영상)을 제작한 것 또한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3. 무한한 가능성의 가상현실 플랫폼

3–1. 게임 엔진 활용의 대중화

얼마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막을 내린 GDC 2015(Game Developer Conference 2015)에서는 전세계 게임 개발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소식들이 전해져 왔다. 게임 개발의 핵심적인 도구라 할 수 있는 유니티(Unity), 언리얼(Unreal), 코로나(Corona), 소스2(Source2) 등의 주요 게임 엔진들이 무료로 개방된 것이다. 과거 게임 엔진은 고성능의 PC 환경에서 실행되는 묵직한 게임들을 개발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던 도구였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저가의 모바일 폰에서 실행되는 캐주얼한 게임들은 물론, 도심 속 키오스크의 인터랙티브 디지털 광고나 미술관에 전시되는 미디어아트 작품에 활용되기도 한다.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인터랙션 가능한 물리 엔진이자 렌더링 엔진으로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에서의 작업 도구로서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평가 받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자가 많지 않았던 것은 최고 수십억에 이르는 높은 비용 때문이었는데 그러한 게임 엔진 개발사들이 서로 앞 다투어 전면 무료화를 선언한 것이다. 이것은 지금부터의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두에게 동일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이제부터는 누가 더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인 것이다.

3–2. 가상현실 경험을 위한 디바이스의 대중화

그림 9. 오큘러스 리프트와 언리얼 엔진이 만들어내는 가상현실 컨텐츠 경험
(출처. https://www.unrealengine.com/vr-page)

이러한 흐름과 더불어 오큘러스 VR(Oculus VR)이 개발한 HMD(Head Mounted Display)인 오큘러스 리프트(Occulus Rift)를 시작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상현실 플랫폼은 게임 엔진의 대중화와 만나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3세대 버전인 크레센트 베이(Crescent Bay)를 공개한 오큘러스 VR은 얼마 전 페이스북에 2.5조에 인수되며 가상현실과 소셜이 만나게 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과 협업을 통해 삼성의 스마트폰과 결합하여 구동되는 기어 VR(Gear VR)을 선보임으로써 최초로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 컨텐츠 플랫폼이 되었다.

3–3. 가상현실의 컨텐츠 생태계

우리가 가상현실 플랫폼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그것이 새롭고 자극적인 경험이어서 만은 아니다. 물리적으로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경험의 현실세계와 달리 가상세계 속에는 무한한 공간과 새로운 경험들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세컨드 라이프(9)가 성공을 거두자 현실세계의 도요타,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수많은 기업들이 세컨드 라이프의 가상세계 속으로 달려와 매장과 광고판을 세웠던 것을 우리는 여전히 기억한다. 지금의 게임 엔진과 HMD가 만들어내는 1인칭 시점의 몰입감은 세컨드 라이프를 보며 언캐니 벨리(10)를 경험했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으로부터 시작된 앱스토어라는 유통망은 오늘 공개된 최신의 컨텐츠를 누구나 곧바로 구매하여 경험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한다. 한번 구매한 컨텐츠는 업데이트를 비롯한 추가적인 DLC(11)를 통해 끊임 없이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관계를 이어가게 해주고 소비자들은 스스로 능동적인 크리에이터가 되어 자신이 만들어낸 컨텐츠를 또 다른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게 된다.

4. 새로운 방식의 네트워크 경험

4–1.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의 강력한 컨텐츠 경험

이러한 컨텐츠를 구동하기 위해 이전까지 필요했던 고성능의 하드웨어는 네트워크 속도의 발전을 충분히 보완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엔비디아(Nvidia)의 GRID가이카이(Gaikai)와 같은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12) 들은 게이머의 컨트롤에 따른 모든 연산을 클라우드 상의 서버에서 처리한 후 그 시각적인 결과물 만을 스트리밍으로 게이머의 스크린에 보여주게 되는데(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Siri나 IBM의 인공지능 서비스 Watson Developer Cloud와 유사한 원리), 이미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게이머가 전혀 의식하지 않을 만큼의 서비스 품질이 확보되고 있다. 이제 네트워크 속도만 충분하다면 게이머가 거실에 있든, 길을 걷고 있든 상관없이 저사양의 하드웨어에서도 서버의 강력한 연산 능력에 의해 생성되는 결과물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2. 세컨드 스크린 환경의 양방향 컨텐츠 경험

이러한 테크놀로지는 지금까지의 N-스크린(13)을 넘어서는 세컨드 스크린(14)의 개념을 통해 전에 없던 다수의 크로스 플랫폼 상의 컨텐츠들이 긴밀하게 인터랙션하는 새로운 방식의 크리에이티브를 우리에게 전달해줄 것이다.

그림 10. 몬테로사의 세컨드 스크린 솔루션 LViS
(출처. http://lvis.io)
그림 11. LViS를 활용한 AT&T와 BBC 닥터 후의 퀴즈 게임
(출처. http://www.monterosa.co.uk)

몬테로사(Monterosa)LViS와 같은 서비스는 TV 생방송이나 공공 영역의 스크린 상에서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컨텐츠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컨텐츠를 경험하는 가운데 퀴즈, 예측, 투표, 공유 등을 통해 시청자들은 이제 보다 직접적으로 참여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BBC의 인기 드라마 닥터 후와 AT&T이 함께 제작한 퀴즈 게임의 경우가 LViS가 제공하는 API(15) 기반의 HTML5(16) 라이브러리를 통한 웹앱 개발로 AT&T에 대한 큰 광고 효과를 거둔 사례이다. 과거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인 미디어였던 TV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실행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던 스마트폰은 HTML5라는 기술을 통해 빠르게 연결되고 있다.

5.글을 마무리하며

발견에서 발명으로, 그리고 일상으로

오랜 시간 우리는 과학의 ‘발견’이 공학의 ‘발명’으로 이어지게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해왔다. 그러나 이제 공학 또한 점차 발견의 영역이 되어가는 듯하다. 공학의 산물인 테크놀로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 영역을 발견에서 또 발명으로, 그리고 나아가서 일상으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크리에이터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기회를 누리기 위한 준비는 이제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듯하다. 소프트웨어 영역에서의 오픈소스, 하드웨어 영역에서의 해킹, 빠른 실험과 검증을 위한 프로토타이핑, 여기에 강력한 동기의 근원인 메이커 무브먼트와 현실적 실행을 위한 크라우드 소싱,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인프라나 플랫폼이 더해짐으로써 이전까지의 높았던 장벽은 이제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당장 우리가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테크놀로지 그 자체를 발명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 가운데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발견해내는 것이다. 하루에도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성공적인 인터랙티브 디지털 광고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을 분석하기에 앞서 필요한 것은 테크놀로지를 만들고, 사용하고 또 그것에 열광하는 대중들 속으로 나부터 몸을 던져 보는 과감한 시도이다. 새로운 변화를 따라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대신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레 흘러가다 보면 어느덧 우리가 도달하고 싶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점에 도착해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나로부터의 변화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변화는 나를 넘어서 우리의 변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미주

(1) 프로슈머(Prosumer) — ‘생산자’를 뜻하는 영어 ‘producer’와 ‘소비자’를 뜻하는 영어 ‘consumer’의 합성어로 소비는 물론 제품 개발, 유통 과정에까지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생산적 소비자를 의미
(2)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 —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힘으로 직접 만들고 네트워크를 통해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확산시켜 나가는 ‘메이커’들의 문화. 참고서적. 메이커스/크리스 앤더슨)
(3) 메이커 페어(Maker Faire) — 전문가, 비전문가에 관계 없이 나이나 성별, 분야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함께 어울리고 즐길 수 있는 메이커들의 축제
(4) 해커톤(Hackathon) — 해커(Hacker)와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즐기는 해커의 정신을 가진 프로그래머들이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이 밤새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완성하는 것
(5) Make Day — 이틀 여의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분야의 동료들이 함께 팀을 구성하고 협업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이벤트. 참고영상
(6) Accelerator Demo Day — 테크노롤지 기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진 10개의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발표함으로써 평가를 통해 투자로 연결될 수 있도록하는 이벤트. 참고영상
(7)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 — 대중(crowd)과 외부발주(outsourcing)의 합성어로, 개발, 생산ㆍ판매 등의 과정에 대중을 참여시키는 것을 말한다.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이를 위한 펀딩을 대중들로부터 유치하는 크라우드 펀딩 또한 크라우드 소싱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8) 드론(Drone) — 무선 제어에 의해서 비행하는 비행기나 헬리콥터 형태의 무인 비행체
(9)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 2003년 처음 선보인 가상현실 플랫폼으로 그 안에서 다양한 방식의 만남과 창작 활동, 경제 활동이 이뤄지며 가상현실이 가진 가능성을 확인시켜줌
(10) 언캐니 벨리(Uncanny Valley) — 로봇이 인간에 가까워질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면 갑자기 그것이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어 버리는 지점. 디지털 프로세싱을 통해 제작된 CG 속 캐릭터들로부터도 유사한 반응이 발생
(11) DLC(Download Contents) — 패키지 게임 발매 이후, 유료 혹은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추가 컨텐츠로 최근에는 DLC를 통한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어지고 있음. 참고사례. 마리오카드8 x 메르세데스 벤츠
(12)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GaaS, Gaming as a Service) — 컨텐츠 사용 권한을 가진 사용자들이 고성능의 서버 상에서 구동되는 게임을 스트리밍을 통해 어떤 환경에서나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
(13) N-스크린(N-Screen) — 스마트폰, 태블릿, TV, PC 등의 다양한 스크린 환경에서 끊김 없이 컨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14) 세컨드 스크린(Second Screen) — 추가적인 스크린을 통해 컨텐츠에 대한 맥락적인 정보나 부가 기능들을 제공해주는 서비스
(15)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 프로그램 상의 데이터를 보다 쉽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의해놓은 인터페이스
(16) HTML5(Hypertext Markup Language 5) — 과거 웹 문서 제작에 국한되어 사용되던 HTML은 최신 규격에 이르러서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PC나 스마트폰의 웹 브라우저 상에서 기본적인 미디어 플레이를 비롯, 화려한 이펙트과 다양한 인터랙션을 구현할 수 있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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