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1

ganghee
heeheewuw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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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min readOct 14, 2023
이미지 출처 https://url.kr/mdnklx

이 글은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를 읽고 정리한 글이다. 애플리케이션을 기획하고 디자인할 때 핵심 사항은 무엇일까? 어떤 협업 방식으로 디자인과 기능을 서비스하게 될까? 스마트폰 중독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할 부분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도서에서 찾을 수 있다. 여러 디자인의 원칙과 사용자에게 빠르게 피드백을 받는 방법 더 나아가 윤리적인 디자인과 IT업계 사람들이 협업하는 방식까지 알 수 있다. 일반 사용자뿐만 아니라 IT 업계에 종사하는 디자이너와 기획자, 개발자까지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 매일 쓰는 앱에 숨겨진 비밀

UI user interface, 즉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사용자가 앱을 사용할 때 만나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의미한다. 이미지, 버튼, 아이콘, 슬라이더, 폰트, 컬러와 같은 요소가 이에 속한다. UI를 설계하려면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는 ‘단순함'이다. 사용자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복잡함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콘이나 메뉴가 너무 많은 경우 관계된 것끼리 묶여 있지 않으면 사용자는 혼란을 느낀다.
두 번째는 ‘일관성'이다. 만약 페이지마다 다른 스타일의 색상과 폰트가 적용되어 있다면 사용자는 길을 잃을 것이다. 정해진 스타일의 컬러와 폰트, 아이콘을 사용하는 것은 UI에서 매우 중요하다.
세 번째는 ‘적당한 탭 영역'이다. 버튼이나 아이콘, 링크 영역이 너무 작으면 탭하기 어렵고 이는 좋지 못한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UX 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을 말하며 사용자가 앱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겪는 총체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좋은 사용자 경험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앱과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하여 좋은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버튼을 눌렀는데 예상과 다른 페이지가 나오거나 앱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시대착오적이거나 젠더 편향적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UX는 UI와 밀접한 관계이지만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토스는 하나의 화면에 한 가지 액션만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 경우 시각적으로 간결해지는 효과가 있다. 사용자가 해당 페이지에서 어떤 액션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목적을 빠르게 이룰 수 있다.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로 2023년 1분기 기준 전 세계 유료 가입자가 약 2억 3250만 명이다. 누구나 한 번쯤 넷플릭스 드라마를 한 편만 보려고 했다가 하루를 모두 허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 UX는 무한 재생 기능과 흥미로운 섬네일 그리고 개인별 맞춤화된 추천 시스템이다.

자동 재생과 무한 스크롤

넷플릭스는 영상 한 편이 종료되면 ‘다음 화 재생까지 n초’라는 안내 버튼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용자가 아무 액션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음 화가 재생된다. 주목할 부분은 이 화면에 정지 신호가 없다는 점이다. 정지 신호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는 굳이 소비할 생각이 없던 콘텐츠를 무의식적으로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 이러한 심리 메커니즘은 UX를 설계할 때 다양한 형태로 활용된다. 대표적인 예로 SNS나 핀터레스트등에서 볼 수 있는 무한 스크롤이 있다. 사용자는 피드를 스크롤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성공이나 아름다운 이미지에 무한정 노출되면 자존감이 저하되거나 불안감이 생기는 등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사용자에게 이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포모 fear of missing out FOMO(유행에 뒤쳐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리,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섬네일

넷플릭스에서는 사용자는 섬네일을 선택하는 데 평균 1.8초를 소비한다고 한다. 이 짧은 시간에 사용자의 선택을 받기위해 어떤 섬네일이 좋을까? 인간은 풍경이나 물건보다 사람의 얼굴에 더 강력하게 반응하게끔 진화했다. 이를 이용해 등장인물의 얼굴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추천 시스템

넷플릭스는 2억 명 이상의 사용자가 남기는 시청 기록, 검색 기록, 좋아하는 장르, 감독과 배우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기호에 맞는 콘텐츠 추천 시스템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특히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용자를 묶어 그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필터링 시스템 역시 접속 시간을 늘리는 중요한 요소다.

틴더 속 게이미피케이션 요소

틴더를 사용하다 보면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다. 틴더에 게임 원리와 유사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UX 형식을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하는데, 게임이 아닌 상황에 게임의 원리를 녹이는 것이다.
좌우 스크롤을 통해 이성과의 채팅이 가능해진다. 이성과 내가 우측으로 스와이프를 하면 채팅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슈퍼 라이크 기능이 있다. 쌍방이 우측으로 스와이프를 하지 않아도 슈퍼 라이크라는 유료 아이템을 사용하면 상대에게 특별한 존재로 각인시킬 수 있다.

왜 쿠팡 리뷰에는 별점이 있고 컬리에는 없을까

왼쪽 이미지는 쿠팡 상품 UI 오른 이미지는 컬리 상품 UI

별점은 우리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비교 수단으로 존재해왔다. 그 이유는 상품의 품질과 가격, 배송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사용자 만족도를 시각적으로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였기 때문이다.
쿠팡을 생각하면 가성비 좋은 생필품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따라서 미리 구매할 상품을 정해놓고 앱을 실행한 뒤 싼 제품을 최대한 빠르게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별점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반면 컬리는 전문가들이 엄선한 제룸을 구매하고 싶을 때 이용한다. 집단 지성이 아닌 전문가의 의견을 신뢰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으므로 다른 사용자가 평가한 별점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컬리에 입점한 판매자 수는 쿠팡에 비해 현저히 적다. 엄선된 판매자들은 각자만의 고유한 영역과 가치를 표방하므로 별점처럼 경쟁을 부추기는 시스템은 굳이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소셜 프루프는 앱에서 어떻게 활용될까

소셜 프루프는 대상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거나 스스로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애매할 때 다른 사람이 이미 내린 근거로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소셜 프루프는 디지털 세상에서 강력한 힘을 갖는다. 특히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그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리뷰, 추천, 좋아요, 팔로워 수 등이 모두 소셜 프루프에 해당한다. 사용자는 이런 소셜 프루프로 앱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구축한다.
이러한 소셜 프루프 심리를 활용하면 다음과 같은 버튼 문구를 작성할 수 있다.
- 3만 명이 선택한 뉴스레터 구독하기
- 1500명이 참여한 챌린지에 도전하세요!
- 5만 명이 추천하는 무료 다운로드
이와 같은 문구는 실제 사용자의 참여도와 인기를 강조함으로써 앱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높인다. 이처럼 버튼 문구는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

소셜 프루프에는 부작용도 있다. 물건을 구매할 때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로 판단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무조건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 이를 허드 효과라고 하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2. 디자인을 보는 새로운 시각

린 UX

디자인 산업은 꽤 오랫동안 워터폴 프로세스로 의지했다. 워터폴은 폭포수 모델이라고도 불리며 폭포처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이다. 기획-디자인-개발-유지보수와 같이 단계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은 유연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단계가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기획을 수정하기가 어렵다. 이 방식은 생각보다 큰 위험을 내포한다. 시장에 나가보지 않은 모든 디자인 컨셉트는 가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이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디자이너의 역할이 많이 바뀌는 추세다. 데이터 전문가와 긴밀히 협업하거나 때로는 사용자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린(lean) UX라는 개념이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국내에서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린 UX는 린 스타트업과 UX의 합성어로, 시장에서 가설을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 MVP minimun viable product(최소 기능 제품)를 만들어 반복 학습하며 점진적으로 실체화 나가는 방법론이다.
애자일 방법론을 사용하여 린 UX 프로세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애자일의 목표는 개발 주기를 단축하고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어 시장에서의 가치를 검증하는 것이다. 다음은 애자일 개발 방식의 철학을 이루는 네 가지 주요 특성이다.

  • 팀 내 협업 프로세스가 툴보다 우선
    - 작동하는 소프트웨어가 포괄적인 문서보다 우선
    - 고객의 가치가 다른 가치보다 우선
    - 변화에 대한 민감한 대응이 계획 준수보다 우선

린 UX 디자이너의 역할

린 UX를 잘 나타내는 단어로 ‘GOOB’가 있다. 이것은 getting out of building의 약자로 사무실을 벗어나 우리 제품을 실제로 사용할 사용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과녁을 제대로 찾는 것보다 다트 촉을 아름답고 정교하게 깎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지 모른다.
성공과 실패는 스타 디자이너나 팀의 대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바구니 담기 버튼을 직접 누르는 고객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린 UX 프로세스에서는 아이디어 초기 단계부터 디자이너가 현장에서 잠재 고객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최대한 많은 평가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 이를 통해 핵심 사용자가 누구인지, 그들의 삶 어느 부분에 우리 제품이 사용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는지 등을 초기에 파악할 수 있다.

앞으로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한것이 아닌 퍼실리테이션 facilitation 측면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퍼실리테이션이란 팀이 목적을 더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고 프로세스를 관리하며 촉진하는 행동이다. 퍼실리테이터로서의 디자이너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환경 그 자체를 디자인한다. 이때 디자이너는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이나 토론 세션을 열고, 때로는 의견을 받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브랜드나 스토리가 아닌 세계관에 주목할 때

세계관을 이해할 때 필요한 핍진성을 알아보자. 핍진성 verisimilitude이란 ‘그럴듯한’ 혹은 ‘있음 직한’이라는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말이다. 영화처럼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모호한 서사 예술에서 보는이로 하여금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를 뜻한다. 특정 세계관에 충분히 스며들어 이해하는 정도라고도 할 수 있다.
브랜드나 서비스가 세상에 막 출시되었다면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현실성 있는 맥락이 필요하다. 이 맥락은 브랜드가 현실에 첫발을 내딛는 역할을 한다. 만약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라면 다른 영역에서 사용되는 맥락을 빌려와 소비자의 이해를 돕는 것이 좋다.

새벽 배송 시대를 연 컬리 역시 초기에는 핍진성 때문에 애를 먹었다. 소량의 유기농 채소를 산지에서 직접 가져와 하루만에 소비자의 집 앞까지 가져다준다는 발상은 이런 의심까지 불러일으켰다. 신선 식품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콜드체인’을 갖춰야 한다. 사소한 문제만 생겨도 식품의 질이나 안전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컬리는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 신선 식품이 담긴 박스에 냉기가 올라오는 익숙한 이미지나 푸르스름한 새벽 배경에 브랜드 박스가 놓인 이미지로 그 과정을 설명했다. 이런 노력은 세상에 선보이는 낯선 가치에 현실감을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브랜드 핍진성을 높임으로써 일상화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소비자는 브랜드에서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스토리텔링보다 자연스럽게 구축된 세계관을 더 선호한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세계관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바로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사용자 그리고 브랜드를 단순히 상품으로 보지 않고 그 자체를 문화로 향유하는 핵심 사용자 집단이다.

욕망으로 키워드 바라보기

요즘은 인스타그램에만 접속해도 타인의 취향과 기호를 쉽게 알 수 있다. 넘실대는 취향의 파도는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의 경계를 허문다. 취향을 통해 자신의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싶은 욕망은 현시대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대중적이지 않았던 #골프(573만), #오마카세(56.4만), #파인다이닝(15.3만) 같은 해시태그 수의 변화에서도 이러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최근에는 피드에 올린 글의 내용보다 팔로잉하는 계정들로 그 사람이 지향하는 가치관을 해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안젤리나 졸리의 팔로워는 1412만 명이지만 팔로잉하는 계정은 단 세 개뿐이다. 인종 불평등 관련 단체와 국경없는의사회, UN 난민기구이다. 그녀의 팔로잉 목록으로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만약 새롭게 브랜딩을 시작한다면 내 브랜드가 어떤 사람의 팔로잉 목록, 어떤 기호의 집합에 들어가야 승산이 높을지 충분히 고민해 그 방향성을 따라가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화면이 복잡할 때 꺼내 읽기 좋은 UX 이야기

단순함은 좋은 가치다. 본질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단순함 자체가 목표일 필요는 없다.
피아노 건반은 88개나 있다. 모든 건반을 활용해 연주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건반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드물다. 비행기 조종실이 복잡한 데에도 역시 이유가 있다. 조종사는 뚜렷한 정보 체계와 명확한 구조를 통해 그 복잡함을 이해한다. 이는 심리학에서 종종 거론되는 테슬러의 법칙이다.
UX의 창시자로 알려진 도널드 노먼은 ‘복잡함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제거해야 할 대상은 바로 혼란스러움이다.’ 이렇게 말했다. 서비스에 남길 최소한의 기능이 무엇인지 고려한 뒤 혼란스러움을 야기하는 요소를 하나 둘 제거해 나가면 자연스럽게 단순함이라는 가치를 만날 수 있다.
UX 용어 중 어포던스 affordance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어떤 행동을 유도하게끔 하는 요소로 ‘행동 유도성’이라고도 한다. 손잡이 디자인은 문을 열도록 유도하는 대표적인 어포던스다. 회원가입 시 나타나는 인풋 창은 정보를 입력하게 하고 편집 프로그램의 버튼은 지금까지 한 작업을 안전하게 저장하도록 유도한다. UX 디자이너는 사회적 기표를 고려하여 적당한 시점에 정확한 강도의 어포던스를 배치할 의무가 있다. 만약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때 혼란스러움을 느낀다면 어포던스의 강도가 맥락에 맞게 배치되었는지 확인해보자.

3. 디자인에 윤리가 중요하다고?

다크 넛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크 넛지는 행동을 부드럽게 유도한다는 의미인 ‘넛지’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사용자의 심리적 사각지대를 이용해 인터페이스를 악의적으로 디자인함으로써 사용자에게는 손실을 입히고 서비스만 이득을 취하는 교모한 UX 설계 패턴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내용 중 빈도가 높게 나타난 다크 넛지 1위는 간편 로그인 기능을 통해 과도하게 많은 개인정보가 서비스로 제공되는 ‘개인정보 공유’이다. 소셜로그인을 통해 서비스가 사용자 정보에 어느 정도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전 고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2위는 사용자 동의 없이 진행되는 ‘자동 결재’다. 구독 경재가 활발해지면서 서비스 무료 사용 기간이 끝나면 사용자 동의 없이 자동으로 결재된다. 그리고 해지를 어렵게 하기위해 메뉴를 의도적으로 숨긴다. 3위는 사용자가 이용권을 해지하려 할 때 이를 방어하는 데 활용하는 ‘선택 강요’ 다크 넛지다. 이용권을 해지하려는 사용자에게 회원 연장 시 혜택을 주거나 해지를 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권유하는 형태이다. 또는 해지에 해당하는 버튼은 좁고 무채색으로 만들어 사용자의 눈에 잘 띄지 않게하는 형태이다. 소셜 프루프를 통해 물건을 구입할 때 리뷰를 참고하게 되는데 좋은 후기는 상단에 나쁜 후기는 하단에 모아두는 것 또한 다크 넛지이다.

거꾸로 뒤집어 사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신호를 주는 화이트 넛지가 있다. 홈 화면에서 스낵바의 형태로 해지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거나 사용자가 원하지 않은 정보를 디폴트로 off 로 설정하여 사용자에게 정보의 선택권을 넘길 수 있다. 또한 구독을 취소할 때 구독 취소 버튼을 사용자의 행동을 방해하지 않게 버튼 모양을 만드는 것이 있다.
화이트 넛지를 추구하는 이면에는 매출 하락이라는 공포가 존재한다. 하지만 신뢰도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이런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일종의 화폐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속성이 있다.

디지털 공해에서 벗어나자

쉴 새 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을 신경 쓰기 싫어 무음으로 해놓지만 이내 궁금함이 일어 자동으로 손을 뻗는다. 인간의 뇌는 예측 불가능한 보상을 좋아한다. 알림이 울리는 스마트폰을 켰을 때 시시한 내용을 안내하더라도 이내 다음 보상을 기대해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만든다.

우리의 뇌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매번 새로운 페이지를 열 때마다 도파민을 분비한다. 인터넷 페이지 다섯 개 중 한 개는 머무르는 시간이 4초가 채 안되며, 10분 이상 머무르는 페이지는 전체의 4%에 불과하다고 했다. 일상 속 많은 디지털 환경은 중독적인 메커니즘으로 설계되어 있다. 넷플릭스의 ‘자동 재생’, 페이스북의 ‘당겨서 새로고침’, 틱톡의 ‘무한 스크롤’ 기능 등이 그렇다.

알림 끄기
빨간색 알림 버튼, 알림창은 우리의 관심을 유도하는 촉발 장치다. UX 용어로 어포던스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알림 색깔을 낮은 채도로 하거나 다른 색으로 바꾸면 실제로 주목도가 상당히 낮아진다. 실제로 스마트폰 알림을 모두 끄는 것만으로도 스크린 타임을 꽤 많이 줄일 수 있다.

SNS 깨끗하게 이용하기
나를 팔로우하지 않은 사람을 언팔로우하는 것은 SNS 정리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신의 SNS 뉴스피드에서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미디어를 찾아 제거하는 것도 좋다. 편향이 강한 페이스북 커뮤니티 역시 모두 언팔로우하는 것을 권장한다.

스마트폰과 멀어지기
알림 시계를 구입하여 하루를 스마트폰으로 시작하는 것을 막아보자.
가족과 스마트폰 없는 저녁 식사 자리를 만들어보자.
개인 침실에서 최대한 멀리 스마트폰 충전 장소를 만들어보자.

스파이더맨은 왜 인스타그램을 삭제했을까

영화 스파이더 맨의 주인공 톰 홀랜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6700만이었다. 그런데 돌연 자신의 피드에 3분가량의 짧은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인스타그램 운영 중단을 선언했다. 영상에서 그는 SNS에 떠도는 자신에 관한 글을 읽다 보니 혼란스러웠으며 이는 정신 상태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자녀에게 IT 기기 사용을 제한한 것으로 유명하다. 만 14세가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장만해주지 않았고 식탁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을 수 없게 했다. 구글의 CEO인 선다 피차이는 한술 더 떠 아이들의 TV 시청 시간을 정해놓고 엄격히 통제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아이패드를 출시했을 때 자녀들에게 사용을 엄격히 금지했다는 사실을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청소년 시절의 뇌는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눈앞의 사안을 신중하게 고민하거나 계획을 세우고 성숙한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인 전두엽은 뇌의 다른 영역에 비해 더디게 성장한다. 중독적인 디지털 경험은 즐겁고 자극적인 대상을 컨트롤하기 힘든 청소년기의 뇌를 민감하고 감정적인 상태로 만든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중심으로 진화해왔고 어떤 정보에서 자신만 소외되는 것을 무척 두려워한다. 이러한 감정을 포모증후군이라고 한다. 친구가 주말에 어떤 맛집을 갔는지, 내가 팔로우하는 유명인이 어젯밤에 어떤 정보를 공유했는지 등이 모두 포모증후군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춘기 시절의 뇌가 포모 같은 디지털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성인이 돼도 어떤 사안을 깊이 생각한 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또한 많은 디지털 전문가는 SNS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가장 큰 이유를 포모증후군에서 찾기도 한다. SNS에서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은 실제 세상과 달리 무한한 도파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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