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프로토콜 핏

Clara Ex Machina
Holy Crypto
Published in
19 min readMar 6, 2023

원문은 2020년 4월 17일에 게시되었습니다. 따라서 예시로 든 프로젝트들의 근황/진척은 글의 내용과 많이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초록

오픈소스, 무허가 방식의 혁신의 세계에서, 기존의 프로덕트 개발 과정은 한계점을 드러냈습니다. 크립토 네트워크가 움직이는 방식은 회사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팀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프로덕트-마켓 핏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프로덕트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탈중앙화 프로토콜들이 진화하기 위해선 중앙화된 리더가 없는 브랜딩 (headless branding)과정, 그리고 서로 협조적인 인센티브 구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마켓-프로토콜 핏”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기존의 프로덕트-마켓 핏을 보완한 새로운 다이나믹으로, 토큰 프로토콜의 라이프 사이클 안에서 이 개념을 소개하고, 이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의 각 단계를 서술해보고자 합니다. 프로덕트-마켓 핏이 시장의 수요를 빠르게 찾고 만족시킬 수 있는 애자일한 팀을 만들어나가는 것과 관련이 있다면, 마켓-프로토콜 핏은 광범위한 토큰의 분배로 시작하여 무허가성의 내러티브 형성, 그리고 토큰을 여러 방면에서 활성화시킬 수 있는 프로덕트 혁신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결론에서는 프로젝트들이 탈중앙화 생태계를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 어떠한 전략들을 구사하고 있는지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ICO 붐이 있었던지 어언 3년이 지난 지금, 토큰 경제는 자신의 네이티브 화폐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곤혹을 치르고 있는 프로젝트들로 가득합니다. 많은 팀들이 빠르게 시장의 수요를 찾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애자일한 팀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스타트업 전략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회귀는 벤처 투자자들의 압력이나 다른 전략에 대한 무지함 때문일 수도 있으나, 암호화폐 네트워크와 기업 체제의 융합이 전례없이 흔해졌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사토시는 무덤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가장 큰 가치와 유용성을 가진 프로젝트들(이를테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그리고 ICO 시기에 등장했던 몇몇 프로젝트들)은 모두 전통적인 프로덕트 개발의 발자취를 전혀 따르지 않은 프로젝트들입니다. 이러한 성공 신화들은 오픈 소스의 철학으로부터 시작되어 각자 여러 갈래의 길을 걸어가곤 했습니다. 광범위한 토큰 분배로 시작하여, 토큰의 활성화를 도와준 무허가성의 프로덕트 혁신을 거쳐온 것입니다.

리더가 없는 브랜드들(Headless Brands)”에서 우리는 이것을 마켓-프로덕트 핏이라고 명명했으며, 이는 토큰의 보유자들이 서로 경쟁력을 가진 내러티브와 사용 사례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유형의 다이나믹을 의미합니다. 다음은 지난 에세이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리더의 유무와 상관 없이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Web3 업계에서 프로덕트-마켓 핏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음, 사실 어떤 의미에선 ‘프로젝트가’ 전혀 그러한 핏을 찾으려 들 필요가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주 탈중앙화된 체제에선 이러한 작업 구조는 완전히 뒤집어져 오히려 커뮤니티가 프로덕트를 위한 해결책들을 직접 찾아나가는 양상(“마켓-프로덕트 핏”)을 보이곤 합니다. 크립토경제 프로토콜들은 잠재적인 프로덕트 적용 사례를 찾기 위한 시장 프레임워크나 다름 없습니다. 유사한 내러티브들을 탐구해보고, 떠오르는 사용 사례들을 찾아내고, 해결책들을 시험해보는 것은 더 큰 생태계의 멤버들이 각자 도맡아, 마치 파도와 함께 모든 배가 높이 오를 수 있는 것 같은 모습으로 프로토콜이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전의 단어를 좀더 정확하게 바꿔보자면 ‘마켓-프로토콜 핏’이 더 현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장우선의 전략이 기존 스타트업 전략과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토큰 프로토콜의 라이프 싸이클과 프로젝트들의 성장 추세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켓-프로토콜 핏은 개념상 세 가지의 단계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약속 분배 — 설득력있는 아이디어가 최소한의 코딩을 가미한 오픈 마켓 프레임워크로 구현되어 사람들에게 셀링되는 것.

사용성 발견 — 초기 커뮤니티 멤버들이 새로운 사용 사례들의 원형을 만들고, 이들 중 몇몇은 실제로 유용성이 뛰어나 프로토콜의 성장을 촉진.

경화(硬化) — 네트워크 효과가 프로토콜의 가치를 강화하고 프로토콜이 특정 기능과 내러티브에 집중하게 만드는 단계

이 프로세스는 초기 토큰 분배 이벤트로 시작되어 프로토콜 경화 단계로 끝나며 풋볼 모양의 곡선으로 시각화해볼 수 있습니다. 곡선의 너비는 내러티브의 다양화와 각 사용사례들에 대한 실험을 의미합니다.

원래 마크 안데르센이 제안했던 프로덕트-마켓핏은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MVP(Minimum Viable Product; 실현가능한 가장 최소한의 프로덕트)에서 실제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암호화폐 네트워크들은 이와 달리 토큰 기반의 인센티브와 내러티브를 제외하면 완전 백지에서 시작하며, 개발자들과 기여자들이 동원하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여 결국 최종 사용자가 프로토콜을 ‘유익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사실 몇몇 프로젝트만이 이러한 방식을 통해 성공적으로 부트스트래핑 할 수 있었으며, 대다수의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이 프로세스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에세이에서 우리는 마켓-프로토콜 핏의 주요 단계들을 설명하고, 토큰과 블록체인이 혁신의 라이프 사이클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기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MVP의 새로운 정의: 실현가능한 가장 최소한의 약속 (Minumum Viable Promise)

토큰이 처음부터 디지털 가치 저장의 수단이나 증권의 주식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처음에는 단순히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어떠한 ‘약속’의 형태로 출발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신뢰 최소화(trust minimization)’이라는 블록체인의 철학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간단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약속들은 암호화폐 업계의 형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비트코인의 출범을 떠올려보면, 그 또한 처음에는 ‘제 3자의 중간 개입 없이 디지털 방식으로 서로 거래할 수 있다’는 하나의 약속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서로 교환할 수 있는 가치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때만해도 돈이라고 볼 수 없는 대상이었죠.

토큰의 약속의 본질은 실제로 그 토큰이 언젠가 사용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신뢰입니다. 이러한 약속을 하는 팀들의 도전과제는 바로 최대한 빨리 스스로의 존재를 지우고 커뮤니티가 이 약속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규제적 관점에서 “충분한 탈중앙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성공적인 실현의 조건에는 토큰을 둘러싼 부가적인 맥락 형성(거래소, 지갑, 미디어, 그리고 그 위에 구성된(composed) 프로젝트들)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생태계 참여자들은 실제로 토큰을 ‘사용’할 것이며 토큰의 사용성을 더욱 높여 토큰의 가치와 능력을 실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 토큰의 개념적 가치는 사용성보다는 거의 내러티브에 의해 결정됩니다. 신생 토큰들의 시대정신 형성은 탈중앙화 브랜딩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이는 투기적인 욕망에 의한 무허가성의 내러티브 형성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금융적 혹은 사회적 성격을 띠든, 혹은 토큰이 제시한 세상과의 진심어린 연관관계 때문이든, 욕망은 처음 프로토콜과 토큰이 받아들여지고 내러티브가 번성할 수 있도록 이끄는 동력입니다.

내러티브적인 가치 이상으로 절대 나아가지 않는 프로젝트들은 “작업 증명으로서의 마케팅(marketing as proof of work)”의 유형이기 때문인데, 이는 꾸준히 자금을 투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속적인 투자 의도를 알리는 팀들을 말합니다. 반면에 내러티브 이상으로 나아가는 프로젝트들은 그들의 초기 약속이 커뮤니티가 계속해서 프로덕트를 개발해 나가게 만드는 쉘링 포인트가 되며, 리더없는 브랜딩과 인프라 발전의 프로세스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두 가지 유형에서 모두 실제 프로덕트를 시장에 가져오는 것보다는 먼저 “잠재적인 가치”의 순환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기에 왜 가장 장대한 약속들조차 “투자 가능한” 약속들인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토큰들은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되고, 이는 교환, 소유권과 참여권을 위한 조건들,그리고 더 나아가 공급의 희소성이나 합의, 보상 메커니즘, 그리고 수수료 구조와 같은 상급 규칙들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서의 법은 ‘코드’입니다. 일반적으로 프로토콜은 우리의 행동과 교환의 규칙, 토큰의 사용방식 등에 대한 가정들을 안정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정당하지만 주관적인 평가를 기반으로 토큰을 보유하고 교환할 수 있으며, 그 기저에는 실제 사용사례가 아직 없는 상황일지라도 그 토큰들이 어떤 가치들을 대표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합의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본질적으로, 초기 크립토 프로젝트들이 약속의 단계 이상으로 부트스트래핑하기 위해선 ‘실제로 만들기 전까진 사실인 척 해라’의 자세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떤 토큰들은 완전히 투기적인 성격만 띠다가 끝날 수도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잠깐 유행했다가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전에 암흑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이죠. 그러나 강한 믿음을 가진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나면 토큰은 ‘리더가 없는 브랜드’와 ‘인프라 구축’의 선순환을 만들어 ‘약속’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암호화폐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블록체인, 설득력 있는 약속,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넓은 분배일 것입니다. 욕망과 상상력을 사로잡는 능력은 최소한의 시장 프레임워크만으로도 초기 약속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저희는 ‘사용성의 발견(utility discovery)’라고 부릅니다.

사용성의 발견

소매 제품과 서비스의 세계에선 대부분의 교환이 요청(이후에 사용성이 제공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에 의해 시작됩니다. 하지만 크립토에선 그것이 반대로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소분화된 약속을 대량 발행하는데, 처음에는 그 사용성은 완전히 정의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실제로 ‘현실화’되어 가는 양상입니다. 이 현실화 과정은 두 시기에 거쳐 진행됩니다.

 약속을 담고 있는 토큰의 프로토콜 위에 만들어지는 제품과 서비스를 다양한 팀이 사용, 병렬적으로 실험해보며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어간다.

 얼리 어댑터들은 특정 제품과 서비스의 성장을 주도하며,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촉발되어 프로토콜이 원하는 기능을 위해 최적화될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

병렬적 실험

사용성의 발견은 토큰이 대표하는 약속들을 바탕으로 얼리어댑터 커뮤니티를 동원하면서 시작됩니다. 돈은 사회적 현상이며, 참여적 차원을 가진 토큰들의 경우 프로토콜이 주류의 채택을 받기도 전에 커뮤니티 멤버들이 그 사회성을 탐험해볼 수 있습니다. 초기 비트코인 신봉자들의 경우 이는 코드베이스에 기여하는 것이나, 사이퍼펑크 메일링 리스트 혹은 실시간 인터넷 채팅, 비트코인토크(bitcointalk) 등에서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나, 알파카 양말을 사거나, 혹은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계속해서 보유하는 것,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가치들을 옹호하는 것 등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도 많은 이들이 프로토콜을 포크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화폐를 런칭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비트코인을 실험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더리움의 초기 약속이었던 ‘모든 사람이 자신의 토큰을 발행할 수 있게 하자’는 병렬적 실험에 박차를 가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는 결국 ICO를 통한 투기를 낳기도 했으나,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비전이 공존할 수 있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으며 새로운 프로토콜 기능과 기준들을 실험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서의 이더리움이라는 내러티브를 견고히 만들기도 했습니다.

온체인 거버넌스 메커니즘 또한 초기 커뮤니티 실험의 장소가 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디크레드(Decred)와 테조스(Tezos)는 아직도 내부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할 킬러앱을 찾지 못했지만, 잘 형성된 거버넌스 모델과 너른 토큰 분배 덕분에 토큰 보유자들이 프로젝트에 소속감을 느끼고 계속해서 실험을 진행해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체인 거버넌스는 또한 기술의 장벽을 낮춰 또다른 여러 효과적인 참여 방법을 낳는 장점이 있는데, 토큰의 보유자들이 프로젝트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더 큰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지캐시(Zcash) 커뮤니티 또한 최근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4에 거버넌스 절차의 수립을 포함시키는 모습을 보이며 이러한 경향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실험은 커뮤니티 멤버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함께 창작하며 새로운 내러티브를 도모할 수 있는 어디에서라도 — 해커톤, 개발자 컨퍼런스, 모임, 회담 등의 다양한 실사 이벤트와 온라인 미팅 스페이스, 포럼, 채팅 플랫폼 등 — 이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가장 실험적인 결과물이 포럼의 포스팅이나 프로토타입에서 그치게 되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 배운 내용들의 내재화, 그리고 앞을 향해 나아가려는 인식 등은 프로토콜의 향후 이니셔티브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선택적 성장

프로덕트와 서비스가 신생 단계를 벗어나게 되면 자본과 자원이 그 기반이 되는 토큰 경제에 잘 응집되어 있게 됩니다. 프로토콜을 위한 가치가 커질수록 그 유동성과 신뢰도 또한 높아지게 됩니다. 결국 사람들이 프로토콜의 기본적인 기능적 특성들에 대한 가정을 하기 시작하고, 그 위에 자신의 토큰 또한 발행하며 안정적인 인프라에 기대 초기 “사용성 수직축(utility vertical)”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모든 약속들이 설득력 있지도 않을 것이며, 모든 실험들이 실행 가능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마 대다수는 그 반대겠죠. 그러나 실제 사용성을 가진 1%의 사례들이 사람들의 관심과 에너지, 그리고 투자를 끌어모아 유동성, 유저 수,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증가시킬 것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또한 사용성 발견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하고 강력한 커뮤니티가 계속해서 내러티브와 게임, 금융, 그리고 DAO 등의 수많은 사용사례들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더리움의 경우 “전세계적 컴퓨터”라는 초기의 약속이 개발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그러나 네트워크에 발을 들이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더리움의 프로그램 가능한 ‘상태’로 실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들은 스테이클코인, 대출 프로토콜, 자동화 마켓 메이커 등 다양한 사용 사례들을 등장시켰으며, 구성가능한 인프라의 개발을 이끌어 이더리움의 내러티브를 “글로벌 컴퓨터”에서 “머니 레고”로 변화시켰습니다.

메이커(Maker)와 이후 등장한 기타 수많은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이더리움 생태계의 선택적 성장의 과정을 주도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담보화와 다양한 스테이킹, 소각 메커니즘들은 “프로그램 가능한 돈”의 약속이 프로토콜 안에서 반향할 수 있게 했으며 동시에 토큰의 공급량을 조절하고 이더리움의 스택이 성숙해질 수 있도록 실재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낳는데에도 성공했습니다.

크립토 기반의 게임들은 이더리움에서 성장하고 있는 신생 ‘사용성 수직축’ 중 하나입니다. 게임의 영역에서 리더가 없는 브랜드라는 개념은 자산에 대한 진정한 디지털 소유권과 더욱 관련이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소유권의 내러티브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의 등장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이드체인들은 트랜잭션 처리 속도 증가와 기반이 되는 프로토콜의 가치 락인 효과를 가져와, 게임이 실제로 실행 가능한 사용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 중요한 L2 기술입니다. 사용자 레이어에선 마이 크립토 히어로즈나 갓즈 언체인드와 같은 게임들이 이미 큰 게이머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카드 트레이딩 게임들은 생태계 내에 자본을 유입하고 유지 시키는 강력한 메커니즘의 역할을 하며, 더 많은 트레이딩 플랫폼들이 이 게임들을 지원하고 게임의 유저 베이스를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도록 함으로써 전형적인 플라이휠 성장 곡선을 보여줍니다.

브랜드 경화 (硬化)

시장이 항상 최종적으로 백서에 기재된 약속들로 수렴하게 되진 않습니다. 대신 ‘리더 없는 브랜딩’과 프로덕트 개발이 동시에 폭발적으로 일어나 수많은 내러티브 가지들과 욕망들을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력한 내러티브는 기능적인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성장하며, 이는 그 위에 만들어지는 프로덕트들을 더욱 설득력있게 만듭니다. 자원의 락인이 더욱 증가하고 스택이 탄탄해지면, 그와 연관된 내러티브는 해당 프로토콜 생태계의 결정적인 ‘이야기’로 자리잡게 됩니다.

블록 체인 컴퓨팅의 레이어들”이라는 글에서, 제시 월든(Jesse Walden)은 “더욱 고도화된 기술의 개발이 항상 더 낮은 레이어의 사용 사례들을 소멸시키지는 않으며, 오히려 더 세밀하고 특화된 스택을 낳기도 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스택과 내러티브를 통해 우리는 전체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장-프로토콜 적합성을 찾는 것은 수많은 포크와 복잡하고 정치적인 업그레이드들의 연속을 의미합니다. 비트코인 또한 검열 저항적 가치 저장의 수단이라는 “디지털 금”의 내러티브를 갖기까지 수많은 내러티브를 거쳐왔습니다. 이 과정은 수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그 사이 채굴이나 금융 인프라의 개발과 서로 다른 내러티브를 가진 사람들의 사상적 포크 또한 일어났습니다.

이더리움 또한 베이스 레이어 로드맵과 레이어2 프로토콜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난관을 겪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2.0이 디파이의 핵심 가치였던 조합가능성을 망가뜨리게 될지, 혹은 그런 내러티브 없이도 아예 성공적인 재탄생을 할 수 있을지 그 미래에 대해서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이오스(EOS)에선 갬블링이라는 수직축이 열정적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지캐시(Zcash)나 디크레드(DeCred)는 아직도 지저분한 사용성 발견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아위브(Arweave)나 엣지웨어(Edgeware)와 같이 비교적 최근에 런칭한 프로젝트들은 그들이 처음 제시했던 약속들에서 여전히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론: 리더가 없는 전략

리더가 없는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마켓-프로토콜 핏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요하는 ‘조정의 예술(art of coordinatio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리더 없는 브랜드가 내러티브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처럼 마켓-프로토콜 핏은 그 내러티브와 발맞춘 인프라 개발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새롭게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데에 활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공통점을 가진 스택, 혹은 층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마켓-프로토콜 핏은 내러티브에 대한 공감, 인프라 개발, 유동성, 그리고 운영을 위한 지출 등과 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초기의 약속이 넓게 배포되고 나면, 토큰 생태계의 성장은 이제 커뮤니티와 자본에 온전히 달려있게 됩니다. 프로젝트의 초기 방향성과 커뮤니티에 따라 “적합성”을 향한 길은 다양할 수 있겠으나,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취하는 전략들을 보면 공통적인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약속은 설득력 있어야 합니다. 또, 의미있는 지분이 약속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넓게, 그리고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공정한 분배(fair distribution)” 문제를 재구성해보고 개선해나가야 함을 의미합니다. 지난 몇년간 에어드랍만으로는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데에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투기적인 욕망이 프로토콜의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선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개발자들 간의 생각 공유라든가, 채굴/스테이킹 자원들, 포럼 토론의 참여율, 밈 생성 등과 같은 형태의 전략 말입니다.

이해관계자들에게는 반드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의미있는 사용성을 찾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합니다. 이는 실험을 위한 체계적 지원과 투기적 매도 욕구를 이기고 토큰을 보유하게 만드는 인센티브 등을 의미합니다. 이 단계에서 거버넌스와 스테이킹은 커뮤니티의 에너지를 프로젝트로 투입시키고 약속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강화하는 데에 효과적인 도구들입니다. 물론 둘 다 이니셔티브 및 담론의 다양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의싶게 활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생태계의 발전과 실험을 주도할 수 있는 강력한 내러티브가 필요합니다. 거버넌스와 스테이킹은 그 목적이 네트워크의 약속을 발전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어야만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역할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신념과 투자의사를 서로 암시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자원과 유동성이 장래성 있는 실험들로 유입될 수 있으려면 반드시 피드백 메커니즘이 있어야 합니다. 자원 스테이킹이나 담보화 메커니즘은 네트워크 효과를 축적하여 생태계 스택의 발전을 이끕니다. 이는 거대한 이해관계자들 (특히 투자자들)이 프로토콜이 성장함에 따라 후속 지원을 제공할 의사가 있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채굴이 프로토콜의 내부 경제의 공급 측면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 것처럼 투자 전략들을 통해 부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은 유저를 끌어들이며 리더가 없는 발전 과정을 뒷받침하는, 그러나 그것을 앞서나가지 않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들이 경화(硬化)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켓-프로토콜 핏은 기술 개발의 라이프 사이클에서 아주 새로운 현상입니다. 오픈 소스 코드가 교환, 소유권의 조건을 정의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처음부터 허가 받지 않고도 참여할 수 있는 그런 혁신적인 현상 말입니다.

마켓-프로덕트 핏과 프로덕트-마켓 핏은 둘 다 시장의 참여자들과 기능적 사용성을 점진적으로 잘 매칭시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다이나믹들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마켓-프로토콜 핏 다이나믹을 기반으로 한 전략들을 기타 다른 접근법들(예: 점진적 탈중앙화)의 보조 전략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약속을 대표하는 토큰들은 금융 자본 분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 인재, 에토스(정신), 그리고 상상력을 유입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가치와 “가치들”을 새로운 기술-경제 시스템에 락인하는 것은 리더 없는 브랜드들이 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냅내다. 그 시점부터는 밈 문화적 측면에서 얼마나 큰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토큰 보유자들을 얼마나 잘 동원하여 생태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등은 각 프로젝트들에게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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