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을 내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들 (번역)

Clara Ex Machina
Holy Crypto
Published in
44 min readJan 21, 2023

원문은 2022년 5월 24일에 게시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행복한 화요일입니다.

먼저 이 말부터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간 시장이 호황일 때 멍청하리만큼 낙관적인 사람이었는데요, 시장이 주륵주륵 흘러내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계속해서 멍청한 낙관주의자일 예정입니다. 약 3주전에 저를 흥분하게 만들었던 기술적, 문화적 혁신들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건재하며, 불황기에 오히려 개발자들은 더 실험적인 시도들을 해볼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불황기에 가장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토큰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싸이클동안에는 새로운 형태의 집단들과 경제를 만들어가는 신생 프로젝트들이 등장했습니다. 다음 싸이클(불황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따라 그 기간은 달라지겠지만)동안에는 ‘가격’에는 덜 집중하는 새로운 모델, 지속가능한 형태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실험들을 해보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동안 계속해서 제가 혼자 생각해오던 질문들 중에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프로토콜들은 과연 ‘회사’에 가까울까요, 아니면 ‘국가’에 가까울까요?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경쟁과 협력의 역학은 어떤 것일까요? web3, 메타버스, 혹은 인터넷의 준비 통화(reserve currency)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일까요?

불행히도 저는 스스로 답을 내릴 정도로 똑똑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답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친구였다는 점이죠. 바로 Tina He입니다. Tina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Substack 시리즈 중에 하나인 Fake pixels의 저자이자 Station의 창립자인데요, 저는 Not Boring Capital을 통해 Station에 감사하게도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몇달 전, 서로의 근황을 체크하기 위해 걸었던 전화에서 그녀는 Station 이후에 토큰 설계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토큰 설계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그녀가 토큰 설계가 어떻게 경제학과 코딩을 아우르는지,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놓여있는 사람들 간의 인센티브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디지털 경제를 창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들려주었습니다. 스마트 토큰 설계를 통해 사람의 행동을 조화롭게 편성하고 자원을 분배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아주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Tina가 아래와 같은 트윗을 남겼을 때, 국가로서의 프로토콜에 대한 내용이 앞으로 제가 적고 싶은 글 주제 목록에 있다고 답변을 달았습니다. 이에 Tina가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팀이 결성되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다행히 더 훌륭한 글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DAO와 프로토콜을 설계하는 사람들, 새로운 세상을 설계해 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바이블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토큰 경제를 설계한다는 것

특정 토큰을 이해하고 싶을 때 사람들은 이미 그들이 알고 있는 사실들에 기반해서 이를 이해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토큰들은 회사의 지분과 같은 역할을 하며, 이 경우 토큰을 소유한다는 것은 프로젝트의 잠재적 성공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토큰은 “감사의 증표”와 비슷하여 친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의 순수한 호의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토큰의 역할이 광범위한 것은 예상치 못한 버그라기보다는 추상적인 의미로 ‘가치를 대표’하는 기능이기 때문인데요, 시스템이 설계한대로 의미가 부여되는 가치를 표상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토큰은 내재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가치를 갖습니다. 시스템에 의해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집행될 수 있는 가치의 단위를 (캡슐처럼) 압축한 것입니다.

토큰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조개껍데기와 구슬이야말로 교환/거래의 수단으로서 가장 초기 유형의 토큰이었을 겁니다. 우리에게 더 친숙한 요즘 형태의 것으로는 카지노칩, 신용카드의 포인트제도, 주권(株券), 콘서트 티켓, 그리고 클럽 멤버십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이를 발행하는 시스템이 보편적으로 인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가치의 단위를 대표하는 일종의 토큰인 것이죠. 각 시스템이 이러한 토큰들의 가치를 집행하거나 인정하지 못한다면, 관할 사법권이 개입하여 토큰의 보유자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당신이 사용했던 토큰을 한번 떠올려봅시다. 그 토큰을 가지거나 토큰과 상호작용함으로써 당신이 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엇입니까? 왜 그것을 보유하고 있으며, 더 보유하기를 희망합니까? 토큰의 소유권을 포기하거나 이전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합니까? 또, 어떤 이들에게 토큰은 그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나 커뮤니티에 대한 참여권을 의미합니다. 전자는 토큰을 보유하는 것의 경제학적인 의미를 뜻하며, 후자는 특정 대상에 대한 접근권을 의미합니다.

시스템에서 축적되는 가치와 토큰에 축적되는 가치가 일치하지 않으면 토큰 설계에 오류가 있는 것입니다. Gabriel Shapiro는 UNI, COMP, 그리고 최근에 런칭된 APE와 같은 토큰들에 대해 “연관(association)에 의한 가치”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는 언급된 프로토콜들의 밸류 스트림(value stream)이 조각나 있음을 예리하게 지적하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조각은 내부 인원들을 위해 배정해놓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권력이라는 환상”을 나눠준다는 것입니다.

토큰 설계에 대해, 그것도 특히 가치의 축적이라는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토큰과 그것을 발행하는 DAO나 프로토콜이 굉장히 다면적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주체의 경우 토큰이 기업의 지분과 같은 역할을 하길 원하지만, 어떤 경우엔 규제를 피하기 위해 “거버넌스권”을 토큰으로 발행하고 내부자들이 가격이 하락하기 전에 빠져나가기 위해 열심히 가격을 폭등시켜버리는 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주체들은 디지털 국가를 건설하고 통합하기 위해 토큰을 발행하기도 하죠. 많은 경우 발행하는 주체들조차도 토큰을 갖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지 못하며, 단지 가치를 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발행합니다.

새로운 프로토콜이나 디지털 경제를 만드는 데에 있어 토큰 설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유저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항상 최우선순위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토큰의 가격은 필연적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분명 아주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엉망인 캡 테이블이 스타트업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듯, 그리고 열악한 통화 정책이 국가의 경제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듯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토큰 시스템은 프로토콜 전체를 (심지어 출시되기도 전에)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업계의 묘지에는 프로젝트 자체는 훌륭했지만 토큰 설계 때문에 출시 시점부터 파멸의 길로 달린 많은 예시들이 존재합니다. 어쩌면 토크노믹스가 지나치게 빠른 성장을 유도했을 수도 있죠. 그 예시 중 몇몇을 오늘 글에서도 다룰 예정입니다.

토큰 설계가 왜 중요한지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여전히 계실 겁니다. 모든 것이 붕괴하고 있으니까요. Terra가 최근 토큰 설계로 인해 붕괴한 가장 충격적인 케이스 중 하나였습니다. 수억, 수조원의 자본을 끌어들이고 전대미문의 APY를 약속하던 프로젝트들마저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사라진다(Easy come, easy go)”라는 옛 교훈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규제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칼을 빼들고 있습니다. 몇주 전까지만 해도 법정 화폐의 가치로 아주 높은 수준을 기록하던 토큰들마저 가격 하락의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들이야말로 우리가 왜 토큰 설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설계된 토큰 시스템이 부정적인 결과를 방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을 차치하고서도, (앞으로 한동안 불황기가 이어질 거란 가정 하에)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와 “상승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에서 새로운 토큰 시스템들을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입니다.

토큰은 태생이 경제학적입니다. 처음부터 가격과 결부되어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유동적인 시장에서 즉시 거래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토큰 제도의 잠재력이 여기에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DAO나 프로토콜들로 하여금 그들의 생태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드러낼 수 있게, 참여자들에게 보상을 나눠줄 수 있게, 그리고 그것을 서로 거래하고 상호연결된 협력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초기 형태의 그 무엇이라고 생각합니다.

토큰을 도입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묻겠습니다. 어떤 프로토콜을 건설하고 싶으신 건가요? 동호회 같은 단체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 협동조합인지, 기업인지, 국가인지 생각해보셨습니까?

프로토콜은 위에 언급된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토큰 분석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나열하며 이 혼란이 잠재워지고 나면 어떤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논해보기 전에 프로토콜이라는 개념을 회사, 그리고 국가와 비교해보겠습니다. 업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많은 기여자들과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익명의 독자 여러분들이여, 여러분들께서 잠깐 쉬어가고 싶어하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토끼굴로 깊이 몸을 던져볼 시간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여러분들을 재촉할 수밖에 없겠군요. 안전벨트 꽉 매시고, 편안한 토끼굴 여행이 되길 기원합니다.

의미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잠깐, 꼭 숙지하면 이 글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될 개념 세 가지를 정의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프로토콜: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를 조율하는 로직 시스템으로, 그 규율은 코딩으로 기록된다. 이메일을 조정하는 SMTP와 이더리움은 둘 다 프로토콜이다. 물론 ETH이라는 ‘토큰’에 의해 생태계에서의 특정 가치를 쉽게 캡슐화하고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토큰: 발행하는 시스템이 보편적으로 인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가치의 단위. 토큰에는 거버넌스 토큰, DeFi 토큰, 대체불가능한 토큰(NFT), 보안성 토큰 등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며 이들은 각기 다른 목적을 위해 설계된다. 토큰은 ‘코딩’의 산물이므로 만든 사람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수행하도록 코딩될 수 있다.

DAO (탈중앙화 자치 단체;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특정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로, 블록체인에 의해 집행되는 규율을 공유하고 따르는 단체를 의미한다(Linda Xie). 프로토콜은 DAO에 의해 관리/통제되며 프로토콜은 토큰을 발행하여 거버넌스와 탈중앙화를 시작할 수 있다.

회사로서의 프로토콜

프로토콜에 대한 가장 쉬운 비유 중 하나는 바로 이들을 일종의 디지털 기업처럼 취급하는 것입니다. DAO는 태생적으로 디지털 기업입니다.

프로토콜을 회사로 보는 것은 전략적 관점에서 아주 편리합니다. 기업 전략의 프레임워크는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수립해두었으며 그에 대한 책 또한 무궁무진하게 많기 때문입니다. Not Boring 블로그에서도 이미 여러번 다룬 바 있습니다. 프로토콜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교수나 학생 등 학계 출신이 아니라면) 기업계 출신입니다. 그들이 배운 아이디어나 경험들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일 것입니다.

금융적인 관점에서도 편리합니다.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에 대한 규칙, 교재, 그리고 평가 모델 등 많은 이론이 이미 정립되어 있으며 그것만 전문으로 하는 업계 자체가 아예 건설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어떻게 가치가 창출되며, 그 가치 창출의 방식이 지속가능하며 위기 상황에 대한 방어력은 어떤지, 관리/통제 시스템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등을 이해하면 됩니다.

회사의 가치는 그 회사의 순자산(혹은 모든 자산의 가치에서 모든 부채의 가치를 뺀 자본)을 보고 평가합니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회사의 자산과 회사의 캐시 플로우가 되는 원천들의 퀄리티를 각각 평가해보고 정확한 가치를 계산해볼 것입니다. 모든 캐시 플로우가 똑같진 않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기업의 매니저들 중 훌륭한 사람들은 투자자들이 어떤 관점에서 회사들을 평가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압니다. 그러므로 회사의 대부분의 리소스를 회사의 가치에 영향을 끼치는 핵심 자산들을 개선하는 데에 사용할 것이며 나머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화하거나 무시하려할 것입니다. 직원들은 윗선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도록 장려되지만, 핵심 자산에 가치를 축적하는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CEO나 경영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메타(Meta)와 같은 회사의 경우 핵심 자산은 유저의 데이터와 더 높은 전환율을 위해 적합한 콘텐츠를 표시하는 알고리즘일 것입니다. 주커버그가 조직, 편성하고 있는 수많은 천재적인 것들(패션업계의 주목을 받은 인스타그램이나 실용적인 왓츠앱 등)은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의 출처를 다양화하며, 데이터의 질을 향상하고, 연관성이 낮은 데이터를 줄여 핵심 자산의 퀄리티와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모든 것은 그 핵심을 위해 설계된 것입니다. 이런 ‘축적’ 모델이 없는 많은 회사들, 특히 대기업들이 실제로 서로 관계 없는 여러 가지를 하다가 기업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곤 합니다.

트위터의 투자자들은 프로토콜의 가치를 평가를 할 때도 비슷한 접근법을 사용합니다. xSUSHI 보유자들에게 축적되는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DCF(discounted cash flow;현금흐름할인법) 분석을 해보는 식입니다. 0.05% 수수료 제도가 모든 프로토콜의 거래에 적용되는 경우를 다양하게 평가해보는 것이죠. 스시 프로토콜은 현재 핵심 DEX(탈중앙화 거래소; Decentralized Exchange)인 스시스왑(Sushiswap) 이외에도 다양한 금융 상품들, 즉 대출 서비스NFT 마켓플레이스까지 출시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런 부가적인, 변두리 캐시플로우들은 아직 너무 초기이고 투기적이기 때문에 할인의 요소로 보고, DEX 수수료에 집중하여 프로토콜을 분석하게 됩니다. 이 경우, 프로토콜은 회사와 거의 비슷하게 다뤄집니다.

회사와 프로토콜 둘 다 특정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인적 자본과 금융 자본을 조율합니다. 회사의 주요 목표는 투자된 자본에 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프로토콜 또한 수익을 위해 비슷한 목표를 갖긴 하지만, 프로토콜에는 그 외에도 수많은 다양한 목표가 존재합니다. 공공의 디지털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이나 세계에서 가장 비용효율적인 대출 플랫폼을 만드는 것 등 말입니다.

회사와 프로토콜 및 DAO들의 모든 기능을 하나씩 비교해보면 어느 부분에서 비슷한지 좀더 명확할 것 같습니다.

위의 표를 잠깐 들여다보면, DAO와 회사들이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둘 다 일종의 “토큰”을 갖고 있으며, 거버넌스 모델을 수립해야 하고, 그 규율을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론 차이점 또한 있습니다.

차이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바로 거버넌스입니다. 기업과 프로토콜의 거버넌스는 많은 부분에서 다릅니다. 전자는 주로 중앙화된 관리 방식이며, 후자는 토큰 보유자들의 현명한 판단에 주로 맡기는 방식입니다.

프로토콜의 초반에는 기업과 같은 운영 방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그 시기에는 프로토콜의 창립자와 핵심 팀이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프로토콜의 생과 사가 걸린 결정들을 내리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탈중앙화를 하게 되면 종국엔 이를 프로토콜의 커뮤니티에게 넘겨줘야 합니다. 이는 어려운 트레이드오프 결정이지만, 프로토콜이 기업과 같은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토큰 보유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넘겨주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결단이 필요합니다.

회사와 프로토콜이 서로 다른 부분은 바로 이러한 “내부적인” 영역들에서 발생합니다.

“외부적”으로는, 경쟁적 우위를 가지는 법이나 가치를 분배하는 방식(즉 어떻게 수익을 얻고 나누는지)에 있어서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발행된 <Why Build in Web3>라는 훌륭한 글에서 Jad EsberScott Kominers는 web3에 개발 중인 회사들이 web2에서 개발중인 회사들과는 다른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강조한 것처럼 web2에선 강력한 힘의 원천 중 하나가 바로 데이터 소유권이었으며 가장 지배적인 경쟁력은 네트워크 효과였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우리가 보이는 다양한 행동들은 페이스북의 서버에 고스란히 남습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유저가 더욱 페이스북에 머무르며 연관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기능들을 개발하는 것과 광고 타겟팅을 위해 사용됩니다. 당신의 친구들이 더 많이 페이스북을 사용할수록 당신 또한 그것을 사용할 인센티브를 더 크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Esber와 Kominers는 web3는 이와 다르게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web3는 돈을 벌기 위해선 유저들로부터 데이터를 빨아들여야 한다는 방식 이외에 다른 대안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유저와 더 직접적으로 가치를 공유하는 오픈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플랫폼을 포함한 모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줄 것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Web3에선 플랫폼이 데이터를 모두 소유하고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자신이 만든 콘텐츠(포스팅이나 비디오)와 구매한 디지털 상품들을 소유하게 됩니다. 게다가, 이러한 디지털 자산들은 보통 상호운용가능한 기준에 따라 블록체인에서 만들어집니다. 특정 회사의 프라이빗 서버에서 호스팅되는 것이 아니라요.

데이터 소유권과 이동권이야말로 전략적 관점에서 web2와 web3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일 것입니다. 이 미묘한 차이가 (비록 현재 많은 web3 프로젝트에서 실증적으로 실현되진 않았지만) 구조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탈중앙화 소셜 그래프 프로젝트인 렌즈 프로토콜(Lens Protocol)을 생각해보죠. 렌즈 프로토콜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소유하고 web3 어디로든 가져갈 수 있게 합니다. 프로토콜이 해당 콘텐츠와 인간 관계의 공유 데이터베이스까지 만들어주고, 누구라도 이를 활용하여 프로덕트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기업들은 그들만 접근할 수 있는, 그들이 소유한 데이터와 소셜 그래프로부터 힘을 얻습니다. 렌즈 프로토콜은 이것이 전복된 인터넷 세상, 데이터와 소셜 그래프가 누구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되는 세상을 그립니다.

web3의 개발자인 Miguel Piedrafita는 이런 트윗을 남겼습니다.

이는 콘텐츠와 컨넥션의 소스가 성장할수록 더 풍성한 어플리케이션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힘의 출처와 가치의 축적점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트위터의 알고리즘이 싫은가요? 그러면 그 기저에 깔린 모든 데이터를 활용하여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면 됩니다. 새로운 소셜 서비스들을 개발하는 것은 그간 막다른 골목으로 질주하는 것과도 같은 행위로 여겨졌습니다. 수년간 기존의 기업들이 쌓아온 네트워크 효과에 도달하는 것이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렌즈 프로토콜은 소셜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겪고 있던 콜드스타트 문제를 해결하고 더 많은 소셜 어플리케이션이 출시될 수 있도록 사명을 갖고 시작됐습니다.

Esber와 Kominers는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web3의 역학구조는 제로섬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플랫폼의 전반적인 가치 창출 기회가 훨씬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호운용가능한 인프라 층을 건설하는 것은 다양한 플랫폼들이 더 큰 콘텐츠 네트워크를 쉽게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를 통해 플랫폼들이 유저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의 범위나 종류 또한 확장될 것입니다.

가치 창출의 기회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맞지만, 여전히 가치를 “포착(capture)”한다는 부분에서는 여러 질문이 남아있습니다. Packy가 Shopify and the Hard Thing About Easy Things 에서 말한 것처럼, “쉬운 방식을 취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을 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적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것을 해야만 한다는 모순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프로토콜들이 개발자가 어플리케이션을 훨씬 용이하게 만들 수 있게 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개발에 뛰어들어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위해 경쟁하게 됩니다.

새롭게 출현하는 web3 프로젝트들은 기존 네트워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이 새로운 세상에서 가치가 어디로 축적되는지는 더더욱 여전히 불확실한 질문으로 남아있습니다. Esber와 Kominers는 인프라를 공유하는 것이 “경쟁 우위를 위해 플랫폼 설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갔으며 “유저의 의견은 소비자 어플리케이션을 계속해서 차별화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사실 기존 기업들이 누리고 있던 경쟁 우위보다 훨씬 지속성이 떨어지는 경쟁 우위로 보입니다.

Chris Dixon은 그의 글 “Why Decentralization Matters”에서 “플랫폼이 (대중의) 수용 S 커브를 따라 상승하게 되면 유저와 제 3자들에 대한 플랫폼의 힘 또한 꾸준히 성장”하며, 기분이 좋아지는 플랫폼을 만들거나 개발자들에게 API를 공개하는 등의 친근한 “유인(attract)” 모드에서 유저들이 광고를 누르게 만드는 기능들을 우선시하거나 API를 잠그는 등의 적대적인 “추출(extract)” 모드로 진입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web3에서 콘텐츠와 커넥션은 오픈된 자원이며 누구나 이를 사용하여 다른 것을 개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러한 어플리케이션들이 가장 수익성이 높은 “추출” 단계로 진입하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불만족스러운 유저들은 금방이라도 다른 어플리케이션으로 옮겨갈 수 있으며, 불만족스러운 개발자들은 프로젝트를 포크해버리거나 똑같은 인프라와 콘텐츠, 그리고 커넥션을 활용해서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저, 개발자, 그리고 전반적인 생태계를 위해선 이것이 건전한 방향이지만, 어플리케이션의 입장에선 수익 모델이 막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가치는 두 그룹의 참여자(유저와 개발자)가 서로를 유인하는 교차/간접 네트워크 효과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프로토콜들에 축적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개발자들이 렌즈 프로토콜 위에 무엇인가를 개발할수록 자신의 콘텐츠와 커넥션을 프로토콜에 공유하고 싶어하는 유저들이 더 많이 유치될 것이며 이는 다음 개발자들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렌즈 프로토콜은 수수료의 형태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프로토콜 위에 구축된 특정 어플리케이션에 의존할 필요 없이 전반적인 플랫폼의 사용률 성장으로부터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급한 판단은 금물입니다. 암호화폐 업계의 고전이 된 Protocols as Minimally Extractive Coordinators에서 Chris Burniske는 “거래의 조정자로서 프로토콜은 최소한의 추출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프로토콜의 수수료가 너무 높으면, “유인”에서 “추출” 단계로 진입하게 되면, 개발자들은 그들의 유저들을 데리고 떠나버릴 것입니다. 그러므로 프로토콜의 입장에선 수수료를 충분히 낮게 유지하여 개발자들을 붙잡아둘 인센티브가 있으며 새로운 프로토콜들이 경쟁을 하려드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치가 맞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준의 마진을 취하게 됩니다. 그래도 프로토콜은 여전히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Burniskes는 아래와 같이 명시했습니다.

최소한의 ‘추출’이 프로토콜을 자본화하는 암호화폐 자산이 최소한의 가치만을 포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으로 추출적이면서도 전세계에서 생산되고 소비된다면 결부된 자산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가치를 포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web3는 오픈된 프로토콜과 데이터베이스에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이 쉽게 개발될 수 있게 함으로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것이며, 프로토콜 및 어플리케이션의 사용과 필연적으로 연결된 토큰들을 통해 더 많은 가치를 포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개발자와 유저들이 서로 가치를 공유하여 토큰을 동력으로 운영되는 네트워크 효과를 이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너무 초기 단계이므로 이러한 이론 또한 대규모로 실험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아마 web2 회사와 web3 프로토콜 간의 가장 큰 차이점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암호화폐 자산, 혹은 토큰입니다.

토큰은 (실제 유저 가치가 창출되는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면) 어플리케이션과 프로토콜 양 측에 엄청난 힘을 부여합니다. 그 범위를 가늠해보기 위해 먼저 프로토콜을 조명해보겠습니다.

프로토콜은 회사와 많은 측면에서 비슷한 일들을 수행하지만 탈중앙화된 유저/보유자/기여자/투표자 집단들을 조율함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난제들을 해결해나가야만 합니다. 다만 다행히 활동을 조율하고 가치 포착에 용이한 토큰이라는 도구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프로토콜은 회사 건설보다는 경제를 만들어가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이러한 전략적인 차이를 감안하면 어쩌면 프로토콜은 (자주 비교되듯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와 더 비슷할지 모릅니다. 네이티브 토큰이 있다든가, 기여자들이 보상을 받는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입니다. 그러나 좀더 간접적인 면에서 프로토콜을 국가에 비유해보고 싶습니다.

국가로서의 프로토콜

좀 덜 직관적이긴 하지만, 탈중앙화 프로토콜들은 많은 면에서 국가와 비슷합니다.

블록체인 프로토콜은 (비유하자면) 국가를 다스리기 위한 헌법과 기타 조례들을 만들며, 네트워크의 참여자들은 네트워크의 국민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네트워크의 법과 정책을 따라야 합니다.

한 국가의 정부가 관장하는 일들은 대체로 프로토콜이 관장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예를 들면 거버넌스 시스템을 설립하고, 법을 제정하며, 힘의 균형을 조정하고, 공익을 위한 자금조달과 시민의 신분증명 제도를 만들고, 거래 정책 및 통화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입니다.

통화 정책, 혹은 토큰 발행 속도(=물가상승률)는 프로토콜에 의해 규정되며 새로운 토큰이 어떤 조건에서 발행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합니다. 재정 정책은 세금과 정부의 지출을 규제하는데, 이는 주로 거래 수수료나 DAO 트레져리를 사용하여 생태계의 발전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건국자들이 수세기에 걸쳐 깨달았듯이, 사람들과 각종 경제체제들을 조정하기 위해 거버넌스 구조와 법, 정책들을 설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인류는 수천년동안 경제적 구조와 거버넌스 시스템을 실험해왔습니다. 수많은 실수와 전쟁이 그 과정에 발생했습니다. 여전히 완벽한 제도를 찾아내진 못했지만, 더 나은 모델을 향해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암호화폐는 인류가 그동안 밟아온 전철을 수주, 수개월, 그리고 수년 안에 빠른 속도로 따라 잡으려 노력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일어나는 경제적 행위들을 어떻게 조율하고 관리/통제할 가장 좋은 방법을 알아내려고 말입니다. 빠른 속도로 무엇인가를 하려들면 큰 실수들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미국 또한 미국의 거버넌스 모델인 ‘민주주의’를 설립하고, 보호하고, 이를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독립 전쟁과 남북 전쟁, 기타 국제적 분쟁을 겪었고, 이들 중 어떤 것들은 성공적인 실험이었지만 어떤 것들은 대실패로 판명났습니다. 미국의 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는 경제를 운영하는 아주 미흡한 방법 중에 하나이지만 (시장의 우발적인 행위들에 의존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현재까지 시도되었던 대규모의 중앙화 제도들 중 가장 효과적이긴 했습니다.

암호화폐는 비슷한 모델을 인터넷으로 가져오려는, 그것도 인터넷의 규모와 속도로 이뤄내려는 실험적인 분야로, 비슷한 성장통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동안 Terra에서 일어난 일만 봐도 그렇습니다.

어떤 프로토콜의 창립자들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학의 법칙들마저 지키지 않으면서 국가적 규모의 이론을 내세우곤 합니다. 토큰은 단기적으로 미래의 성장을 위한 가치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 토큰의 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적 요인들은 바로 1) 그 기저에 깔린 생태계가 매력적인지, 2) 생태계 내에서 토큰의 내재적 유틸리티가 무엇인지 등에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생태계가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고 포착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으면 자본의 분배 전략을 장기적으로 성공적이고 회복력이 좋은 생태계를 만드는 것과 함께 가져갈 수 없게 됩니다.

국가의 목표는 장기적 타당성과 국가의 거주권, 수출권, 그리고 화폐의 힘을 기르기 위해 생산성과 경쟁 우위를 높이는 것입니다. 프로토콜의 토큰을 분석하는 것이 미시경제학적인 일이라면,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유틸리티 토큰을 분석하는 것은 거시적인 일일 것입니다. 전자는 프로덕트와 어플리케이션의 수요와 공급을 분석한다면, 후자는 전체 생태계 내 혹은 생태계 간의 총 공급 및 수요의 역학에 집중하게 됩니다.

경제학자인 Acemoglu와 Robinson은 “Why Nations Fail”에서 부유한 국가들과 개발도상국들의 패턴을 연구했습니다. 그들은 선진국들이 부유한 이유가 바로 “포용적 경제 제도(inclusive economic institutions)” 때문이라며 추출적 경제 제도와 이를 비교했습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포용적” 정부(법을 집행하거나 공공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에 앞장서면서도 정치권과 재산권을 가능한 한 넓게 확장시킨 정부)를 설립한 국가들은 장기적으로 가장 큰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와 달리 “추출적” 정치 체제(적은 수의 엘리트 계층에게 권력이 집중된 체제)를 가진 국가들은 넓게 확장하는 데에 실패하거나 아주 짧은 경제 성장 이후에 바로 쇠퇴하곤 했습니다.

여기서의 교훈은 암호화폐 네트워크를 설계하는 데에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들입니다. 개발 경제학의 관점에서 탈중앙화의 길을 걷는 정치적, 경제적 권력에 대한 니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자체 설계와 아주 잘 맞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가치는 “천연 자원(블록스페이스와 가스)”의 퀄리티와 네트워크의 재화와 서비스의 영향을 받습니다. 미국 또한 인프라, 인력, 그리고 천연 자원 등의 국가 자원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좋은 정책 또한 매우 중요한데, 사람 간의 조율이 필요한 분야에 있어선 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서 바로 DAO와 국가간의 구조상의 공통점과 실행 면에서의 차이점이 드러나게 됩니다.

혁신을 장려하며 교육을 제공하는 투명하고 친화적인 이민 정책은 국가의 가장 장기적인 전략적 무기입니다. 국가들은 몇몇의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누가 국경을 넘어오는지를 통제할 수 있으며 특정 국가의 이민자나 특정 기술을 가진 이민자의 수를 국가의 우선순위에 따라 할당할 수 있습니다.

시민권이나 신분, 그리고 이민법 등은 web3에선 훨씬 모호합니다. 명확한 시민권이 없는 민주주의는 프로토콜과 어플리케이션을 각종 공격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토큰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시민권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쉽게 구매될 수 있는 대상입니다. 대부분의 네트워크에서 네트워크의 토큰 보유자들과 노드의 운영자들은 네트워크의 “시민”이라고 인식되며 이는 개개인의 신분을 네트워크가 전혀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이 때 명확한 신분 증명이나 책임 시스템이 부재하면 프로토콜은 시빌 어택이나 부적절한 거버넌스 탈취 공격에 취약해지게 됩니다. 여러 계정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도록 유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바로 NFT가 역할을 하게 됩니다.

NFT는 그간 대부분의 토크노믹스와 토큰 설계에 관한 대화에서 배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NFT를 받아들이면 설계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해결책들을 도출할 수 있게 됩니다.

NFT는 소유권을 나타내며 보유자들에게 특정한 접근권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서로 양도 가능한 NFT의 거래성은 신분 증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담론에서 NFT의 입지를 약화시켜왔습니다. 하지만 대체 가능한 토큰들은 말 그대로 대체 가능하며, 그러므로 신분증명의 해결책으로는 아주 끔찍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표장에 들어가서 1달러를 신분 증명으로 제출한다고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요즘 자주 언급되고 있는 “(영혼)귀속 토큰(SoulBound Token (“SBT” ))”은 이더리움의 창립자인 Vitalik Buterin이 고안한 개념으로, 정확히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서로 양도 불가능한 “(영혼)귀속” 토큰(SBTs)은 “영혼들”의 헌신의 정도, 자격 증명, 또는 관계를 나타내며 이는 실제 경제의 신용 네트워크를 코딩화하여 각종 자산의 출처에 대한 증명과 평판 제도를 설립할 수 있게 한다.

Station 또한 비슷한 전략을 취하며 양도 불가능한 NFT 컬렉션을 화이트라벨로 출시하여 커뮤니티의 멤버들을 식별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NFT는 각 멤버의 기여도와 평판을 속성으로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네트워크 멤버들의 비금융적 특성에 대한 정확도를 제공하여 권력을 분산하고 더 능력주의적이며 투명한 경제를 설립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상적으로, 가장 많이 기여하는 사람은 그 노력에 대해 가장 관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이는 자본과 노동 모두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NFT-기반의 디지털 여권들은 유저들로 하여금 그들의 온체인(그리고 갈수록 오프체인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히스토리와 기여도, 업무 경험, 그리고 관심사 등을 web3 세계 여기저기로 가져갈 수 있게 합니다. 이는 프로토콜과 국가 간의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대비되게 만들 것입니다. 실제 세상에서보다 ‘이민’이 훨씬 온라인에서는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캐나다로만 이민하려 해도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들고 장기적이며 복잡한 물리적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국가 간의 이민은 새로운 탭을 여는 것만큼이나 사소한 일입니다.

귀속 토큰이나 Station의 평판 시스템, 혹은 렌즈 프로토콜과 같은 프로토콜들의 인기가 많아질수록 자신이 쌓아온 것(평판 포함)을 지고 새로운 DAO 활동을 시작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입니다. 새로운 관계들을 맺어야 하는 건 여전하겠지만 새로운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것보단 여러 DAO들을 오가는 것이 훨씬 쉬울 것입니다.

국가와 달리 프로토콜의 시민권은 무엇인가로 국한될 필요가 없습니다. 한 사람이 10개, 혹은 그 이상의 다양한 프로토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토콜 자체도 시민 이상의 것들을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무역”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각각의 디지털 경제가 성장할수록 우리는 프로토콜 간의 협력을 보기 시작할 것입니다. 국가와 마찬가지로 프로토콜들은 그들 고유의 경쟁 우위를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이웃과의 무역을 통해 모두의 능력이 더욱 향상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2022년 초기에는 메타 거버넌스(Metagovernance) 개념이 부상하기도 했죠.

메타 거버넌스 체제에선 프로토콜 A가 프로토콜 B의 거버넌스 토큰을 보유하고 이 토큰을 활용하여 프로토콜 B의 프로포절에 투표를 한다. 메타 거버넌스에는 표준 방식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음을 반드시 언급하고 싶다. 앞으로 메타 거버넌스 메커니즘과 운영 및 목표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전략을 선택하는 DAO들이 생겨날 것이다.

Index Coop은 $INDEX 토큰을 통해 메타 거버넌스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Index Coop은 가장 뛰어난 블루칩 토큰들의 인덱스를 만드는 프로토콜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인덱스는 $DPI로, Uniswap, Compound, Aave, 그리고 기타 등등의 주요 DeFi 프로토콜들을 포함한 인덱스입니다. 그 결과로, $DPI의 구매자들(그리고 그들은 $INDEX 의 보유자들이기도 하다)은 의미있는 총량의 $UNI 토큰을 보유하게 됩니다. Uniswap의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말입니다.

Wildfire DAO와 같은 단체들은 “다양한 생태계의 커뮤니티 멤버들을 하나로 모으고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토큰 설계, 거버넌스, 그리고 조율상의 문제들을 투명하고 협력적인 방식으로 담당해줄 새로운 스쿼드들을 형성하기 위해” 전략적 동맹을 맺고 프로토콜 간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론 크립토 세계의 UN, WTO, IMF와 같은 단체들로, 여러 주요 참여자들의 인센티브를 조율하여 전체 암호화폐 생태계의 안녕을 수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단체의 멤버십은 정당성을 상징하며 신뢰를 형성하지만, 이러한 ‘협력 조직’이나 힘있는 참여자들이 정한 여러 조항과 규칙들의 규제를 받게 됩니다.

폐쇄된 경제에서 상호연결된 경제로 나아가고 있는 현재, 전세계적인 규모의 경제는 유용한 도구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 경제학 분야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컨셉 중 하나는 바로 “불가능한 삼위일체(Impossible Trinity)”입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 정책 수립자들은 아래의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1) 국제 자본의 흐름에 국가의 경제를 개방한다.

2) 통화 정책을 경제 안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3) 환율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국가가 경제 논리에 따라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궁금한 사람들은 이 글을 읽고 이 트릴레마와 역사적 예시들에 대해 공부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많은 프로토콜들이 이 트릴레마가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만약 프로토콜이 토큰을 다른 프로토콜에 투자하고 외부 투자를 받으면서 동시에 생태계의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통화 정책(토큰 공급량 조절 정책)에 대한 권한을 유지하고 싶다면, 다른 토큰과의 고정 환율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프로토콜의 토큰의 자산으로서의 안정성을 약화시켜 트레저리에 보유하거나 거래의 대상으로 활용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런 ‘트레이드 오프’를 이해하는 것은 각 프로토콜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정책 결정들을 내리기 위해 타 프로토콜들과의 경제 속에서 전략적인 포지셔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다행히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다양한 트릴레마와 트레이드 오프 문제에 익숙한 편인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확장성 트릴레마(Scalability Trilemma)일 것입니다. 프로토콜 간의 경제 속에서 포지션이 상승할수록 각 프로토콜은 그들이 설계한 시스템과 국민들을 위한 투표체제를 코딩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설명한 내용은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마 우리가 적은 한 줄 한 줄마다 그에 대한 논문 한편이 뚝딱 나올 수 있을 정도일 거고,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컨셉들 또한 많이 존재할 것입니다. 저희의 목적은 프로토콜이 작동하는 방식이 다방면에서 회사나 국가와 비슷하지만 동시에 극명하게 다른 부분도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었으며, 토큰 시스템의 설계자들에게 프로토콜을 다양한 맥락과 프레임워크 속에서 생각해보고, 다른 대상에서 배워올 수 있는 교훈들과 속임수들은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토큰 설계와 분석의 프레임워크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음, 저희는 통화나 재정적 관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사실 많은 프로토콜들이 그간 행해온 실수였죠. 좋은 상품을 계획하는 것처럼, 좋은 토큰을 설계하는 것 또한 유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토큰을 런칭할 계획을 구상중인 DAO나 암호화폐 프로젝트에게 컨설팅을 해줄 때 Tina는 보통 이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집니다. “사람들이 당신의 생태계에 계속 머무르고 싶어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는 네트워크/프로토콜과의 가장 가치있는 인터랙션 (Most Valuable Interaction; MVI)이자, 토큰 설계의 핵심으로 해당 네트워크/프로토콜의 MVI를 위한 지속 가능한 피드백 싸이클을 만들 수 있는 요인입니다.

MVI 질문에 대한 답변이 정리되고 나면, 토큰 설계자들은 아래의 간단한 프레임워크를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1) 기저 가치: 토큰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보유자들에게 주어지는 투표권인지, 네트워크에 대한 소유권인지, 아니면 특정 자산에 대한 권한인지 생각해보셨습니까? 프로토콜은 다양한 형태의 기저 가치를 가진 다양한 토큰을 가질 수 있습니다.

2) 공급량 조절 전략: 토큰의 공급량은 앞으로 증가/감소할 예정입니까? 이러한 정책은 토큰의 보유자들이 투표로 결정합니까, 아니면 처음부터 정해진대로만 시행되어야 합니까? 만약 처음 정해진대로 계속 유지되는 것이라면, “공급량”이 정해지는 것입니까 아니면 “공급량을 정하는 공식”이 정해지는 것입니까? 여기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 문제가 있는데요, 바로 토큰 설계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과 공급량이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지를 명확하게 앎에서 오는 확신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일까요?

3) 유틸리티: 토큰이 보유자에게 주는 능력은 무엇입니까? 특정 작업/이벤트/시장에 대한 접근권입니까? 프로토콜의 경제 내에서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까?

4) 동기: 왜 사람들이 이 토큰을 보유하길 희망하게 될까요? 경우에 따라 (특히 많은 NFT 프로젝트들에서 그러하듯)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와 같이 명확한 이유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프로토콜의 프로덕트의 값을 할인 받기 위해, 혹은 프로토콜의 캐시플로우의 일부를 보장받기 위해, 혹은 단순 투기를 목적으로 보유 의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잘 설계된 시스템에서는 이 요소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MVI는 유저의 동기와 잘 부합하며 토큰의 유틸리티에 의해 지속적으로 충족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쉬운 설명을 위해 먼저 많은 운영상의 복잡한 문제들은 일단 제외해두고 지나치게 단순화한 예시를 들어보려 합니다.

예를 들어 AmazonDAO라는 이름의 네트워크의 MVI는 브라질의 농장들이 고품질 탄소 배출권을 네트워크에 계속해서 제공하는 것이라 쳐봅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후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탄소 배출권의 프리미엄 액세스에 대한 접근권을 원하므로, 이를 초기 수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공급인데요, 탄소 배출권을 제공하는 다양한 탄소 시장 중에 농장들은 왜 AmazonDAO를 선택해야만 할까요? 토큰이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잘 설계된 토큰 시스템으로 인정 받으려면 바로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야만 합니다. 브라질의 농장들이 고품질 탄소 배출권을 네트워크에 계속해서 제공하고 네트워크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시장의 유동성은 새로운 유동성을 낳습니다. 고품질 탄소 배출권이 공급되면 시장의 조성자들과 구매자들이 AmazonDAO로 유인될 것이며, 이는 더 많은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격의 상승을 가져올 것입니다. 새로운 시장이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오히려 초기 유동성을 스스로 달성하는 부분에 있을 것입니다. 브라질 농부들에게 초기 기여자가 되면 시장 요율에 상응하는 달러를 지급받게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할 소규모 농업 기업의 소유주, 탄소 배출권 구매자들, 품질 검증자들, 그리고 농업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실제로 ‘소유’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하면 어떨까요? 그들은 거래 뿐만 아니라 신진 기술과 지식, 그리고 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하여 농업 기업의 소유주들이 지속가능한 농업 관행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그들의 지식과 행위들이 탄소 배출권 시장의 ‘큰손’들을 불러들일 것이고, ‘큰손’들은 탄소 배출권 이외에도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브랜드, 이야기, 그리고 전문성들에 접근하여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설계해나가고 싶어할 것입니다.

네트워크는 일종의 시장 조성자 역할을 하지만, 막대한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습니다. 초기 네트워크를 만든 기여자들과 개발자들에게 보상을 지급하고 나면 축적한 수수료의 대부분은 네트워크의 트레져리(개념상의 금고)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를 Amazonian Fund라고 부릅시다. Amazonian Fund는 투명한 온체인 자금으로, Amazonian LLC라는 이름의 실제 세상의 자회사를 갖고 있습니다. 토큰의 모든 보유자들은 다른 법인과의 상호작용을 위해 위원회에서 활동을 할 대표들을 뽑을 권한을 갖습니다. AmazonDAO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결정들은 토큰 보유자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내립니다. 예를 들어, ‘농부들에게 인증된 지속가능한 커피에 대한 교육을 하기 위해 지역 센터를 세우는 것에 더 많은 투자를 하자’와 같은 결정에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AmazonDAO 네트워크의 주 목표는 고품질 탄소 배출권을 모으고 그 공급량을 유지하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네트워크의 가치를 성장시키고 지속 가능한 수요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이해한 상태로 이를 바탕으로 네트워크의 가치를 명확하게 포착하고 여러 참여자들의 인센티브를 조율하는 토큰 모델을 설계하고 싶다고 쳐봅시다. 그러면 AmazonDAO에는 세 가지 토큰이 나올 수 있습니다.

1) $AMA: 거래가능한, 인플레이션성의 ERC-20 토큰으로, 네트워크의 소유권을 나타냅니다.

2) $sAMA: 스테이킹 해둔 $AMA를 나타내며, 소유자에게는 거버넌스 권한이 주어집니다.

3) NFT: 서로 양도 불가능한 NFT 컬렉션은 네트워크 내에서 특정 참여자의 지위를 나타내며 NFT 보유자의 그간의 기여도에 따라 다양한 계급의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될 것입니다.

$AMA 토큰은 각 참여자의 상대적 소유권을 트랙킹하는 네트워크 계정의 단위 역할을 합니다. 또, 기여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으로, 거래의 수단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NFT 보유자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AmazonDAO의 수직적 마켓플레이스에서 사용되는 자체 화폐 역할을 할 수도 있고요. $AMA의 유동성은 토큰의 투기적 가치를 제공하며, 외부의 흥미를 더욱 불러일으키고 단기적 유동성을 찾아헤매는 기여자들에게 보상으로 주어질 수도 있습니다. $AMA 토큰은 네트워크의 성장 욕구에 발맞추어 성장하고 새로운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확장될 것이며, 적극적으로 기여하길 멈춘 초기 참여자들의 힘을 서서히 빼앗아가게 될 것입니다.

$sAMA 토큰은 스테이킹된 기간에 때라 배수로 가치가 계산되는 거버넌스 권한을 의미합니다. 스테이킹된 토큰은 네트워크의 장기적 성공에 대한 확정적인 권리(vested interest)를 나타냅니다. 모든 $sAMA는 전체 $sAMA에 대한 $sAMA의 비례 배분에 따라 트레저리에서 지급되는 배당금(수익)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AmazonDAO의 초기 투자자들은 그들의 $AMA 토큰을 스테이킹하고 그에 상응하는 $sAMA 토큰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받은 $sAMA 토큰의 대부분은 네트워크의 신뢰받는 몇몇 리더들(그간 좋은 판단력을 보여온)에게 위임합니다.

마지막으로 ‘AmazonDAO 여권’이라고 불리는 양도불가능한 NFT들은 네트워크의 각 기여자들(소규모 농업 기업의 소유주, 탄소 배출권 구매자들, 품질 검증자들, 그리고 농업 연구자들)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NFT의 메타데이터는 멤버들이 탄소 배출권을 더 많이 제공하고, 연구를 더 많이 진행하고, 거버넌스와 커뮤니티 이벤트에 더욱 많이 참여할 때마다 진화하게 됩니다. 멤버들은 NFT를 다른 곳으로 가져가 온체인 신원 증명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매니저와 리더들은 NFT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하여 평판에 따라 거래 수수료에 할인을 주는 등 더 나은 로직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안녕과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 Dune Analytics에서 더 심도있는 분석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앞서 서술한 토큰 설계 프레임워크에는 1) 기저 가치, 2) 공급량 조절 전략, 3) 유틸리티, 4) 동기라는 네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MA 토큰은 인플레이션적이며(=공급량 조절 전략) 계정의 단위 혹은 거래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유틸리티). 토큰 설계자들은 이 네 가지 요소를 반드시 심사숙고하되, MVI를 최우선으로 두고 토큰이 유저의 사용 경험(user experience)을 어떻게 지원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AmazonDAO라는 초심플한 케이스 스터디를 해보았습니다. 이 간단한 예시를 확장시켜 어떤 복잡한 메커니즘이 설계될 수 있을지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직적 대출 프로토콜을 만들어 DAO의 자금을 활용해 새로운 농업 시설을 건설할 수도 있겠죠. 그럴 경우 돈을 빌려가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상의 과거 이력을 기반으로 리스크 모델을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DAO가 프로토콜 간의 경제 활동에 참여하도록 만들고 싶으면, 더 큰 생태계 안에서 DAO가 어떤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지, 잠재적인 거래 파트너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비교 우위는 무엇인지를 분석해보고 불가능한 삼위일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토큰 설계를 개선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케이스를 예시로 든 이유는 그 어떤 현명한 메커니즘이나 토큰 설계조차도 참여자들이 깊게 관여하며 상호적인 발전을 이룩하는 네트워크를 이길 순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건강한 네트워크를 건설하려면 네트워크의 문화, 이야기, 그리고 목적이 서로 일치해야 하며, 이러한 대체 불가능한 가치들은 토큰이라는 수단만으로는 절대 담길 수 없습니다.

불황기가 끝나면 세계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토큰 설계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회사의 법적 구조와 보상 계획은 회사의 성공을 도울 순 있지만 그것을 확정적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부 형태입니다. 그것을 이기기 위해 도전해왔던 수많은 다른 형태를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 및 거버넌스 설계보다 회사나 국가의 성공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씁니다. 프로토콜 또한 그와 다르지 않죠.

그렇다 해도 저희는 토큰 설계가 개발자들에게 회사나 국가가 현재까지 마음대로 사용해오던 도구들보다 분명 더 풍부하고 전달력이 좋은 도구들을 쥐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법적 문서나 통화 정책에 있는 내용 무엇이라도 블록체인 위에서 운영될 수 있는 코드로 작성될 수 있으며, 이는 집행 비용 절감, 집행의 자동화, 더 적은 갈등, 사람들의 헌신 등의 혜택을 가져올 것입니다.

물론 현재까지 우리는 이 초자연적인 힘을 금융의 법칙들을 전복하고 더 빨리, 더 많이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시도하는 데에 주로 사용해왔습니다. 이러한 시도의 결과는 대재앙에서부터 작은 실패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습니다.

그러나 분명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설계된 토큰 시스템의 좋은 사례들도 있습니다. Braintrust는 유저들이 소유한 전문성 네트워크로, Packy가 지난 1월에 그 토크노믹스에 대한 글을 쓴 바 있습니다. 네트워크를 작동시키는 고객, 전문가들, 그리고 노드들이 기존의 재능 풀에서 할 수 있었던 다양한 활동들을 계속 해나가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수익률은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된 토크노믹스였죠. 1월말 총 서비스 금액은 3700만 달러였으나, 4개월 뒤에는 6800만 달러까지 성장했습니다. Braintrust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토큰은 단순히 돈을 대주거나 단기적인 금융적 목적으로 네트워크에 입장하는 사람들보다 실제 네트워크의 운영을 돕는 참여자들에게 훨씬 값진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STEPN은 솔라나 기반의 무브투언(Move-to-Earn) 어플리케이션으로, 유저들은 야외에서 걷거나 조깅, 달리기 등을 하면서 리워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나온 TechCrunch의 기사에 따르면, STEPN은 현재 한달에200~300만 활동 유저(active user)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STEPN의 토큰 설계는 실제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야외에서 걷기, 뛰기, 조깅의 행위를 장려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습니다. 현재의 성공이 지속되려면 STEPN은 계속해서 스니커즈 NFT를 사줄 새로운 유저가 유입이 되지 않아도 계속해서 생태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토큰 설계를 변경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근본적으로 “유저에게 실제로 가치가 더해질 수 있는 MVI를 찾았다는 점, 그리고 그 핵심 행동(core behavior)을 장려할 수 있는 토큰 설계를 해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전히 Braintrust와 STEPN조차도 매우 초기 단계에 있는 몇 가지 예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 저희는 프로토콜과 국가를 비교해보았는데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러나 이 불황기의 시장에서 탄생할 수 있는 모델들은 분명 현재까지의 그 어떤 것들보다도 더 창의적이고, 더 깊은 철학과 생각을 바탕으로 건설될 것이며, 더 혁신적일 것이라 믿습니다. 어플리케이션 대신, 창립자들과 토큰 설계자들은 더 풍부한 경제를 설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며, 국내외에서 더욱 다양한 활동과 거래가 발생할 것입니다. 잘 설계된 토큰 시스템은 더 프로토콜/DAO에게 필요한 활동들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가속화할 것이고, 토큰의 보유자들, 즉 프로토콜/DAO의 국민들은 토큰을 통해 포착된 가치를 공유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단지 소유권에 대한 보상을 주기 위한 거버넌스 모델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참여와 기여에 대한 보상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들이 실제로 나타날 거라 기대해봅니다. 이러한 모델들은 실제 세상의 국가들에선 현실적으로 등장하기 어려운 모델들일 겁니다.

토큰 경제 설계에 대해서 한번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현재 존재하는 경제 혹은 거버넌스 모델 그 어떤 것이라도 창조해낼 수 있되,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 코드 기반의 법과 집행 체제, 그리고 조합가능성(composability) 등의 새로운 기능들이 더해지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다양한 트레이드 오프가 따릅니다. 탈중앙화는 결정을 내리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의미하며, 코드에 있는 버그는 쉽게 나쁜 사람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모두는 빙산의 일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으나 이미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많은 사상가들은 불황기일수록 평화롭게 건설자로 거듭납니다. 가격이 올라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떠나 이제 개발자들은 더 포용적이고, 더 자신의 사명에 부합하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들은 토큰에 의해 조율되지만 토큰을 위한 커뮤니티는 아닙니다. 지난 불황기에만 해도 전세계 99.999%의 사람들은 DAO나 NFT가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비트코인(과 어쩌면 이더리움까지)이 아닌 토큰들은 모두 쓰레기코인(shitcoin)으로 취급 받았죠. 지금, 개발자들은 그 때보다 더 많이 확장된 영역을 마음대로 설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혁신’은 10년에 걸친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 규모라면 이 약세장에 만들어질 다양한 모델들이 분명 현재 가장 큰 DAO나 프로토콜보다 훨씬 큰 규모의 단체들, (사회적, 기술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운동, 그리고 국가들을 조율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시가 총액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참여도 면에서 말입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경제 및 거버넌스 모델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제국들이 이 불황기에 그려지고 실행될 것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토큰 설계는 그저 도구일 뿐입니다. 그러나 강력한 도구일 것입니다. 부디 충분히 심사숙고하여 사용하시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 앞장서시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