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회고

GARIMOO
How Was Your Day
Published in
9 min readDec 30, 2020

월별로 정리해본 2020년의 TMI (말 너무 많음)

1월

열정적으로 맨날 운동했던 1월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 전에도 조금씩 달려보긴 했지만 사람들이랑 모여서 같은 시간에 정해진 거리를 달리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함께 달리기 때문에 힘들어도 쉬이 포기할 수 없었고, 달리는 속도와 거리는 점점 늘어갔다. 무엇보다 젊고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내뿜는 에너지가 정말 좋았다. 별 말을 안해도, 같이 달릴 때 느껴지는 긍정적인 아우라가 좋았던것 같다.

사내 게시판에 레디스에 관한 글을 공유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팀 내부에서도 칭찬을 받고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찾아보고 정리했었다.

📕 1월에 읽은 책 한강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2월

이주만에 깨고 너무 기뻤던 기억이 난다

클라이밍을 좀 열심히 했던거 같다. 제일 쉬운 레벨 겨우겨우 깼던 것 같다. 아직 코로나가 심각해지기 전이라 사람들도 만나고 클라이밍하고 맥주먹고 그렇게 잘 살았다. 주말엔 도서관에 가서 책도 많이 읽었다.

📕 2월에 읽은 책

나를 닮은 일

3월

처음으로 자전거의 재미를 알았다. 하이브리드지만 타고 행주산성도 가고 한강 라이딩도 많이 갔었다.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집에서는 역시 일이 안된다고 확실하게 느꼈다. 처음으로 여의도 섬 전체10km를 뛰었는데 걷다 뛰다 하면서 1시간 7분이나 뛰어놓고 아프다고 장어먹다가 택시타고 집갔다.

레디스에 대한 글이 여기저기 공유되면서 연락을 안하던 지인이 글 읽었다고 카톡을 보내기도 하고, 친한 친구의 개발자 톡방에서 공유되었다기도 하고 그래서 너무 신기했다. 사내 게시판에서도 보면 힘이 나는 댓글이 많이 있어서 힘들 때 보려고(ㅋㅋㅋ) 캡처해서 일기를 썼었던걸 가져와봤다. CTO님이 사내 게시판에 댓글단건 처음봐서 신기해서 남겨놨었다.

3월의 일기
📕 3월에 읽은 책Robert Louis Stevenson -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

4월

영어공부를 좀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전화영어를 시작했다. 유튜브에 Redis University 계정이 새로 생기고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길래 나 여기에 한국어 자막 달고 싶다고 댓글로 문의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우리 팀 분이 내가 단 댓글 봤대서 쫌 부끄러웠따) 영상에 몇개 댓글을 몇개 추가했는데, 담당자가 매번 확인해야 하는 시스템인지 실제로 적용된 영상은 몇개 없다.

그리고 coursera에서 Learning How To Learn 강의를 들었다. 이 플랫폼 정말 괜찮은것 같아서 사람들한테 추천하고 싶다. 무료로 해외의 여러 대학 강의를 수강할 수 있으며, 질도 매우 좋다고 한다. 내가 들은 강의는 개발과는 관련이 없지만, 개발 관련 여러 강의를 듣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무언가를 배울 때 뇌가 어떻게 동작을 하는지, 효과적으로 chunking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습관과 기억에 대해 공부했다. 4주짜리 강의였고, 영어 자막을 켜놓고 따라 읽으면서 공부했다.

매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원서를 한 챕터씩 읽었다. 그리고 미드를 보면서 내가 모르는 표현들, 구문들, 단어들을 매번 정리했었다.

📕 4월에 읽은 책Francesco Petrarca - 행운과 불운에 대처하는 법
Mitch Albom - Tuesdays with Morrie

5월

재택이 끝나고 출근을 하면서 그동안 시간이 남아서 하던 것들 (영어공부, 노션에 계획 세워서 정리하기) 등을 못하게 됐다. 잊고 있었지만, 출퇴근 시간에 4시간을 버리게 되면 생각보다 남는 시간이 많이 없다. 오랜만에 회사에 가서 사람들과 함께해서 좋았다.

회사 숙소가 당첨되어서 경주 여행을 갔었는데 날씨도 좋고 너무 재밌고 술도 너무너무많이 먹고 진짜 좋았다. 막 회사 뽕이 차오르고 그랬었다.

6월

트레일러닝하고, 자전거타고, 달리기 열심히 했다. 어느 비가 오던 6월의 여름 밤에는 비를 맞으며 달려도 봤다. 더워서 비를 맞아도 춥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혼자도 뛰고, 같이도 뛰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냥.

📕 6월에 읽은 책 김지혜 - 선량한 차별주의자
박상영 - 대도시의 사랑법

7월

올 한해 중 가장 운동을 많이 한 달이다. 자전거타고 신도시도모도 한바퀴 돌고, 10km 버추얼 마라톤도 나가고, 산도 많이 탔다. 아는 분이 로드 자전거를 그냥 주면서 이때부터 더 열심히 자전거도 탔다.

심지어 가끔은 자전거 타고 출퇴근도 했다. 대부분 출근만 하거나, 퇴근만 하거나 이런 식으로 나눠서 했었지만 언젠가 하루는 아침에 50km 달려서 출근하고, 저녁에 50km 타고 퇴근한 적도 있었다. 트레일러닝도 재미 붙어서 15km 이상 뛰어다니면서 땀을 흘렸다. 분명히 할 때는 내가 여길 왜왔지 하면서 후회하는데, 뛰고 나면 너무 뿌듯하고 재밌다. 그리고 달리기야 뭐 꾸준히 했다.

8월

야구장을 세번인가 갔다. 비록 마스크를 끼고 응원도 못했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이 때에는 그래도 코로나가 좀 괜찮아져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돌아다녔던것 같다. 비가 엄청 왔던 어떤 날 을지로에서 유리랑 비오는 창문 앞자리에 앉아서 둘이서 와인 세병을 까고 기억을 잃었다.

달리기에 관심있어하는 우리 과 사람들이랑 같이 뛰게 되었다.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서 한강 근처를 달렸다. 대학 졸업하고 만나기 힘들었던 사람들이랑 같이 모여서 운동을 하니까 너무 재밌었다. 재밌어하니까 달리기도 다들 금방금방 많이 늘었다.

회사에서 상도 받았다. 그동안 공유했던 글 잘 했다고 이런 상을 주시다니! 사실 원래 이걸 노리고 쓰기 시작한 것도 없지 않아 있다. 수상을 하면 원래 해외 컨퍼런스를 보내주는데.. 코시국때문에 못가고 있다. 해외 컨퍼런스 참가와 아이패드 프로중에 고르라고 했고, 나는 일단 해외 컨퍼런스 가고 싶어서 존버중이다. 친한 동기랑 같이 받아서 더 의미있게 느껴진 상이었다.

9월

9월에는 산길 25km를 뛰었고, 109km 넘게 자전거도 탔다. 살이 조금 빠진 덕분인지 클라이밍 실력이 갑자기 확 늘었다. 꾸준히 달린 덕에 올해 초엔 630 페이스도 벅차했지만 530으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사람 없는 산을 찾아 서울 둘레길 트래킹도 시작했다. 서울 안에 좋은 산길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초등학교때 친구를 진짜 오랜만에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로제 와인에 눈이 돌아갔다.

10월

이사를 했고,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서 내가 한 백개쯤 조립하고, 벽도 뚫고, 커텐도 달고 별걸 다했다. 그래서 그런지 집이 너무 마음에 든다.

📕 10월에 읽은 책정세랑 - 보건교사 안은영
필리프 비옹뒤리 - 뉴노멀 교양수업

11월

영월로 가을 트래킹을 다녀왔다. 10년 전에 열심히 치던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 건강 검진때 이상한 종양을 발견해서 조직검사를 위해 입원했다.

📕 11월에 읽은 책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 - 에코 페미니즘
밀란 쿤데라 - 농담

12월

집에만 있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하고 있다. 집에서 운동도 하고 매 식사마다 거하게 차려먹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기타도 치고 피아노도 치고 책도 읽고 뜨개질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춥지만 집 앞 호수도 간간히 달리고 있다.

📕 12월에 읽은 책양귀자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정리하고 보니 역시 내 일년은 역삼각형꼴이다. 연초에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사람이라는게 확실하다. 올 한 해도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기에는 연말의 내가 조금 부끄럽다.

올 한해 나는 지난 날처럼 불안해하며 걱정하던 밤이 거의 없었고, 스스로 자책하거나 미워하거나 강박적으로 지켜야 하는 일도 정해두지 않았고, 순간순간에 많이 행복함을 느꼈다. 행복함을 느낄 때 불안해하지 않았다. 매일 제자리같았지만 그래도 많이 단단해졌나보다.

이제 다시 연초가 돌아온다. 내년 한 해도 천천히 달려보자.

천천히 달리면 빨라진다
- 아사이 에리코 (전 일본여자 국가 대표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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