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_______

2021년 회고

GARIMOO
How Was Your Day
8 min readDec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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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글을 쓰는게 굉장히 오랜만이다. 그동안 책을 쓰느라 다른 글을 쓸 여유도 없었거니와, 이로 인해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예전과는 다른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던것 같다. 아무튼 그래도 할건 해야지. 올해는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보자.

2021년의 호칭

벌써 4년차, 호칭이 사원에서 전임으로 바뀌었다. 물론 설레고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실수를 이해받던 시기는 다 지났다는 생각에 약간은 두렵기도 했다.

2021년의 업무고민-RDB

그동안 RDB는 Oracle만 운영해왔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MySQL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이니까 잘 모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지만, 다른 팀의 개발자분이 MySQL 관련하여 질문을 주셨을 때마다 매번 당황스러웠다. 내가 확신을 갖고 대답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고, 항상 여기저기에 이게 맞는지 확인을 하며 물어보러 다녔을 때 나는 아는게 없는 호칭만 전임인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그 괴리감에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또한 올해 업무량이 늘고, 담당 서비스가 확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업무를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다.

사원때와는 다르게 내가 스스로 일정을 잡아서 관리할 일들이 많아졌다. 멋모르고 기한을 짧게 잡고 일을 벌려놨다가 수습하며 울었던 적도 있고,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을 느긋하게 하다가 뒤늦게 지적을 받은 적도 있었다.

DBA 업무라는게 한번에 한가지 일만 집중해서 할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갑자기 들어오는 여러가지 인터럽트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적인것 같다. 내가 맡고 있는 MySQL 서비스만 100개가 넘기 때문에, 모든 서비스들에 이슈가 없을 때에만 오롯이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A서비스에서 급한 이슈 처리해달라고 연락이 오고, B에서는 쿼리튜닝 들어오고, 부하테스트 지원해달라고 하고, 컬럼추가해달라 하고, 메신저로는 접속 안되는 이유 확인해달라고 하고..

이런 쏟아지는 업무는 처음이라 큐에 할일이 쌓이는 것 자체에 압박감을 느꼈던 것 같다. 컨텍스트 스위칭도 잘 못해서 중간중간 해야할 일들을 까먹기도 했고 나한테 온 메일도 읽어놓고 놓치기도 하고 그랬더랬다.

올 연말에 되어서야 업무 일지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체계를 좀 잡게 되었고, 일의 우선순위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표로 보니까 되게 당연한 얘기인것 같긴 하지만, 일단 뭐가 중요하고 안중요한지, 실제 처리할 때 얼마나 걸릴지 파악하는것도 사실 어느정도 경험이 쌓여야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중요한데 오래걸릴것 같은 일은 덮어놓고 혼자 처리하려고 끙끙대지 말고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일단 이슈가 뭔지 간단하고 정확하게 파악한 뒤, 해결하기 위한 스텝을 정리해야 한다. 그 다음 내가 어디까지 처리했는지, 어디에서 막히는지, 누구의 답변을 대기중인지 등등을 정리해서 바로바로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정말 많지만, 일을 잘하는 다른 팀원분들을 보며 아 이럴땐 이렇게 해야하는구나 라는걸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 뿐 아니라, 연차가 쌓일수록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느끼고 있다. 배울 점이 많은 분들 사이에서 일하고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야..

2021년의 업무고민-NoSQL

작년에 야심차게 레디스 사내교육을 개설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교육이 불가능해졌다. 그런데 한번도 교육 경험이 없는 사원인 내가 온라인으로 교육을 진행하는건 무리일 것 같아서 잠시 교육을 홀딩할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자료를 바탕으로 기술 컨퍼런스를 준비해서 발표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걸 보고 신기했다. (내년에 출간될 책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사내에서 레디스 운영 업무를 할 때 트래픽이 많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간단한 설치, 관리 등만 해주고 있는데 사실 이런 단순 작업으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많이 없다고 생각한다.

트래픽이 많이 몰리는 서비스인 티켓링크를 운영하면서는 직접 어떤 데이터가 어떤 형태로 언제 저장되는지 파악하고, 장애상황에서 에러로그는 어떻게 남는지 분석하며 병목지점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좀더 개발 로직을 깊숙하게 이해하게 됐다. 데이터의 흐름을 분석하는 것은 복잡했지만 확실히 재미있었고, 이슈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꼈었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이런게 아닐까? 개발자가 아키텍처를 고민할 때, 그들의 고민이 모두 끝난 뒤에 우리는 요청을 받아서 설치와 운영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고민 과정에 함께 참여해서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데이터 저장소를 이용해서 이런 방식으로 저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사 결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21년에 새로 해본 것

  • 수술: 1월에 폐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지금은 완전 회복해서 총 세개의 구멍이 남아있다. 크롭티를 입을때마다 제일 아래 상처가 보이는게 거슬려서 타투를 할까 생각중
  • 운전: 3월에 면허를 따고, 차도 샀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나는 생각보다 운전이 잘맞는 사람인것 같다. 가끔 스트레스 받거나 답답할 때 운전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면 기분이 풀리기도 한다. 그리고 확실히 차가 생기니까 활동 반경도 확 늘어나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다. 운전 좋아!
  • 자가격리: 나중에 생각해보면 정말 특별한 경험이겠지? 10여일간의 자가격리동안 집에서 일 하고 야구 보고 철봉 하고 홈트하고 잘 지냈었다.
  • 인테리어: 직접 전선 만져가며 베란다 등도 바꿨고, 해머드릴로 시멘트 벽을 뚫어서 선반도 달았다. 유튜브와 함께라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 그림: 아이패드가 생겼다. (회사에서 상품으로 받았다.) 뭘 해야 할까 하다가 그림을 그려봤는데 종이에다 그리는것보다 쉽고 재밌더라. 요즘 자기 전에 생각 정리하며 조금씩 그리고 있는 중이다.
  • 유도: 얼마 전 유도를 시작했다. 이유는 그냥 운동을 하고 싶어서. 클라이밍도 재밌고 좋긴 한데 같이 갈 사람이 없을 때에는 약간 외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새로운 운동을 도전해보고 싶어서 유도장 체험을 갔었는데, 세상에 나한테 너무 잘 맞는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바로 등록하게 되었다. 일단 재밌다. 온몸을 쓰는 운동이라 전신에 근육통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맨몸으로 바닥을 구르는 그 활동 자체가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그냥 웃음이 나온다. 아직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그냥 계속 체육관에 나가고 싶다. 이거면 된거 아닌가?
  • 웨이크보드: 생일날 처음으로 춘천에서 웨이크보드를 타봤다. 처음에 한번 넘어졌던거 빼고는 중심도 잘 잡고, 자세도 좋았다고 칭찬받았다. 한 손 놓고 타기까지 성공해서, 사장님이 선수했었어도 되었겠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립서비스같네)
  • 클라이밍 대회: 더클라임에서 주최한 여성 클라이밍 대회에 참여했었다. 처음 보는 여자들끼리 서로 응원하고 아쉬워하고 땀흘리고.. 너무 재밌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년에도 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짜!
THE CLIMB, GIRLS!!

2021년의 운동

  • 트레일러닝: 서울둘레길 157K 완주!
  • 달리기: 10km PR 5:20/km
  • 클라이밍: 파랑클라이머 등극

2021년의 느낀 점

나는 집에만 있을수록 에너지가 빠지고 무기력해지고, 밖에 나가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 다른 일을 할 에너지를 얻는 전형적인 외향인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근 2년간 재택근무를 하며 점점 무기력해지고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았던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올 한 해동안 시기별로 감정의 변화를 많이 겪었었는데, 지나고 보니 모든 감정은 지나가고, 결국 결과만 남았다.

2022년에는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오게 하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줄이자. (절주하자는 뜻) 나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사람들을 멀리하자.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에는 회피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그리고 몸을 움직이자. 체육관으로 가자!

The desire for more positive experience is itself a negative experience. And, paradoxically, the acceptance of one’s negative experience is itself a positive experience.
-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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