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악랄하게 유료화하라 (2)

서비스 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로 결정된다

허진호 (Jin Ho Hur)
hurxyz
7 min readJan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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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원래 “서비스 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로 결정된다” 라는 제목으로 ‘19년 3월에 쓴 글인데, 이번에 수정하면서 제목을 바꾸었다. 최근 투자사와 요금 체계에 대한 논의를 많이 하면서, 이 내용을 다시 한번 다듬어서 공유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기본 내용은 ‘요금 체계’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맥락으로는 ‘좀 더 악랄하게 유료화하라’ 글의 후속 편이라고 생각되어 제목을 바꾸어 보았다]

투자사와의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논의에서 서비스 요금 체계에 대한 논의를 많이 하게 되면서, 이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야겠다고 느꼈다.

많은 경우, 스타트업에서 자신의 서비스/제품의 가격 책정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다. 유형의 상품를 판매하는 경우와 달리 B2B/B2C 서비스의 경우는 특히 원가 구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더 하다.

일단 어느 정도의 가격 수준을 정해야 할지, 그 가격대를 고객이 저항 없이 수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아주 커진다.

이 때 창업자들이 경험해 본 월 몇 천원 수준의 B2C 서비스 요금 체계를 B2B 적용하면서 ‘이 이상 고객들이 지불할 수 있을까’를 지레 걱정하는 경우도 많이 보고, SaaS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incremental cost가 0에 가깝다 보니 사용자에게 적절한 가격을 과금하는 것에 대하여 심하게 걱정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가격 책정에 대하여 “이 서비스의 value proposition을 명확히 정리해 보고, 수혜자가 그 가치를 얼마로 느낄 지를 생각해 보고, 그 수혜자가 그 가치 대비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라 판단되는 수준으로 결정하라”는 원론적인 조언을 한다.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고, 비즈니스 모델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여러 가지 요소, 예를 들면 B2B 인지 B2C 인지, 서비스의 value proposition이 뭔지, ‘비타민’ 서비스인지 ‘진통제’ 서비스인지, 이 서비스가 얼마나 크게 성장할 수 있는지 등, 수 많은 요소를 따져 가격 책정을 하고, 일단 가격 책정을 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A/B 테스팅 등을 통하여 가격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실제 가격 책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각각의 경우에 대한 나의 기준을 정리해 보았다.

B2B 서비스

B2B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쉽다.

그 서비스를 통하여 명확한 value를 얻는 비즈니스, 혹은 회사 내의 개인이 있을텐데, 그가 이 서비스를 통하여 얻을 가치 혹은 기존에 이 서비스의 대체재에 지불하고 있는 비용을 계산해 보고,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매기면 대체로 적절한 가격이 된다.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는 매출 증대 아니면 비용 절감, 두 가지 중 하나로 귀결된다.

매출 증대 경우

매출 증대의 경우, 그 서비스에 의하여 직접 매출 증대가 되었다면 그 증가한 매출의 얼마까지를 수수료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 지를 생각하면서 수수료율을 정하면 될텐데, 사실은 그 범위가 너무 넓어서 정하기 어렵다.

내가 추천하는 기준은, (재고 부담 없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만 해 주는) 마켓플레이스 수수료가 통상 10–15% 범위, (재고 부담의 범위에 따라 많이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인 유통 마진 기준이 30~50% 수준이라는 점을 참고하여, 해당 서비스가 어느 정도까지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고객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고객 입장에서는 업무를 어느 범위까지 해당 서비스에 의존하게 되는지에 따라 요금 구조를 정하면 된다고 본다.

직접적인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우에는 수수료율, 리스팅 광고 등의 형태로 간접적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거래액 대비 (유료 광고 고객의) 평균 광고비의 비율을 그 범위에 맞추면 된다. 가장 대표적인 B2B2C 플랫폼인 ‘배달의 민족’, ‘직방’ 등에서, 유료 광고주의 월 평균 광고 금액이(ARPPU) 대략 10–50만원의 범위 내라는 점을 참고하면 될 것이라고 본다.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경우

비용 절감에 직접 기여하는 서비스라면 그 절감되는 직접 비용의 30~50%를, 업무 효율화에 의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서비스라면 절감되는 시간/높아진 생산성의 총 비용 (인건비 + 경상경비. 대략 인건비의 1.5x~2x 기준)의 10~20%를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하면 (초반에는 가격 저항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적절한 가격에 수렴할 것이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다양한 채널을 통한 소셜 마케팅 캠페인을 일괄 관리하는 대쉬보드 서비스’를 SaaS로 제공하면서 seat당 월 $50을 과금하는 예를 보면서, “이 서비스가 B2C로 제공되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이겠지만, 아무리 단순해 보이는 서비스라고 해도 직원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경우에는 월 $50 정도의 금액은 기업 입장에서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이겠다” 라고 깨달은 적이 있다. 이후 국내의 스타트업을 만나면 이 예를 설명하면서, 특히 B2B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가격 체계에 대해서는 좀 더 aggressive 하게 생각하는게 좋겠다는 조언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슬랙과 같이 그 비용 절감 효과 측정이 쉽지 않은 경우, 통상 그런 류의 서비스 (생산성 도구)가 시장에서 매기는 가격대 및 도입 기업이 규모에 비례하여 지불 가능한/의사가 있는 수준을 아주 주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잘 고민해 보면 그 B2B 서비스에 의한 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팁을 공유하자면, (MVP와 관련된 글에서 많이 추천하듯이) 잠재 고객에게 ‘지불 의사가 있는 가격’을 물어 보면 적절한 가격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B2C 고객과 달리 B2B 고객의 ‘지불 의사가 있는 가격’은 언제나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위의 과정을 통하여 서비스 스스로 가격 체계를 만들고 이를 A/B 테스트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적정 수준에 대한 답을 찾아 가야 한다고 추천한다.

B2C 서비스

B2C 서비스의 경우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기본적으로 최종 소비자 개인에게 직접 과금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B2C 서비스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지, 또 과금을 한다면 요금 체계는 어떻게 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B2C 서비스도 비즈니스 구조 측면에서는 B2B2C 구조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즈니스 구조 측면에서 보면,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컨텐츠, 커뮤니티, 검색 등의 서비스도 그 서비스에 모이는 소비자 대상으로 광고하고자 하는 비즈니스에게 (광고비 형태로) 과금하는 구조이고, 음식 배달, 부동산 중개, 보험 중개 등의 two-sided marketplace 서비스도 그 구조를 보면 소비자에게 자신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얻는 비즈니스 주체 (음식점, 부동산 중개인, 보험 설계사)가 있기 마련이다. 이 경우 위의 B2B 경우에 따라 분석하여 직접 수수료 혹은 간접 광고비 형태의 요금 체계를 설계하면 된다.

순수 B2C 서비스의 경우, 소비자가 느끼는 경제적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경우 소비자에게 직접 수수료를 과금하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 예인데, 사실 에어비엔비는 그 과금 대상을 호스트로 할 수도 있었고 소비자로 할 수도 있었는데 결국 소비자를 과금 대상으로 선택한 경우이다.

그 외에도, 요즘 많은 온라인 미디어의 freemium 혹은 subscription 서비스, Amazon Prime과 같은 subscription 서비스 등, B2C 서비스에서의 요금 체계는 정말 수많은 실험과 검증을 통하여 적절한 방식과 요금 수준을 찾아 나갈 수 밖에 없다.

좀 더 ‘악랄하게’ 유료화하자

요약하자면, 서비스의 구조, 대상, value proposition 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B2B, B2C 어느 경우이든지 평균적으로 수용가능한 가격 수준이 파악될 것이다.

그러면 거기에서 출발하여, 이를 전체 유료로 할지, freemium으로 제공할지, 가격대를 몇 개의 tier로 할지 등, 전반적인 가격 체계는 다양한 A/B 테스트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미세 조정해 가면서, 궁극적으로 회사의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와 포인트를 찾아 나가는 것이 그 이후 긴 시간동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SPA이든지 명품이든지 쇼핑을 할 때 그 제품의 원가를 생각하고 가격을 따지지는 않는다. 내가 이 가격을 지불하고 이 옷을 사서 입으면 그만큼의 만족을 느낄 수 있을까 (‘가치’) 생각하면서 쇼핑을 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명확해 질 것이다.

모든 스타트업이 기억하면 좋겠다.

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로 결정된다는 점을.

그리고, 스스로 제공하는 서비스 가치에 자신이 있으면, 좀 더 ‘악랄하게’ 유료화하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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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on the Startup Journey from an entrepreneur-turned 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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