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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악랄하게’ 유료화 하라

초기 스타트업 사업 계획 피칭을 듣다 보면, “먼저 타겟층에 특화된 기능, 개인화/추천 알고리듬, 좋은 컨텐츠 등으로 커뮤니티 빌딩을 한 후, 이 커뮤니티 기반으로 광고 혹은 커머스 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리소스가 충분하지 않은 스타트업으로서 자신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아주 좁은 분야를 찾아서 그 분야의 넘버원이 된 후 이웃한 영역으로의 확장 (수평적 확장, 혹은 수직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 아주 유효한 전략이다.

하지만, “일단 많은 가입자를 먼저 확보해 두면 수익 모델은 어떻게든 따라 올 것이다”라는 다소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일단 가입자 모집에만 전력을 투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90년대 후반에는 (처음부터 의도하였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유효하였던 전략이지만, 지금은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경우, 매출원 확보, 유료화 방식 등에 있어서 미국 스타트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느낌적 느낌이 있다.

나는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점 더 ‘악랄하게’ 유료화해 보라”고 강조하고 싶다.

미국의 서비스, 특히 freemium 서비스를 가입해서 사용해 보면, 초기 무료 사용 기간을 지나고 나면 담당 영업 사원이 바로 연락해 온다. 대략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느냐? 우리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듣고 고객의 니즈에 대하여 어떻게 더 잘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언제 전화를 하면 되겠느냐?” 정도 내용의 이메일인데, 결국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upsell 하기 위한 연락이다. 무작정 전화를 걸어 오는 경우도 많다. 어쩌다 전화를 받아 보면 십중팔구는 인도에서 전화거는 텔레마케터이다.

또, 우리가 얼핏 봐서는 잘 못 느끼지만, 트위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의 서비스에도 곳곳에 유료 광고가 많이 숨어 있고, 그 매출이 쉽게 몇억불에서 몇십억불에 이른다.

페이스북을 보아도 곳곳에 모바일 광고가 숨어 있고, 그 매출이 분기당 30억 달러 규모로 전체 매출의 3/4을 차지한다. 페이스북 PC 버젼 화면의 오른쪽에 많이 보이는 광고보다 3배 이상의 매출이 우리가 미처 잘 못 느끼는 사이에 모바일 페이스북 앱에서 일어난다는 뜻이다. 심지어 지난 3년간 모바일 광고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은 매출 증가가 전혀 없었을 정도로 모바일 광고 매출에 집중되어 있다.

요컨대 미국 발 모바일 서비스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촘촘하게 구석 구석 유료화 모델을 심어 두었다는 뜻이다.

모바일 게임을 보더라도, 중국산 모바일 게임의 유료화 모델은, 이제는 모든 게임에 보편화된 VIP 레벨 시스템 등 소위 ‘악마의 BM’이라 부를 정도로 교묘한 유료화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결국 게이머들은 ‘악마의 BM’이라고 욕하면서도 그 게임에서 돈을 쓰게 된다.

이런 모델로 유료화에 일단 성공하면, 그 다음은 그 두툼한 지갑 (미국식으로 표현하자면 heavy war chest)를 기반으로 정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게 ‘정말 훌륭한 게임 개발’이든지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게임 인수’, 심지어 이웃 나라의 상장사 인수와 투자 이든지.

그러니, 우리의 스타트업들에게 한 번 더 이야기하고 싶다.

(욕 얻어 먹는 것 두려워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악랄하게’ 유료화에 신경써 보라고.

‘컨텐츠로 커뮤니티를 일단 만들어 두면, 광고이든지, 커머스이든지 어떻게든 수익 모델이 생기지 않겠는가’하는 막연한 계획이 아니라, 자신의 서비스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고민해 보고, 각각에 대하여 아주 조심스럽게 테스트를 해 보고, 그 결과를 분석해서 방식을 조금씩 바꾸어 가면서 결국 winning formula를 찾을 때까지 실험을 계속해 보라고. 그리고, 일단 winning formula를 찾으면 그 것에 철저하게 집중하라고.

그렇다고 서비스의 궁극적인 아이덴티티를 해칠 정도로 단기 매출에만 집중하라는 뜻은 아니다. 트위터는 유료 광고 모델을 도입하는 과정이 2–3년 정도 걸렸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 어디에 광고가 있어’라고 궁금해 할 정도로 non-intrusive하게 광고하면서 분기 매출을 5억달러 정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아직도 페이스북 메신저, Whatsapp, 오큘러스의 유료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고 있다고, 이 것이 우리가 갈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는 위에서 보았듯이 이미 페이스북 모바일에서 분기당 3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좀 더 근본적인 플랫폼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인 것이다.

스타트업의 사회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결국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내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최근 본 스타트업에 대한 글 중에 가장 좋았던 Paul Graham의 글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본다.

“당신의 스타트업은 default alive인가, default dead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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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on the Startup Journey from an entrepreneur-turned 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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