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지털 노마드인가, 놈팽이인가? — 1편

“니가 할 수 있는 일은 니 생각보다 없다”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해외에 나오는 인간들은 대부분 ‘어떻게든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온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없다. 기존에 깔아놓은 부업거리가 없다면 상황은 더 최악이다. 그냥 체류비만 까먹는 잉여인간이 될 뿐이다.
물론 당신이 사교성이 굉장히 뛰어나서 하루에 5명 이상의 친구들을 사귀고 관리할 자신이 있다면 상황은 다르다. 수십명을 만나면 그중에 한두명은 당신이 단기적으로 먹고살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물론 그들을 만나는데 지출한 비용을 커버할 정도가 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더군다나 요즘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인지 뭔지 아무 생각없이 해외로 기어나오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본인도 근본적으로는 욜로족이라고 할 수 있으니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할 생각도 없고 비난할 생각도 없다.
무튼, 꼴에 조언을 하자면 결국 본인이 1년 정도 버틸 수 있는 비용이나 일을 마련하여 출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다 쓰면 돌아가라. (음?)
몇 년간 사업을 했지만 — 어머니 말을 빌리자면, 노는데 다 쳐딲아 쓰느라 — 모아둔 돈도 그닥 없는 빈털터리였다. 다행스럽게도 한 해 정도는 버틸 수 있을 정도의 개발 프로젝트를 받아서 출발했다.
아 깜빡했는데, 난 개발자다. 진심으로 깜빡했다.
첫 한달은 숙소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다음달부터는 그냥 그 숙소를 확장하여 같이 운영했다. 한 달 만에 갑작스럽게 게스트가 호스트가 되는 경이로운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건물에서 서브렌트를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일이 벌어졌고, 손님과 쿨한 인생을 즐기는 에어비엔비 호스트로서의 삶은 종결됐다.
물론 당분간 버틸 개발 프로젝트가 있었으나, 이상태로 쳐놀다가는 금방 동날 것이 뻔해 보였으므로 다른 일을 찾아다녔다. 간간이 홈페이지를 만든다거나, 홍보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등의 잡일은 있었지만 생활을 이어갈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적극적으로 사람을 만나러 다닌 것도 아니었고, 적극적으로 사람을 피해다닌 것도 아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먹고살려면 적극적으로 뛰어다녀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장 많이 부딪히게 되는 것은 즐기는 삶과, 먹고사는 삶의 충돌이다. 두가지의 삶이 공존할 수 없지만 어느 하나의 삶을 영원히 버릴 수는 없다. 물론 먹고사는 삶의 반복이 싫어 떠나온 우리기에, 또 다시 반복된다는 것은 괴로운 일임이 분명하다.
건방지게 어떤 삶이 정답이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한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모든 선택과 그 책임은 본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