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지털 노마드인가, 놈팽이인가? — 2편

Hwangoon
잉여라잎 인 뱅쿽
4 min readJul 23, 2017
놀러 나왔으면 놀아라

“잘 놀았으니 되었다"

‘저지르는 삶'에 익숙해져서도 안되지만, 이미 다 내팽개치고 해외로 뛰어나온 이상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어차피 한 번 저질렀기 때문에 그 뒤는 더 쉽다. 지역을 옮기기도 하고, 다른 나라로 가버리기도 하고, 생전 처음들어보는 나라에서 온 이성과 사귀기도 한다.

한 번 풀린 고삐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차피 자유로워지려고 선택한 삶 아닌가? 일단은 즐겨보자. 어차피 뭔가 해보려고 해도 안된다.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은 뭔가를 찾으러 온건가, 무작정 도망쳐 온건가? 사실 뭐든 상관없다.

디지털 노마드, 욜로족의 삶이고 뭐고 일단 새로운 곳에 갔으면 그곳을 즐겨주는 것은 의무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선택한 곳이 재미없다면 빠르게 떠나라. 재미도 없고 돈도 못벌고 공치고 오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뱅쿽에서의 시간이 1년즈음 되었을 때, 지인으로부터 쿠알라룸푸르의 한인마트를 인수하여 운영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쳐 노는 것도 지쳐가고 돈도 떨어져가던 즈음이라 호기롭게 받아들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실패였다. 시간도 6개월 가까이 까먹었다. 앞서 말한 ‘재미도 없고 돈도 못버는’ 딱 그런 곳이었다. 한인마트의 인수는 물거품이 되고 지인은 도망치듯 떠나버렸고, 나는 뒷수습을 하느라 돈만 까먹었다. 내가 속지 않더라도, 내가 믿는 사람이 속으면 x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작년은 신나게 쳐놀기라도 했지 올해 상반기는 영 엉망이었다. 주변에서 부추기기는 했으나, 결국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내 선택이었다.

뱅쿽을 떠나 쿠알라룸푸르로 가기 전에 한국에 잠시 들렀다. 뱅쿽에서의 지난 1년이 아쉽지도 않고, 그렇다고 미친듯이 애착이 가지도 않았다. 그냥 ‘재밌게 잘 놀았다’ 정도의 느낌이었다.

주변 직장인 친구들이 항상 입을모아 하는 말이 ‘쉬고싶다'는 것이다. 뭐 딱히 쉬는건 아니지만, 그런 친구들에게 ‘그럼 (해외로) 나와'라고 얘기한다. 적어도 ‘쉬는것도 쉽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게는 해줄 수 있다.

무튼, 오늘도 술이나 마시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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