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은 예술박람회를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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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allergic translated in Korean
10 min readMay 10, 2016

by Carey Dunne on May 3, 2016

2015 뉴욕 프리즈 박람회를 보러 온 사람들 (사진 출처 : Benjamin Sutton/하이퍼알러직)

예술 박람회는 약간 예술계의 쇼핑몰 같습니다. 한 지붕 아래 수백 개의 갤러리 부스가 줄지어 늘어서 있고,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차서 힘들게 돌아다니면서 값비싼 상품들을 매의 눈으로 살피죠. 하지만 예술 박람회만의 장점도 있습니다. 주말 간 박람회에 방문하는 사람 수는 여느 갤러리가 반년간 맞이하는 방문자 수보다 많을 정도입니다. 갤러리 운영자들과 판매자들은 이 기회를 통해 많은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관람자들에게 박람회는 전 세계의 예술품들을 실컷 감상할 수 있는 종합 시장 같은 것이죠. 예술가들에게는 — 글쎄요, 예술가들은 예술 박람회에 대해서 어떻게 느낄까요? 예술 시장의 상업성은 영혼을 갉아먹는 기계와 같다는 걸 다시금 깨달으며 경쟁하고 평가받는 곳일까요? 아니면 4달러짜리 감자칩 봉지들 앞에서 만난 오랜 친구와 밀린 얘기를 나누는 축제 장소일까요? 과연 예술가들은 며칠이고 밤을 새우며 박람회를 준비할까요, 아니면 전혀 신경 쓰지 않을까요?

하이퍼알러직에서는 프리즈 주간(Frieze Week)을 기회 삼아, 현대 미술가 6명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레드 훅에 세워진 비영리 예술 회관 파이어니어 웍스(Pioneer Works)의 창설자이자 예술가인 더스틴 옐린(Dustin Yellin), 피에로기 갤러리(Pierogi Gallery)의 관리자 겸 화가인 젠 히칭스(Jen Hitchings), 화가 겸 삽화 작가인 레베카 모건(Rebecca Morgan), 조각가인 패트리샤 크로닌(Patricia Cronin), 시인이자 화가인 (그리고 가끔씩 하이퍼알러직에 기고해주시는) 새뮤얼 자블론(Samuel Jablon) 그리고 화가인 나탈리 프랭크(Natalie Frank)입니다. 각 예술가분들은 이번 주에 보게 될 박람회까지 포함해 박람회에 대해서 좋아하는 부분과 싫어하는 부분을 얘기해주셨습니다.

* * *

하이퍼알러직 : 박람회의 어떤 점들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더스틴 옐린 : 뭐, 아시다시피, 전 박람회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조금 이상하잖아요. 꼭 친구들 무리 속으로 뛰어드는 이상한 졸업 파티 같아요. 대중들이 예술품을 많이 볼 수 있는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건 좋습니다.

젠 히칭스 : 저는 이론적으로는, 대체로 제가 한 번도 방문해본 적 없는 전 세계 각 도시의 갤러리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서 각자의 문화를 (아닌 것도 있겠지만)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제시한다는 점이 너무 좋아요. 이런 다양함을 한 장소에서 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죠. 하지만 박람회가 비용을 너무 과하게 책정한다는 점, 그리고 갤러리들이 수지를 맞추기 위해 꼭 판매를 하기 위한 작품들만 전시한다는 건 문제가 있어요.

나탈리 프랭크 : 저는 박람회에 전시된 다양한 작품들을 보는 걸 좋아해요. 대체로, 박람회는 예술가가 새로운 종류의 작품을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실험대가 되어주죠. 저는 친구와 함께 시리얼 바를 먹으면서 보이는 건 죄다 토론하길 좋아해요. 꼭 책 한장한장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읽고, 정리하고, 많은 예술품들의 내용을 실제로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렇게 하면서 평범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하게 뒤틀려있는 줄거리도 발견할 수 있죠.

레베카 모건 (Rebecca Morgan), “Untitled” (2016) (작가분이 사진을 제공해주셨습니다)

하이퍼알러직 : 예술박람회에서 제일 좋아하지 않는 점들은 무엇인가요?

더스틴 옐린 : 전 너무 판매 지향적인 환경의 분위기가 싫습니다. 너무 거래하는 것 같고, 장사하는 것 같고, 상업적인 느낌이에요. 전 예술 박람회가 싫어요. 전시작들은 공짜여야 해요. 예술은 공짜여야죠. 전부 그냥 나눠줘야 해요. 모든 게 공짜여야 한다고요. 아프리칸 예술 박람회 [1:54] (African art fair 1:54) 에 오세요. 갖고 싶은 건 다 드릴게요.

젠 히칭스 : 예술품 전시의 판매 지향적인 면이오. 그것 때문에 몇몇 갤러리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전시해요. 그리고 저는 한계까지 몰아붙여진 예술가들도 많이 알고 있어요. 그 사람들이 참가비를 감당하기가 좀 더 수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전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박람회가 아니면 안 가요. 그리고, 예, 18달러짜리 샴페인이나 4달러짜리 감자칩을 사 먹지도 않을 거고요.

레베카 모건 : 저는 보통 예술 박람회나 예술계의 여러 면모에 대해서 “이길 수 없으면 합류해라”라는 태도를 고수하거든요. 예술 박람회는 우리가 예술가로서 존재하고 있는 풍경의 일부예요. 그래서 저는 박람회가 우리의 삶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적적인 영향 모두에 대해서 인지하는 것은 예술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람회는 이미 힘든 예술계 구조에 힘든 경험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예술가들에게 낯선 개념은 아닙니다. 이건 일종의 만물이 돌아가는 이치이고 모두가 어디서나 겪는 일이에요. 현직 작가들이나 학생들한테는 예술 박람회가 비싸고 입장이 어려운 점이 문제지요. 그런 반면에, 거래가 오갈 때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지는 점은 좋아해요. (최소한 전 그렇거든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대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잖아요.

새뮤얼 자블론 : 사람을 질리게 만들죠. 작품을 제대로 보는 것도 어렵다니까요.

더스틴 옐린 (Dustin Yellin), “Eratoid” (2007) (사진 출처 : Wikimedia Commons)

하이퍼알러직 : 혹시 예술박람회가 작품의 흐름에 영향을 줬다면, 어떤 영향을 받으셨나요? 밤을 지새우셨나요?

젠 히칭스 : 제 생각엔 박람회에 참가하는 갤러리스트 중 누구라도 전시를 신청하고, 준비하고, 설치하고, 거의 먹지 않고 8–9시간을 연속으로 서서 얘기하고, 철수하고, 짐을 꾸리고, 운반하고, 모든 작품들을 다시 점검하는 데에 셀 수 없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요구된다는 사실에 대해 증언해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전 한 해에 세 번, 네 번, 다섯 번 씩 박람회에 참여하는 게 어떤 걸지 상상도 안 가요. (그리고 많은 갤러리들이 그렇게 하죠)

나탈리 프랭크 : 전 박람회가 제 작품들을 다양한 대중들에게 노출시킬 수 있는 자리라고 여깁니다. 전 제 작품이 어떻게 다양한 여러 집단의 사람들과 상호 작용할지 생각하며 즐기는 편입니다. 작품을 박람회에 출품하는 건 전시를 위해 작품들을 배치하려는 것하고는 굉장히 달라요. 견본들을 만들고, 실험해보고, 맥락을 바꿔볼 수 있는 남다른 방식이죠.

레베카 모건 : 전 박람회 때문이든 아니든 작품을 만들 때면 항상 잠을 못 자는 것 같아요!

패트리샤 크로닌 : 현재 저는 갤러리 전시를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트레이드 쇼에 내놓을 물건을 만들려고 제 공부나 작품 활동을 멈춘다는 건 상상이 안 가네요.

패트리샤 크로닌 (Patricia Cronin), “My Shrine For Girls” (2016) (작가분이 사진을 제공해주셨습니다)

하이퍼알러직 : 이번 주에 프리즈 박람회 주 중에 가보고자 하는 곳은요?

더스틴 옐린 : 파이어니어 웍스에서 열리는 아프리칸 예술 박람회가 정말 대단합니다. 좀 더 잘 짜인 전시죠. 심지어 예술 박람회 같은 느낌도 안 납니다.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미칼린 토마스(Mickalene Thomas)를 비롯해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참여했죠. 그런데 전 이런 얘기하기에 적절한 사람은 아니에요. 전 그냥 해변가에서 살고 있는 털보일 뿐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제 귀를 잡아당길 뿐이죠. 전 박람회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세계가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예술계가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전 세상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모든 게 정말 이상해서 그냥 앉아서 제 금붕어한테 기타나 쳐주고 싶어요. 빨간 스웨터를 입고 녹색 신발이나 신고요. 성탄절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예수님은 제 친구예요. 우리는 죽마고우거든요. 한 6,000년쯤 됐나. 우린 친구예요.

젠 히칭스 : 솔직히, 전 박람회 자체보다는 프리즈 주간에 뉴욕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행사들과 야간에 더 관심 있어요. 프리즈 박람회가 열리는 동안 윌리엄스버그 피에로기 갤러리의 The Boiler에서 전시됐던 SEVEN-ish, Seriously Funny 가 정말 재밌고 환상적이에요. 부쉬위크에 있는 많은 갤러리들도 금요일 밤(5월 6일)에 개장할 거예요. 제가 정말 기대하고 있는 니콜 아이젠만(Nicole Eisenman) 전시도 곧 뉴 뮤지엄(The New Museum)에서 열릴 예정이에요. 파이어니어의 [1:54] 전시도 멋있을 것 같아요.

윌리엄버그에 있는 피에로기 갤러리의 ‘The Boiler’ 전시관

패트리샤 크로닌 :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박람회가 프리즈의 거장들(Frieze Masters)이에요. 구시대적인 예술의 단편들이 절 정말로 감명받게 하거든요.

나탈리 프랭크 (Natalie Frank), “Little Red Cap I” (2011–14) (사진 출처 : The Drawing Center)

레베카 모건 : 전 NADA(The New Art Dealers Alliance) 가 정말 좋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예술가들과 갤러리들이 거기서 전시를 하거든요. 강가로 나가서 한 잔 하기에도 딱 좋은 곳에 있고요. 제가 작년에야 프리즈에 처음 와보긴 했지만, 여기에서 제일 좋아했던 점은 페리보트 타는 거였어요!

하이퍼알러직 : 이번 주에 예술 박람회에 가지 않는다면 대신 뭘 하실 예정이신가요?

더스틴 옐린 : 아 세상에. 차라리 허드슨 강 바위 위에 앉아서 돌이나 쳐다보고 있는 게 낫겠어요. 햇빛 아래 앉아 있고 싶네요, 전 햇빛을 보고 있는 게 좋거든요. 뭔가 만드는 게 좋아요. 콜라주 같은 거요. 아마 그런 걸 할 것 같아요. 먹는 것도 좋아요. 섹스도 좋고 먹는 것도 좋고. 이상한 가상 현실 도구를 가지고 노는 것도 좋죠. 읽는 것도 좋고요. 그리고 영화 보는 것도 좋겠네요. 아니면 서핑을 하거나 콜라주를 또 만드는 것도 괜찮겠죠.

젠 히칭스 : 전 다음 주에 랜들스 아일랜드 공원(Rnadall’s Island)에 가는 게 꽤 괜찮아 보이는데요. 박람회에 가는 대신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공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거요. 그러니 혹시 누구든 저랑 같이 가고 싶으시다면…

이 글은 Hyperallergic.com 의 기사를 번역한 것이며 의역/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원문 출처는 아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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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Phil institute is a private art institute founded in 1990, Seoul, Korea. 아트필은 1990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유학전문 미술학원으로 전 세계 문화예술계를 주도해 나갈 인재들이 연구하는 창조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