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나?

진행했던 테스트의 주요한 체크포인트는, 앱에서 콘텐츠를 확인하다가 새 글 알림이 도착한 경우 사용자가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타임라인이나 카드 UI가 익숙한 상황도 아니었고, 알림을 그대로 탭하여 자동으로 이동한다거나 하는 것 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절이다. 특히나 해당 앱의 구조는 PC의 화면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여 동일한 페이지 구조로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새로운 콘텐츠는 오른쪽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인터뷰 참여자는 왼쪽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인터페이스에 무지했구나 하고 반성하게 된다.

과거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혹은 변명) 했었다.

1. 왼쪽에서 시작해 오른쪽 방향으로 필기하는 문화권 아래에서의 습관으로 인해 새롭게 씌여지는 내용은 오른쪽에 위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2. (기록의 문화적인 특성에서 비롯된) 왼쪽 페이지를 읽고 나서 오른쪽 페이지를 읽는, 그러고 나서 책장을 왼쪽으로 넘기는 독서의 습관으로 인해 왼쪽 방향 스와이프가 더욱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위의 내용들은 이미 로드된 콘텐츠를 소비할 때에는 유효하지만, 업데이트 이후 새로운 콘텐츠를 확인하는 경우에는 맞지 않는 생각이다. 페이지 구조에서는 당연히 1페이지, 즉 왼쪽 끝에 가까울 수록 최신 콘텐츠를 보게 된다.

그 때 그 페이지, 지금은 어떨까?

당시에 예를 들어가며 비교했던 EngadgetGizmodo는 현재 약간 달라진 모습이다. 두 사이트 모두 타임라인 방식으로 최신 콘텐츠는 위에, 오래된 콘텐츠는 아래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번에도 내 생각이 틀렸다)

Gizmodo의 경우, previous/next 버튼을 없애고, 리스트 하단에 ‘more stories’ 버튼을 배치했다.

more stories 버튼. Gizmoco.com

‘응? 그런데 more stories 옆에 있는 > 심볼은 뭐지?’ 라는 생각이 들어 버튼을 눌러보니, 콘텐츠가 하단으로 계속 펼쳐지며 로딩되는 타임라인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새로운 페이지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페이지에 펼쳐진 리스트 하단에도 같은 버튼이 있었다. (이전 페이지로 돌아가는 버튼은 없었다. 왜..)

내 기준에서 previous/next 보다는 훨씩 직관적인 레이블의 버튼이었지만, 내비게이션 측면에서는 상당히 아쉬웠다. 차라리 그냥 1, 2, 3 … 처럼 페이지를 숫자로 표시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낫지 않을까?

전통적인 인덱싱. Techcrunch.com

Engadget도 Gizmodo와 마찬가지로 리스트 하단에 more stories 버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more stories 버튼이 트랜드인가 싶다. Engadget.com

이번에는 버튼에 아무런 심볼이 없어서, Engadget은 정말 타임라인 방식을 채택했구나 싶어 more stories 버튼을 눌러 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새로운 페이지로 이동하며 똑같은 리스트가 나왔고, 리스트 아래에는 익숙한 버튼이 반겨주었다. older/newer..

리스트 하단에 나란히 위치한 older & newer 버튼. Engadget.com

과거에는 이 형태가 적절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보니 꽤나 어색하다. 아.. 이걸 어찌해야 하나.

정답이 있을까?

그 때에도 지금도, 무엇이 정답인지는 정말 잘 모르겠지만, 모바일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진 지금은 The Next Web(이하 TNW)의 구조가 제일 익숙하고 편안하다.

TNW에서는 콘텐츠 리스트를 스크롤하면, 마치 페이스북 타임라인처럼 로딩되며 콘텐츠가 새롭게 나타나기를 3차례 반복하고, 그 이후에는 load more articles 버튼을 두어 새로운 리스트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

TNW의 load more articles 버튼

그리고 load more articles 버튼을 눌러 새로운 리스트로 이동하게 되면, 리스트 위에 go to previous articles 버튼이 나타나, 이전 페이지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TNW의 go to previous articles 버튼

스크롤이 유리한 모바일에서 익숙한 방식이지만, 이제는 PC에서도 이 방식이 편하게 느껴진다.

여전한 인지부조화

하지만 단어에서 오는 인지부조화는 여전한 것 같다. previous를 선택해야 새로운 것이 나오고, next/more를 선택하면 오래된 것이 나온다는 점이 나에게는 계속 찜찜함으로 남는다.

단어 하나 메타포 하나에 집착하는 불편한 습관 때문에 나 혼자서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고, 실상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별 불편함 없이 잘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심지어 나는 가끔 하향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내가 있는 층으로 올라오라고 up 버튼을 누르기도 한다. 나 정말 UX 디자인 계속해도 되는 것일까?

오래된 블로그를 뒤져보다가 덜컥 겁이 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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