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상담은 무너진 신뢰와 안정감을 회복하는 과정” 박다원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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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in readMay 6, 2022

인사이드 상담사 이야기: 멘탈헬스케어 서비스 ‘인사이드’에서 활동 중이신 심리상담사 선생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연재합니다.

상담사가 된 이유가 있을까요?

임상심리사가 된 이후 처음에는 상담 비중이 적었어요. 처음에는 심리 평가를 위주로 했었죠. 그런데 당시에 제가 심리 평가를 진행하던 내담자가 자살 시도를 했고, 결국 삶을 마감했어요. 그 사건 이후로 스스로도 정말 고민이 많았고, “내가 그러한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상담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죠.

주로 어떤 내담자분들을 많이 만나세요?

연령대로는 30–50대가 가장 많고, 주로 여성분들이 많아요. 저는 주로 트라우마 환자분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서, 범죄 피해와 같은 트라우마 경험으로 인한 불안, 스트레스와 같은 주제들로 상담을 많이 하고 있어요. (트라우마 상담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트라우마 상담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건 없어요. 내담자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방식은 일반적인 상담방식과 동일해요. 하지만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신경을 써야 하는데, 우선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 당신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내담자 스스로 알게 해야 해요. “그 장소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 사람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보통 사건 후에 이런 생각이 마음을 지배하거든요. 이런 것들이 결코 내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려야 해요. 또 한편으로는 트라우마 반응은 “내가 이상해졌다”를 느끼는 데서 시작하거든요. 이거 자체가 내담자를 굉장히 힘들게 해요. 상담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감정들이 당연한 것이고, 어떻게 하면 이런 감정들을 조절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 같아요.

트라우마 상담을 통해서는 어떠한 부분들이 변화될 수 있을까요?

트라우마 상담을 진행하게 되면, 내가 힘든 일을 겪었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외상을 겪게 되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건데, 트라우마 상담은 이를 회복하는 과정이거든요. 처음엔 내담자분들이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만 계속하면서 분노, 억울함 등과 같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요. 법적 절차가 힘겨워 지치기도 하고요. “내 편이 아무도 없다. 경찰도 나를 힘들게만 하고, 법도 내편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그러한 반응들을 잘 조절하고, 주변에 본인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로 인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 한 내담자분께서 상담을 진행하며 그러셨던 적이 있거든요. “문득 사건 당시 처음 오셨던 경찰분들과 눈이 마주친 순간이 기억이 나는데 감사인사를 여태 못 드렸다”고요. 트라우마 상담은 이렇게 무너진 신뢰와 안정감을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이 얼마나 길까요?) 보통 안정기에 들기까지는 2–3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고, 상담으로 치면 10–15회기 정도 상담은 진행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트라우마 기억 자체를 조금 더 세심하게 처리하길 원하면 1년 정도 걸리기도 하고요.

상담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범죄 피해, 트라우마가 있는 내담자들은 본인의 어려움에 몰입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범죄자 처벌, 복수만을 원하기도 하죠.이 때문에 삶에서 중요한 다른 부분을 놓치곤 해요. 하지만 상담을 진행하다 어느 정도 나아지게 되면, “다시 내 삶을 찾아야겠다” 싶은 순간이 와요. 저는 이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이 순간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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