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 상담, 사회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진정하게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박지현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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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min readMay 2, 2022

인사이드 상담사 이야기: 멘탈헬스케어 서비스 ‘인사이드’에서 활동 중이신 심리상담사 선생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연재합니다.

상담자가 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꿈이 상담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가족에 관한 일을하고 싶은 것을 확실했어요. 어렸을 적부터 가족들을 돕고, 가족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가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어요. 저도 어렸을 적 엄마와의 관계가 조금 어려웠던 적도 있었는데, 그게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가족 관련 일을 하려면 상담 쪽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족 상담 쪽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상담을 하다보니 섭식장애도 관계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지금은 섭식장애 쪽으로 상담을 많이하고 있어요.

어떤 분들이 선생님을 가장 많이 찾나요?

주로 10–30대 여성의 식이장애 상담을 많이 해요. 하지만 이면에는 모녀관계에서 오는 애착문제라던지, 가족내의 정서문제, 지지결핍, 낮은 자존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식이장애는 증상이 두드러져서 일상에 방해가 많이 돼요. 하지만 보통은 가족문제랑 연관되어 있는 것을 모르는데, 와서 일종의 트라우마 상담을 하면서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외에는 부모님들도 상담요청을 많이 하시는데, 주로 자녀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상담 받으러 많이 오세요. 제가 모녀관계나 애착문제에 대한 경험이 있어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나도 내가 왜 이렇게 힘들고 우울한지 이해를 못 하고 답답한 분들, 내 자신을 싫어하고 자존감이 낮은 분들, 좋은 환경과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왠지 모르게 힘든 분들, 반복되는 트라우마 경험 속에서 과거에 갇혀있는 분들,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힘든 분들에게는 제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식이장애 상담은 보통 몇 회기를 진행하나요?

식이장애 상담은 회기가 정말 다양하다. 애착의 문제가 없고, 부모님과 관계가 나쁘지 않고, 자기자원을 많이 갖고 있는 분들은 약간만 도움을 드려도 빨리 좋아져서 짧게 끝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케이스에 따라 2–3년, 길게는 6–7년 동안의 장기상담으로 지속되는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식이장애 상담을 할 때는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처음에는 식이장애 증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요. 하지만 대부분 이면에 다른 문제들이 경우가 많아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공감을 많이 못 받았다거나,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았다거나, 친구나 형제 관계에서 경험한 상처들과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현재의 문제를 알려면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상담에서는 과거의 상처들, 과거에 있는 특정 순간들에서 하고 싶었던 말들과 행동을 재처리해요. 그 과정에서 친구한테도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상담을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 가야 하나요?

처음 상담 시작하기 전에 내담자들이 자기가 무엇을 준비해 가야하는지 묻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건 전혀 없답니다. 상담은 정형화된 지식을 배우고, 수업을 받고, 진도를 빼는 게 아니에요. 상담자가 치료계획은 갖고 있지만, 상담 그때 그때 하고 싶은 얘기와 무의식에 있는 생각과 감정들에 따라 진행되면서 치료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니 내담자들이 상담 전부터 지레 겁먹고 부담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식이장애 상담 후에는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요?

내 삶을 힘들게하는 증상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예요. 또한 증상 이면에 있는 애착과 결핍 문제가 좋아질 수 있겠죠. 이 과정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게 돼요. 그러니까 사회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진정하게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에요. 그러다 보면 가족관계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가족 중에서 한 사람만 변해도 온 가족이 변할 수 있거든요. 내담자가 처음에는 자기의 문제만 바라 보다가 자기와 화해하고 자신을 이해하면, 부모님들도 그런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돼요. 그러다 보면 부모와의 관계에서 작은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과 행동을 실천하면서 관계가 좋아지는 거죠.

상담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식이장애, 애착문제 때문에 힘들어서 찾아오시는데, 상담을 통해 내담자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가족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보고 보람을 많이 느껴요. 내담자들 중에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고, 자기를 비난했던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스스로를 응원하게 되고, 자심감을 가질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내담자가 있나요?

자기 몸에 대해 유달리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내담자가 있었어요. 공부도 잘하시고 자기 자원도 많은 분이었죠. 하지만 자기 몸을 학대하고, 졸업을 하고서 방에서 나가지 않고 은둔 생활을 했고, 취업도 안 했어요. 처음에는 대중교통도 이용하기 어려워했어요. 하지만 상담을 통해 전에 겪었던 트라우마를 재처리하면서 점차 좋아졌어요. 지금은 자기가 원하는 분야로 취업도 했고, 석사 학위도 땄답니다. 무엇보다 비어있는 애착과 결핍이 많이 회복되었어요. 이 과정에서 전에는 적대적이었던 부모관계도 관계도 많이 좋아졌고요.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많은 것들이 바뀌는 광경은 항상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심리상담을 망설이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타인한테 자기의 고통을 얘기한다하는 것은 너무 힘든일이고, 그렇게 해서 뭐가 달라질까 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은 자기의 정서적인 처리를 온전히 스스로 하기가 불가능하거든요.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 자기의 감정을 조율해야 해요. 감정 조절은 두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어요. 한 가지는 혼자서 처리하는 방법이고, 다른 한 가지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조절하는 방법이에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쓸 줄 알아야 미래에 어려움이 있어도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어요. 온전히 스스로 모든 감정을 조절하려는 사람은 타인에게 감정을 나누는 법을 몰라요. 반대로 너무 타인에 의존적인 사람들은 스스로 감정처리하는 방법을 몰라요. 보통은 이 두 가지 방법 중에서 한 가지가 잘 안되어서 상담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힘든 점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우선 와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심리상담을 꼭 전문가에게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상담은 내담자 얘기를 들어주고 무작정 공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상담자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내담자가 갖고 있는 자원이 얼마인지, 어디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전체적으로 평가하면서 상담을 진행해야 돼요. 상담은 단순 조언을 해주는 게 아니고, 내담자에게 자신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과정, 이런 과정은 전문적인 수련을 받아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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