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짐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어요” 최정란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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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n readMay 4, 2022

인사이드 상담사 이야기: 멘탈헬스케어 서비스 ‘인사이드’에서 활동 중이신 심리상담사 선생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연재합니다.

상담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큰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살다보니까 저도 문제가 많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저도 30대 후반부터는 자녀문제, 부부문제 교육을 많이 받아왔던 것 같아요. 모두들 크고 작은 문제들은 다 있잖아요. 다들 그래요.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그래서 다들 이 괴로운 문제를 어디서 해결하나 생각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한 상담사 선생님의 강의를 보게 되었고, 그걸 계기로 그분으로부터 수련을 받으면서 상담사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답니다.

주로 어떤 내담자분들을 많이 만나세요?

상담 자체는 정말 다양한 분들로부터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는 것 같아요. 개인의 자존감 문제,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요즘은 부부상담을 더욱 많이 하고 있어요. “더이상 못 살겠다”하고 이혼 직전의 문턱에서 상담실을 찾아왔는데, 막상 상담을 하다보면 그 ‘못 살겠다’하는 부분들이 해결 가능한 문제일 때도 많거든요. 그냥 대화가 안 되고 단절되어서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 했을 뿐이에요. 말 좀 하자고 하면 “시끄럽다”라며 문닫고 가고, 그런 경우 많잖아요(웃음). 오래된 부부 뿐만 아니라 신혼부부도 그런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 또 그런 상황에서도 상담을 하다보면 조금씩 이야기가 이어지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외도 상담도 종종하고 있어요. 외도를 하는 사람도 막상 상담을 해보면 의외로 가정을 버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거든요. 이야기해보면 외도를 했지만 자신도 자녀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아내의 좋은 면도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본인도 이걸 다 깨부수고 싶어하진 않아요. 다만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내 감정을 어떻게 다잡아야 할지 모르는 거죠. 사실 그분들도 정말 괴로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이혼 전에 죽을 상을 짓고 상담실에 왔다가 마음이 풀리고 가족의 안정감도 되찾고 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상담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거예요?

대부분은 자기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잘 몰라요. 그래서 처음에는 현재 제일 힘든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로 인해 경험하고 있는 감정들을 파악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써요. 이런 과정들을 거치다보면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든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요소에서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는지 잘 알 수 있어요. 결국은 내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들을 그제서야 제대로 할 수 있어서 마음이 정리가 되기도 하고요. 여기까지가 나를 알아가는 큰 한 걸음이었다고 하면, 다음은 나의 역사를 잘 살펴보는 일이 중요해요. 우리 모두 다 역사가 있는 존재들이거든요. 지금 나의 모습은 부모님과의 상호작용, 성장과정 속의 사건들 등으로부터 비롯된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이러한 부분들을 알게 되면, 정말 근본적으로 내가 어디서부터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있고,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 보다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답니다. 결국 상담은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인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내담자가 있을까요?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부부였어요. 그런데 남편이 바람을 핀 거예요. 아내는 끝까지 추적해서 남편이 바람핀 걸 잡았죠. 그 과정에서 카메라 설치, 녹음기 설치 등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결국 남편은 “도저히 너랑 못 살겠다”하고 집을 나가서 새로 살림을 차렸어요. 부부는 남편이 집을 나가기 직전에 상담실에 찾아왔어요. 정말 갈등이 깊었죠. 결국 서로의 상황을 이야기하다보니 또 감정이 상했고, 남편은 도중에 상담실을 나가버렸어요. 결국 아내도 점차 상담실을 찾아오지 않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지금와서 회복시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참 시간이 지난 뒤 두 사람이 다시 찾아온 거지 뭐예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남편은 나가서 새로운 여자랑 살림을 차렸더니 결국 그 사람도 별 볼일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또 부인은 남편이 나간 사이에 자녀를 데리고 있다보니 남편의 빈자리를 많이 느꼈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다시 합치기로 했어요. 그런데 합치기로 하고 서로 동의를 한 게 “그럼 우리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상담을 받자”였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이겨내고 또 필요한 시기에 저를 찾아와준 게 정말 감사했어요. 이후에는 상담을 통해 많은 부분들을 바로 잡아나갔어요. 서로의 힘든 점들을 정리하고, 외도한 남편을 아내가 신뢰하지 못하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요. 결국엔 잘 회복되어 상담을 종결지었답니다. 이제 다시 굳게 마음 먹고 잘 지내시는 것 같아요. 가끔 궁금하긴 하지만, 또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니겠어요(웃음). 언젠가 또 제가 필요할 때가 있다면 저를 찾아주시겠죠.

심리상담을 망설이는 분들께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오랜 기간 상담을 하다보니 정말 늦게 상담실에 방문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도움을 받아야 할 그 시기에 왔으면 길게 상담하지 않아도 다시 추스르고 이겨낼 수 있었을 텐데, 대부분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 도움을 청하곤 해요. 그 상황까지 가면 처리해야 할 감정과 상처들이 정말 많아요. 물론 그런 감정과 상처들도 우리 함께 이야기하다보면 잘 해결할 수 있어요. 분명 다시 나아질 수 있어요. 하지만 힘들 때면 그냥 감기약 먹듯이 가볍게 찾아와서 지금 내가 뭐가 문제인지 알아보고 다시 또 일상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있었으면 해요. 인생의 문제는 나만 지고 있는 짐이 아니에요. 나눌 때면 훨씬 더 가벼워지고, 그 어떠한 짐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어요. 괜찮으니 조금만 용기 내보아요. 함께 이야기하다보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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