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와 대면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송미강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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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in readMay 9, 2022

인사이드 상담사 이야기: 멘탈헬스케어 서비스 ‘인사이드’에서 활동 중이신 심리상담사 선생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연재합니다.

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우선 제 삶에서 겪고 있는 반복되는 어려움이나 가족 관계에서의 갈등을 좀 이해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상담을 꽤 오래 받았어요. 그래서 상담을 받아보고 상담을 통해서 제가 이렇게 변화해 가는 것을 느끼게 돼서 이 공부를 하게 됐어요. (내담자였다가 상담사가 되신 거네요.) 네. 내담자 경험을 한 2년 하다가 “이거 내가 공부를 해보고 싶다.”, “공부를 해서 제대로 알고 싶다.” 그게 강한 동기가 돼서 대학원에서 상담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선생님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음, 우선 상담 측면에서는 말씀드린 것처럼 아주 갈등이 심하고 오래된 문제들, 예를 들면 성격 장애처럼 만성적인 병리들을 많이 다뤄봤어요.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장기적으로 정신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경험도 해왔고요. 그 부분은 일반 상담사 선생님들이 조금 어려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만성화되고 심한 케이스에 대해서도 경험이 많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주로 선생님을 많이 찾는지 궁금해요.

저는 사실 상담 공부를 하다가 아동 놀이치료도 자격증을 땄어요. 그래서 한때는 아동 상담을 많이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을 보면 뒤에 어머니가 오시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어머니 상담도 하게 됐죠. 아동을 하면서 부모 상담도 병행해야 되기 때문에 부모님 상담을 시작했고, 그러다가 법원에서 이혼 소송 중에 양육권 분쟁이 심한 가족 상담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남녀노소 다 오잖아요. 가족도 오고 부부도 오고. 그렇게 결국 그냥 전 연령층을 만나는 거죠. 그래서 지금도 전 연령층을 상담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이론적으로는 정신분석을 좋아해서 정신분석 수련도 받았어요. 그래서 조금 더 성격 장애 경계 성격 장애라든지, 사회공포증와 같이 임상적으로 문제가 더 뚜렷하신 분들도 많이 만나요. 그런 분들은 주로 장기적으로 많이 만나고 있어요.

심리 상담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일단은 처음에 오면 어쨌든 내가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거는 오랫동안 힘들었다는 거예요. 이건 제 경험인데, 사람이 웬만하면 그냥 살던 대로 살아가려고 하지, 굳이 시간과 돈을 쓰면서 내 얘기를 한다는 거는 정말 오랫동안 힘들었다는 뜻이거든요. 그러니까 내 삶이 어디서 힘들고 어떤 것들 때문에 이대로의 삶을 유지할 수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찾아온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듣고 그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를 이해하는 쪽으로 노력을 많이 해요. (상담을 주로 몇 회기 정도로 진행되나요?) 짧게는 3개월 정도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정말 길게는 10년도 있었고, 5–6년 하는 분들도 있어요. 주로 앞서 말한 것처럼 병리가 깊은 분들이 주로 장기적으로 상담을 받죠.

심리 상담을 받게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내가 반복해 왔지만 계속해서 실패하고 어려워하던 장애물들이 약해진다는 것? 그래서 그 문제를 벗어나 더 큰 문제와 대면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저는 그래서 상담을 받으면 ‘유능해진다’고 생각해요. 다만 상담을 한다고 막 행복해지는 건 아니에요. 삶 자체에도 행복은 잠깐이거든요. 대신, 삶은 힘들지만 그걸 내가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삶이란 힘든 것이라는, 조금은 허탈한 사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게 된다고나 할까요(웃음).

기억에 남으시는 내담자분이 있을까요?

정말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분들이 있어요. 정말 자기 동굴 안에 갇혀버린 분이 계셨거든요. 심리적으로도 부모님과 분리가 덜 되어있고, 그 누구와도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그러다 결국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자신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버렸던 분이었어요. 성인임에도 엄마만 자꾸 쫓아다니고, 성인 사회로 진입하지 못하고 엄마 뒤에 숨어서 아주 취약한 상태로 남아있는 거죠. 그런 상태로 왔는데 상담을 이어나가면서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직장도 가지고, 연애도 하고요. 정말 뭐랄까요,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 것 같다고 할까요. 그런 모습들은 항상 기억에 많이 남아요.

왜 심리 상담을 꼭 전문가들한테 받아야 되나요?

상담자는 훈련되어지는 전문가예요. 물론 타고난 어떤 소양도 있어야 되지만 훈련된 전문가들이에요. 학회에서 주는 자격증을 1급까지 따기 위해서는 수년에 걸쳐서 공부도 하고 상담도 하고 상담 수퍼비전도 받고 자기 분석도 받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상담에서 무엇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객관적, 주관적 경험들이 있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쉽게 “너 이렇게 해봐”라고 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안다고 할까요. 그런데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몇몇 인생의 격언들을 마구 던져요. 그게 우울하고 자기 혐오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오히려 더 우울을 가중시키거든요. “너 이런 거 잘하니까 이렇게 해봐”라는 말이 “나 그것도 못하는데. 이렇게 나를 위해주는 선생님이 해준 것까지도 제대로 못하네. 그래서 나는 더 쓸모없어”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단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공인된 자격증을 가진 선생님들을 골라야 되는 이유는 그들이 수많은 시간을 거쳐서 훈련받은 사람들이라는 거, 인간의 마음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취약하고 복잡한 것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누군가의 삶에 무슨 말을 던지거나 개입하는 것들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거죠. 물론 훈련을 받아도 상담사들도 비슷한 실수들을 해요. 하지만 그게 실수라는 걸 아는 것과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는 건 많은 차이가 있잖아요. 제가 상담하다 보면 이상한 누구를 추천받아서 갔다가 오히려 거기서 상처를 받은 분들도 종종 있거든요. 상담에 대한 부담, 잘못된 경험을 가지고 와서 그때 받은 상처를 꺼내며 막 우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 해요. 누구한테 그냥 충고하고 조언 주는 거하고 상담은 다르거든요. 상담자는 그 고통받은 사람의 고통의 옆자리에 같이 머무를 수 있어야 돼요. 내담자의 위에서 ‘이렇게 해봐, 이렇게 했을 때 다른 사람도 괜찮아졌으니까 이렇게 해’ 라고 하는 건 상담이 아니죠.​

망설이는 분들한테 상담사로서 어떤 말을 해 주시고 싶나요?

온다고 해 놓고 못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랬는데 한참 있다가 또 오는 분들이 있고요. 당장 막 이렇게 목이 넘어갈 것처럼 막 급하게 해가지고 와서는 두 번 세 번 해보고 됐다고 그만두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건 두렵거든요. 그리고 상담이란 건 알 수 없는 세계로 나를 던지는 행위이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초반에 상담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함은 누구나 갖고 있어요.
그런데, 그 두려움과 한번 맞서보겠다는 용기가 필요한 거죠. 누군가에게 내 삶을 나누고 기꺼이 도움을 받겠다는 그런 용기가 자신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거든요. 저 또한 그런 경험을 했고요. 저도 상담사가 되기 전에 상담을 꽤 오래 받은 경험이 있는데, 그 이후에 제 삶이 많이 바뀌었어요. 실제로도 그런 경험이 저를 상담사의 길로 이끌기도 했고요. 저도 처음 상담을 받을 땐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용기가 조금은 필요해요. 그 시간들이 분명히 나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희망, 거기에 나를 던져보는 용기. 그러면 내 삶에 나를 깊이 이해해주고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소중한 사람이 생기는 경험을 하실 수 있어요.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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