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이상 트라이베카 원정대
2021 Tribeca Virtual Arcade Expedition
‘가상이상’은 기어이의 프로듀서들이 도슨트가 되어 관객분들을 ‘스토리 중심 6축 콘텐츠’의 세계로 안내하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드리며, 콘텐츠를 경험하고 함께 그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3월 신촌문화발전소에서 3주간 열렸던 오프라인 전시는 관객분들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연일 매진되기도 했습니다. 성원에 힘입어 준비한 ‘가상이상 트라이베카 원정대!’ 기어이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을 통해 사전 신청해주셨던 관객분들과 기어이 프로듀서들, 그리고 ixi 필진이 가상현실에서 만나 트라이베카 원정 투어한 이야기 지금부터 들려드릴게요.
트라이베카 원정대는 6월 13일, 16일 MOR 투어 (PC + HMD)와 6월 19일에 Spatial 후기 모임 (HMD/웹)으로 총 3회 진행되었습니다.
트라이베카 영화제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매년 4월 뉴욕에서 열리는 영화제입니다. 베니스, 선댄스 영화제와 함께 중요한 xR 페스티벌 중 하나로 자리잡았어요. 작년에는 코로나 여파로 예년보다 두달 정도 늦은 6월에 Cannes XR과 공동으로 Tribeca Virtual Arcade를 가상현실에서 개최했습니다. 올해 트라이베카는 6월 9일부터 21일까지 오프라인과 가상현실 전시를 병행했는데요. 엄선된 xR 콘텐츠 12 작품을 Tribeca Immersive at Home 티켓을 구매한 다음 Oculus Quest App Lab에서 다운받아서 감상하거나, 가상 전시장인 MOR(Museum of Other Realities)에서 Tribeca DLC를 사전에 구입한 후 MOR에 접속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원정대 준비물(이 조금 많았습니다.)
- 엄선된 글로벌 우수 VR 신작을 즐기겠다는 마음과 의지
- HMD(HTC VIVE, Valve Index, Oculus Rift/Quest)
- 페스티벌 티켓($15 약 2만원) 각자 구매하기
- MOR이 구동되는 PC / MOR 각자 다운로드
- 4번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Oculus Quest App Lab으로 감상
준비가 완료된 원정대는 가상현실로 떠나기 전에 먼저 구글밋에서 만나 셋업과 접속 방법을 다시 한 번 안내 받았어요. MOR이 상당히 고사양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원정대의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MOR 서버가 불안정할 수도 있어서 MOR에 접속한 후에도 길을 잃거나 접속이 끊겼을 때 헤매지 않고 안내 받을 수 있도록 계속 구글밋을 열어두었습니다. MOR이 PC와 연결된 VR 기기에서만 동작하기 때문에 Quest 2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최소 사양을 충족하는 PC가 없다면 접속할 수 없어서 기기 없이 참여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원정대 실황을 화면 공유하기로 띄워두었습니다.
MOR 백배 즐기기
MOR(Museum of Other Realities)이라는 플랫폼은 그 이름처럼 다른 현실의 미술관입니다. 전시장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곡선 구조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일부 구역은 다양한 형태의 아트웍이 전시된 상설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고, 영화제 혹은 패션쇼와 연계해 가상 공간을 꾸며두고 행사 기간 동안에만 오픈되는 기획 전시장이 있습니다. Tribeca Virtual Arcade는 온라인에서 사전에 구매한 티켓으로 입장할 수 있고, 트라이베카 영화제 중에만 운영되는 기획 전시장인 셈이죠.
MOR 로비에 무사히 도착한 원정대!
로비에 도착하면 Virtual Arcade로 향하는 레드카펫이 깔려 있습니다. 로비 중앙에는 커다란 맵, 친구 추가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그리고 한켠에 아바타의 모양을 바꿀 수 있는 부스가 보입니다.
MOR에는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데요, 아바타의 생김새도 그 중 하나입니다. 머리와 몸통은 원하는 도형으로 조합할 수 있고 색을 고를 수 있어요. 단순하지만 귀여운 모습과 블럭처럼 네모난 손과 손가락이 아바타의 생김새입니다. 각자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하고 레드카펫을 따라 전시장으로 향합니다. MOR은 입체음향을 적용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무리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없는지 뒤를 살피며 줄지어 이동합니다.
레드카펫을 따라가면 유니티 정원이 나타납니다. 정원 앞에서 칵테일 잔을 들고 서로 반가운 마음을 나눴어요. 손을 머리 뒤로 가져가 뭔가를 잡아 빼듯 쥐어서 다시 앞으로 가져오면 짠 하고 칵테일 잔이 나타납니다. 초록색 음료가 든 길쭉한 잔, 분홍색 음료가 든 온더락 잔, 파란 음료가 든 칵테일 잔. 꺼낼 때마다 랜덤으로 나타나는 세 종류의 잔을 입에 대고 마시면 각각 몸이 커지고, 아주 작아지고,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나무가 손바닥 크기만한 작은 유니티 정원 안으로 텔레포트해서 들어가면 분홍 잔을 들이킨 것처럼 나의 몸도 작아집니다. 주변을 둘러싼 커다란 정원을 돌아다니며 A 키를 눌러 하늘을 날아보고, 아름다운 정원을 배경으로 다같이 사진도 찍었어요. 양 손의 엄지와 검지로 ‘ㄴ’자와 ‘ㄱ’자를 만들어 붙여 네모를 만들면 셀카를 찍을 수 있는 사진기가 생깁니다. 손가락을 반대로 해서 다시 네모를 만들면 반대편을 촬영할 수 있는 사진기가 생겨요. 사진기가 생긴 상태로 트리거 버튼을 누르면 사진이 PC에 자동으로 저장됩니다.
Virtual Arcade
천장을 향해 텔레포트를 하면 다시 유니티 정원 앞으로 떨어집니다. 유니티 정원의 오른쪽에 Tribeca Virtual Arcade 로고가 큼직하게 보입니다.
스토리스케이프
코로나 이전에는 최신의 글로벌 xR 콘텐츠를 보려면 반드시 영화제에 직접 가야했습니다. 영화제 기간 동안에 최신작을 경험하지 못하면 다시 볼 기회가 없거나 국내 영화제에 초청되어야만 볼 수 있었죠. 영화제 이후에 온라인 배급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는데, 작품마다 콘텐츠 형태나 제작 환경이 제각각이라 최적화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영화제에 꼭 직접 가서 봐야했던 이유를 또 하나 꼽자면 바로 ‘스토리스케이프(Storyscape)’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스케이프는 이야기(Story)와 경관(Landscape)의 합성어로 콘텐츠의 공간적인 배경이나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구성된 풍경, 무대, 설치 작업 등을 아우르는 용어입니다. 코로나 이전의 오프라인 영화제에서는 재밌고 독특한 스토리스케이프를 많이 만나볼 수 있었는데,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 디자인 그 이상이었습니다. 더욱 몰입감 있는 xR 경험을 만들기 위해 작품의 스토리스케이프는 거의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졌었고, 아예 무대디자이너나 셋트 디자이너가 전시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나아가 본편 전후의 확장된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도 했죠.
VR 스토어에서 작품을 구매해 온라인으로 체험하게 되면 이런 부분은 볼 수 없다는 점이 큰 아쉬움인데요, MOR에서의 전시는 이런 아쉬움을 잊게 해줍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복도 양옆으로 작품들을 경험할 수 있는 각각의 방이 있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가면 갤러리 복도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달리는 기차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The Passengers의 방에는 마주보고 있는 여러개의 기차 좌석과 창 밖의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We are at Home의 방에 들어서면 분필로 그린듯한 방의 풍경과 창가에 앉아있는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작품 속에서 그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경험하고 나서 다시 공간으로 돌아왔을 때 여운이 크게 남습니다.
트라이베카 원정대도 몇 개의 방에 함께 들어가 스토리스케이프를 감상하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중 The Changing Same: Episode 1의 방에는, 무중력의 공간에서 바닥으로 쏟아져내리는 듯한 자동차와 네온 사인, 그리고 나무 질감의 오두막 테라스에 주인공으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있습니다. Changing Same은 MOR 내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는 360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방의 가운데에 있는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면 영상이 스르륵하고 원정대의 주변을 감쌉니다. 그 안에 들어와있으면 여럿이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요.
MOR에서 6축 경험을 보면 추가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개인적으로 체험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로딩 시간이 길고 MOR 내에서 아바타가 일시 정지된 상태가 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안보이게 되기 때문에 6축 경험은 영화제 기간 중 각자 경험해보기로 했어요.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가볍게 로딩되고,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감상할 수 있는 360 작품은 MOR이라는 공간에 특화된 형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가상의 신체
MOR의 아바타를 두드리면 블럭이 부딪치는 듯이 가벼운 탁탁 소리가 납니다. 박수를 치면 손바닥 처럼 ‘짝’ 소리가 아니라 ‘탁’ 소리가 나죠. 손 뿐만 아니라 몸이나 머리를 두드려도 같은 소리가 나는데요, 자신의 아바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바타를 두드려도 같은 소리가 납니다. 원정을 마치고 각자의 현실로 돌아가기 전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 수고했다고 머리도 두드리고 등도 두드려줍니다. 보기엔 정말 웃긴 장면이었어요. 작은 디테일이지만 신기하게도 정말로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후기 모임 at Spatial
두차례 진행했던 MOR 투어 며칠 후 Spatial에서 만나 후기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MOR이 가상의 전시장이라면 Spatial은 가상 오피스라고 할 수 있어요. 공간 안에 웹 브라우저를 띄워서 같이 보거나, 문서 파일을 공유하거나, 화상회의 하듯이 데스크탑 화면을 공유할 수 있어요. 메모하거나 메일로 바로 보내는 기능도 있습니다. 줌이나 구글밋과 비슷하지만 6축 경험이라는 점이 다르죠. PC가 없어 AppLab에서 별도로 작품을 다운받아 감상한 분들, 혹은 편하게 웹으로 참여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Spatial에서 만나게 되었어요. 링크가 있으면 HMD 없이 웹으로 바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가상 오피스라고 소개했지만 여러 종류의 공간 탬플릿이 있고, 공간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도 있는 활용도가 다양한 소셜 VR 플랫폼입니다.
원정대는 캠프파이어가 있는 한밤의 숲속 공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Spatial에 있는 그림 그리기, 3D 모델 불러오기 기능들을 이용해 공간을 꾸미기도 하면서요.
원정대에 참여했던 많은 분들이 좋아했던 작품은 Marco & Polo Go Round, Madrid Noir, The Passengers 인데요. 선정된 12 작품 모두 다양한 색의 내러티브를 가진 우수한 작품들이라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선호를 보이는 분들도 있었답니다. 어떤 작품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이번 원정대에 참여했던 ixi 필진들의 자세하고 꼼꼼한 리뷰를 한 번 살펴보세요. 작품을 놓쳐서 아쉽다면 7월에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비욘드 리얼리티 공식 선정작을 오프라인으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