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Must] 질 조뱅(Gilles Jobin) 인터뷰

“가상 환경에서는 댄서들에게 좀 더 개념적인 부분을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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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min readNov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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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 Marinda Botha
원문 : 2022년 11월 04일자 XRMust Interviews
옮긴이 : 시그니처W

무용수이자 안무가, 기술 전문가인 질 조뱅을 만나 라이브 공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그의 놀라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질 조뱅 컴퍼니(Compagnie Gilles Jobin)는 스위스 일러스트레이터 토마스 오트(Thomas Ott)와 손잡고 2023년을 목표로 <선셋모텔>(Sunset Motel> 이라는 VR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모션 캡처 기술을 전통적인 일러스트레이션과 결합한 이 프로젝트는 독특한 형태의 녹화된 VR 작품(recorded VR experience)이다.

<선셋모텔> 프로젝트와 질 조뱅 컴퍼니가 과거 어떤 실험과 성공 경험이 있었는 지 듣기 위해 질 조뱅에게 11가지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 전문을 읽을 수 없는 독자를 위해 하기 네 가지 포인트를 정리해 두었다.

1. 디지털 쇼는 전통적인 극장 쇼보다 훨씬 더 빨리 적응하고 바뀔 수 있다. 이는 기존 영화 제작분야에서는 불가능하다.

2. 생산 파이프라인에 있어 질 조뱅은 창작 프로세스의 초반에 모든 애셋(asset), 특히 아바타의 경우, 거의 완성된 수준의 것들을 필요로 한다. 거의 완전한 수준의 세팅이 마련되어 있으면 이러한 애셋은 모든 크리에이티브 팀들 (댄서, 뮤지션, 기술 스탭 등)과의 협업과 실험 활동에 실시간으로 사용될 수 있다.

3. 질 조뱅은 라이브 퍼포머와 작업할 수 있는 3D 아티스트들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의 작품은 실험의 최전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연계의 새로운 형태의 커리어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4. 이 새로운 하이브리드 형태의 엔터테인먼트는 전통적인 극장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다. 그 자체로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이며, 전통적인 프러덕션에 병행적으로 스케줄링이 가능하고,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 단지 추가되는 엔터테인먼트로서 극장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젝트 제목으로 <코스모고니>(Cosmogony)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질 조뱅 — 글쎄요, 전세계 민족들은 각각 그들만의 코스모고니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주의 창조에 대한 이야기이죠. 하지만 이것은 또한 우주에 대한 연구이기도 합니다. 실제 우주와 같이, 물리적인 것이요. 그래서 약간 중간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제목을 선택할 때는, 너무 구체적이지 않고, 충분히 일반적인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기술을 만지는 일을 하면서, 프로토타이핑을 많이 합니다. 결과로 무엇을 얻게 될지 알 수 없죠.

<코스모고니>는 보통 제네바의 질 조뱅 컴퍼니 스튜디오에서 남성 댄서 2명과 여성 댄서 1명의 움직임을 라이브로 모션 캡쳐한 후, 실시간으로 프로젝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이번에는 댄서들의 모션 캡처와 디지털 프로젝션이 ‘르 플라자 극장’(Cinema Le Plaza)에서 진행되어 관객들이 이 작업의 양 측면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코스모고니>(Cosmogony)

댄서들은 천정에 설치된 카메라가 읽어내는 물리적인 마커를 몸에 붙이고 있는데요, 그것 때문에 움직임에 제약이 있지는 않나요?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이러한 장치들을 수용하기 위해 어떻게 그들의 안무를 조정하나요?

조뱅 — 우리는 광학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퀄리시스(Qualisys) 카메라가 40대 정도 설치되어 있고, 댄서들 몸에 붙어 있는 마커는 적외선을 반사할 뿐입니다.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그것을 포착하여 골격을 만듭니다. 골격 위에 새로운 아바타를 붙일 수 있고, 이것을 라이브로 유니티에 직접 연결합니다. 제가 모캡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면 저의 아바타가 유니티로 애니메이션화되죠. 실시간으로요. 그리고 거기서 실시간 아웃풋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게임과 비슷해요. 집에 플레이스테이션이 있잖아요? 게임을 로컬로 생성한 다음 서버에 연결하면 게임 상 다른 플레이어의 위치를 파악하고 자신의 위치를 공유할 수 있죠. 기본적으로 이런 식으로 우리 스튜디오에서 라이브 디지털 퍼포먼스를 바깥 세상으로 내보내는 겁니다.

조뱅 — <코스모고니>를 올리는 베뉴에는 성능 좋은 PC가 필요합니다. 베뉴로 작품의 빌드를 미리 보내고, 그들은 PC에서 로컬로 빌드를 생성하고 프로젝터 또는 다른 비디오 출력으로 연결합니다. 제네바 스튜디오에서 실시간으로 모캡 데이터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서버에 연결하기 위한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가볍고, HD 화질 스크리닝이므로 지연(lagging)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 기술을 위해 어떤 모션 캡처 시스템도 유니티와 같은 3D 공간에 연결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남아공에 있는 사람이 로코코 슈트를 입고 제네바에 있는 (댄서) 수잔나와 함께 춤을 추고, 또 수천마일 떨어진 다른 곳의 또다른 누군가와 함께 춤을 출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실현 가능하며 다양한 창의적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조뱅 — 댄서들 같은 경우에는, 물론 그들은 몸에 둥근 마커를 달고 있기 때문에 움직일 때 그것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모캡 시스템은 매우 정밀해서 모든 움직임과 세부적인 것 하나 하나 포착할 수 있습니다. 단 한 가지, 가만히 있으면 미동조차 없는 듯 보여요. 아바타를 계속 약간씩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리고 손에 대한 이슈도 있는데, 손가락 자체가 없기 때문에 손가락 움직임은 하지 마세요. 그 다음엔 맞물림(occlusion) 문제가 있죠. 특정 움직임은 맞물리는 현상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제네바 질 조뱅 컴퍼니의 신규 스튜디오 (2022)

조뱅 — 실시간 작품과 녹화 작품 사이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녹화하는 경우 나중에 실수를 수정할 수 있지만 실시간일때는 당연히 그렇게 하지 못하죠. 모멘텀이 있기 때문에 녹화할 때는 수용할 수 없는 몇 가지 결함을 실시간일때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한 광학 시스템의 품질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코코 슈트나 지각 뉴런(Perception Neuron) 슈트 같은 경우엔 덜 정밀하고 공간에서 미끄러지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다른 상황에서 다방면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우선 모캡 시스템을 이해한 다음 프로젝트에 적응해야 합니다. 각 프로젝트에 맞는 모캡 시스템이 있습니다.

라이브 쇼(<코스모고니>와 <버추얼 크로싱즈> (Virtual Crossings))에 대한 IRL 관객 반응은 어땠나요?

질 조뱅은 <코스모노니>에서 광학 시스템 내에서의 라이브 안무는 퍼포먼스 자체로서 보여지지 않도록 설계되었다고 설명했다. 컴퍼니는 가상 퍼포먼스가 실제로 라이브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관객들이 물리적인 댄서에 대해 접근이 가능하게 했다.

조뱅 —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 중요합니다. 관객과 퍼포머간의 동기화에 관한 중요한 질문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TV에서 컬러로 생중계된 최초의 축구 경기는 1972년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 축구 시청자들이 그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기를 생중계로 본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지 꽤 오래되었다는 말이지요. (시청자는 꽤 감정적이 될 수 있고) 실제로 약간의 버퍼가 있기 때문에 30초 전에 일어난 일을 여기에서 뒤늦게 보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동기화된 것은 우리에게는 생방송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오늘 알아차리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포츠 생중계가 더 이상 다른 플랫폼과 동기화되지 않고, 여러분의 이웃이 여러분 전에 “골!”이라고 외치는 것을 들으셨을 겁니다. 이 소중한 배우와 관객의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든 바꿔버린 허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관념적으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전형적인 결함입니다!

코스모고니

관객과 퍼포머 간의 동시성은 조뱅 작품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조뱅은 퍼포머와 관객 사이의 이러한 연결과 즉각성을 모든 프로젝트에서 실험하고 있는 듯하다.

조뱅 — 다양한 아티스트, 비주얼 아티스트, 댄서, 음악가, 3D 아티스트과 협업한 프로젝트<버추얼 크로싱스>(Virtual Crossings)도 있습니다. 관객들이 현장에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 프로젝트를 만들었기 때문에 2D 스크린을 위해 만들어진 <코스모고니>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코스모고니>의 기본 아이디어는 제네바에 있는 ‘르 플라자’(Le Plaza)라는 오래된 영화관에 리그를 설치하고, 모션 캡처 카메라를 가져와 2주안에 콜라보 작품을 만들어 영화관에 있는 관객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탄생한 <버추얼 크로싱스>는 무브먼트 아티스트와 디지털 아티스트가 지리적 제약 없이 같은 가상 공간에서 원격으로 연결하고 실시간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극장 중앙에 설치된 정교한 모션 캡처 장치 덕분에 댄서들의 아바타는 ‘르 플라자’의 벽과 스크린에서 라이브로 상호 작용합니다.

조뱅은 댄서들이 그들의 의도가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라이브 관객들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다소 길을 잃었다고 알려주었던 그 순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조뱅 — 저는 댄서들에게 좀 더 개념적인 부분을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댄서들은 그 과정에서 약간 혼란스러웠고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인 듯 느꼈습니다. 저는 댄서들에게, 처음에는 관객들이 이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의도로 댄서들을 유심히 보는 것이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스크린으로 관심을 돌리며, 그 결과 댄서들은 홀로 무대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의 여러 아바타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치 무대 위의 댄서들과 관객들 사이에 무언의 협의가 성립되는 것 같습니다. 관객들은 시스템을 이해하게 된 이후에는 결과물을 지켜보고, 댄서와 관객 모두 작품에 동등하게 자신을 투영합니다. 이런 연결고리가 생기고 관객들이 댄서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또한 이 작품이 얼마나 풍부한 감정으로 가득 찬, 인간적이고 유기적인 결과를 낳았는지도 말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하이브리드 라이브 IRL-디지털 퍼포먼스 장르의 미래는 어떤 것인가요? 5년 후에 우리가 산업으로서 어느 지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뱅 — 실시간 퍼포먼스에 사용하는 우리 시스템이 녹화된(역주: 라이브 퍼포먼스가 아닌) VR 프로젝트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모션 캡처의 문제점 중 하나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독립 아티스트들은 이 기술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모션 캡처) 스튜디오를 하루나 이틀 임대할 경우, 움직임에 대한 연구를 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린 무용하는 사람들이에요. 너무 답답하죠. 안무를 짤 때 저는 신체들 간의 의미 있는 조합을 만들기 위해 댄스 스튜디오에서 몇 날 며칠을 보냅니다. 뭔가 확실히 정의된 계획을 세워놓고 하는게 아니라, 댄서들 몸이 풀리고 창의성이 발휘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댄스-테크 프로젝트에서 너무나 자주 댄서들이 마지막 순위로 밀려나곤 하는데요. 기술에만 매달리다가 끝내 기술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때는 이미 크리에이티브한 부분을 돌볼 시간이 없습니다. 큰 실수에요! 댄서들은 문제해결에 능통합니다! 춤을 활용하는 디지털 작품의 대부분은 안무를 개발할 시간이 부족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의미 창조의 도구로서 안무 언어의 힘에 대해서 이쪽 업계가 너무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특히 VR에서 안무는 효율적입니다! 이탈리아 두 도시의 페스티벌 세 군데에서 동시에 <코스모고니>를 공연할 계획입니다.

밀라노 MEET의 <코스모고니>

조뱅 — 제네바 지역 공영방송에 <코스모고니>를 생중계합니다. 같은 날 다른 도시에서 두 세 개의 다른 공연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퍼포머로서 우리가 공연하러 물리적으로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 밤 엘 카이로(El Cairo)에서 그리고 다음 주엔 밀라노에서 공연을 합니다. 유럽은 오후 20시에 공연을 하고 밀라노는 새벽 1시에 합니다. 시차 때문에요! 우리는 그것을 새로운 시차적응(jet lag)라고 부르고, 잠은 집에 있는 우리 침대에서 잡니다. 우리는 이것을 #이동하지않는투어 (#tourwithouttraveling)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이동하지 않지만 여전히 해외 투어를 합니다. 2019년에 미친 듯이 투어를 다니면서 비행기 이코노미 석에서 약 9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습니다. 2020, 2021, 2022년에 우리는 해외로 나가지 못했지만 여전히 국제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었고, 투어 때문에 배출된 탄소는 0에 가깝습니다. 2019년과 같은 수준으로 물리적인 현장 투어를 다녔다면 3년 동안 300톤 가량의 탄소를 배출했을 것입니다.

새로운 공연의 프리프러덕션(pre-production)의 과정은 어떤가요? 먼저 컨셉을 잡고 그 다음 기술을 선택하시나요? 몇 명의 댄서가 필요한가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제약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요…

조뱅 — 우리가 기존에 일하던 방식을 바꿔야 했습니다. 2016년쯤 VR에 입문했고 그 이후로 디지털 작품만 했어요. 코로나가 발생했고, 우리는 AR, VR, 실시간, 라이브 콜라보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것을 시도할 수 있는, 풀 디지털 방식으로 갈 수 있는 툴을 구비하고 있었죠. 이제 이 모든 도구를 활용하고 더 많은 것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도약의 순간에 있습니다. 시스템 안에서 크리에이티브 쪽에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는 스튜디오에서 댄서들과의 작업시간을 미리 정하고 준비해야 하므로 정확히 어떤 것들을 원하는 지 미리 파악하는 등, 내공이 쌓인겁니다. 예를 들어, 저는 보통 아바타가 없으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항상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아바타인데요. 너무 늦게 완성되기 때문에 악몽 같은 문제죠. 그래서 우선 아바타를 먼저 만들고, 그 다음 세트를 만들고, 그리고 나서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바타를 제일 먼저 필요로 하는 이유는 캐릭터화 과정때문인가요? 댄서들이 실제 캐릭터 디자인과 움직임의 제약 조건을 고려할 수 있도록이요?

조뱅 — 아니요, 저는 작가(auteur)입니다. 저는 일러스트레이터나 공연 연출자처럼 텍스트로 이미 쓰여진 스토리를 무대로 옮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발명하는 사람입니다. 춤은 대부분 비언어적이고 추상적입니다. 댄서들 간의 공간, 그 동작들을 의미 있게 만드는 작업이죠. 아바타는 출연자로서 필요한 것입니다. 텍스트가 없는 상태에서 연기할 부분이 없는 배우를 캐스팅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밀라노 MEET의 <코스모고니>

리허설을 할 때, 새로운 기술로 인해서 감독님의 연출과 안무-디자인에 대한 접근방식이 어떻게 영향을 받나요? 또한 리허설에서 댄서들의 준비는 어떻게 바뀌나요?

조뱅 — 무대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고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가장 많은 제약을 받는 공간 중 하나가 바로 대중이 무대 앞에, 즉 제 4의 벽 앞에, 앉아 있는 전통적인 무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 속에서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도 매우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습니다. 우리는 현대 무용의 제약을 다루는 것에 매우 익숙하며, 라이브 관객 앞에서 동기화 된 상태에서 생중계되죠. 이는 이미 엄청난 제약입니다. 저에게 기술은 또 다른 제약 조건일 뿐입니다. 이론적으로 모든 것이 가능할 때 그 제약조건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조뱅은 축구가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규칙과 전략이 있고 동시에 선수들은 그 순간 순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의 작품을 축구에 비유한다. 또한 동작을 가르친다는 의미의 안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나 코치로서 안무를 짠다고 말한다.

조뱅 — 이러한 종류의 기술은 공연 예술계 사람들이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다양한 결과를 얻기위해 여러가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댄스 공연 투어를 할 때, 투어 시작한 지 2주정도 된 시점부터그 작품을 재평가하기 시작하고, 세부적인 것들을 수정해나가기 시작합니다. 몇 번의 공연 후에야 그 작품은 최종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라이브 공연은 퍼포먼스 할 때마다 더 좋아집니다. 디지털도 이와 상당히 비슷해요. ‘아, 이 아바타 색깔이 마음에 안드네’, ‘이 산 모양이 별로네’, 그럼 그 부분을 바로 수정할 수 있죠. 개봉후에는 어떤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재촬영할 수 없는 전통적인 영화와는 다릅니다.

<라 코메디 비르투엘> (La Comédie Virtuelle)

방금 설명하신 말씀이 정말 흥미롭습니다. 감독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상당히 유기적이고 본능적일 것일거라 생각하는데요.

조뱅 — 맞습니다. 하지만 이 수준에 이르려면 얼마나 사전 정리가 이루어져야 하는 지 아시겠죠? VR 작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우선순위를 정의해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관객은 좋은 것들을 마지막에 모두 얻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필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창의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종종 기술 분야에서 아티스트는 창조적인 아티스트로서가 아니라 제작자나 기술자로서 시간을 더 많이 보냅니다. 우리는 스토리 구성 안에 더 많은 해석의 여지를 주고 싶습니다. 더욱 확장하고 잘못된 방향을 테스트할 리허설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가능한 기술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체계적으로 정리만 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는 우리만의 모캡 스튜디오가 있다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됩니다.

이 분야로 경력을 옮기기를 원하는 다른 안무가, 감독 또는 퍼포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조뱅 — 글쎄요, 우선 다른 프로젝트들을 볼 필요가 있겠고요,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있어야 하니 공부를 좀 하시길 바랍니다. 숙제를 해야 해요. 게임 엔진이 무엇인지, 모션 캡처의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 지, 그것을 어떻게 시스템에 통합할 수 있는 지… 내 작품은 결과적으로 무엇이 될 지 — VR일 지, PC로 보게 될 지, 비디오 게임일 지, 또는 AR일 지… 생각해보면 무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조명 기술자였습니다. 댄서로서 일이 없었을 때 기술자로 일했는데,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기술직을 택한 거죠. 저는 항상 슈퍼마켓보다는 극장 바닥을 청소하는 일을 더 좋아했습니다. 이렇게해서 제가 전문 안무가가 된 것입니다. 무대 메커니즘에 대한 지식을 쌓은 것이 제가 가장 잘한 일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은 완전히 길을 잃을 지도 모릅니다.

위, 아래: 질 조뱅 컴퍼니의 타마라 샤갈루(Tamara Shagaolu) 레지던시

조뱅 — 생산 파이프라인인 팀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아바타가 먼저 필요한가? 모션 캡처 시스템이 필요한가? 애니메이션화 될 것인가? 아니면 비디오를 사용할 것인가? 프로젝트에 필요한 협력자는 누구인가?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는 반직관적 질문이 상당히 많이 떠오릅니다. 워크샵을 통해 어떤 기회가 있는 지 파악하고 그 기회에 대해 알아보기 바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여러분만의 기술”덕후”(geek)를 찾아야 합니다. 우리의 기술자인 카밀로 데 마르티노(Camilo de Maritno)는 우리 모든 작품을 개발하는데 처음부터 필수적인 역할을 해왔고, 카밀로가 없었다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 모션 캡처나 스튜디오 작업을 하는 지역 대학과 교류해 보세요. 접근을 시도해 보세요. 머리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또한 기술자와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기술자가 여러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에 당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마찬가지이고요. 그 기술자와 여러분이 함께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배움이 시작되고 러닝커브(learning curve)가 시작될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좋은 팀이 있다면, 꼭 붙들고 계세요! 드림팀이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DanceTrail 앱을 만들 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조뱅 — 댄스 트레일(Dance Trail)은 댄서들을 공간에 배치할 수 있는 앱입니다. 선댄스 페스티벌 용으로 만든 재미있는 앱이에요. 작게 시작했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생명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용자들도 꽤 있고, 상당이 많은 페스티벌에서 초청되고 있습니다. 무료인데다가 사용하기도 쉽고, 사람들이 비디오와 사진을 찍을수 있기 때문에 창의적이기도 하죠. 재미있어요! “댄스 트레일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사용자가 가상 댄서를 실제 세계로 불러낼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증강 현실 작품입니다. 거리, 들판 또는 손바닥 안에서 증강 댄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IOS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기술적 공연들이 라이브 공연을 대체할 것으로 보시나요?

조뱅 — 물론 아닙니다. 둘은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경험이에요. 예를 들어, 호주 어딘가의 댄스 하우스에서는 <코스모고니>를 아주 저렴하게 공연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텔 숙박 예산이 들지 않고 멀리 이동할 필요도, 공항 픽업도 필요없어요. 우리에게 있어 호주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일하는 날은 단 하루고, 가는 건 일주일이면 됩니다. 상영할 몇가지 장비, 좋은 게이머 PC, 인터넷 연결 그리고 프로젝터면 됩니다. 그리고 준비되면 스위스 공연을 생중계하면 되는 겁니다. 그게 다예요. 국제적이고, 탄소 배출도 없고, 인간의 업보를 갚는 데에도 좋습니다!

아마도 그들의 프로그램의 다음 공연은 중국이나 호주 현지 컴퍼니가 될 것 같아요. 다양한 가능성과 접근성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프로그램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하이브리드 IRL 댄스-디지털/테크놀로지 경험의 경계를 계속 넓히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왜 이 일을 하고 계시나요?

조뱅 — (미소를 지으며) 모르겠네요. 저는 같은 것을 두 번 할 수는 없는 사람이라… 같은 걸 반복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전. 하지만 우리는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가능성, 장비, 그리고 우리가 탐험하지 않은 모든 트랙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지점을 들여다봐야겠죠.

질 조뱅 컴퍼니의 다음 목표가 있다면?

조뱅 — 스위스 일러스트레이터 토마스 오트와 함께 2023년을 목표로 <선셋 모텔>이라는 VR 프로젝트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오트는 “스크래치” 아티스트예요. 검은 색 시트로 시작해서 긁어내는 거죠. 그래서 그는 빛을 만들기 위해 암흑 물질을 꺼내옵니다. 여러분이 보통 그림을 그릴 때와는 반대죠. 매우 어둡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정말 놀라운 작업입니다. 오트의 스크래치가 3D나 움직임과 어울릴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이번 VR 작품은 라이브가 아니라 녹화될 것이지만, 거의 극장 공연처럼 구성될 것입니다. 캐릭터 각자의 백스토리가 있고, 모두 이 모텔에 모여있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댄서들과 함께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낼 예정입니다. 어떤 정해진 내러티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 캐릭터는 백스토리가 있죠. 이번 작품의 스토리 창작을 통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길 바라고 있습니다. 토마스 오트는 이 작품 세계는 말이 없고, 의미를 창조하기 위한 이미지만 존재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입니다.

그거 정말 기대가 큽니다. (이 작품의 리허설과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을 살짝 엿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매력적이었다.)

조뱅 — 또한 2024년에 무대에 올릴 예정인, 라이브 모션 캡처와 무대 춤이 결합된 작품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무대 공연 작품이 될 거예요. 그리고 저희 스튜디오에 레지던트 아티스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제네바 우리 컴퍼니 주변에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아티스트, 더 많은 기술자, 더 많은 사람들, 더 많은 여성들이 이 분야에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디지털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라이브 퍼포먼스에 관심 있는 3D 아티스트가 필요합니다. 요즘 공연 예술계의 새로운 직종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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