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tar Wars : Tales from the Galaxy’s Edge

Giioii
ixi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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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in readMar 1, 2021

스타워즈 : 갤럭시 엣지로부터의 이야기

출처 : 스타워즈 공식 홈페이지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난 후 시작되는 스토리리빙(Storyliving)

2020년 11월, 오큘러스 퀘스트2 출시에 맞춰 공개된 ‘스타워즈 : 갤럭시 엣지로부터의 이야기(Star Wars : Tales from the Galaxy’s Edge)’(이하 갤럭시 엣지)는 ‘베이더 임모털(Vader Immortal)’ 시리즈 이후 근 1년만에 선보이는 ILMxLab의 신작이자 2019년 5월 미국 디즈니랜드 내에서 문을 연 스타워즈 테마공간 ‘갤럭시 엣지’ 세계관을 공유하는 VR 콘텐츠이다. 특히 전작 ‘베이더 임모털’에 이어서 친절하게 한글 자막을 지원해주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하프라이프:알릭스’ 이후 프리미엄 VR 콘텐츠의 기준이 한껏 높아진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었기에 ILMxLab이 그래픽 퀄리티 측면에서나 플레잉 타임 측면에서 어떤 새로움을 선사했을지 기대를 모았다. 특히 ILMxLab이 이 작품을 소개하며 ‘스토리리빙(Storyliv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었기에 더욱 궁금함을 불러 일으켰다.

ILMxLab은 ‘갤럭시 엣지’ 출시계획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향후 자신들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기존의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인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당신(관객=체험자=사용자)이 직접 스토리 세계 안에서 스스로의 경험을 이끄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끔 하는 ‘스토리리빙’이라고 선언했다.

“it represents another meaningful step in ILMxLAB’s quest to transition from storytelling — one-way communication — to storyLIVING, where you’re inside a world making consequential choices that drive your experience forward.”
(출처 : UploadVR, 2020.7.22)

‘스토리리빙’이라는 표현은 너무나 야심차고 멋지지만 동시에 그 구체적 실체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체험자가 정말 그 세계 속에서 의미있는 선택을 내릴 수 있는걸까? 그 선택으로 인해 그 세계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걸까? 만약 그게 아니라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 선택을 해야하는 거라면 기존의 분기형 스토리텔링이나 내러티브가 매우 강한 ‘라스트 오브 어스’류의 스토리텔링 게임과 무엇이 다를 수 있을까?

이곳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버젼 기준으로 약 3시간의 플레잉 타임으로 구성된 ‘갤럭시 엣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참고로 플레잉 타임 3시간은 ‘베이더 임모털’ 3부작을 모두 합친 시간이자 ‘하프라이프:알릭스’ 플레잉타임의 1/5 정도 이다)

체험자는 바투 행성 근처에서 근무하는 드로이드 수리 기술자 역할을 맡게 된다. 시점은 1인칭이며 체험자는 콘트롤러로 조작하는 두 손과 여러 장비들을 부착할 수 있는 몸통으로 존재한다. 왼손에 찬 손목시계로 홀로그램 통화를 해서 해야할 일들을 파악할 수 있고 눈 앞에 놓인 물체를 스캔하여 해당 물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순간 이동 방식을 통해 실제 체험자가 크게 움직이지 않고도 넓은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

초반에 체험자는 ‘드로이드 수리 기술자’로서의 일상을 배워나간다. 우주선 내에서 화물 컨테이너를 운반하고 수리하는 일이다. 이런 일들을 처리하며 콘트롤러 조작방식과 이동에 익숙해질 무렵 갑자기 우주 해적단이 컨테이너를 공격하고 우주선 안으로 쳐들어 온다. 해적단을 물리치기에 역부족인 체험자는 탈출포드로 긴급 탈출하여 바투행성에 불시착 하게 된다.

체험자는 바투 행성의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술집 ‘칸티나’에 도착하고 그곳에 들른 다른 여행자들의 이런 저런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면서 ‘블랙 스파이어’ 전초기지 일대를 돌아다니게 된다. 그곳을 장악하고 있는 해적단들을 물리치던 체험자는 어떤 부서진 화물선 안에서 그 유명한 C3PO와 R2D2를 발견하게 된다. 부서져 있는 그들을 고쳐준 뒤 함께 해적단과 싸우게 되고 결국 해적단 보스와의 전투에서 R2D2의 도움을 받아 해적단 보스를 쫒아내면 엔딩 크레딧을 볼 수 있게 된다.

바투 행성의 술집 ‘칸티나’의 모습(스크린 샷) (출처 : The Verge)
모험 중간에 만나게 되는 C3PO(스크린 샷) (출처 : Road to VR)

여기까지의 경험만으로는 사실 그다지 특별하다고 보기 어렵다. 여느 콘솔 게임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그냥 ILMxLab이 영화스러웠던 ‘베이더 임모털’에서 좀 더 게임스러운 방향으로 이동했구나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스타워즈’ 세계관을 잘 활용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남는다. 전작 ‘베이더 임모털’에서는 체험자가 광선검과 포스를 적극적으로 써볼 일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줄곧 총격전만 하다 끝난다.

그런데 진짜 흥미로운 지점은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난 뒤부터다. 화면이 바뀌고 체험자는 다시 칸티나로 돌아온다. 그런데 처음엔 체험자에게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칸티나 주인장이 갑자기 반갑게 맞이한다. ‘당신이 돈도 안 받고 저항군을 도와줬다는 바로 그 사람인가’라며 아는 체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모험 중에 수집했던 몇 가지 재료를 내놓으면 칸티나 주인장은 그것으로 ‘시제락의 쥬스’라는 것을 만들어준 뒤 어떤 제다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경험은 거의 30분이나 더 이어진다. 그러니까 이건 마블 영화의 엔딩 크레딧 뒤에 항상 달라붙던 보너스 영상 정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칸티나 주인장의 나레이션이 들리는 가운데 화면이 암전되며 체험자는 이야기 속 제다이의 시점으로 넘어간다. 이야기 속 제다이는 악의 기운에 매혹되어 굴복될 뻔 하다가 결국 간신히 빠져나와 요다와 함께 악을 봉인시킨다. 체험자는 그 제다이의 몸에 빙의하여 그 모든 역할을 함께 한다. 심지어 실패할 수도 있다. 악을 봉인하는데 실패하면 다시 이야기의 중간지점으로 돌아와 리플레이 된다. 결국 악을 봉인하고 나면 다시 화면은 칸티나로 돌아오고 주인장은 나중에 또 듣고 싶으면 얘기하라고 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그 뒤에도 체험자는 칸티나에서 몇 가지 소일거리를 할 수 있고 다시 밖으로 나가 다른 여행자들이 주문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이미 확장팩 발매가 예고되어 있고 메뉴 상의 스토리 슬롯 역시 두 자리가 비어 있으니 아직 모험이 끝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ILMxLab이 언급한 ‘스토리리빙’이란 이 엔딩크레딧 이후의 경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이 스타워즈 세계 속에서, 정확히는 바투 행성 내 블랙 스파이어 전초기지 내에서 존재감을 부여받게 되기 때문이다.

스토리리빙이란 결국 내가 스토리 세계관 속에 살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일 듯 하다. 사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간다고 해서 그 나라의 가장 핵심적 인물, 이를테면 그 나라의 대통령이나 왕, 혹은 그 나라 최고의 부자를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여행지에서 나만의 추억을 남길 수 있고 잠시나마 여러 사람들(호텔 직원이든, 시내 노점상이든, 해변의 다른 여행객이든)과 관계를 맺게 된다.

스타워즈 세계관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 세계에 들어갔다고 반드시 저항군과 제국군 간의 전투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인물이 될 필요가 있을까? 사실 확률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바투 행성을 여행하는 여행자 중 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때로 저항군의 돕는 역할도 혹은 제국군 편에 서는 역할 정도는 할 수 있다.

그 동안 인간 세계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가상의 세계(혹은 허구의 세계) 속에 살아보는 경험은 스토리 창작자들만이 가능한 경험이었다. 스토리 창작자들은 그 세계관 속 배경, 혹은 인물을 활용한 이야기를 직접 써내려감으로써 스스로 그 세계관을 살아보거나 여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 창작자가 아닌 향유자들은 ‘테마파크’ 정도를 통해 그 세계의 모사품을 둘러볼 수 있을 뿐, 그 세계로 직접 여행을 떠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디즈니는 ‘갤럭시 엣지’를 통해 이 지구 상에 사는 사람들이 스타워즈 세계관을 직접 살아볼 수 있도록 허용한다. 디즈니는 테마파크 ‘갤럭시 엣지’를 오픈할 당시 이곳 ‘블랙 스파이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스타워즈 공식 세계관에 포함된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디즈니랜드 내 ‘블랙 스파이어’가 스타워즈 공식 세계관의 일부이고, VR 콘텐츠 ‘갤럭시 엣지’ 속 이야기가 다시 디즈니랜드 내 ‘블랙 스파이어’와 연결된다면 결국 ‘내’가 겪었던 경험이 곧 ‘스타워즈 공식 세계관’의 일부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칸티나 주인장이 소문으로 들은 그 뉴스, 즉 ‘어떤 드로이드 수리 기술자가 해적단으로부터 C3PO와 R2D2를 구해냈다는 무용담’은 스타워즈 세계관 속 인물들의 입을 통해 주요 인물들에게까지 전해질 지 모른다.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 그 내용이 담겼는지는 확인을 못 해봤으나 이 작품에 나오지 않았더라도 향후 나오게 될 작품을 통해 언급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때부터 체험자는 말 그대로 그 스타워즈 속에서 ‘살았던’ 존재가 된다.

만약 그 경험까지 하고 난다면 그 사람이 남은 인생에서 ‘스타워즈’ 세계관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진다. 우리가 이제껏 살면서 다녀왔던 여행지들을 우리 인생의 한 부분으로 기억하듯이 ‘스타워즈’도 내가 살았던 어떤 인생의 일부로 기록될 지 모른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스타워즈’ 영화를 그저 보고 듣는 것과는 사뭇 다른 차원의 경험일 것이다.

참고로 나는 현재 미국 내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디즈니랜드 내 ‘갤럭시엣지’를 경험해보진 못했다. 만약 그곳을 직접 방문한 사람이라면 또 다른 감흥이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디즈니랜드 ‘갤럭시 엣지’ 내 밀레니엄 팔콘 라이드 체험 영상
디즈니랜드 ‘갤럭시 엣지’ 내 ‘라이즈 오브 레지스턴스’ 체험영상

지금 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곳

“갤럭시 엣지”는 오큘러스 스토어에 독점으로 공개되어 서비스 중이며, 퀘스트 및 퀘스트2를 통해 체험이 가능하다. (가격 25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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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는 이제 막 설립된 신생 xR/이머시브 콘텐츠 프로듀서 그룹입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일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giioii_immersive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