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ARCO & POLO GO ROUND

Che Minhyuk
ixi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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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in readJun 21, 2021

마르코 & 폴로, 2021

걸거리나 까페에서 우연히 다투는 연인들의 대화를 엿듣게되는 경우는 있지만, 갈등하는 연인 사이 한복판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서로를 향한 눈빛을 직접 지켜본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곳은 타인은 끼어들 수 없는 둘만의 세계이고 둘만이 아는 단어와 뉘앙스, 믿음과 오해, 누적된 시간으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말하자면 둘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리얼리티’ 일테니 말이다. <MARCO & POLO GO ROUND>(2021)는 관객인 나를 그런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다툰 뒤 생일을 맞은 서먹한 아침에 주고 받는 아슬아슬한 대화를 훔쳐보는 나(관객)는 그들의 삶의 공간에서 움직이고 있는 인물들과 몸이 부딪혀 시야가 가려지지 않도록 적절한 위치를 잡으며 ‘보이지 않는 목격자’로 존재한다. 그러다가 수면 아래 있던 문제들이 대화의 표면으로 표출되고 둘 사이의 관계가 위태로워지면서 점점 방 안의 중력이 뒤집히는 초현실적인 상황을 겪게 된다. 우유가 천장으로 쏟아지고 칼이나 접시, 각종 주방 사물들이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덕테이프들을 끊고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둘만의 세계가 깨어지고 사랑의 균열이 일어나는 순간은 그처럼 중력이 전복되는 감각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결국 마르코와 폴로의 일상에 잠입한 관객은 자신이 바라보고 있던 연인의 관계가 그가 몰래 발딛고 있던 공간 전체에 시적으로 전이되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곳은 둘만의 보이지 않는 리얼리티가 리얼리티가 되는 곳인 것이다.

더 읽을거리

XR Must 데이터베이스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볼 수 있다.

지금 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곳

2021년 6월 기준, 이 작품은 영화제 등 페스티벌을 통해서만 공개되고 있다. 한국에서 이 작품은 7월에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비욘드 리얼리티’에서 공개된다. (2021.7.1~18, 인천국제공항 제1교통센터 어메이징 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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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 Minhy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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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Film Director, Immersive Storyteller, Volumetric Capture Produc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