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Wolves in the Walls
“Wolves in the Walls”은 누군가 훗날 xR의 역사를 쓴다면 영화사의 ‘대열차 강도(1903)’와 같은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지 모른다. ‘대열차 강도’가 ‘씬’ 개념과 ‘교차편집’ 기법을 도입하여 영화라는 매체의 고유한 내러티브를 개척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처럼 “Wolves in the Walls”은 앞으로 xR 내러티브를 만들고자 할 때 참고하고 연구해야 할 기법들로 가득 차 있다.
일례로 1인칭 시점인 게임, 3인칭 시점인 영화와 근본적으로 다른 xR만의 시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2인칭 시점’(관객이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부터 ‘너’라고 불리게 되는 시점)은 이 작품을 통해 완전히 스토리에 녹아드는 데 성공한다. 또한 6축 경험과 단단하게 결합된 장면전환 기법은 xR의 필요악 같은 존재인 ‘순간이동’ 기능을 완전히 쓸데없게 만들면서 동시에 우리가 가만히 앉아 이 작품을 관람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는 당분간 xR 내러티브를 만들 때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또 그래야만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이 작품에서 성공적으로 활용한 2인칭 시점을 다른 이야기에서도 쓸 수 있을까? (‘체험자’가 극 중 주인공의 눈에만 보이는 상상의 존재라는 설정을 변주할 수 있는 영역이 넓지 않아 보이기에) 그렇게 하려면 극 중 인물들과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해주는 ‘AI’나 극 중 캐릭터 뒤에 실제 배우가 위치하는 ‘이머시브 연극’ 형태가 필요한 것일까? 그럴 지 모른다. 제작사 페이블 스튜디오는 이 작품을 만들고 난 뒤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AI’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스스로 가상존재(Virtual Beings)를 연구하는 회사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왜 페이블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일단 이 작품을 경험해봐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경험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빨리 한글화가 될 필요도 있다.
지금 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곳
“Wolves in the Walls”은 오큘러스 스토어에 독점으로 공개되어 서비스 중이다. 오큘러스 리프트 및 리프트S, 오큘러스 퀘스트 및 퀘스트2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현재 한글 자막 및 더빙은 지원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