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콘서트, 어디까지 가봤니?

Rene Hyewo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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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min readSep 27, 2021
포트나이트에서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 메타버스 콘서트 (출처 : epicgames.com)

음악산업의 새로운 돌파구, 메타버스 콘서트

메타버스 콘서트는 기존의 라이브 스트리밍 콘서트와는 다르게 CG로 제작한 3D 아바타를 통한 아티스트 가상화, 다양한 상호작용 기능, 그리고 가상 상품을 통한 수익창출 등을 특징으로 한다.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등 기존 온라인 게임 플랫폼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메타버스 콘서트는 기존 게임과 달리 관객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미션보다 주로 제공되는 콘텐츠를 즐기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부 뮤지션은 CG로 구성된 3차원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 속 영상으로만 등장하기도 하고 3차원 공간에 2D 실사 인물이 합성되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메타버스 콘서트라고 부르는 이벤트의 핵심적인 차별점은 아티스트들이 모션캡처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화된 캐릭터인 ‘아바타’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웨이브에서 제작하고 틱톡으로 스트리밍 된 더 위켄드 메타버스 콘서트 (출처 : https://newsroom.tiktok.com/ The Weeknd Experience (TikTok Live)

코로나 직후 등장한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포트나이트(Fortnite) 콘서트가 큰 주목을 받으면서 여러 사례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러한 방식의 메타버스 콘서트는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 만들어진 뮤지션의 아바타는 실존의 아우라를 따라가기 역부족이어서 그저 ‘3D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도 있고 아예 언캐니한 캐릭터 자체에 대한 반감도 분명 존재한다.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도 영상 스트리밍 공연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것만도 힘든데 메타버스 월드에 등장하기 위해 그린 스크린 세트에서 타이트한 모션 캡처 수트까지 입어야 하니 그 수고스러움 역시 한층 배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 콘서트는 새로운 혁신 사례를 더해가며 음악과 공연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메타버스 콘서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이런 방식이 기존의 오프라인 라이브 콘서트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하지만 기존 공연이 주던 현장감, 감동을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메타버스 콘서트는 분명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고, 새 앨범과 싱글을 홍보하는 인기 마케팅 채널이 되었으며, 팬들과 아티스트들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시켜주는 새로운 음악 이벤트로 자리 잡는 추세다. 무엇보다 메타버스 콘서트는 이제 막 부상하기 시작한 메타버스 산업을 대표하는 킬러 콘텐츠 중 하나다.

자, 여기까지는 업계 관계자 관점의 얘기였다. 이제부터는 ‘공연 애호가’의 관점에서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어가 보고자 한다.

디지털 가상으로 이동한 음악 일상

코로나 이후 달라진 풍경에는 락 페스티벌 없는 여름이 있다. 여름의 공기를 지배했던 뜨거운 에너지의 페스티벌 경험은 음악과 라이브 공연을 사랑하는 내게는 한 해를 살아갈 연료였다. 음악 페스티벌을 찾아 해외까지 여름 휴가를 떠나기도 하고 팝 가수, 락밴드 공연을 보러 바다를 건너고, 내한하는 아티스트 공연장을 사수하기 바빴던 일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진지 오래다. 그 대신 작년부터 나의 음악적 일상은 완전히 디지털로 이동하여 유튜브와 게임, 그리고 VR 소셜 플랫폼 등에서 공연을 ‘시청’하거나 ‘체험’하게 되었다.

포트나이트 리프트 투어 영상(2021. 8. 8)

2021년을 반추하니 4월엔 별도 플랫폼에서 진행된 ‘포터 로빈슨(Porter Robinson)’ 공연, 웨이브(Wave)에서 열렸던 ‘딜런 프란시스(Dillon Francis)’ 공연, 5월엔 유튜브로 생중계된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 7월엔 산사(Sansar)에서 열린 호주 음악 페스티벌 Splendour XR, 8월엔 포트나이트에서 ‘아리아나 그란데 (Ariana Grande)’, 그리고 9월엔 ‘펜타킬(Pentakill)’ 공연을 가상에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40년 만에 복귀하는 아바(Abba)의 새로운 가상 공연 소식과 플레이스테이션 쇼케이스로 나오게 될 라디오헤드의 Kid A Mnesia 전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라디오헤드 Kid A Mnesia 전시 소개영상

그래도 틈나는 대로 공연장을 찾으며 전통적 콘서트 경험을 완전히 지우지 않았지만 디지털 가상 공간에서의 음악 경험 비중이 현저히 높아진 것을 스스로도 체감했다. 스트리밍으로 이동한 ‘음악 청취 경험’ 대전환에 이어, 뮤직비디오나 비주얼 앨범 등이 주던 ‘시각적 음악 체험’의 대전환, ‘콘서트 경험’의 대전환기라는 새로운 챕터가 열린 것을 실감했다. 많은 가상 공연을 봤음에도 2020년엔 무엇 하나 갓띵작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BPM이 오르는 경험을 꼽기 어려웠지만 올해는 그래도 뇌리를 스치는 공연이었다라고 말할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작년 메타버스 공연이 가슴을 뛰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메타버스 시대, 시장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다가올 2022년은 가속화와 대중화로 가는 해가 될 것임이 자명한 지금, 가상 경험을 설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직업병의 일환으로 남들보다 빠르게 선취한 일련의 경험을 회고해 본다.

음악의 발견이 아닌 게임의 발견이 된 가상공연

좋은 영화는 극장을 나와서도 그 영화 속 세계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게 하고, 좋은 콘서트는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공연의 모든 순간을 복기할 수 있을 정도로 감탄사를 연발하기 마련인데, 떼창을 할 수 없어서 였는지 뮤지션의 땀방울을 볼 수 없어서 였는지 귀를 먹먹하게 하는 사운드가 없어서 였는지, 포트나이트와 로블록스 안에서 펼쳐진 공연들은 숙제하듯이 보고 끝났다. 한마디로 짜릿한 전율이 남긴 여운과 계속되는 이야기가 없었다.

게임체인저(Game Changer) 같은 기술적 실험이 녹아든 이벤트들은 내용보다 성과로 기억되는 법이다. 아마도 실제 뮤지션이 퍼포밍을 한 무대를 이미 여러번 학습한 입장이기에 게임 속 캐릭터로 등장하여 펼쳐내는 3차원 비주얼의 향연은 조금은 허무했던 것 같다. 게임이나 여타의 플랫폼이 나의 아바타를 자유롭게 움직이게 해주고, 나 스스로가 카메라가 되어 무대 위나 아티스트 코앞까지 보고 싶은 위치를 정하고, 때론 버튼 하나로 멋진 춤을 추면서 단순한 스트리밍이 주는 지루함은 이겨낼 수 있었지만, 되려 이런 열기를 이끌어내는 게임에 대한 흥미와 함께한 참가자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뿐이었다.

실제로 포터 로빈슨 공연이었던가, 망토를 두른 귀여운 아바타로 모두가 동일하게 광활한 잔디 위를 유영하여 무대 쪽을 향하고 있을 때 낯선 외국 친구가 말을 걸었는데 목소리에서 감지되는 많이 어린 나이에 놀랐던 기억, 스플렌더 XR 공연 당시엔 여러 페스티벌 맵 중 한 곳이 클럽 디자인이었는데 거기서도 여타 페스티벌처럼 술에 취하고 험한 말을 쏟아내는 관객이 시끄럽게 대화를 이어가 자리를 피했던 기억이 난다.

출처 : Roblox Youtube

아리아나 그란데는 포트나이트 속 캐릭터로 등장해 환상적인 컬러감으로 만들어낸 세상속에 유리조각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을 때, 예쁘구나 하는 게 다 였고, 로블록스에서 열린 ‘트웬티 원 파일럿(Twenty One Pilots)’ 공연은 펑키한 음악에 솔깃하긴 했어도 뮤지션이 거인으로 등장하여 그 어깨 위를 나는 쾌감은 짧았는데, 그 와중에도 지구 반대편 어디선가 접속한 또 다른 관객과 연결되는 순간의 흥분은 길었다.

2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포트나이트와 로블록스가 메타버스의 대표 플랫폼이 된 배경에는 코로나 이후 사용자 저변이 확대 일로에 있을 때, 게임 내에서의 가상 콘서트와 같은 다채로운 소셜 활동을 확장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을 게임 안에 머물게 한 동기를 만들어 준 것에 있다. 아티스트와 콜라보 하면서 게임내 아이템이 다채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게임내 커뮤니티 소통을 배가시켰다. 음악계의 새로운 돌파구라 생각했던 게임 내 가상공연은 사실 게임의 내연 확장이 아니였을까?

음악적 경험에 초점을 둔 웨이브(Wave.watch)의 인터랙티브 기능들이 차라리 좀 더 대안처럼 보이는 등 좀처럼 완벽하게 몰입되는 공연을 못 만나는 시간이 이어지던 어느 날, 나는 아예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 뮤지션을 가상 콘서트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몸에 맞는 옷처럼 자연스러운 것, 하나의 이정표를 본 것 같았다.

Pentakill III: Lost Chapter — An Interactive Album Experience (2021. 9. 9) / 출처 : Riot Games Music Youtube

물리적 제약을 넘어, 메타버스가 메탈 버스(Metal-Verse)로

라이브 공연은 역시 기타 연주와 파워풀한 드럼을 들을 수 있는 락이나 메탈 등의 밴드 음악 장르가 아니던가? 이것이 가상 콘서트로 옮겨왔을 때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 일렉트로닉이나 댄스가 아닌 장르가 유독 드물었기에 궁금증을 더했던 내게 ‘펜타킬’은 하나의 답이 되어주었다. 얼마만에 듣는 락킹한 음악이었는지 가슴이 웅장해졌다.

펜타킬(Pentakill)은 지난 9월 9일 이제껏 나온 어떤 가상 콘서트 보다 압도적인 스케일감과 시각적으로 완성된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펜타킬은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가 만든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게임 캐릭터 7명으로 구성된 밴드로, 2014년에 데뷔하여 이미 잘 알려진 K/DA보다 먼저 활동한 가상 메탈 밴드다. ‘인터랙티브 앨범 경험’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공연은 앨범 출시와 맞물린 이벤트의 일환으로 웨이브에서 무려 45분간 진행되었다. 그간 게임 내에서 시도된 여타 공연이 10분에서 20분 정도였던 것 대비, 앨범 전곡을 커버하고 거기에 다양한 인터랙션과 내러티브를 더했다. 가상 공연의 한계를 뛰어넘는 비주얼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판타지적 요소를 살린 연출, 무엇보다 정교해 보였던 뮤지션의 표정과 움직임을 보고 모처럼 가슴이 뛰었다.

이번 펜타킬 공연의 배경 컨셉 (Stufish — Pentakill environment concept, 출처 https://www.themill.com/)

실시간으로 진행된 연주를 40개 이상의 가상카메라로 캡처하여 제작하였는데, 무엇보다 이 가상의 공연 무대 제작에는 롤링스톤즈, 유투, 핑크플로이드, 태양의 서커스 등의 역사적 무대를 만들어 사랑해 마지 않는 전설적인 무대 디자이너인 마크 피셔의 스튜디오 Stufish까지 참여했다. 위대한 락밴드 공연 현장에 직접 가는 여러 이유 중에 압도적인 스케일의 무대를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한 것도 있는데 그 동안 라스베가스에나 가야 볼 수 있던 거대하고 움직이는 무대, 조명효과, 특수효과, 화려한 백드롭 영상, 환상적인 무대 장치들이 실물로 주는 감동이 있었다면,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표현된 컴퓨터 그래픽과 게임엔진으로 탄생된 이번 무대 역시 다르지 않았다. 되려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표현되어 캐릭터에 동화되면서 생기는 서사적 체험이 몰입감을 만들어 냈고, 내러티브 요소로 인해 한 편의 락뮤지컬이나 음악 영화를 보는 듯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CG를 담당한 세계적인 스튜디오 더 밀(The Mill)은 이 공연을 빌어 메타버스를 넘어 ‘Metal-Verse’에 초대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펜타킬이 보여준 것은 여타의 가상 콘서트가 보여주고 있는 장점인 물리적 공간에 고정되지 않은 무대와 표현의 자유, 3차원 가상 공간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이다. 거기에 원래 공연이 갖추어야 하는 요소들을 기존 공연 전문가 들로부터 흡수하여 녹여내면서, 수년간 사랑받는 게임의 세계관의 연장으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상 콘서트의 한 단계 진화를 만들어 낸 것 같다.

FOX TV SHOW ‘Alter Ego’ trailer 폭스 아바타 음악경연쇼(2021.9.22 첫방송) 트레일러

아뽀키(APOKI)와 릴미퀼라(Miquela)를 비롯하여 ‘얼터 에고(Alter Ego)’와 같이 아바타로 등장하는 가상 뮤지션의 활동이 TV 쇼까지 진출할 정도로, 하나의 장르가 되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기에, 우리는 이제 다양한 장르의 가상 뮤지션이 물리적 제약을 넘어선 가능성으로 무장한 가상 공연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 지는 날을 앞두고 있다.

아바 신보 발표 영상(2021. 9.3) (출처 : HMW official Youtube)

신체적 제약을 넘어, 아바(Abba)가 아바타(Abba-tars)로

‘Abba Voyage’ 라는 새앨범(11월 5일 발매)을 들고 40년만에 돌아온 아바는 2022년 5월 런던의 실제 공연장에서, 아바타로 하는 가상공연 소식을 발표했다. 놀라운 것은 펜타킬에 참여한 Stufish가 아바의 새로운 가상 공연에도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CG 스튜디오 ILM이 참여하면서 스타워즈 영화나 마틴 스콜세지의 ‘아이리쉬 맨’ 영화에서 선보인 ‘디에이징(de-aging)’ 기술을 통해 전성기 시절의 아바를 경험하게 해준다고 한다. 어느덧 70대인 아바의 멤버들이 5개월간 130회가 넘게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것은 신체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티켓 가격은 아바타가 등장하는 공연에도 일반 공연 티켓처럼 10만원에서 30만원대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상당 부문 티켓이 팔린 저력을 보면 오랜시간 사랑받은 리그오브레전드의 팬층 만큼이나, 대중음악 역사를 쓴 팝 전설의 세월을 이기는 팬덤을 실감하게 된다. 이처럼 아바타를 통한 가상 공연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공연으로 갈 수 있는 관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게임이나 디지털 플랫폼, 혹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조차도 이런 종류의 경험을 위해 레전드가 될 공연을 디지털 상에 영구히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AbbaVoyage 출처 : Stufish.com

역사를 거슬러 보면 항상 콘서트에서 새로운 기술적 시도를 했던 U2도 이미 메타버스의 조상이라 불리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서 2008년 아바타로 등장하여 공연을 한 바 있다. U2의 버티고 투어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탔던 필자의 추억을 돋게 할 정도로 3차원 가상 공간과 아바타 퀄리티가 조금 부족해도 현재의 가상 콘서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 세컨드라이프를 만들었던 린든랩은 최근까지도 산사(Sansar)를 통해서 그 명맥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실존 락밴드가 게임과의 결합을 시도했던 것도 우리에게 대중적인 아티스트들만 알려져 있지만, 한 때 락페스티벌 헤드라이너를 장식하던 오프스프링(Offspring) 은 월드 오브 탱크(World of Tanks)에서, 콘(Korn) 은 어드벤처퀘스트 3D(AdventureQuest 3D) 라는 모바일 게임에서 공연을 시도한 바 있을 정도로 새로운 시도는 늘 계속되어 왔다.

U2 in SL Live Concert in Second Life(2008. 3)

‘연결’ 과 ‘경험’이 촉발한 디지털 세상의 확장은 우리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초기 기술 실험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높은 제작비, 기술장벽, 대형 아티스트에게 쏠린 기회 등의 문제 역시 이면에 존재하지만, 역으로 인디 뮤지션에게는 등용문이 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산업의 변화를 조금씩 견인하고 있다.

미국 인디밴드 커리어클럽(Courier Club) 마인크래프트 음악페스티벌 블록 바이 블록웨스트(Block by Blockwest)

지난 7월 발간된 PWC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아웃룩 2021–2025’ 보고서 역시, 코로나 이후 권력의 이동과 비즈니스 모델의 이동을 다루면서 큰 타격을 받았던 라이브 공연시장이 가상 경험에서 대안을 찾았다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전세계의 거점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기존 월드투어는 짧게는 1년 길게 2~3년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무대 세팅과 해체, 대규모 이동 등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때론 심각한 환경 오염을 야기하기도 하여 공연중단을 외친 자성의 목소리를 낸 뮤지션이 있기도 했다. 평균 18개월 동안의 제작기간을 투여하여 200만명의 월드투어 관객을 모으는 행위는 때론 많은 물리적 제약과 신체적 제약과의 싸움을 거치지만, 디지털로 전환된 음악시장에서 라이브 공연은 오랜 기간 가장 큰 수익원이자 아티스트와 팬이 만나는 통로였다.

“it’s all about meeting consers where they are, rather than having them come and find you.” — PWC <Perspectives from the Global Entertainment & Media Outlook 2021–2025>

하지만 이제 그 통로는 메타버스를 만나 다각화되고 디지털화된다. 가상존재로 만들어지는 아티스트는 몇 주간의 모션캡처 시간(아바의 경우 5주 소요) 만 투여하면 되었고, 가상 공연은 6개월에도 만들어졌다. 물리적 콘서트 현장의 단순 가상화를 벗어나, 메타버스 안에서의 경험의 질이 풍부해지고 있으며, VR 등을 만나 몰입감은 더욱 높아졌고, 창의적인 방식의 팬과의 소통 방법은 진화할 것이다. 가상 콘서트의 매력이 “연결” 경험에 있다는 것은 연구결과로도 뒷받침 되고 있다. 지난 6월 발간된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상 콘서트가 더 많은 사회적 연결을 촉진’하며 코로나 이후 참가자 간의 정서적 지원이나 공감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소비자와 관객이 찾아오게 하는 것이 아닌 오늘날, 디지털 공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 새로운 세대에 잠재적 음악 팬이 존재하는 게임이나 가상 플랫폼으로 가서 성장하는 로켓에 올라타는 것, 그것은 위기를 겪었던 라이브 음악 산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끝없는 디지털화에도 음악은 형태만 바뀔 뿐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는 시도가 아닐까? 그것이 보다 연결을 원하는 음악팬들을 모으게 한다면, 음악이 배경음악과 사운드 트랙으로 사라지지 않고 장르적 혼합과 기술적 결합으로 가장 혁신적인 엔터테인먼트 경험으로 재탄생하면서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내게 되지 않을까?

Metaverse Concert List 2020–2021 주요 메타버스 콘서트 리스트 (2020–2021) by ixi.media (Rene Hyewon Lee)

본질적인 아날로그 콘서트 경험은 되려, 이런 가상 공연이 트리거(Trigger)가 되어 더욱 소중하고 가치 있는 특별한 기회로 다시 부상할 것이라 예상한다. 다만 그 비중은 줄어들고 라이브 공연의 크기와 형태, 퀄리티가 양극화 될 가능성이 많겠지만, 바이닐(Vinyl) LP가 다시 부상했듯, 소수의 집중된 영역으로 살아날지 모를 일이다. 이런 물리적 공간에서 시간과 공간, 나아가 신체를 점유하는 직접적인 체험감이 주는 몰입감과 가상 공간에서 주는 몰입감은 조금은 다른 감각의 산물이다. 디지털에서 보내는 시간점유율이 역전된 코로나 이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음악을 즐기는 하나의 체험으로 언캐니한 가상 뮤지션이든, 애니메이트 된 아티스트들이든 콘서트를 찾아 나설 것 같다.

미래 세대의 놀이터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아티스트 아바타가 얼마나 실물과 똑같은 가와 같은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 게임 플랫폼이 친구를 만나는 통로인 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좋은 건 나눠야 하는 문화체험의 특성상 ‘함께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어떤 경험설계를 구축하고 어떻게 아티스트의 비전을 실현했는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나의 오랜 일상과 변화된 일상이 융합된다면, 아마도 나는 곧 내년 런던까지 날아가는 아바 보야지(Abba Voyage)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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