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pheres

한국제목 : 스피어즈

Rene Hyewon Lee
ixi media
4 min readDec 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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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s://www.oculus.com/experiences/quest/3789736921099233/

우주 가장 깊은 곳으로의 초대

지구 3백만배 크기의 블랙홀 사진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공개되었을 때 우리는 그 이미지를 ‘보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철저한 과학적 검증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블랙홀 내부로 우주선을 타고 들어가는 장면에서 우리는 숨을 죽이고 그 장면을 지켜보긴 했지만 그 역시 2차원적인 간접 체험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 출처 : https://beyondreality.space/introduction/interactive/spheres/

하지만 ‘스피어즈’ 는 단순히 우주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우리 자신이 우주의 한 가운데 서서 우주를 통과하는 다차원적인 체험을 가능케 하는 인터랙티브 VR 작품이다. ‘스피어즈’는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인상적인 음악과 극명하고 아름답게 창조된 비쥬얼을 통해 두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는 불가능한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극도의 중력장에 의해 수천 가닥의 빛으로 나뉘어 블랙홀에 빠지다 보면 토성의 고리를 어느새 유영하게 되기도 한다. 이 압도적인 경험은 우리가 오랜 시간 염원한 우주 체험의 황홀경에 다름 아니다.

2018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이후 전세계 영화제의 VR 작품상을 석권했던 ‘스피어즈’는 우주의 음악을 탐험하고 우주 가장 깊은 곳으로 떠나는 작품이다.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는 우주가 되고, 손끝을 뻗어 우주의 에너지를 느끼며 행성을 만지거나 밀어내기도 하고 우주의 숨겨진 노래를 들으며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플라네타리움의 재현을 넘어서는 정교한 인터랙션 디자인과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의 카일리 딕슨과 마이클 스테인의 음악으로 완성된 수준 높은 사운드 스케이프까지 자랑하는 이 작품은 전 연령이 함께 즐기는 교육 콘텐츠로도 탁월하다.

SPHERES | Oculus Quest + Rift Platforms https://youtu.be/Ipp50yDqzoA

영화 ‘블랙스완’ 의 대런 애러노프스키(Darren Aronofsky)와 아리 핸델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전 항공해양 사진 작가 아버지를 둔 덕에 일찍이 과학과 예술을 같이 탐구하는 감독이 된 일라이자 맥나잇(Eliza McNitt)이 감독을 맡았다.

‘기묘한 이야기’의 일레븐이었던 밀리 바비 브라운(Millie Bobby Brown)의 내레이션으로 구성된 1부 <우주의 코러스(Chorus of the Cosmos)>, ‘인터스텔라’와 ‘마션’으로 익숙한 배우 제시카 챠스테인(Jessica Chastain)의 내레이션으로 블랙홀을 체험하는 2부 <시공간의 노래(Songs of Spacetime)>, 시인이자 작가이며 뮤지션인 패티 스미스(Patti Smith)의 목소리를 따라 빅뱅의 메아리를 발견하고 지구를 향해가는 3부 <창백한 푸른점(Pale Blue Dot)> 등 각에피소드 당 12 분 내외의 체험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리지널 내레이션 버전 외에 부천영화제 및 전주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던 한국어 내레이션 버전은 한예리, 김규리, 김윤아가 각각 에피소드를 담당했고 곧 온라인으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스피어스’가 선사하는 경이로운 우주 여행 속에서 우주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깊은 감동으로 우주에 관한 한 편의 시를 가슴에 새기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스피어즈’ 는 오큘러스 퀘스트 버전리프트 버전으로 (영어/중국어/프랑스어)로 오큘러스 스토어에 독점 공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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