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가상정거장(Virtual Station) 전시

근대의 폐허 위에서 테크놀로지를 바라보고자 한 ‘가상정거장’ 제작진 김신우 PD 인터뷰

Rene Hyewon Lee
ixi media
15 min readJun 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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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정거장 포스터 (출처 http://virtualstation2021.com/)

평범한 우리 일상으로 깊게 침투한 낯선 기술의 언어들이 난립하는 사이, 예술가들은 감각과 자극의 홍수 속에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고 사유하고 시도하면서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기술력과 예술적 상상력의 조화로 탄생하는 창작의 결실들은 무수한 미래를 앞당기며 사회와 경제 그 사이 문화의 간극을 채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변환점이 되었던 코로나 이후 올해 들어 ‘가상’을 주제로 한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국립현대미술관 ‘멀티버스’ 를 필두로, 기어이가 주관했던 신촌문화발전소의 ‘가상이상’ 과 얼마전 문을 닫은 행화탕에서 열린 <가상정거장>까지, 2021년의 봄은 실존하는 물리적 예술공간인 미술관에서 컴퓨터로 구현되는 새로운 시공간인 ‘가상’을 뜨겁게 조우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 근대의 폐허 위에서 테크놀로지를 바라보고자 한 <가상정거장> 전시는 새로운 기술의 발달 속에서 공공영역에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할지 예술가들의 관점과 화두를 제시한 전시였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마인크래프트’ 등 게임 속 예술 실험, 로봇 연극 등이 다양한 기술들이 폭넓게 접목된 작품을 만날 수 있어 화제였던 <가상정거장>의 프로덕션 총괄 김신우 피디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가상정거장>

<가상정거장> 김신우 PD (사진 : 이혜원, 장소 : 공간서로)

ixi :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독립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김신우 피디입니다. 옵신 페스티벌 프로듀서, 가상정거장 등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한편, 공간 서로를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페스티벌 봄이나 국립아시아 문화의 전당, 국립현대미술관을 거쳐 공연베이스 작품을 프로덕션 해왔습니다. 김성희 예술감독님과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ixi : <가상정거장>에서도 공연작품이 있었죠?

그동안 공연을 중심으로 작업 해왔는데, 코로나 상황과 행화탕 특성도 있어서 전시나 미술작가분들과의 작업으로 확장해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장르를 구분하는 것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보고 다원예술가 외에 안무가, 영화가, 시각 예술가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목소리를 갖고 있는 작가들과 협업했습니다.

ixi : <가상정거장> 전시를 만들게 된 취지가 궁금합니다. 작가진 선정 배경 등 기획 배경과 실제 전시 구성내용 등 아쉽게도 전시를 놓친 분들께 소개 부탁드려요.

전시 개최 배경에는 두 가지 갈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긴밀하게 작업을 하고 있던 동시대 컨템포러리 작가들과 얘기하면서 기술의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게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협업해오던 작가들이 오늘날 일상에서 기술의 문제에 대해 비평적으로 성찰을 하고 있는 것이 첫번째 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공공예술 지원사업 일환으로 오늘날 우리가 기술에 대해 볼거리나 스펙터클 위주로, 즉 기술을 뽐내기 위한 전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일상에서 기술이 밀접한 이슈인 것에 비해 논의 자체는 상업적이거나 도구적으로 접근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에 대해 비평적으로 성찰하는 작가들과 공공의 맥락에 대해서 살펴보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핵심에는 기술이라는 문제를 통해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는 현실과 사회에서 관계 맺는 방식을 어떻게 다시 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모인 작가들이 있었습니다. 표현 방식에서는 영상으로 접근한 사람, 가상현실(VR)로 접근한 사람, 인공지능(AI)으로 접근한 사람 등 다채로웠습니다.

ixi : <가상정거장>이라는 행사명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요?

티파니 리 <VR 리퀴드 파노라마> (출처 : 가상정거장 홈페이지)

원래는 역사적으로 정거장 역할을 해왔던 (구)서울역사를 염두에 두고 지어낸 이름이었습니다. 비록 그곳에서의 행사는 불발되었지만 ‘정거장’이라는 곳이 다양한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각자의 길로 가는 곳이다 보니 다양한 사유들이 ‘기술’이라는 구심점을 갖고 퍼져나가는 이미지로 연결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다른 장소에서도 그 이름이 유효할 수 있겠다 싶어 행사명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가상’이라고 했을 때 VR을 생각한 것은 아니고 기술이 열어주는 또 다른 여러 세계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작가들과 계속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현재만이 유일한 유니버스라고 생각하던 관점에서 게임이나 주식(가상화폐) 등 이미 중첩된 현실들이 존재하고 수많은 레이어들의 가상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이런 주제를 선정했다기 보다는 워낙 많은 작가들이 이미 이쪽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 쪽에 가까웠습니다.

ixi : 게임, VR을 비롯하여 다채로운 참여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작가들이 당면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기술 문제가 끼어들게 되었고, 그러한 작가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이렇게 되었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참여’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공예술 프로젝트여서 ‘참여’에 대해 좀 더 고민한 것은 사실인데요. 그렇다고 감상 중심의 작품이 반드시 더 수동적이고, 참여를 한다고 더 적극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반드시 참여형이 더 민주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예술의 맥락에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고 얘기하는 기회가 더 필요하기에 프로그램 성격 상 그렇게 가게 되었습니다.

ixi : 기술이 결합되는 미디어 전시가 그렇듯 여러 난점이 존재 하기 마련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김지선 <슬픔의 집> 공연 (출처 : 가상정거장 홈페이지)

연극 작품을 스트리밍한 것들은 영상으로 봐야했기 때문에 라이브로 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VR 같은 경우는 방역 지침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었고, 게임을 활용한 작품의 경우 3채널에서 동시에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것에 따른 어려움이 있었죠.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했던 <슬픔의 집>의 경우, 김지선 작가님과 관객들이 마인크래프트 내의 대극장에서 다른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는 영상을 지켜보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이 모습을 다시 유튜브에서도 중계하고 전시공간 현장에서도 중계했었습니다. 작가와의 대화 역시 마인크래프트디스코드를 동시에 써서 진행했습니다.

ixi : 김성희 예술감독님의 기사를 보면 “우리가 가상에 들어가는 이유는 관객이 가상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이미 (작가들의) 목소리와 시각들이 있고 그걸 저희가 조명하는 것에 가까웠다면, ‘에란겔 다크투어’의 경우는 기획의지가 투영 된 사례였습니다. 오영진 기획자님이 함께 하셨는데 ‘배틀 그라운드’ 속에서 수업을 하셨던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착안해서 대안적인 관계 맺기의 방식, 즉 한 명만 살아남는다는 룰이 불변이라고 한다면 그 안에서 플레이어들이 ‘우리는 다른 룰을 하겠어’, ‘우리가 다른 마음을 먹으면 다르게 변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습니다.

기술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견해도 많은 오늘날 사회에서도 화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마리를 얻었고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기획의도가 중요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여전히 게임 시스템의 영향을 받기에 참가자들이 동시에 죽고자 해도 결국 최후의 생존자, 즉 우승자는 나오게 되죠. 하지만 우승자의 킬은 0으로 기록되게 됩니다. 그 자체도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해당 이벤트를 스트리밍으로 생중계 했는데, 스트리밍도 어려웠지만 참여자들을 예측할 수 없기에 사전 계획이 어려워 중계 하시는 분들이 카메라를 돌리고 하면서 임기응변 속에서 진행했어요

ixi : ‘에란겔 다크 투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시겠어요? 어떤 가설이 있었고 어떤 시사점을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에란겔’의 경우 리허설을 하기에 쉽지 않았고 교육도 쉽지 않았습니다. 게임개발사인 크래프톤이 제공하는 기능을 활용해서 이벤트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커스텀(Custom) 방을 만들어 접속 링크로 들어오게 했고 게임설정 조정을 통해 총을 여러 번 맞아도 덜 죽도록 하고, 발견할 수 있는 무기의 빈도 수나 수량도 적게 했습니다. 무기를 발견하더라도 되도록 무해한 무기, 그러니까 신호탄, 연막탄 등이 나오도록 했고 한 번에 죽을 수 있게 하는 치명적인 무기들은 잘 발견되지 않도록 했어요. 참여자는 40명에서 100명 정도 참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이벤트 중에 수류탄을 던지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참가자분들이 룰을 지켜서 하더군요. 이벤트가 끝나고 참여한 관객분들과 연사자들과의 토크가 있었는데 어느 한 참가자가 정말로 수류탄을 들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을때 던지려고 했는데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다같이 끝까지 살아남는 걸 보고 싶다는 이중적인 감정 들어 혼란스러웠다고 했습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누군가 수류탄을 던져 다 죽게 되면 조교가 대신해서 이어나가는 것으로 하자는 등 여러 시나리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시간 스트리밍이 되는 상황에서 ‘수류탄 폭발’로 전체가 사망하는 것도 작품적으로 의미가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어요. 행사 때 총 3팀으로 나누어서 진행을 했는데 A팀에서 길잃고 낙오한 사람들이 생겨 차를 몰고 목적지까지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차량이 B팀이 이동하는 지역을 지나게 됐고 실수로 B팀의 구성원을 치게 되었어요. A팀과 B팀 간 패싸움이 붙을 뻔한 상황이 연출됐는데 다른 팀이 심폐소생술로 살려주었어요.

ixi : 실제 오랜 기간 게임을 해본 ‘배그 유저’와 처음 게임을 접하는 ‘일반 유저’가 서로 들어와 있었을 때 피드백이 어떻게 달랐는지 궁금합니다.

에란겔에서의 살상이 익숙한 배그 유저분들은 같은 공간에서 다른 걸 시도했다는 것을 독특하고 재밌있게 본 것 같습니다. 실제 게임 중에는 생존에 집중하느라 맵에서 수영을 한다거나 물소리나 바람소리를 듣는 등 유유자적 할 수 없는데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이 굉장히 생소하고 아름답게 다가온 듯 합니다.

한편 처음 접속 한 분들의 경우는 사실상 따라오는데 급급해서 경험의 장벽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참가자는 게임을 버거워 할 때 누군가가 나타나서 구해주러 오는 것들이 좋았다고 얘기했고 특히 죽는 경험(사실 배그 유저 분들은 이미 너무 많이 죽어봐서 이상할 것도 없는데), 자기장 안에서 종말을 맞게 되는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고 합니다. 처음 접한 분들의 경우 화면에 피가 터지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고도 했구요.

ixi : 공공예술 프로젝트이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만, 막상 가상이든 현장이든 직접 참여하여 체험하는 것과 지켜보는 것과의 경험의 간극이 있기 마련입니다. 소수 밖에 못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공공예술 측면에서 밸런스 조절은 어떻게 했나요?

초반 각자 다른 입장이 있었습니다. 오영진 기획자님 입장에서는 스트리밍으로 보는 사람 보다 게임에 들어오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라는 입장이었는데 시청자를 배려되어야 하는 지점 등도 있었기 때문에 조율하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조건이었어요. 스트리밍으로 했을때 재미 없을 수 있는 것, 현장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하는 것도 중요했어요.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고민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중계에 신경을 썼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스트리밍으로 이벤트를 시청한 경험과 직접 그 안에서 플레이 해보는 경험이 막상 많이 달랐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어느 쪽이 더 좋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마지막에 나오는 부감샷은 게임 안에 계신 분들은 볼 수 없는 장면인데 그 장면이 스트리밍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죠. 중계 카메라가 하늘을 날아 다니며 낙오된 분들을 찾아다니고, 카메라를 돌려서 조명해주고 하는 것도 실제 참여하는 사람들은 볼 수 없는 재미요소였죠.

김지선 작가의 마인크래프트 역시 받은 피드백 중에는 똑같은 영상을 보지만, 발생하는 기묘한 물성, 현존감이 달랐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마인크래프트 안에 들어간 참가자는 뒤를 돌아보게 되는데 캐릭터의 방향을 돌리는 게 아니라 현실의 내가 머리를 돌리게 된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물리적인 부분과 온라인에서의 가상의 몸이 중첩되었다가 미끄러지는 체험을 하게 된 거죠. 3가지 경험의 층위 즉, 현장-스트리밍-게임 속에서 각각 발생하는 감각적 체험이 달랐습니다.

ixi : 오프라인 행사 공간이었던 ‘행화탕’ 자체는 어땠는지?

출처 : 행화탕 페이스북 (대중목욕탕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으로 2021년 5월 24일을 끝으로 재개발 될 예정이다)

미래적인 현실에 대해 얘기하는 공간이 옛 폐허라는 것. 여러 현실이 중첩되어 있는 것이 좋았고 그런 곳에서 무언가를 상상한다는 게 많은 레이어를 발생시켜서 좋았습니다.

매끈한 화이트 큐브라면 평범한 작품이었겠지만 기름 창고, 보일러실에서 발생하는 아우라가 좋았습니다. 사실 오프라인 공간 없이 마인크래프트에 페스티벌 센터를 만들자 라는 논의도 있긴 했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것도 이슈였어요.

공연 작업을 베이스로 해왔기 때문에, 현장의 물성, 일시성, 현존감 등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이 부분이 근대적인 것 같다고 생각하여 구체적인 고민 중에 하나는 페스티벌 센터를 사운드 스케이프가 가능한 새로운 베타버전 플랫폼으로 하는 것으로 테스트 중입니다. 현재까지는 깊이가 생기지 않는 느낌이고 스몰 토크(Small Talk)만 할 수 있었어요. 가상공간 속에서 10년 후에도 심도 있는 대화가 가능하겠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에서 눈을 맞대고 질문을 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ixi : VR에서의 공간 경험은 2D 스크린에 기반한 ‘마인크래프트’나 ‘배그’ 경험과 다를텐데요. 인상적인 VR 작품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게임을 안하기도 하고 잘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VR은 너무 흥미롭고 이상한 신체성이 생기는 것이 좋아요. VR의 이중성, VR만큼 자신의 신체에서 모든 게 시작하는 것이 없어요. VR은 일치가 되는 것이라 주체성이 강화되는 느낌이고, 작년에 VR을 리서치 하면서 그 동안 공연에서 가졌던 질문들을 VR을 통해 다시 하게 되는 구나 느꼈어요. 예를 들어 환영성의 문제에 있어 영화도 그렇고 공연도 그렇고 환영으로 부터 벗어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VR은 궁극의 환영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얕은 트릭이기도 하고 나의 뇌를 잠깐 속이는 것일 지 모르지만, 영화나 미술등을 생각해보면 그런 뉴스들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게임은 더 지켜볼 예정이에요.

개인적으로 VR 중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고이즈미 메이로 작가의 <희생>이라는 작품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전쟁, 역사에서 오는 트라우마들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는가’,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는가’ 같은 문제를 많이 질문했던 작가인데, <희생>은 이라크에서 어린 시절에 폭탄 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실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VR 작품입니다. 헤드셋을 들어서 머리에 쓰면 카메라 흔들리는게 느껴지고 어느 순간, 눈앞에 있고 나의 몸이 거의 일치 하는 그 몸 안에 들어갔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구도였습니다. 가족의 죽음과 슬픔과 이후의 그들을 기리기 위한 제의, 슬픈 동시에 멀미가 많았어요. 그 사람 몸과 내가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멀미 작용 같은 것들이 되게 직접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이입하는 것의 불가능성을 실시간으로 몸의 거부반응으로 느끼게 되면서 백프로의 몰입감을 만들어냈습니다.

ixi : 공연에서 새로운 기술을 활용했던 기억나는 작품이 있다면?

당장은 없는 상황으로, 김지선 작가의 <딥 프레젠트>라는 작품의 경우, 인공지능 아이보 강아지 인공지능 로봇, 알고리즘도 나오고 그것도 이미 완성된 작품으로 공연으로 나오면 로봇 4개가 등장했는데, 어려웠다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연극에서 사람이 등장하길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ixi : 가을에 준비중이신 옵신 페스티벌(Ob/Scene Festival)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부탁드립니다.

가상정거장이 테크놀로지와 기술에 초점이었다면, 옵신 페스티벌은 보다 열려 있는 페스티벌로 무용, 연극도 있고 VR 도 있을 예정입니다. 영화 감독의 작품도 있구요. 가상정거장은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도 하게 될 예정으로 좋은 기회로 많이 더 협업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상정거장> 김신우 PD (사진 : 이혜원)

ixi :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합니다.

계속 공립기관에서 일을 하다가 보니 지속가능성이 떨어졌어요. 예산 구조가 바뀌거나 하면서 뭔가 꾸준히 할 기회가 없어서 옵신페스티벌이든 가상정거장이든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작고 길게 하고 싶고, 3년은 지나야 이런걸 한다는 것이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독립으로 무언가를 유지한다는 것의 어렵지만 계속하려고 합니다. VR 스터디를 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었고, 이런 매거진을 알게 되서 반갑습니다.

http://obscenefestival.com/
https://www.instagram.com/ob.scenefestival/

‘가상정거장’은 페스티벌 봄(Bo:m), 옵신페스티벌을 만드신 김성희 예술감독님, 그리고 김신우 피디님을 주축으로 지난 3월 행화탕에서 열렸던 공공예술 프로젝트입니다. 마인크래프트 속 가상극장을 짓고 공연한 김지선 작가의 ‘슬픔의 집’, 티파니 리 작가의 ‘VR 리퀴드 파노라마’ , 로봇이 연극을 이끄는 리미니 프로토콜의 ‘언캐니 밸리’ 등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공연, 전시 작품외에도 게임에서 이루어진 공공 이벤트 ‘에란겔 : 다크투어’ 등이 눈길을 끌었고, 다양한 작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기회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VR을 전시에 적극 수용하는 다채로운 전시 중에 하나로, 앞으로 가을에 열리는 다원예술 축제 ‘옵신페스티벌’ 에서의 새로운 실험도 기대가 됩니다. 생생한 제작기를 통해 많은 시사점을 주며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신우 피디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이번 이야기 어떠셨나요? 가상정거장 제작진에게 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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