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이머시브 연극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이렇게 된 이상 이머시브 연극으로 간다’를 통해 XR 스토리 경험이 이머시브 연극과 닮은 점을 알아보고 짧은 역사를 연대기 별로 살펴볼 수 있었다. 가장 오래된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인 라이브 극장이 가상현실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2000년대부터 영국 중심으로 발달한 이머시브 공연의 역시 길지 않지만 변화된 관객과 연결되려는 흐름이었고, 그 맥락은 기술을 만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열렸던 서울아트마켓(PAMS)에서는 XR 이머시브 연극 라이브 공연을 통해 새로운 무대로의 이동을 시도했던 ‘파인딩 판도라 엑스’ 의 키이라 벤징(Kiira Benzing) 과 ‘허수아비 VR’을 감독한 정지현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공연의 제작과정과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디지털 실험으로 극장의 미래를 탐색했던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의 사라 엘리스(Sarah Ellis)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왜 우리가 이런 시도들을 하는 가에 대한 심도 싶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XR이머시브 연극’ 두번째 연재에서는 연극의 4요소인 배우, 희곡, 관객, 무대를 기반으로 이 요소들이 어떻게 해체되고 정의되는지 다채로운 장르와 기술과 만나면서 달라진 현재 진행형의 이 장르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들여다 보고자 한다.
1. 배우 : 기술전문가를 겸하는 멀티플레이어
연극을 가장 생동감있게 해주는 역할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배우이듯, XR 이머시브 연극에서 배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 카네기 멜론대 교수이자 ‘아트 오브 게임 디자인(Art of Game Design)’ 의 저자 제시 셸(Jesse Schell) 역시 ‘VR의 힘은 눈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몸을 위한 기술’이라고 말했듯이 ‘현존감의 힘이 있기에 연기가 VR에 적용될 수 있고, 이 형식으로 연기하고 공연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가 있다’ 라고 말했다.
“There’s a power of presence, and that’s why acting is so applicable to VR. There are endless opportunities for acting and performing in this format.”
- Jesse Schell
디지털로 전환되는 공연 시도에서 배우들의 실제 얼굴을 볼 수 있지만, XR 이머시브 연극에서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목소리, 존재감이 있지만, 아무도 배우의 실존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실제 ‘언더 프레즌트(The Under Presents)’ 공연에 참여했던 제임스 코완(James Cowan) 은 인터뷰에서 라이브 XR 이머시브 공연에서 말보다 중요한 신체언어(Body Language) 의 중요성을 발견하고 의사소통에서 새로움을 발견했다고 한다. 설정된 아바타의 미세한 신체적 움직임으로 관객과 소통이 되는 상황은 객석에서 관객과 눈을 마주치던 상황과 다르고 물리적 공간에서 직접 같이 대화를 시도하며 연기를 하던 이머시브 연극과도 또 다른 환경인 것이다.
‘파인딩 판도라 엑스’에 ‘헤라’로 참여했던 파멜라 윈슬로 카샤니(Pamela Winslow Kashani)는 VR Scout와 한 인터뷰에서 실제 공연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아바타를 배우의 확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했다. 의사소통을 위해 가면이나 큰 몸짓에 의존하는 고대 ‘가부키(Kabuki)’ 스타일의 연극이나 ‘그리스 연극’과 유사한 것을 빗대어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내는 인형극, 가면극의 요소를 강조했다. 가면이나 탈을 쓴 배우가 순간적으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목소리 톤을 잘 결합하여 기존보다 과장된 몸짓으로 연기하면서 포즈 잡기를 하는 등 동작으로 캐릭터를 표현하게 되는 일은 더욱 많아지게 된다.
VR 배우(Actor)는 공연의 흐름이나 관객의 반응에 따라 즉흥연기를 하게 되지만 이에 따라 가면극의 연기처럼 조금은 양식화된 연기가 되기도 하는데 되려 표현과 전달이 명료해지고 강렬해질 수 있게 된다. 연기의 형식이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신뢰를 주는 캐릭터를 만들어 이야기에 몰입시키게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다음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고 서사를 체험시키는 여정을 끌고 가는 점 역시 다르지 않다.
VR 배우(Actor)는 HMD를 쓰고 컨트롤러를 들고 연기를 하게 된다. 또한 각 공연마다 설정된 메뉴와 기능들을 배우고 익혀야 하기에 배우는 자연스럽게 ‘기술자(Technologist)’가 되게 된다. 스스로 기술을 익혀가면서 테크니션 없이도 할 줄 아는 경지에 이르렀을 때 극은 보다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고, 이 때 배우는 ‘기술전문가’로서 하나의 역할을 추가하게 된다. 라이브 공연을 하는 동안 기술적 장애가 생길 때 마다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도 하면서 ‘스테이지 매니저(무대감독)’의 역할도 겸하게 된다. 배우는 또한 함께 참여하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의 여정을 이끌고 역할을 수행하게 만드는 네비게이터가 되기도 한다.
XR 이머시브 연극을 만들게 되면 기술적 요소를 기획하는 테크니컬 프로듀서, UX디자이너 등의 새로운 역할이 추가되지만, 기존의 의상디자이너는 가상 의상(Virtual Custom)을 디자인하게 되고, 무대 디자이너는 가상으로 구축되는 월드(World)이자 무대(Stage)를 기획하게 되는 등 기존의 오프라인 공연에서 하던 역할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필연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모두가 새로운 역량을 쌓아가는 이러한 창작 과정에서 배우는 ‘매체의 확장’ 뿐만 아니라 ‘역할의 확장’까지 겸하게 된다.
3년 여의 과정을 거쳐 작품을 발전시켜온 ‘허수아비’ 팀의 경우도 배우 섭외시에 3년 전엔 난황을 겪었다. 모두 VR장비 사용 만으로도 어지러워하는 것이 1차적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처음 시도해보는 배우도 거부감 없이 장비를 쉽게 사용할 정도로 진보했다. 전통적 연기를 시도하던 배우들에게는 높은 벽으로 느껴지던 이 분야는 이제 오디션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기술성숙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했을 때의 경험이 부정적일 수록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만큼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환영받지 못했었지만, 소수의 창작자들이 견인해 온 치열한 노력과 범용화된 디바이스와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시기를 만나 다른 챕터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배우는 ‘라이브니스’를 만드는 연극의 필수이기에 기술 장벽이 완화되고 저변이 확대되면서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배우와 창작자들이 더욱 많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2. 희곡 :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서 ‘스토리리빙(Storyliving)’이 되기 위해 진화하는 공동창작 시나리오
매체가 바뀌면 언어가 바뀌고, 달라진 언어는 새로운 연출기법을 요한다. 이머시브 연극이 무용이나 영화 등 다양한 장르와 혼종되어 나타나듯, XR 이머시브 연극의 내러티브도 각기 다른 장르의 요소가 결합된다. ‘허수아비’를 연출한 정지현 감독은 영화감독 출신으로서 연극적 요소를 도입한 경우였고, ‘파인딩 판도라 엑스’의 키이라 벤징은 전통적인 공연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지만, 영상이나 XR을 흡수하며 확장한 경우다.
정지현 감독은 새로워진 연출기법에 대한 질문에서 영화의 컷과 연극의 라이브니스 혹은 공간적 구성을 결합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비록 ‘컷’의 개념이 사라진 공간이지만 ‘시퀀스’ 단위로 변화될 수 있는 VR의 공간은 마술적인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쓰여졌던 영화의 시나리오와 달리, 이야기 속에서 놓이게 되는 관객을 만들기 위해 관객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서 사전 리허설이 필수적으로 필요해진다. 거듭되는 리허설 속에서 관객들을 카테고리화 하고 여기서 쌓이는 데이터들을 통해서 시나리오를 계속해서 디벨롭 해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정감독 역시, 이러한 카테고리화를 통해 배우들을 트레이닝 시킴과 동시에 어떻게 즉흥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것인지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액팅 시나리오를 계속 발전해 나갔고 이는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나 방식의 변화를 의미했다. 영화에서는 배우가 순간에 몰입하도록 감정을 이끌어 내도록 지도했다고 한다면, 배우가 가상현실 속 실시간 환경에 놓여진 체 관객 중 누구를 향해 연기하고 어떻게 동작하고 어떻게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가를 연출하게 된 것이다.
배우와 함께 대화하면서 진화시킨 ‘허수아비’ 사례처럼 ‘파인딩 판도라 엑스’의 경우도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기조를 세웠다. 그들은 이야기의 체험은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었을 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커뮤니티를 조성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중간 선택을 통해 각자 다른 엔딩을 보게 되는 ‘분기형 시나리오’ 방식을 택했기에 각 그룹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경험하게 되는 공동체가 된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견고하게 하는 과정에서 내러티브 설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게 되고 이것이 하나의 방향성으로 가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공연의 드라마트루그와 같은 내러티브 디렉터를 별도 멤버로 두기도 했다.
즉흥성 및 라이브니스, 현존감, 상호작용성, 커뮤니티 혹은 공동체적 특징을 기반으로 XR 이머시브 연극의 대본을 만들었던 ‘파인딩 판도라 엑스’의 키이라 벤징은 사회적 연결(Social Connection) 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가상공간은 혼자이지만 사람들이 모이면서 커뮤니티를 이루게 되는 것이기에 작품 창작과 개발에서도 이를 우선시 하고 있다고 했다. 관객들이 기대 이상의 특별한 결과물을 도출하고 상상력을 유발하고 더 많은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어울려서 만들어내는 경험이 주는 폭넓은 정서에 대한 것이 대본에 담기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3. 관객 : ‘관찰자’에서부터 ‘규칙파괴자’까지 새로운 관객유형과 달라진 관객의 역할
‘파인딩 판도라 엑스’ 에서 관객은 그리스 합창단의 일원으로 하나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판도라에서 희망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 참여하게 되는데, 스토리 진행을 돕기 위해 함께 퍼즐을 풀어야 하고, 제우스와 헤라를 선택하여 따라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이 엮여 있다. 몇 번의 공연을 통해 관객의 유형을 찾아냈다.
‘파인딩 판도라 엑스’에서 보여진 다채로운 관객 유형
1. Observers 관찰자
2. Curious Wanderers 호기심 있는 방랑자
3. Connectors 커넥터
4. Active Adventures 적극적 모험가
5. Rule Breakers 규칙 파괴자
‘관찰자’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지 않고 관람을 한다. 함께 참여한 사람들을 바라보거나 배우들의 연기를 그저 바라보면서 전통적 극장에서 보던 관객의 태도를 유지한다.
‘호기심있는 방랑자’ 들은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힌트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지하세계에서 무얼 가져올 수는 없는지 끊임없이 공간을 탐색한다.
여기에 더해 ‘커넥터’ 들은 기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을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VR이나 VRC 등의 플랫폼 활용 숙련도를 갖추고 처음 온 사람들을 돕기도 하고, 누군가 소외되지 않도록 격려하기도 하는 역할을 한다. 적극적인 성격을 갖추고 사회적인 스킬을 갖춘 이들은 관찰자나 방랑자 혹은 모험가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게 되는 중요한 축이 된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전세계의 관객들이 랜덤하게 모이는 공연이므로 예측하기 어렵기에 낙오되는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고 이를 돕는 사람이 나타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는 순기능을 하며 진행된다.
방랑자가 공간 탐색 수준이었다면 ‘적극적 모험가’는 그 누구보다 공연 내에서 미션인 퍼즐을 푸는 것을 좋아하고, 공간 내에 펼쳐진 오브젝트를 적극적으로 만져보거나 밀어보거나 하면서 단서가 되는 것이 있을지 찾아보기도 하고 이 공간에서 사용자이자 관객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 지를 적극적으로 실험한다.
여기에 가장 예측불가능한 관객으로 위험 요소를 갖고 있는 유형은 ‘규칙 파괴자’ 다. 설정해 놓은 세계관을 파괴하고 예상 밖의 돌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5가지 유형 외에도 관객은 더 세분화 될 수 있지만, 참여도와 적극성에 있어서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그렇기에 관객 시나리오는 더 정교하게 쓰여지게 되고, 회차를 거듭할 수록 쌓여지는 관객의 유형만큼이나 매번 공연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관객은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이 아닌 실제로 경험하는 것이기에 참여의 정도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극장에 오는 관객과 다른 기대치에 부응해야 하고, 관객과의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공연에서 관객이 갖는 역할에 대해 재정의를 하게 된다.
‘한여름밤의 꿈’을 재해석 했던 ‘드림’ 공연을 했던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도 관객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관객 조사를 통해 관객의 요구 파악을 구체화 했을 정도로, 관객으로 부터 환영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파인딩 판도라 엑스’ 팀은 적극적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하며 답을 찾아갔다. ‘무엇이 두려운지’,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는지’, ‘초능력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을 묻는 사전 조사를 통해 가상현실에서만 가능한 마법적인 환경과 초능력으로 ‘날아가는 경험’을 넣게 된다. 이야기속에서 제우스가 주는 포상처럼 등장하는 이 기능은 새처럼 날개짓을 하면 관객은 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관객에게 초능력을 부여한 환상적인 체험감은 동심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시간을 만들게 된다.
디지털이나 가상환경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관객은 무엇을 찾고 원하는지 계속 질문하고 관객에게 놀라움을 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면서 관객과 더 밀접해 지는 노력을 하게 된다. 지역적 범위의 관객을 넘어 글로벌적으로 확대되는 다중접속형 XR 이머시브 공연은 매번 달라지는 관객이 있는한 하나의 이야기가 계속 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담보하게 된다.
4. 무대 및 공연장 : 가상현실로 이동한 장소특정적 공연
‘공연장’ ‘무대’의 개념을 해체했던 장소특정적(Site-Specific) 공연을 디지털이나 가상으로 옮겨온 XR 이머시브 연극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고 상상력을 통해 펼쳐낼 수 있기에 물리적 공간과 다른 점을 파악하고 무엇이 가능하게 할 지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관객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연에서 내향적인 사람에서부터 외향적인 사람이 모두 각자 다른 동선으로 참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험의 의도에 따라 배경이 되는 공간을 디자인해야 하는 것을 시사하게 된다. 물리적 공간 보다 넓은 3차원의 공간에서 ‘자유의지’를 갖게 된 관객의 동선을 예측하면서 이끌어가는 배우의 동선을 감안하여 설계가 되어야 한다.
6개층의 90여개의 방인 거대한 건물을 누볐던 ‘슬립노모어(Sleep No More)’ 나 한 층이었지만 각기 다른 ‘방’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던 ‘위대한 개츠비’ 같은 이머시브 연극이 보여주는 종과 횡의 공간성은 VR안에서도 닮은 듯 다르게 펼쳐진다. 집의 외부 현관에서 부터 거실에서부터 2층 침실을 넘나들던 ‘웰컴투 레스파이트’, 지하세계와 올림푸스 산까지 날아올랐던 ‘파인딩 판도라 엑스’까지 공간은 하나의 이야기의 요소가 되며 라이브로 만나는 배우와 관객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체험이 된다.
그렇기에 공연이 가능하게 해지는 플랫폼의 선택은 너무나 중요해진다. 직접 공간을 창작해서 만들어 넣을 수 있는 VR챗이 적극 활용되면서 여기에 더해 아바타 역시 창작할 수 있다는 점을 무대를 다채롭게 하는 요인이 된다. 관객을 이야기에 참여시키는 것 외에도 관객에게 참여 리워드를 주는 개념의 일환으로 공연에서 만들어지는 ‘아바타’는 일종의 공연 기념품이 된다. 필자 역시 파인딩 판도라 엑스에서는 그리스 합창단 ‘아바타’를 선물로 받았고, ‘웰컴투 레스파이트(Welcome to Respite)’에서는 곰돌이 아바타를 선물로 받았다.
공연이 시작되기전 ‘프리쇼(Pre-Show)’에 해당하는 로비 공간은 XR이머시브 공연에서 필수적 공간이 되었다. 이 공간에서 ‘온보딩(Onboarding)’ 의 시간을 통해 필요한 기능을 교육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차가운 공기를 깨는 ‘아이스브레이킹’과도 같은 시간을 통해 서로와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RSC의 사라 엘리스도 공연장과 동일한 경험으로서 로비가 갖는 경험 그리고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공연 경험을 최적화 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자연스럽게 공연에 녹여내는 공간적 설정이 시간적 체험으로 연결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 ‘에프터쇼(After Show)’가 이루어지는 공간 역시 중요해진다. 관객은 배우를 만나고 함께참여한 배우들과 작품속 설정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고 전시공간처럼 이어진 공간에서 제작진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공간은 작품의 세계와도 이어지기도 하지만 더욱 환상적 공간을 만들어 공연의 감동을 완성시키는 공간으로도 설계될 수 있다.
키이라 벤징은 발표에서 관객의 기대치가 중요하지만 작품 개발에서 안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회가 합의한 규칙이 가상 공간에서도 필요하게 된다. 목소리를 내는 구간이 아닌데 누군가 목소리를 크게 내게 되면 몰입했던 XR 이머시브 연극 경험은 방해가 되게 된다. 이를 위해 가상공간에도 똑같이 행동 규범이 필요해지게 되고, 공간에서의 상호작용 방식이 분명히 달라져야 하며 새롭게 배워야 하는 윤리적 규범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공연내의 주의사항 역시 사전 프리쇼를 통해 공지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 ‘디스코드’와 같은 별도의 커뮤니티 플랫폼 등을 통해 충분히 숙지되도록 안내하고 있는 것도 준비과정의 일환이다.
즉 포스터-플라이어-공연장으로 이어지던 공연은 이메일 안내와 디지털 초대장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 로비로 이어지면서 VR 무대로 연결되는 동선을 갖게 되므로, 공연장과 무대의 설계는 플랫폼 밖에서도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관객이 디지털 공연과 XR 공연 등으로 옮겨오는 시도를 감행했지만, 청중은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원한다. 이는 보다 더 의미 있는 연결이 되기 위한 고민으로 이어지면서 XR이머시브 연극이 작품과 관객과 극장을 연결하는 것에 더불어 어떤 것을 연결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낳게 된다. 사라 엘리스(Sarah Ellis) 도 강조했듯이 공연에 참여하는 의식 중에는 연극 외에도 사람들이 어울려 대화가 생겨나고 ‘사회적 경험’이 만들어지는 것으로서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을 고려해야한다.
기존의 전통적인 공연이 배우와의 정서적 연결을 이끌어 내고 의미있는 경험을 만들어내지만 이머시브 연극은 거기서 더 한걸음 나아가 관객과 배우 사이의 벽을 없애고 같은 공간에 놓이게 하면서, 제 4의 벽을 허물면서 보다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XR 이머시브 연극도 작품에 녹아 들면서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낸다. 현실 세계속 이머시브 극장에서의 경험은 배우와 함께 방황하고 탐험하는 재미로 가득했듯이 XR 이머시브 연극도 상호작용성을 고려하고 관객이 관찰자가 아닌 이야기의 일부가 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연극적 경험과 XR적인 체험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달라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로운 서사를 전달하고 디자인을 할 때 결국엔 고유의 요소로부터 연결된 것에서 진화하게 된다.
XR 이머시브 연극을 주도했던 두 감독의 대화에서 관객과 연결될 것인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 외에도 디지털이나 VR 공연이 어떻게 달라야 하는 것을 고민하면서 해체와 변형을 반복하며 새로운 하나의 예술 경험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두 감독 모두 다시 XR 이머시브 연극 작품을 만들고 싶을 정도로 이 창작의 경험이 즐거웠다고 회고하면서 공연 예술의 하위 장르로 혹은 XR 이머시브 엔터테인먼트의 일환으로 이 장르는 계속될 것으로 보았다.
햅틱 장비나 신기술, 그리고 오프라인과의 하이브리드, 그리고 새로운 소재로 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코로나 이후 다시 물리적 무대가 부활하더라도 전세계가 다중으로 연결되며 함께 즐기는 XR을 통한 연극적 경험은 혼종과 실험을 통해 계속 진화하며 메타버스가 견인하고 있는 체화된 디지털 세상의 필수적 엔터테인먼트이자 예술 경험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