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Must] WELCOME TO RESPITE 제작진 인터뷰
“가상현실(VR)로 사람 사이의 상호 작용이 갖는 잠재력과 활력을 극대화시키다” — Ferryman Collective, CoAct Production
인터뷰어 : Agnese Pietrobon
원문 : 2021년 9월 7일자 XRMust Interviews
옮긴이 : 현민아 Producer (GiiÖii)
올해 트라이베카 영화제 이머시브 라인업이자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선정작인 “The Severance Theory: Welcome to Respite”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는 강렬한 주제를 다루는 가상현실 연극입니다.
The Severance Theory: Welcome to Respite는 당신이 XR에 푹 빠져있는 이유를 친구와 가족들에게 설명할 때 예로 들만한 작품입니다.
CoAct Production과 Ferryman Collective의 공동 제작 프로젝트이자 린지 스코긴(Lyndsie Scoggin)과 브레이든 로이(Braden Roy)가 만든 Welcome to Respite는 뛰어난 배우들이 라이브로 공연하는 VR 연극 경험입니다. 총 4편의 에피소드 중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관객은 극 중 알렉스(Alex)의 역할을 맡아 캐릭터가 해리성 정체감 장애(DID)를 갖게 된 계기인 어린 시절의 기억과 마주하게 됩니다.
천천히 알렉스 이야기의 실마리가 풀려가며 그*가 겪었던 트라우마의 근원을 재발견하게 되면, 당신은 그의 다른 인격들과 그의 어린 시절을 채우고 있는 괴물 — 감동적인 동시에 매우 섬뜩한 심리적 장애의 시각적 표상을 만나게 됩니다. 이 형상은 당신에게 미묘한 동요를 일으키며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가미된 괴물의 모습에 당신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저는 그 순간 물리적으로 헤드셋 안에 몸을 숨기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두려움은 우리가 나이를 얼마나 먹었나와 상관없이 항상 그 곳에… 말 그대로 벽장 속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 원문에서 중성 단수 대명사 ‘they’가 쓰였으며, 이를 ‘그’로 표기함. 작품 내에서 알렉스의 아바타는 의도적으로 어린 아이라는 설정 외에는 성별을 특정할 수 없는 중성적인 외형으로 묘사되고, 피부색도 참여하는 관객의 선택에 의해 달라짐. 후에 본문에서 자세히 언급. (옮긴이)
Welcome to Respite는 우리 대부분에게 생소할 수 있는 심리적 역학을 성공적으로 묘사해내는데, 일상의 기억과 실제의 삶에서 우리가 이 기억을 인식하는 방식 — 대체로 모호하고 불분명한 형태이지만, 어떤 세부 사항들은 특히 빛나는 — 과 같은 익숙한 맥락에 역학들을 배치하기 때문입니다. 알렉스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유니콘 인형이나 알렉스가 부모 사이에서 함께 춤을 추는 장면처럼요.
이 단순하고 별 것 아닌 듯한 순간들은 Welcome to Respite를 타인의 복잡한 인생에서 벌어지는 감정적인 여정 이상의 무언가로 만듭니다. 이 디테일들은 작품을 당신의 기억의 길과 당신 자신의 이야기, 아들로서 혹은 부모로서의 당신의 기억을 되살려내 당신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이야기를 자기 자신으로서 그리고 알렉스로서 경험하는 것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진정한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라이베카 영화제에 이어 제78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공연 중인 Welcome to Respite의 제작진과 함께 어떻게 작품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머시브 공연, VR 라이브 경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나: 현실 연극 버전에서 VR 라이브 경험까지
AGNESE (이하 A)—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시작해 이제는 베니스 영화제까지, Welcome to Respite가 세계적으로 순회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도대체 어떻게 시작된건가요? 어떻게 Welcome to Respite를 제작하게 되셨나요?
DEIRDRE V. LYONS(프로듀서 및 퍼포머 @ Ferryman Collective) — 저는 2016년부터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이고,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들과 함께 다수의 이머시브 공연에 참여했습니다. 2019년 여름, Lyndsie Scoggin에게 CoAct 프로덕션의 공연 Welcome to Respite의 성우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어요. 이 작품은 한 명의 관객이 알렉스(Alex)의 입장으로 극에 참여해 잊혀진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초현실적인 여행을 떠나는 이머시브 경험인데 저는 쉐도우 역할의 목소리를 맡았었죠. 공연 기간에 관객으로 참여했었는데 정말 환상적인 경험이었어요. 배우들이 연기하는 ‘부모님’과 연결되는 따뜻한 느낌과 경이로움에 휩싸여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팬데믹이 닥친 후 저는 1년 동안 VR 작업에 참여했고 Ferryman Collective의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VR 연극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그간 두 작품을 공연에 올렸는데, PARA로 시작해, PGA Innovation Award 최종 후보였던 Krampusnacht 이렇게였어요. 이 두 작품은 연휴(할로윈, 크리스마스 — 옮긴이)랑 연관된 내용이라 꽤 빠른 시간내에 준비해서 선보였어요. 그래서 다음 공연에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특별한 것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당시 이 내밀한 공연(Welcome to Respite)이 제 머리속을 계속 맴돌고 있었는데, 저는 장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무언가, VR에서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언저리만 봤던 그 무언가를 찾고 싶었어요.
운 좋게도 우리가 린지 스코긴(Lyndsie Scoggin)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당시 그녀는 헤드셋도 없었는데 맹목적으로 우리를 믿어줬어요. 우리 중 누구도 이 작품이 VR로 어떻게 바뀔지 몰랐죠. 그러나 운 좋게도, 너무나 뛰어난 우리 팀과 함께 아주 특별한 공연을 만들 수 있었고, 이를 세상에 내보일 수 있게 되서 정말 자랑스러워요.
A. — Welcome to Respite를 정말 멋지게 만들어내셨어요! 이 작품에 VR이 적합한 매체라고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LYNDSIE SCOGGIN (프로듀서 @ CoAct Productions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포머) — 현실 연극 버전의 Welcome to Respite는 정말 아름다운 경험이지만 단일 관객을 위해 설계된 공연을 지속하는 데에는 여러 장애물이 있습니다. 또한 팬데믹으로 인해 라이브 공연이 언제 다시 재개될지 확신할 수 없었어요. VR은 저 스스로가 창작자로서 새롭게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이자, 각자의 집에서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내밀한 이머시브 공연을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의 관객과 공유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처럼 보였거든요!
현실(IRL:In Real Life) 연극은 참가자와 공연자 사이의 의미 있는 관계들에 크게 의존했는데, VR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극을 끌고갈 수 없죠. 하지만 우리는 플랫폼이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과도기를 거쳐 공연의 특정 부분을 현실보다 더 마술적이거나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케일을 조정하거나 애니메이션을 활용해서요.
몰입도: 편안함, 디제시스(diegesis)* 및 군중 제어의 역할
*디제시스(diegesis): 그리스어로 본래 ‘이야기를 들려주다(to narrate)’라는 의미로 서사에서 사건이 일어난 허구의 세계를 가리키기 위해 서사이론에서 쓰는 용어. 내레이션과 내러티브의 내용, 스토리의 내부에서 묘사된 허구의 세계를 가리킨다. 흔히 ‘창조적 허구’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옮긴이 — 참고 문헌: wikipedia)
A. — 소설가/작가/영화 제작자로서 어떤 결말에 도달해야 하는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과 관객이 주체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때때로 어렵습니다. Respite에서는 이야기 구조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사용했나요?
BRADEN ROY(프로듀서, VR 각색 및 퍼포머@ Ferryman Collective) — 여러 면에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마술쇼를 하는 것과 닮았어요. 관객의 시선과 방향을 유도해서 관객이 상황을 통제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어 작품의 기술적인 부분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죠.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러로서 우리의 주된 임무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이를 새로운 현실의 토대로 미묘하게 대체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관객들의 얼굴에 끈으로 매달려 있는 컴퓨터(HMD)가 관객을 세계관에 몰입시키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몰입감과 자유로움을 만들거나 깨뜨리는 것은 작은 디테일들이에요. 이들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편안함, 디제시스 그리고 군중 제어로요.
우리 이전의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VR 경험을 위한 길을 닦고 방법론과 모범 사례를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는 여전히 디자인, 개발 및 플레이 테스트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입니다.
어떻게 관객에게 멀미를 일으키지 않고 다른 장면으로 ‘이동’하게 할 수 있을까? 많은 이펙트가 들어간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현실감을 주면서 동시에 모든 종류의 기기에서 일관된 프레임 속도를 갖는 장면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현실 세계에 가까운 하이 퀄리티의 에셋과 더 나은 성능을 낼 수 있는 최적화된 에셋 간에 어떻게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 편안한 경험과 웅장한 경험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줄타기를 해야 하지만, 그 과정을 잘 해낸다면 다음의 두 카테고리에 전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준선을 정할 수 있게 됩니다.
인터랙티브 경험이라는 맥락에서 디제시스란, 본질적으로 배후의 요소들을 숨긴 채, 관객이 작품 세계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과 그 안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통해 그들에게 제시된 세계의 진실에 다가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대한 일반적인 예로, FPS 게임에서 체력이 낮아지면 전통적인 방식의 UI가 아니라 심장박동 소리와 함께 화면이 붉게 오버레이 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Welcome to Respite는 FPS와는 거리가 한참 멀지만 원리는 동일합니다. 우리는 상황에 맞는 제약을 제공하고, 관객을 위해 그려내고 있는 현실에 충실함으로써 관객들이 세상과 교감하는 수단을 은근한 방식으로 전달해야만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더욱 큰 내러티브의 고삐를 단단히 쥘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관객의) 자유 의지와 주체 의지를 확보할 수 있게 합니다. 보이지 않는 벽에 의존하기보다 서사를 위해 제대로 된 위치에 문을 배치하고 잠궈둡니다. 다락방 문 걸쇠는 우리가 그 문을 필요로 하기 전까진 일곱 살짜리 아이인 알렉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다이제틱(diegetic) 디자인을 사용하면 보이지 않는 레일을 배치하여 관객을 유기적으로 안내할 뿐만 아니라 자칫 혼란스러워질 수 있는 내러티브를 일관된 순서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편안함과 디제시스 모두 몰입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기반을 마련하지만, 라이브 공연자의 군중 운용과 통제에 의해 비로소 관객들은 단순히 표면적으로가 아닌 진정한 주체성을 갖게 됩니다. 배우들은 관객의 선택을 맞춰주거나 억제할 수 있고, 관객이 이전에 한 행동을 상기시키거나, 필요할 경우 장면을 건너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모두 알렉스의 엄마와 아빠로서 행하는 것입니다. 관객이 제멋대로라면 7세 아이의 부모가 그렇듯 적절히 꾸짖을 것입니다. 무한한 경우의 수가 있는 관객의 잠재적 선택과 행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배우들은 필요에 따라 직관적으로 대응하거나 이야기의 흐름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여전히 관객은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한 채로 배우들은 주요 내러티브를 일관되게 끌고갈 수 있습니다. 마술이랑 정말 비슷하죠?
“Welcome to Respite”의 여러 캐릭터들
A. — 관객들은 “alters(투명한 상태로 알렉스의 경험을 지켜보는 여러명의 관중)”가 될지 아니면 알렉스를 직접 플레이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다른 역할에 대해 들려주실 이야기가 있을까요?
STEPHEN BUTCHKO(프로듀서 및 퍼포머 @ Ferryman Collective) — Alter들은 알렉스 인격의 다른 측면들을 나타냅니다. Alter로서 공연을 경험하는 관객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그 ‘역할’은 관찰자에 가깝지만, 알렉스가 위기를 겪을 때 알렉스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들은 또한 자유롭게 자신의 환경을 탐색하고 그들에게만 보이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대본은 알렉스를 연기하는 사람이 전문 배우일 수도 있고 연기 경험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쓰여졌습니다. 부모(Michael과 Molly)를 연기하는 모든 배우는 즉흥 연극 경험이 있으며 특정 ‘알렉스’와의 상호 작용 수준에 따라 연기를 조율하는 데 탁월합니다. ‘알렉스’가 자신을 더 열어 놓고 쉽게 자극을 받아들일수록 공연은 모두에게 더욱 매력적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개 ‘알렉스’에게서 무엇을 얻게 될지 알지 못합니다. 이 공연에서 다루는 DID(해리성 정체감 장애) 양상과 잘 맞죠. 알렉스가 즉석에서 대본을 짜낸다거나, 아이가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엄마 아빠가 처음 알게 되는 순간 등은 공연이 진짜가 되는 특별한 순간들입니다. 이야기는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고 이런 상황을 갖고 노는 것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러로서 우리의 주된 임무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이를 새로운 현실의 토대로 미묘하게 대체하는 것입니다. “— Braden Roy (프로듀서, VR 각색 및 퍼포머@ Ferryman Collective)
A. — 2021 Venice VR Expanded에 정신 질환을 다루는 작품이 몇 편 있었습니다. 그런데 Welcome to Respite에서의 정신 질환은 알렉스 내면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거의 물리적인 실체에 가깝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심리적 역학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시각적, 예술적 선택들에 대해 더 자세히 들려주시겠어요?
LYNDSIE SCOGGIN — Welcome to Respite는 알렉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해리성 정체감 장애의 증상을 처음 경험하는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다중 인격들(alters)이 현실에서 환각으로 나타나는건 아니지만, 우리는 참여자들이 그들의 존재를 실제로 느끼기를 원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알렉스의 잠재의식에서 이 기억을 경험하게 되죠.
수호자 카일(Kyle)은 따뜻하고 다정하고 안전한 느낌을 주는 빛 구체로 표현됩니다. 쉐도우(Shadow)는 알렉스의 박해자(Persecutor), 또는 알렉스의 일부로서 형상화된 트라우마를 나타냅니다. 알렉스에게는 이것이 ‘벽장 속의 괴물’로 보입니다. 어린아이가 상상하는 것과 매우 흡사한데, 존재는 느껴지지만 그 모습을 항상 드러내지는 않으며 몸을 숨긴 채 교묘하게 기회를 노리고 있죠.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 형체는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학대자를 상징하지만, 알렉스가 그 기억을 억누르고 있어 형체가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포괄성(inclusivity)의 중요함과 구축 방법
A. — 자기 표현(representation)은 Respite의 큰 축을 차지하죠. 알렉스는 성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인종적으로도 정의되어 있지 않으며, 이 캐릭터가 누구이고 어떻게 보일지 결정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BRIAN TULL(프로듀서, VR 월드 건축가 @ Ferryman Collective) — 포괄성은 항상 우리의 우선 순위에 있었습니다. 관객이 어떤 형태를 취할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매체에서 작업하는 것은 관객이 이야기의 세계를 이해하고 관계 맺는 방식을 형성하는 데에 있어 핵심 요소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공연에서 말 그대로 우리 중 다수가 수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관객에게 구체적이고 불변하는 캐릭터의 역할을 주는 것은 전달하려는 이야기에 따라 유효하고 강력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Welcome to Respite에서는 관객이 DID를 가진 어린아이의 독특한 경험에 몰입하는 것과 알렉스가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편적인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도전 과제는 과거에 이 문제와 씨름했던 다른 사람들과 몇 달 간의 내부 토론, 실험 및 협의를 거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대본은 항상 모든 성별을 포함하도록 작성되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젠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했습니다. 성별마다 별개의 모델을 사용하는 가능성도 고려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단지 자신과 맞는 성별이 되기 위해 자신과 동일시할 수 없는 모습을 선택하게끔 강요하게 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매우 재능 있는 아바타 제작자인 Sonnet Cooper에게 이러한 우려를 표명했는데, 그는 특정 성별 기준을 나타내기보다는 자신이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춘 외모를 가진 캐릭터를 창조해냈습니다.
Welcome to Respite는 가족 이야기라 인종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알렉스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배우들에게 자신의 것이 아닌 민족적 또는 인종적 정체성을 체현하도록 요청할 수는 없죠. 그 초기 조건을 감안할 때 우리의 선택은 관객이 우리 배우와 같은 보편적인 피부색을 갖도록 하거나, 모든 사람을 인간에게서 볼 수 없는 색으로 만들거나, 알렉스가 잠재적으로 부모의 생물학적 자손이 아닐 수도 있게 만드는 것으로 제한되었습니다. 배우들과 관객들에게 특정한 피부 톤을 강요하는 것은 그들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저해시켰고, 캐릭터를 파란색과 보라색으로 만들면 따스하고 친숙한 분위기의 컬러톤을 감쇄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알렉스의 탄생 문제를 열어두고 관객들이 어떤 인종이라도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VR에서의 라이브 공연과 이 매체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자유는 인간 상호작용의 무한한 잠재력과 생명력을 끌고와 이를 고취시킬 수 있게 합니다.”— Brian Tull(프로듀서 겸 VR 월드 건축가 @ Ferryman Collective)
기술적인 문제와 내러티브 접목하기
A. — 제가 ‘Welcome to Respite’를 체험했을 때 가장 좋았던 기억 중 하나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때 저를 데리러 왔던 거대한 곰인형이에요. 당연히 웃음이 났죠, 그런데 그보다도 이 작품에서 가능한 모든 디테일을 이야기와 연결시키려고 정말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버그가 발생한 순간들에까지 몰입감을 느꼈어요! 이런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야기를 완전히 중단해야 하는지, 아니면 스토리/분위기/몰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는지 질문을 드리고 싶네요.
WHITTON FRANK (PR, 퍼포머 @ Ferryman Collective) — 그 공연 기억나네요! 저는 엄마 역할을 하고 있었고 월드(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가상 공간 — 옮긴이)에 문제가 있었어요. 실제로 그런 경우들에 대비해 무대 뒤에서 모든 것을 지휘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무대 감독과 다른 배우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야기와 몰입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이 노력합니다. 이것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Lyndsie와 프로덕션 팀의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중요하다고 여겼던 부분이에요. 공연이 시작되고 여러분을 맞이해주는 것이 곰과 플레이모빌 맨(레고 캐릭터처럼 보이는 완구 인형 — 옮긴이)인 이유는 여러분을 즉시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 상태로 되돌리기 위함이죠. 우리는 여러분이 공연을 보려 알렉스의 장난감 요새에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그런 기쁨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뭔가가 잘못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와 사전 공연을 하기 때문에 다행히 본 공연 전에 버그를 찾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도 있지만, 버그를 수정할 수 없는 경우에 몰입을 유지하기 위한 비상 대책과 대사를 준비해둬야 합니다. 만약 알렉스에게 연결 문제가 있거나 알렉스가 말하는게 들리지 않는 경우 “알렉스, 오늘 지나치게 조용하구나. 너 괜찮니?”와 같이 말할 것입니다. 만약 관객의 접속이 끊겼다가 다시 돌아온다면 “알렉스, 한순간 네가 사라진 것처럼 느꼈어.”와 같은 대사를 통해 이야기와 연결시킬거에요. 또 다른 예로, 여전히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종종 알렉스 아바타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로봇으로 표시되는 버그가 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온보딩 팀(onboarding team: 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관객을 맞이해주고 사전 경험을 제공하는 팀. 앞서 언급한 곰과 플레이모빌 맨 — 옮긴이)에서 알렉스의 요새가 때때로 나쁜 로봇에 의해 침범당한다고 이야기하며 플레이어들에게 그런 로봇이 보이는지 물어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버그에 대해 창의적이면서도 여전히 몰입을 해치지 않는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며 이는 우리가 계속해서 고민하고 관심을 쏟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관객들이 기술이 공연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되서 어쩔 줄 몰라하거나 속상해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공연이 끝난 후 월드 구경하기: 극장 로비로써의 “Welcome to Respite”
A. — Welcome to Respite가 끝나면 그 세계를 그냥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에 속해있지는 않지만 극장 로비 같은 공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 방금 본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한 잔 할 수 있는 장소이죠. 이 곳이 있어 저는 더 ‘완벽한’ 경험을 했다고 느꼈거든요. 왜 그런 공간을 만들게 되셨나요?
SCREAMING COLOR (특수 효과 및 애니메이션 디자이너, 퍼포머, 음악 @ Ferryman Collective의 공동 음향 감독) —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이 바로 저희 의도였어요. 공연 후 크레딧을 볼 수 있는 공간 자체를 본 월드와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서 (관객들이) 공연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space)’을 더 주려는 거였죠.
크레딧 룸의 디자인 구성은, 얼핏 보면 공연의 미학과는 전혀 조화를 이루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공간의 컨셉은 두 가지 주요 면에서 작품의 정체성과 잘 어우러집니다. 1) 외계인 모자부터 침실의 모든 소품들, 그리고 다락방의 스타 프로젝터 장면에 이르기까지 알렉스가 공간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교감하고 있다는 것은 공연 전반에서 비교적 잘 보여집니다. 이 공간의 태양은 우리가 이전에 알렉스의 상상에서 본 태양과 같지만 그보다 훨씬 더 커졌죠. 동심을 자극하는 마법과 경이로움을 최대한 오래 끌고가고 싶었습니다. 2) 크레딧 룸은 제가 직접 모델링했습니다! (저는 또한 Welcome to Respite의 특수 효과, 애니메이션 및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크레딧 룸의 디자인은 제 이전 프로젝트들의 미학을 매우 의도적으로 참조했습니다. Club Gumball & Gumball Lounge 이 작품도 현재 베니스에서 소개되고 있어요!
라이브 VR 경험의 미래에 대해
A. — 이런 프로덕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어떻게 이머시브 공연과 라이브 VR 경험의 경계를 확장하고 싶으신가요? 몇 년 후에 이 분야는 어떻게 발전할 것 같나요?
BRIAN TULL — 저를 흥분시키는 라이브 VR 공연에는 똑같이 중요한 두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창의적 자유와 상업적 접근성입니다. 이 매체는 VR 밖에서라면 극도로 비싸거나 엄청나게 위험하거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상상할 때, 우리는 규모나 복잡함에 제약이 없는 세계를 마음 속에 그립니다. 모든 세부 사항을 생각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이미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술 작업을 할 때 무한한 아이디어를 매체의 한계에 맞게 압축합니다. 한계는 창의성을 발현시키므로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지만, VR은 그 상상의 세계를 가장 설득력 있게 옮기는 데에 이상적인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존재들이 내가 클릭하면 정해진 몇 마디의 대사를 말하는 인형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내가 다른 공간에 와있다는 느낌(현존감)은 무너져 버립니다. VR에서의 라이브 퍼포먼스는 인간 상호작용의 무한한 잠재력과 생명력을 빌려와 매체가 우리에게 주는 자유로움을 통해 이를 고취시킬 수 있게 해줍니다.
대면 연극이 가진 본질적인 한계와는 별개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충실히 전달하려면, 혹은 그에 조금이라도 근접하려면 상당한 예산이 필요할 것입니다. 예산은 제작할 수 있는 공연의 개수 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공연이 만들어지는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공연하려는 해당 도시에 공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없다면, 그 공연은 수익이 나지 않겠죠. 지역에 극장 수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VR은 관객을 만나기 어려웠던 수많은 종류의 공연이 헤드셋이 있는 전세계의 관객들과 만나게 해줍니다. 여기에는 보수적인 극장들이 기존에 고려하지 않았던 틈새시장 — 전 세계에 퍼져있는 문화와 집단이 포함됩니다.
접근성은 정말 너무 중요합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강력한 PC를 살 수 있든, 혹은 퀘스트와 같은 모바일 VR 하드웨어만 살 수 있든지와 상관없이 당신이 만든 것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을 보여주는 행위입니다. — Andy Aloisio (프로그래머 및 VR 개발자 @ Ferryman Collective)
혁신과 접근성에 대한 최종의 심사 숙고
A. — 일부 페스티벌에 ‘일반’ 관객이 접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접근하려면 소수의 사람들만이 보유한 최첨단 기술이 요구되죠. Welcome to Respite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접근성입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접근성이 높은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저는 위대한 혁신의 토대를 발견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날 XR 및 XR 스토리텔링에서의 혁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NDY ALOISIO(프로그래머, VR 개발자 @ Ferryman Collective) — 접근성은 정말 너무 중요합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강력한 PC를 살 수 있든, 혹은 퀘스트와 같은 모바일 VR 하드웨어만 살 수 있든지와 상관없이 당신이 만든 것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을 보여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의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멀미, 색맹, 사회 불안, 신경학적 한계 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당신의 작업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접근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작업을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것이 Respite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VR 공연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VR 공연을 새로운 전달 매체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경험했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VR 공연을 사랑합니다.
혁신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 그것이 제가 여기 있는 이유일텐데요. 프로그래머 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관한 것이지 다른 게 아닙니다. VR은 새로운 기술이고 VR 공연은 훨씬 더 새롭고 이는 해결해야 할 새로운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접근성은 이러한 문제 중 하나이므로 최소한 저는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이 VR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대한 목적 의식이 있습니다. 접근성을 위한 혁신은 성능 최적화와 온보딩이라는 두 가지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수천 개의 작은 문제들에 있습니다.
성능 최적화는 모바일 VR 하드웨어에서 미디어를 작동시키기 위한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에게 최대한 적게 그래픽 및 계산 처리를 요구해야 합니다. 이 때 창의성이 발현되는데요, 콘텐츠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우리가 여기서 원하는 효과는 무엇이고, 여기에서 우리는 관객에게 그 효과를 얻기 위한 방법들은 뭐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그래픽 작업에서의 ‘이펙트’와 영향력, 효과를 의미하는 effect의 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말장난 — 옮긴이). 그런 다음 “좋다, 그러면 하드웨어 처리 측면에서 이 방법들 중 어느 것이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어떤 것이 비용이 덜 드나?”라고 묻습니다. 그 비용이 재료비와 인건비라는 것을 생각하면 현실의 연극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온보딩은 관객이 자신이 들어와 있는 매체(VR)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고 가정하고 “현재 상태에서 이 콘텐츠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익숙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짧고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 경로는 무엇일까?”라고 묻습니다. 여기서의 어려움은 사람들이 빨리 배우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데에 있습니다. 특히 그들이 “나에게 가르쳐줘” 상태가 아니라 “나를 즐겁게 해줘” 모드에 있을 때 그렇습니다.
실제로 온보딩에 성공한 앱은 The Under Presents입니다. TUP에서는 첫 로딩 화면에서 몇 분 안에 기본 컨트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텍스트도, 목소리도 없이, 몇 가지 시각 보조 장치와 몇 가지 간단한 도전 과제만 있습니다. 또한 조작 방법이 매우 간단하다는 강점이 있어요. 저는 그들이 결정한 디자인의 지혜로움에 감탄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의 제1규칙은 절대로 사람들이 읽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읽기는 제2외국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살아있는 실제 사람이 설명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며, 이것이 우리가 Respite 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방법입니다. 시각적인 설명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특정 지점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공통의 ‘관심 지점(POI, Point of Interest)’이 되는 시각 요소들을 만들었습니다. 실시간 VR 경험 중에 사람들이 적절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데에 혁신의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