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Must] 경계를 넘나드는 <쿠순다(Kusunda)> 제작기

Sohee Kim
ixi media
Published in
12 min readAug 30, 2021

--

From somewhere to Nowhere (Media)

인터뷰어 : Mathieu Gayet
원문 : 2021년 6월 2일자 XRMust Interviews
옮긴이 : 김소희 Producer (GiiÖii)

“창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쿠순다(Kusunda)>는 <홈 애프터 워(Home After War)> 이후의 큰 도약이라 할 수 있어요.”

- 가야트리 파라메쉬와룬(Gayatri Parameswaran), 펠릭스 게디케(Felix Gaedtke) [나우히어 미디어(Nowhere Media)]

이머시브 다큐멘터리는 본질적으로 관객들에게 어제와 오늘의 세상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홈 애프터 워(Home After War)>를 통해 우리를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라크의 심장부에 던져 놓았던 감독 듀오 가야트리 파라메쉬와룬(이하 G.P.)과 펠릭스 게디케(이하 F.G.)가 네팔 산간 지역 공동체의 사라져가는 언어에 관한 작품 <쿠순다(Kusunda)>로 돌아왔습니다. 쿠순다는 트라이베카 영화제 2021(Tribeca Immersive 2021)에서 세계 최초로 소개되었습니다.

쿠순다 트레일러 (비디오 출처 : VRScout)

어딘가에서부터 지금 여기(NowHere)까지

F. G. : 우리 둘 다 저널리즘과 전통적인 ‘플랫(flat)’ 다큐멘터리(방송이나 영화처럼 ‘납작한’ 2D 스크린으로 상영되는 다큐멘터리 (옮긴이 주)) 관련된 일을 했어요. 이머시브 작품을 만들게 된 건 우연이라 할 수 있죠. 게임이나 인터렉티브 관련 경력도 없고 VR을 사용해본 적도 없었는데, 창작랩에서 작품을 만들던 때에 멘토가 360 비디오를 언급한 게 계기가 되었어요. 서로의 관점을 바꿔보는 것이 우리가, 그 이전부터도 그랬지만, 스토리텔링을 하는 주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우리는 VR에 곧바로 매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VR이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완벽한 매체였으니까요! 이 지점이 우리가 텔레비전 또는 멀티미디어 다큐멘터리를 만들 당시에도 본질적으로 관심을 가진 부분이었고, VR은 아직 규칙이 만들어지지 않은 새로운 창작 세계로 보였어요. 모든 종류의 실수를 직접 저질러봐야 하고, 가끔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 위해 코가 깨질 수밖에 없는 미지의 세계요.

<쿠순다(Kusunda)> 컨셉이미지 (이미지 제공: Nowhere Media)

G.P. : 우리의 전통적(전문적) 배경은 우리의 행위와 우리가 만드는 작품의 종류에 많은 영향을 끼쳐요. 우리가 환경, 사회 정의, 인권 등 어떤 주제로 작품을 만들든 간에 결국 대부분의 작업은 현실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죠. 그게 우리가 다루는 핵심 주제이자 이슈에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우리는 많은 파트너와 함께 일해요. 협업은 우리가 하는 일의 아주 중요한 근간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마다 누구와 협력하고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적합하고 큰 영향력을 가질지에 대한 전략을 세워요. 무언가를 창조하고, 사람들이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모으는 일은 매우 보람차요. 우리는 매우 개방적이고 협력을 추구하는 사람들로서 모든 사람이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서로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게 핵심이죠.

F. G. : 요즘 이머시브 프로덕션은 거의 독일에 있는 우리의 스튜디오인 나우히어 미디어(NowHere Media)에서 해요. 우리는 운이 좋게도 VR을 위한 펀딩을 해주는 나라 중 하나에 살고 있고, 이는 우리의 작은 생태계가 번성하고 새로운 걸 만들 수 있게 해줘요. 사실 가야트리와 저는 이머시브 작품을 만들기 전에 사람과 재능을 연결하는 체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을 했는데 이것이 우리가 새로운 작업을 하는데 많은 자율성뿐만 아니라 타당성을 부여했어요. 이게 우리죠. 우린 멋진 작업을 합니다!

<쿠순다(Kusunda)>에 출연한 릴 바하두르 쿠순다(Lil Bahadur Kusunda) (이미지 제공: Nowhere Media)

G. P. : 저는 우리가 대중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전시공간, 미술관뿐만 아니라 페스티벌, 아트 스페이스와 갤러리가 있는 나라에 사는 것도 행운이라 생각해요. 이러한 기관들이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창작하고 전시까지 할 수 있도록 자금 조달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다큐멘터리 예술의 새로운 이머시브 시대

G. P. : 가상공간에서 처음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중의 하나는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현실감이었어요. 다른 매체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었죠. 10년 전의 우리는 전쟁과 갈등의 현장을 보도하는 저널리스트였는데, 우리가 본 현장이 기사나, 플랫 다큐멘터리 등 시청각 요소로 전환된 걸 보는 건 언제나 충격적이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현장에서 느꼈던 느낌을 그런 매체들로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상현실은 달랐어요. 버튼을 하나를 눌렀을 뿐인데 마치 그들을 현장으로 데려간 것만 같았죠. 그 때문에 우리가 사실적인 관점을 취하는 게 가상현실 환경에서 큰 장점이 돼요. 관객을 그 세계 안으로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포토그래메트리나 실사 촬영, 볼류메트릭 캡처 등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마치 그들이 영화 안에 들어가서, 그 일부가 된 것처럼요. 이러한 지점들이 스토리텔링과 스토리 경험뿐만 아니라 관객층의 폭까지 넓힐 거예요.

쿠순다 마을 전경 (이미지 제공: Nowhere Media)

F. G. : 이는 미리 계획할 수 없는 경험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해요. 사람들은 헤드셋을 벗은 후에도 현실 세계의 것들을 기억하려고 할 거고, 가끔은 그 과정이 마치 과거나 기억에 무작위로 연결되는 것과 같을 거예요. <홈 애프터 워(Home After War)>의 관객들에게서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났어요. 이건 사람들이 자기 자신만의 맥락을 만들고 이를 통해 더 긴밀하게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을 뜻해요. 그래서 관객들이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사물을 본다는 게 특별한 거죠.

F. G. : 360 비디오는 아직 유효해요. 아니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흑인 시절의 여행(Traveling While Black)>과 같은 작업을 보면 인터렉션이나 볼류메트릭 없이도 360 비디오를 이용해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 수 있고, 더욱 복잡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쿠순다 마을의 가옥 내부 (이미지 제공: Nowhere Media)

(코로나 시대에) <쿠순다(Kusunda)>의 잃어버린 언어 찾기

F. G. : <쿠순다(Kusunda)>는 2012년 저희가 네팔의 소멸 위기 언어에 대한 비디오를 만들면서 시작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당초 주인공으로 섭외했던 기야니 마이예 쿠순다(Gyani Maiya Kusunda)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에 매료된 우리는 연락을 이어 나갔고 이 주제로 더 큰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가지 이유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였고, VR 작업을 지속하는 것에 분명한 길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기야니는 프로덕션을 시작하기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녀의 죽음은 우리에게 큰 타격이었고 우리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몰랐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우리가 프로덕션을 이어 나가도록 독려했어요.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걸 기쁘게 생각해요.

헤마 쿠순다(Hema Kusunda)와 릴 바하두르 쿠순다(Lil Bahadur Kusunda) (이미지 제공: Nowhere Media)

G. P. : 사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유기적으로 이루어졌어요. 처음에 기야니와 작업할 당시, 우리는 기야니의 인생에서 어느 부분 어떻게 촬영되고, 그게 어떤 효과를 가질지 등에 대한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어요. 우리와 기야니 사이에 기본적으로 이 작품이 어떻게 보일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에 대한 일종의 합의가 있었고 모든 소통은 이러한 과정 안에서 이루어졌죠. 그녀는 쿠순다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어떤 단어를 발음하면 관객이 이를 따라 하는 일종의 언어 수업 같은 형식이 아주 자연스러웠죠. 그런데 그녀가 세상을 떠나면서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어요.

G. P. : 그리고 우리는 그녀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네팔에 갔고, 그들이 우리가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도록 만들었어요. 백지상태에서 다시요! 우리는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을 만났고 쿠순다어를 배우고 있는 15살의 헤마(Hema)와 그녀의 할아버지인 쿠순다 샤먼 릴 바하두르(Lil Bahadur)를 만났죠. 릴은 차별을 피하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 끝에 40년 동안 유창하게 사용했던 쿠순다어를 잊게 되었죠. 결국, 우리는 침묵 속에 사라져가는 모든 언어가 사람들의 이주로 인해 맞닥뜨리게 되는, 세대를 아우르는 강렬하고 복잡한 현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어요.

G. P. : 우리가 촬영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이미 2020년 2월이었어요! 우리는 독일에서 후반작업을 하기 위해 국경이 닫히기 직전 네팔을 떠나는 거의 마지막 비행기를 탔습니다. 우리는 이 소중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과 후반작업이 가능할 만큼 네팔 사람들과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걸 매우매우 행운으로 생각해요. 마을의 인터넷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마을 사람들과 연락하거나 편집 과정을 공유하는 게 매우 힘들었어요. 하지만 결국 아주 작은 부분들까지 제자리를 찾았고 지금의 훌륭한 모습을 갖출 수 있었어요.

<쿠순다(Kusunda)>의 스틸 이미지 (이미지 제공: Nowhere Media)

<쿠순다(Kusunda)> 설계하기 — 사진부터 오디오까지

G. P. : 이제까지 우리가 사용해온 방법은 포토그래메트리에 다른 몇몇 기술을 조합한 방식이었어요. 하지만 <쿠순다(Kusunda)>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기술들이 사용됐어요! 포토그래메트리는 작품 환경의 기반이자 이야기가 발전되는 지점이고, 뎁스키트(Depthkit)와 키넥트(Kinect)를 이용하여 마을 사람들을 볼류메트릭 비디오로 촬영했죠. 그리고 모션 캡처 기반의 애니메이션도 사용되었어요! 현재 우리가 결코 비용을 부담할 수 없을, 특히 다큐멘터리 프로덕션에서는 더더욱요!, 환상적인 모션 캡처 스튜디오를 제공해 주는 취리히 예술대학교(Zurich University of the Arts)와 협력 및 공동제작을 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저희가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습니다.

G. P. : <쿠순다(Kusunda)>의 일부 이야기는 과거에서 진행되는데, 배우들을 모션 캡처한 후 애니메이팅해서 50년 전의 풍경을 재현했어요. 저도 배우로 참여했구요. 기억 속 풍경의 아주 자연스러운 미감은 틸트브러시(Tiltbrush)로 만들었어요. 이 모든 요소를 아우르며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해 우리는 목소리 기반의 인터렉션을 사용했어요. 음성인식 기술도 우리가 사용한 기술 중 하나가 된 거죠. 참여자들은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특정 단어를 말하고, 배우게 돼요. 또 이 이야기는 분기형 내러티브(branched narrative) 경험이기도 해요! 제작 과정은 많은 것이 한데 어우러지고,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가 함께 일하는 과정이었어요. (우리의 공동창작자 중에는 음악가도 있었습니다) 창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여러 기술을 사용한 <쿠순다(Kusunda)>는 <홈 애프터 워(Home After War)> 이후의 큰 도약이라 할 수 있어요.

<쿠순다(Kusunda)> 공식 포스터

트라이베카 이머시브 2021(Tribeca Immersive 2021)에서의 월드 프리미어

G. P. : 이 작품을 트라이베카 영화제의 스토리스케이프 섹션(Storyscapes selection)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게 되었는데 이를 위해 설치작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쿠순다 전통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는 숲을 주제로 한 ‘이머시브 숲’을 개발하고 있어요. 관객들은 그 안에서 사회적으로 교류하고, 서로에게 말을 걸고,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기회를 얻게 될 거예요. 부디 계획한 대로 모든 게 잘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G. P. : 네팔의 공동체와 함께 일하는 과정은 정말 즐거웠어요. 저는 저번 달(2021년 3월)에 네팔을 방문해서 사람들에게 작업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우리는 그저 이 작품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작품은 공동체의 주민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부흥시키기 위해 하는 활동과 기울이는 노력에 바치는 찬사에요. 그리고 아마 이러한 활동들이 세계의 다른 많은 지역을 움직이게 할 거예요. 어떤 면에서 언어적 권리는 인권이니까요. 이게 우리가 이 작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에요.

F. G. : 우리는 소멸 위기 언어 문제를 다루는 다른 프로덕션들과 계속 해서 이 주제 대한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우리는 SPEAK TO AWAKEN 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소멸위기 언어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을 더 많이 소개할 예정입니다. 다른 기관들과 함께하는 공동제작의 문도 활짝 열려 있어요. 소멸 위기 언어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또 퍼지고 있는지 알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XRMust 인터뷰 시리즈에서 더 많은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나우히어 미디어의 전작 ‘홈 애프터 워’는 현재 오큘러스 퀘스트(무료)를 통해 체험할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