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Must] 번트시티(The Burnt City) 제작진 인터뷰

현대의 동시대 관객은 주체와 자율권한을 필요로 한다 — 펠릭스 바렛, 맥신도일 (Punchdr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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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min readNov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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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 Mathieu Gayet
원문 : 2022년 11월 08일자 XRMust interviews
옮긴이 : 시그니처W

지난 20여년의 역사를 보면, 연극계의 혁명은 영국과 같은 예술 문화가 융성한 나라에서 시작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규모 공연으로 세계를 정복한 펀치드렁크(Punchdrunk)는 오늘날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펠릭스 바렛 예술감독, 맥신 도일 공동감독 겸 안무가와 함께 그들의 최근 작품 <The Burnt City>를 살펴보자. — 사진 출처: 줄리안 에이브럼스, 퍼포먼스: 오마그비츠 오마그베미 (Omagbitse Omagbemi))

펀치드렁크, 라이브 무대위에서의 20 (Punchdrunk, over 20 years Live on Stage)

펠릭스 바렛 — 저는 공식적으로 22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펀치드렁크의 예술 감독입니다. 좀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라이브 공연이 저를 발견해 주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이 일을 해왔다고 할 수 있는데요. 관객을 어떻게 공연의 중심에 둘 것인가, 그리고 그들의 경험의 맥락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하던 때였죠. 펀치드렁크는 그런 고민에서부터 유기적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기말과제로 저는 관객들에게 가면을 씌우고 건물을 탐험하게 하는 작품을 했어요. 그 경험을 계기로 저는 공간에 맞춰진 공연을 창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퍼포먼스 언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 때 맥신을 만났어요!

<슬립 노 모어> (Sleep No More>

맥신 도일 — 저는 좀 더 전통적인 공연계에서 활동하고 있었어요. 소규모 댄스/연극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펠릭스를 만나기 직전까지 공연의 규모나, 투어 과정, 공연장, 분위기 등에 실망한 상태였습니다. 바에서 공연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뭔가 공간적으로 혁신적인 것은 없었습니다. DJ가 출연하는 공연을 많이 했고, 나중에는 분위기(atmosphere)에 중점을 둔 작품들을 많이 했죠. 제가 펠릭스를 만났을 때, 저는 제 작품의 프로세스와 물리적인 스토리텔링을 한 단계 도약시키고 그것을 펠릭스의 공간에 대한 비전안에서 향상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타이밍이 좋았죠.

라이브 또는 이머시브 시어터? (Live or Immersive Theatre?)

바렛 — 우리 입으로 우리 작품을 ‘이머시브’라고 부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이머시브 흐름의 일부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념을 놓고 본다면 우린 연극, 영화, 그리고 라이브 아트의 중앙에 있는 공감적(sympathetic)인 측면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의미론(semantics)적인 것이겠네요. 우리 작품의 가장 기본 핵심은 라이브 쇼, 라이브 이벤트입니다. TV, 스크린, 그리고 게임 메카닉스를 실험하기도 했는데요. 현재의 우리의 여정을 결정짓는 어마어마한 자양분이 되었죠. 우리는 뮤지션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공연을 재창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맞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함께 해온 작품은 이제 텅 빈 대형 건물들을 오픈 월드(open world) 경험과 비슷한 것으로 탈바꿈시키고 있죠.

도일 — 펠릭스와 함께 한 지난 15년 동안의 제 모든 작업만큼은 실제로 가면을 기반으로 한 공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과 형태의 다양한 혁신이 펠릭스와 펀치드렁크에서 나온 것이 사실이죠. 저희를 두고 가끔 ‘가면 공연만 하는 극단’이라는 낙인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구별 짓는 것이 좋습니다. 펠릭스와 펀치드렁크는 다른 형태의 작품도 진행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진행한 것들이 있고요. 저는 현장 고유의 장소 기반 댄스 작품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펀치드렁크식 작품이 아니에요. 극장이라는 문맥 밖에서, 보다 추상적인 춤이라는 관념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줄리안 에이브람스

관객, 경계 그리고 길잃음에 대하여 (About The Audience, Boundaries and Being Lost)

바렛 — 현대의 관객은 주체성(agency)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만약 좌석에 앉아있기만 한다면 주체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는 지난 5000년간 확립되어온 성공적인 예술 형태죠. 관객이 움직인다면 그건 상당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현대 관객은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통해서 주체성을 갖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자율권한(empowerment)이 주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아들들을 보면, 세상에 참여하고 관여함에 있어 그들은 완전한 주체성을 갖는 것에 익숙합니다. 주체성이 박탈된다면 본인의 진짜 모습이 사라진다고 느낄 거예요. 마치 속은 것처럼.

바렛 — 가면 공연이 관객에게 완전한 주체성을 부여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관객은 여전히 수동적인 관찰자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들은 어느 각도에서 볼 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맥락을 이해하는 한, 관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맥락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것이고 정해진 경계안에서 안전하게 자유로이 탐색할 수 있습니다.

도일 — 우리는 살면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 지 알 수 없고, 동시에 즉흥적인 행동을 하기 점점 더 어려워 지죠. 이런 공연은 관객들을 실재(presence)하는 순간, 생동감이 돌고 즉흥적이 되는 순간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에 맞닥뜨리게 될 지 알 수 없는 그런 순간. 그리고 여기엔 흥분감과 에너지, 마찰이 있고, 무언가 흥미롭고 매력적인 부분이 있죠.

사진 출처: 줄리안 에이브람스, 퍼포먼스: 비니셔스 살레스 (Vinicius Salles)

<번트 시티> (The Burnt City): 두가지 세계 (그리고 두 건물)에 대한 이야기 (THE BURNT CITY: A Story of 2 Worlds (and 2 Buildings))

바렛 — <번트 시티> 공연장으로 그런 베뉴(런던의 울위치 아스날 (Woolwich Arsenal))를 갖게 되어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게 되었습니다. 창작할 대규모 캔버스를 가지게 되었는데요, 그만큼 기회가 많기 때문에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친밀함의 순간들을 발견할 모퉁이들이 더 많고, 길을 잃을 수 있는 순간들과 뭔가 맞딱들일 것들이 더 많이 배치되어 있죠. 바로 이것이 우리 작품의 진정한 힘입니다. 이 작품의 미스테리 박스를 푸는 것에 탐험의 힘이 들어있고, 여기엔 상반된 것들로 만들어진 세계가 필요합니다. 이 세계는 복잡하고 정교한 생태계이며 숨을 쉬기 위해서는 모든것들은 조금씩 다 담고 있어야 합니다.

도일 — 규모가 크기 때문에 거리를 활용할 기회가 생깁니다. 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작품안에서 관객이 멀리서(long shot) 또는 가까이에서(close up shot) 관람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관객의 개인사 그리고 들고 온 가방으로부터도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관객이 원한다면 얻어갈 수 있는 강렬한 경험을 가능케 합니다. 펀치드렁크 작품은 강렬한 경험을 원하지 않는 관객도 작품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고, 그 경험은 강하지 않을 것입니다. 관객이 작품 세계의 맥락안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본인의 모습을 내보이면 내보일수록 그 경험은 그 사람을 보다 풍요롭게 하죠. 경험의 규모는 확실히 여기서 한 몫을 합니다.

바렛 — <번트 시티>는 건물이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서구 연극의 태초라 할 수 있는 그리스 신화를 다루고 싶다는 것은 초반부터 가지고 있었던 열망이었고, 소재의 밀도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최대한 깊이 파고들어 관객을 위한 겹겹의 층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관람, 열번째 관람 상관없이 모든 레벨에서 탐구가 가능하도록 작품세계를 설계했죠. 모든 스토리를 그리스 신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느 스토리를 활용할지는 공간이 우리에게 어찌할 지 알려주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두가지 다른 관점에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소재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울위치 아스날로 결정하고나니 그리스의 위대한 전쟁을 소재로 한 우리의 마지막 스토리는 상당히 빨리, 그리고 유기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진 출처: 줄리안 에이브람스, 퍼포먼스: 일린 콩 (Yilin Kong)

도일 — 우리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가면 작품은 아마도 긴 상연기간 때문에 (현재 뉴욕과 중국에서 상연 중인) <슬립 노 모어> (Sleep No More)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히 <번트 시티>와는 소재부터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스토리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슬립 노 모어>는 6층짜리 건물에서 층층이 쌓여있는 내러티브의 상승적 나선이 매우 수직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 데 반해, <번트 시티>는 그 반대입니다.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고 수평적입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탐구하는 이 두 세계에는 훨씬 더 많은 노스텔지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만의 트로이 전쟁을 시작했죠. 트로이는 네온으로 흠뻑 젖은 미로입니다 — 미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더 혼란스럽고, 스토리텔링과 분위기가 더 무정부적인 미래라고나 할까요. 마치 고대 그리스가 아트 데코 스타일에 의해 채택되어 포스트모던 미래로 떠밀려 들어간 것처럼 말이죠. 그게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컨셉 때문에 이 작품은 보다 영화 미학에 가깝습니다.

바렛 — 처음부터 저희는 기존 공간을 활용하여 두 가지 다른 세트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공연을 고안할 때 우리는 정해진 규칙을 깨고자 합니다. 관객의 발 밑 양탄자를 쑥 뽑아버리는 거죠. 얼마나 다채로워야 하는 지, 관객은 무엇에 대해 목말라 하는 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관객에게 서프라이즈를 선사해야 했습니다. 누군가가 고대 그리스에서 한 시간을 보낸 후 갑자기 트로이에 가게 된다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겠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도일 — 또한 신들과 인간들 사이에 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어느정도 거리가 있습니다. 양 그룹은 스토리텔링에서 매우 다른 공간을 차지하고 퍼포머들을 위한 설정도 다르죠. 게다가, 트로이의 한 가운데에 멋진 카바레 바가 위치해 있는데요,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들도 매우 다르고 관객 참여가 다르게 이루어집니다. 이 두 세계의 균형을 맞추기에 완벽하죠.

사진 출처: 줄리안 에이브람스, 퍼포먼스: 파니아 그리고리우 (Fania Grigoriou)

바렛 — 또한 배경스토리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다루면서 각 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가? 그들의 이야기에는 권력, 불 그리고 희망이 있고, 다시 태어난다는 것과 미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습니다.

라이브 이머시브 쇼의 퍼포먼스 (Performing a Live Immersive Show)

도일 — 퍼포머들 같은 경우엔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콜라보 과정이 있지요. 펠릭스와 저는 쇼에 대해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해왔고, 우리는 항상 소스 텍스트에서 기인한, 일종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여정의 스토리보드를 제공합니다. 아가멤논이나 헤쿠바처럼 상당히 발전되어 스토리들도 있고, 더 발견의 여지가 있는 스토리들도 있습니다. 실제 대사를 쓰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등, 소재를 만들어내거나 텍스트를 창조하는 이 모든 과정이 퍼포머들과의 협업의 여정입니다. 이런 식으로 진화하는 거죠. 하지만 제 생각에 매일 밤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관객들입니다. 내용 자체가 즉흥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상당히 설정되어 있는데요, 반면에 관객과의 호흡(dynamic)은 항상 달라지죠.

도일 — 바로 이것이 우리가 현대 무용을 배운 퍼포머들이나 직관적으로 듣는 감각을 가진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이유죠. 때때로 퍼포머는 길을 막고 있는 관객을 다른 쪽으로 몰아내야 할 수도 있고, 말 그대로 그들 주위에서 춤을 추어야 할 때도 있어요. 그런 순간이 오면 그에 맞게 즉각적으로 안무를 조정해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죠. 그리고 여기에는 당연히 관객들이 가져오는 ‘무언가’도 있습니다. 매일 밤, 금요일 밤인 지 일요일인 지에 따라, 관객들은 상당히 다른 역동성을 공연에 부여합니다. 퍼포머들은 이 모든 다양한 에너지에 귀를 기울여야 하죠.

도일 — <번트 시티>같은 공연은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2022년 봄 이전의 공연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사실 공간입니다. 펠릭스는 바와 입구를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했는데요 물론 공연 내용은 본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지만 무언가 다른 뉘앙스를 풍기게 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줄리안 에이브람스, 퍼포먼스: 미란다 맥 레튼 (Miranda Mac Letten)

바렛 — 우리의 모든 작품들은 충돌을 다루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한다면, 필름 누아르나 히치콕과 같은 예상치 못한 것과 충돌하게 하며, 이때 우리는 기존의 규칙을 어기려는 노력을 합니다. 다큐멘터리 감독과 함께 작업한 선형 라이브 쇼는 유령의 집이 되었고, 나이앤틱(Niantic)과 함께 야외 인터랙티브 경험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야망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합니다. 관객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눈 앞에 무엇이 펼쳐질 지 전혀 알 수 없도록 그들의 기대를 뛰어 넘으려는 것이 우리의 의도입니다. 물론 가장 잘 알려진 예가 바로 가면 공연이겠죠. 서로 반대되는 힘을 작동시켰을 때 아름다운 운동 에너지가 뿜어져나오기를 기대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이며, 관객들도 그 불꽃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도일 — 펠릭스가 주요 크리에이티브 소스(source)를 가져오면 저는 거기에 충돌을 일으킬 것들을 덧붙입니다. 그러면 서로 부딪히거나 때로는 더 깊은 곳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저의 작업과정에서 특히 퍼포머들과 협업을 많이 합니다. 그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는데, 작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미지도 있고,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아티스트들이 참신한 것을 생각해낼 수 있도록, 그들에게 창작의 원천이 될 먹이(feed)를 준다고나 할까요.

라이브 오픈 월드 만들기, 그리고 당연히 음악! (Building a Live Open World and Yes, Music!)

바렛 — 항상 ‘짓는 작업’을 먼저 합니다. 둥근 구멍에 네모난 못을 박는다면 소용이 없겠죠. (공연 공간이 될) 그 장소는 우리가 창작할 수 있는 텍스트와 아이디어에 대한 방향성을 정해줍니다. 그런 다음 우리가 상상하는 세상을 만듭니다. 어떤 풍경이 그 공간을 채울 것인지, 그 풍경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먼저 디자인 과제가 되고 그 다음에 내러티브 과제가 됩니다. 그런 다음, 이런 스토리들을 출연자들과 함께 풀어내고 사운드트래킹을 해서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던지는 겁니다. 리허설과 프리뷰 기간까지 첫 몇 주 동안 혼란스러웠다가 끝내 모든 것이 자리를 잡습니다.

바렛 — 그것을 꼭 일반적인 스크립트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TV쪽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대본을 써야 했어요. 몇년 간 TV쪽에서 우리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죠. 그러다 묘사하는 방식의 ‘글꼴’(font)을 일종의 영화 시나리오 방식으로 바꾸니, 바로 이거다 싶더라고요. 이런 것을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머릿속에 같은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모든 것을 적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엇을 하든 음악과 사운드는 공연의 톤을 결정짓는 등 여전히 스토리의 진정한 원동력입니다. 선형적 형식이니까요! 크렌센도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마지막에 정점을 찍는 클라이막스에서부터 거꾸로 가는 순서로 작업합니다.

사진 출처: 줄리안 에이브람스, 퍼포먼스: 모건 바브로우-윌리암스 (Morgan Bobrow Williams)

도일 — 그리고 우리 작품이 어떤 형태(format)가 되건 사운드는 언제나 매우 다양한 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가면 공연에서, 펠릭스는 항상 강렬한 오케스트라 음악을 사용하고 영감을 받습니다. 저는 원래 댄스쪽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음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불안하곤 했는데요 공간과 어우러져 작업하다보니 실제로 장대한 음악에 대한 필요성을 처음부터 쌓아나가고 이것을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운드 디자인의 레이어는 텍스처가 매우 살아있고, 때로는 내러티브를 추진시키는 특정 오디오 작업도 들어가 있습니다. 극중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국의 소리까지도 꼼꼼히 챙깁니다.

바렛 — 확실히 우리에게 출발점은 음악입니다. 우리 세상을 창조해 나가는 진짜 소닉 마커가 있습니다. 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븐 도비(Stephen Dobbie)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숙련된 예술가입니다. 그의 사운드 팔레트는 관객들을 몰입시키고 사로잡습니다. 마치 영화 속에 있는 것처럼, 음악을 통해 관객은 그 안에 있는 것처럼 느낍니다. 사운드트랙은 관객의 귀에 쏙 들어와야 하고,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더 써드 데이> (The Third Day)

도일 — 거의 사운드트랙을 만든다고 보시면 되겠어요. 그리고 흥미로운 지점은 분명 작품 속에 많은 움직임과 춤이 있기 때문에 마치 등장인물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춰야 할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들은 음악을 거의 듣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므로 음악은 반주 또는 하나의 레이어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정말 영화음악처럼 느껴지죠. 당연히 인물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음악을 듣도록 설정되어 있는 장면들도 있지만, 음악은 보통 극적이거나 감정적인 부분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펀치드렁크: 라이브 쇼에서 VR, 그리고 TV로 (Punchdrunk: From Live Show to VR and Television)

바렛 — 우리는 2020년 HBO와 Sky Atlantic 시리즈로 데니스 켈리(Dennis Kelly)와 공동 개발한 <더 써드 데이> (The Third Day) (12시간짜리 특별 라이브 에피소드 포함)와 같은 TV 시리즈나 삼성과 함께 작업한 VR 작품, <빌리브 유어 아이즈> (Believe Your Eyes)와 같은 선형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라이브 쇼를 만들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관객이 공간에서 자유로이 탐색 — 프리로밍(free roaming) —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관객은 레일 위에 있어요. 프리로밍하지 않는 공연도 작업한 적이 있었는데 기존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었습니다. 어느 지점에서건 관객이 무엇을 보고 있을 지 이미 파악을 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경험 구현 기술입니다. 가면 공연은 동시에 여러 스케일 레벨에서 진행됩니다. 관객이 느낄 감정의 여정(arc), 그들이 어느 시점에 어떤 감정을 느끼기를 원하는 지, 감정의 크레센도와 촉각적 느낌(tactile feeling)의 롤러코스터를 고려해야 하죠.

<빌리브 유어 아이즈> (Believe Your Eyes)

바렛 — 아직 우리가 탐험하지 않은 영역에서도 많은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라이브 작품들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아직 발표되지 않은 미래 작품들 준비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형식의 벽돌을 들여다보고 있고요… 어떻게 하면 공연의 세상에 관객을 최대한 깊이 빠져들게 할 수 있을까요? 기술을 통해, 스크린을 통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관객들이 퇴근하고 집으로 걸어갈 때 말이죠. 다중적인(multitude)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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