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The Line

한국제목 : 더 라인

Jay Kim
ixi media
3 min readDec 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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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ARVORE (제작사 제공)

허공에서 내려온 커튼 줄 하나. 컨트롤러를 쥔 손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오는 가상의 손. 잠시 망설이다 커튼 줄을 잡아 당겨보면 비밀의 커튼이 젖혀지듯 브라질 상파울루 거리를 재현한 미니어쳐가 눈 앞에 펼쳐진다. 앙증맞은 터널에서 더 앙증맞은 우리의 주인공 뻬드로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다.

“미니어쳐 세상에서 루틴은 매우 중요합니다”

모노레일 위를 따라 뒤뚱뒤뚱 자전거를 타는 뻬드로는 매 구간마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커다란 장난감 앞에 선 설레임으로 레버를 조작하여 신호를 바꿔주거나 신문을 던져주는 놀이에 참여하게 된다. 뻬드로가 짝사랑하는 로사의 집 앞에 꽃을 가져다 놓는 ‘루틴’까지 하루의 일정을 다 따라가고 나면 가상의 이야기, 가상의 세트에 우리의 움직임을 어떻게 일치시켜야하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다음날 역시 같은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뻬드로의 하루. 우리는 이미 루틴을 파악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뻬드로의 진행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로사에게 가져다 줄 꽃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뻬드로에게 가장 중요한 루틴이 망가져버리자 모든 루틴은 의미를 잃게 된다. 뻬드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궤도를 벗어나게 되고 우리와 뻬드로는 함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단 15분 간의 여정이지만 우리는 플롯의 요소들을 모두 갖춘 완벽한 내러티브의 세계로 빠져들고 그 안에서 가상 콘텐츠의 캐릭터와 설정이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지에 대한 훌륭한 사례를 경험하게 된다.

미니어쳐로 세트를 구성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목각인형 스타일의 캐릭터를 배치한 후 마치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처럼 상호작용을 구성함으로써 “The Line”은 관객과 작품 사이의 거리, 현실과 가상 사이의 거리, 그리고 움직임과 감정 사이의 거리를 절묘하게 유지한다. 과한 몰입을 강요하지도 않고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 망설이지 않도록 관객의 움직임을 유도하면서도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The Line”은 2019년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인터랙티브 상과 2020년 에미상을 수상하였다.

지금 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곳

“The Line”은 오큘러스 스토어스팀에 공개되어 서비스 중이다. 오큘러스 리프트 및 퀘스트 시리즈, HTC 바이브 시리즈를 통해 경험이 가능하다. 이 작품보다 한 해먼저 베니스영화제 최우수 인터랙티브 상을 수상했던 “Buddy VR”의 채수응 감독의 목소리로 한국어 버전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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