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밖으로 도망친 100세 영화(2부)

Mina Hyeon
ixi media
Published in
18 min readFeb 15, 2021

페스티벌 큐레이터 3인과의 인터뷰: 페스티벌의 버추얼화 1년, 그 다음은?

Interview with festival Curators, Jay kim, Shari Frilot, Grace Lee. 영화제 큐레이터와의 인터뷰, 김종민 BIFAN, 샤리 프릴롯 선댄스영화제, 그레이스 리 가오슝영화제

스크린 밖으로 도망친 100세 영화 1부에서는 오프라인 플랫폼인 ‘극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배급되고 관람하던 영화가 새로운 기술과 만나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영화제를 중심으로 소개된 가상현실 콘텐츠의 가능성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호에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비욘드 리얼리티(Beyond Reality) 부문을 맡고 있는 김종민 xR 큐레이터와 선댄스 영화제 New Frontier의 Chief Curator 샤리 프릴롯(Shari Frilot), 그리고 가오슝영화제 xR Dreamland 큐레이터 그레이스 리 (Grace Lee)와 함께 버추얼 영화제의 경험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3인의 큐레이터— 김종민(이하 𝑱), 샤리 프릴롯(이하 𝑺), 그레이스 리(이하 𝑮) — 와 각각 인터뷰한 내용을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인터뷰어 현민아 에디터: 이하 𝑴)

🔵 𝑱: 안녕하세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비욘드 리얼리티 부문을 맡고 있는 김종민 xR 큐레이터입니다.

🟡𝑺: 선댄스 영화제의 뉴 프론티어 큐레이터 샤리 프릴롯입니다. 페스티벌이 얼마 전에 끝나서 이제야 한숨 돌리고 있어요.

🟣𝑮: 반갑습니다. 가오슝 영화제 xR 드림랜드의 큐레이터 그레이스 리입니다.

𝑴: 오늘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세 분이 맡고 계신 각 영화제에 오프라인으로 참가했었는데요. 실제 페스티벌 현장에서 야외 공연과 결합된 형태랄지, 인터랙티브한 설치 구조물과 함께 체험하는 형태 등 xR이 헤드셋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지난 1년간 코로나로 인해 영화제가 강제로 온라인이나 가상현실 공간으로 이주하게 되어서 그런 경험을 만나기 어려워졌다는 게 관객으로서 많이 아쉬운데요. 세 분은 어떤 일년을 보내셨나요?

ⓒ 2018 Sandbox Immersive Festival Conference

🔵𝑱: 2018년 한 영화제 컨퍼런스에서 xR 분야만큼은 가상으로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하는 것이 아닌가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xR 콘텐츠는 전시의 형태로 관객을 만나왔기 때문에, 이 쪽 분야의 큐레이터들은 일 년 내내 해외 여행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가상 여행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xR 기술의 발전이 항공산업에 위협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 했었으나, 실상은 항공산업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었죠. 2019년 하반기부터 베니스 영화제를 중심으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항공여행 수요를 줄이고 가상공간에서 페스티벌을 열기 위해 몇 가지 플랫폼 실험이 시도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선댄스영화제 중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죠.

𝑴: 그러고보니 딱 1년이 되었네요. SXSW가 작년에 가장 타격이 컸던 영화제가 아니었나 싶어요. 마지막까지 정상개최하겠다고 하다가 1주일 남겨놓고 취소 발표를 했지요. 그 즈음에 많은 영화제와 컨퍼런스, 축제들이 줄줄이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했고요, 5~6월 정도부터 온라인이나 가상 플랫폼을 이용한 축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𝑱: xR 콘텐츠를 다루는 메이저 영화제 중에 하나가 트라이베카 영화제인데, 실제 영화제 기간에는 선정된 xR 콘텐츠의 목록만 발표를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칸 영화제 마켓프로그램 중에 하나인 Cannes XR과 칼레이도스코프(Kaleidoscope)라는 글로벌 아티스트 펀드가 함께 버추얼 페스티벌을 준비하게 됩니다. Museum of Other Realities, 줄여서 MOR이라고 불리는 가상전시플랫폼에서 콘텐츠 전시, 컨퍼런스와 피칭, 그리고 네트워킹과 파티가 모두 열렸습니다. 저는 이 행사가 작년에 열린 온라인/버추얼 전시 중에서 가장 경험이 좋았던 전시였어요.

ⓒ Cannes XR 2020 x Tribeca Virtual Arcade at MOR

🔵𝑱: 성능좋은 PC와 헤드셋, 그리고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약 400기가 정도의 작품 파일을 미리 다운로드 했어야 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의 접근은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각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라이브 스트리밍되는 토크 프로그램을 볼 수는 있었지만 전적으로 몰입감있는 축제경험을 하기는 어려웠지요. 그렇지만, Cannes XR 버추얼 전시에 접속할 수 있었던 관객들에게는 현실 영화제의 경험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시 공간 속에 설치된 xR 작품들을 아바타의 모습을 한 여러 참여자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었던 것과, 작품이 끝나고 나면 다시 MOR의 공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임베딩이 매우 잘 되어 있는 형태라 헤드셋을 벗고 다시 쓰고,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을 왔다갔다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프라인 영화제에서 xR 작품을 감상한 다음 헤드셋을 벗으면, 보통 감상을 도와주는 스태프분들이 ‘Welcome to the real world!’ 이렇게 이야기해주시곤 했는데, 여기도 작품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MOR 전시 공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거든요. 원래 서 있던 그곳으로요. 가상의 또 다른 차원이 있는 느낌이었어요. 현실 — 가상 공간 (MOR) — 또 가상의 작품 공간, 이런 차원여행이 자연스러웠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점점 고도화되고, 일반 관객들이 접근하기 쉬운 형태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어요.

ⓒ At Cannes XR with a glass of Cocktail

𝑴: 저도 Cannes XR에 작품 피칭하기 위해 참석했었는데요, 칸에 직접 가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쉬웠지만 며칠 동안 가상 공간에서 밤낮으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피칭 작품까지 55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고요, 특히 파티에서 참가한 다른 관객들과 칵테일을 마시며 이야기할 때 너무 재미있었어요. 머리 뒤에서 콘트롤러를 쥔 다음에 앞으로 내밀면, 짠! 하고 칵테일 잔이 생기는데, 색깔 별로 다른 효과가 나는 칵테일이었습니다. 어떤 색 칵테일을 마시면 아바타가 커지고, 어떤 색을 마시면 아바타가 작아지기도 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버섯처럼요. 마시지 않고 들고 있으면 칵테일 바에서 스탠딩 파티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이런 디자인이 버추얼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재미가 아닐까 싶어요. Grace는 어떠셨나요? 대만은 상대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성공한 국가라 오프라인 축제를 여는데 큰 무리가 없지 않았나요?

🟣𝑮: 대만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꽤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영화관을 열거나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데에 별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영화제의 주요 타겟이 국내 관객으로 맞춰지게 되었죠. 그러나 역시 해외 게스트는 전혀 초청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도 영화제의 여러 프로그램을 중계해야 했고요, 그러다보니 동시에 두 개의 다른 영화제를 개최하는 것과 같았어요. 힘은 많이 들었지만, 예년과 비교해서 큰 변화가 있었던 거 같지는 않습니다. 워크숍, 레지던시, 영화상영, xR 쇼케이스 모두 잘 진행되었습니다. 올해도 아마 동시에 오프라인과 온라인 영화제를 준비하게 될 거 같아요. 온라인으로는 모든 작품을 공개할 수는 없고, 몇 작품만 시연하게 될 것 같아요.

2020 XR Dreamland 스태프 기념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Grace. (사진 제공: Grace Lee)

𝑴: 혹시 어떤 플랫폼을 사용할 지도 결정하셨나요?

🟣𝑮: 아뇨. 아직 여러 플랫폼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𝑴: 프랑스의 뉴이미지페스티벌(New Images Festival)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같은 경우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해외에서 아티스트가 대만으로 오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𝑮: 작년에 선정된 아티스트는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아티스트인 권하윤 작가님입니다. 현재 작가님의 비자 발급을 도와드리고 있고요, 3월에 입국하여 3개월 정도 활동하실 예정입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대만 원주민에 관한 내용이고,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𝑱: 말씀하신 권하윤 작가님 작품이 작년과 올해 한국에서도 많이 전시되고 있어요. 11월에 일민 미술관에서는 <구보, 경성 방랑>이라는 작품이, 그리고 같은 달에 인천공항에서 열린 ‘Beyond Reality over Incheon Airport’ 전시에서 <피치 가든, Peach Garden>이 전시되어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권하윤 작가님 작품이 전시되고 있고요.

𝑴: 선댄스 뉴프론티어는 영화제에서 xR 콘텐츠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한 선구적인 영화제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직전에 오프라인 영화제를 개최한 다음 1년이 흘렀기 때문에 그동안 어떤 준비를 했고, 어떤 방향성을 보여줄 지 가장 기대했던 영화제 중 하나였습니다.

🟡𝑺: 지난 1년 간 전세계에서 열린 많은 페스티벌에서 열린 온라인과 버추얼 이벤트들을 경험하면서 많은 흥미로운 경험을 했고요, 결론적으로 우리가 선택한 것은 WebXR이었습니다. 수 백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었고요, 뉴프론티어 섹션 뿐만 아니라 전체 영화제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했거든요. 다행히 훌루 페스티벌 등 많은 경험이 있었던 Active Theory와 함께 영화제 공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Active Theory는 우리 영화제의 오랜 파트너이기도 하고 Within과 Here Be Dragon의 공동 설립자인 Chris Milk가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VR 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과 크리에이터들도 쉽게 선댄스 영화제의 공간을 경험할 수 있었던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Sundance New Frontier WebXR space (왼) Shari 제공, (우) Jay 제공

🔵𝑱: 작년 5월인가 버추얼 플랫폼과 BIFAN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었지요.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 지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오래 갈 지는 몰랐어요. 몰랐다기보다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죠.

🟡𝑺: 실제로 Active Theory와 개발을 시작한 것이 6월이었어요.

🔵𝑱: 생각보다 일찍 결정하고, 일찍 개발을 시작했군요?

🟡𝑺: 그렇지만 영화제 직전까지도 수많은 버그들과 싸울 수 밖에 없었어요. Active Theory는 정말 헌신적으로 우리를 도와줬고요, 그들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만들 수 없었을 거에요.

🟣𝑮: 선댄스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에 참가자 사진을 아바타 얼굴에 평면적으로 붙여놓은 이미지를 보고는 반신반의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사용하기 쉬웠고 직관적이고 재미있었어요. 근데 예년에 비해 초청작품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헤드셋을 사용하지 않는 작품도 절반이나 되었고요.

🟡𝑺: 기술적으로 검토할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작품들을 온전한 형태로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서포트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라인업을 축소하기로 했어요. 우리는 수많은 규칙을 만들었고, 여기저기 적용하느라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𝑴: 해외 게스트와 크리에이터들을 초청하지 못하게 되면서 각 국제 영화제가 로컬 영화제로 축소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영화제는 큰 규모의 축제 안에서 상영, 전시, 컨퍼런스, 네트워킹과 각종 산업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잘 녹아들도록 설계되어왔는데, 이제는 각각의 분야들이 다 개별행사처럼 준비되고 소비되는 경향도 있고요.

🟡𝑺: 지금은 여러 기술적인 한계들이 있습니다.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도, 관객들도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지요. 이제 막 1년이 지났을 뿐이니까요. 저는 국내 관객과 해외 관객의 관점보다는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버추얼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나가는 가에 관심이 있습니다. 여러 문제들이 있을 것이고, 경험 디자인도 정교하게 이뤄져야 하겠지요. 저는 그 부분에 대한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습니다.

🔵𝑱: 전시나 축제를 준비하거나, 아니면 해외 이벤트에 접속할 때 아시아인이어서 그런지 시간대와 언어장벽이 크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통역을 준비하고 각 지역 시간대에 맞춰 송출되도록 하거나 1:1 미팅을 어레인지 하는 것에도 손이 많이 가게 됩니다.

🟡𝑺: 그건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따라 다를 거 같아요. 전 세계를 다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아시아에 집중할 수도 있고 호주의 파트너를 찾아서 지역을 묶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도 영화제 기간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는데 한밤중에는 선댄스 영화제의 버추얼 공간에 아시안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아시아인들은 상대적으로 채팅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열정적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바라볼 때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버추얼로 영화제를 열었을 때에 볼 수 있는 새로운 풍경입니다.

🟣𝑮: 저도 파크시티가 한밤중일 때에 그 공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작품을 보았겠네요. 작품들은 실험적이었고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이나 기술을 보여주려고 하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xR에서 스토리텔링은 언제나 중요한 이슈니까요.

🔵𝑱: 아시아인이라서 채팅을 덜 한다기보다는 버추얼 공간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는 관계가 잘 안맺어지는 거 같아요. 이전의 오프라인 경험의 유무가 버추얼 공간의 경험의 질에 영향을 준다랄까. 이미 안면이 있는 사람과는 그 아바타가 어떻든 간에 이야기 나누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 처음 만난 사람과는 아무리 사실적인 아바타라 하더라도 감정 공유나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은 거 같아요.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에서 xR 콘텐츠를 경험한 관객이 버추얼 공간에서 xR 콘텐츠를 경험하는 것과 아예 버추얼 공간에서만 xR 콘텐츠를 경험한 관객 사이에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이에 관한 관객의 피드백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𝑺: 이 부분도 우리가 고생했던 부분이기는 해요. 오프라인으로 전시할 때는 우리가 직접 장비를 착용하는 것을 도와주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주고 했죠. 하드웨어가 점점 발전하고 쉬워지고는 있지만 더 편한 UI는 뭘까 고민하게 됩니다. 오큘러스에서 퀘스트가 출시되고 나니까 인터페이스가 다 바뀌었어요. 고민해봐야 도움이 안되네요. 하하 😂

𝑴: 비욘드 리얼리티는 작년에 인천공항에서 새로운 전시를 했죠. 코로나 감염자 수가 점점 늘고 있을 때였는데에도 성공적으로 오프라인 전시를 개최하는 성과를 이루었는데요. 관객들에게 오프라인 전시 관람 경험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나요?

🔵𝑱: BIFAN은 원래 부천 외에도 서울과 광교에서도 xR 콘텐츠를 전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전시 공간이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이 되었고 선정된 작품 중 360 작품만 SKT JumpVR 플랫폼에서 공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형식적인 면을 가지고 작품의 우열을 논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xR 작품의 경우에는 상호작용이 있는 작품을 제외하게되면 현재의 트렌드와 수준을 온전히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반기 별도의 오프라인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헤드셋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인 면이 먼저 부각되는 것보다는 xR 콘텐츠의 가능성 자체가 부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공항’이라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리적인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플랫폼인 공항이 비록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이 막혔지만 다른 시공간으로 여행하는 플랫폼으로 상징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공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의 인터페이스를 최대한 끌어오려고 노력했어요. 작품 리플릿도 여권 형태로 디자인했고 작품을 감상하면 출입국 도장 찍어주듯이 작품별로 디자인된 스탬프를 찍어드리기도 했지요. 다행히 프랑스문화원과 인천공항공사와 함께 전시를 만들 수 있었고 많은 관객들의 인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xR 콘텐츠는 초창기이므로 관객과 아티스트들을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기회가 무척 소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인천 공항에서 열렸던 BIFAN Beyond Reality 전시 스케치 영상

🟡𝑺: 선댄스 뉴프론티어 WebXR 공간 안에 Cinema House가 있었죠. 가상의 극장에서 전통적인 2D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경험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작품 수급에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잘 알고 있는 극장 경험과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는 다른 경험을 만들어 줍니다. 마찬가지로 가상 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도 앞의 두 경험과는 다른 형태의 경험이고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영화의 사업구조에는 잘 맞지 않는 거 같아요. 일단 극장 개봉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상영방식에 아직 동의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단편과 실험영화 혹은 수 년 전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되었던 작품들로 라인업을 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점차 이런 경험들이 확산되어서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관객들에게 버추얼 이벤트로서의 영화제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𝑴: 뉴프론티어의 공간들은 여러 면에서 효율적이고 아름다웠지만 저는 특히 음악이 너무 좋았어요.

🟡𝑺: 저도 그래요, 하하. 이 음악은 꽤 특별한 음악이에요. 선댄스 인스티튜트에서는 여러 랩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작곡가 랩에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마음에 드신다면 작곡가를 소개해드릴게요.

𝑴: 사소한 부분에서도 많은 공이 들어갔군요! 전 가상공간 중앙에 있던 아름다운 나무 근처에 앉아서 가만히 음악을 들으면서 페스티벌을 즐겼답니다. 아주 평화롭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지난 1년 동안 아주 많은 버추얼 이벤트와 축제가 만들어졌는데 김종민님은 아까 MOR에서의 Cannes XR 경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해주셨죠. Grace와 Shari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𝑮: 전 아무래도 The Under Presents — Tempest를 뽑을 수 밖에 없네요. 미래에는 온라인으로 여러 관객들이 함께 접속하여 즐기는 콘텐츠가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템페스트는 일단 너무 재미있었고요. 인터페이스 설계도 잘 되어 있어서 쉽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으며 티켓을 사고 공연장에 가는 경험을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캐릭터 뒤에서 실제 연기했던 배우들에게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인 거 같아요. 배우들은 각자 집에서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관객들은 전세계에서 모였고요.

🟡𝑺: 작년 11월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물론 버추얼 페스티벌이었지만) IDFA Doclab에서 선보였던 <Do {not} Play>를 잊을 수 없습니다. 이건 아티스트들에 의해 진보된 Zoom 2.0이라고나 할까. 아름답고 즐거웠습니다. 공간 하나하나가 다 세심하게 디자인 되어 있고 또 사용하기도 너무 쉬웠습니다. Web으로 구현된 2차원의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도 공간성을 느낄 수 있었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Do {not} Play를 경험하면서 선댄스 뉴프론티어를 WebXR 형태로 세팅하는 것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마지막까지 불안했을 거 같아요. 어떤 기술이든 아티스트의 손길을 통해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좋은 사례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Zoom을 쓰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게 여겨지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이번 뉴프론티어에도 특별전 형태로 Do {not} Play를 초청하게 되었고요.

ⓒ Shari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Do {not} Play

𝑴: 이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많은 거 같아요. 버추얼 공간이나 아바타가 반드시 실제와 유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죠?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느낌, 다른 누군가와 지금 같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공간의 경험, 연결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은 물리적인 것 너머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두 가지 경험이 영화제나 페스티벌이 주고자 하는 핵심 경험인데 하늘길이 막히고 예전과 같이 공간을 꾸밀 수 없더라도 축제를 유지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가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나 할까요.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서 경험 연출, 경험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나누고 새로운 공간을 여는 계기가 되면 좋을 거 같아요.

🟡𝑺: 작년에 BIFAN에서 배지와 여러 영화제 기념품들 구호물품들을 패키지로 담아서 선물을 보내주었지요. 한국에 갈 수는 없었지만 내가 BIFAN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런 것도 현실의 경험을 확장해주는 좋은 아이디어인 거 같아요.

🟣𝑮: 맞아요. 그 아이디어는 정말 훌륭했지요.

𝑴: 영화가 스크린 밖으로 도망치고 있듯이 영화제도 다른 공간으로 도망쳤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지역, 언어, 시공간 등의 장벽도 있지만 오프라인 공간의 축제와는 또 다른 경험적인 즐거움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고민하고 시도한 것들이 좋은 결실을 맺을 날이 곧 오겠지요? 하지만 늘 가상 공간에서만 만난다고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데요. 꼭 다시 축제의 열기가 가득한 현실 세계에서도 만나고 싶어요. 오늘 세 분의 경험과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하게 올해도 재미있게 영화제를 만들어가요.

👏🏻 이번 이야기 어떠셨나요? 의견을 더하고 싶은 주제가 있거나, 인터뷰에 참여한 큐레이터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

--

Mina Hyeon
ixi media

Immersive Producer, specializing in Narrative Design for Virtual Reality and Immersive Environments | Research-based Artist